교사 [지은이가 독자에게]소통의 아픔, 소통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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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0-06 17:38 조회 6,054회 댓글 0건본문
요즘 아이들과의 소통 불능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소통의 아픔은 일용할 양식에 다름 아닙니다. 하지만 소통의 즐거움도 큽니다. 아이들 앞에서 제 인간적인 허물과 미숙함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칭찬과 사과에 인색하지 않으면서부터 즐거운 소통의 길이 열린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믿고 사랑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을 궁리하지 않으면서부터 생긴 일이기도 합니다. 소통의 아픔이 없으면 소통의 즐거움도 없습니다.
고백하자면,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라는 책 제목이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안준철 순천 효산고 교사
독자에게아마도 이런 얄팍한 생각 때문이었겠지요. ‘그럼 이 책을 처음 교단을 밟을 교사들만 볼 거 아니야?’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어느 평자의 말처럼, 이 책에는 교직 생활의 시행착오를 줄일 비결이나 노하우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 책의 저자는 길을 묻는 새내기 교사들에게 좀 더 길을 헤매보라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교직 지침서로서 이 책을 구입하는 새내기 교사는 어떤 의미에서 실망할지도 모르겠다는 평자의 말이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웬 변덕인지 지금은 책의 제목이 퍽 마음에 듭니다.
도저히 가망이 없어 보이던 아이들과의 관계가…
어쨌거나 저는 제 이름이 지은이로 되어 있는 이 책을 열 번도 넘게 읽었습니다. 책상 위에 읽다 덮어 둔 책들이 있었지만 자꾸만 이 책에 손이 갔습니다. 그 이유는? 읽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보라색으로 색칠을 한 글씨가 보입니다. 편집자가 독자에게 눈여겨보시라고 강조한 대목들이지요. 그 문장을 지날 때마다 어김없이 저자인 제 가슴도 서늘해졌습니다. 편집자와 저자의 마음의 결이 같다고나 할까요? 참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이 책이 가 닿아야 할 최종 정박지는 바로 독자 여러분들이니까요.
이 책의 부제는 ‘26년차 교사 안준철의 시나브로 교실 소통법’입니다. 편집자께서 지어주신 건데 참 마음에 듭니다. 잘 아시겠지만, ‘시나브로’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란 뜻을 가진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이 책은 도저히 가망이 없어 보이던 아이들과의 관계가 ‘시나브로’ 좋아지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너무 잘하려다보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아이들에게 더디 화를 내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 저주스러운 말을 하지 않는 것, 그 두 가지만 실천해도 아이들 문제로 속상할 일이 적어집니다. 그렇습니다. 소통의 해법은 이렇듯 간단할 수도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일들이 다 그렇듯이 소통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그런 연습을 소홀히 하고 있는 우리 학교 사회의 단면을 아이들이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교사가 한 아이에 대한 믿음을 버리는 순간 교사로서의 존재 의미는 상당 부분 훼손됩니다. 교사로서 할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한 아이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는 것은 교사의 존재 이유를 굳건히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안준철_문학동네_2012
그러다가 조금씩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 책을 추천해주신 이계삼 선생님은 ‘이 책 곳곳에 무장무장 피어오르는 그의 사랑만큼이나 행간 곳곳에 서려 있는 안타까운 교육현실에 대한 깊은 묵상의 흔적 또한 놓치지 않기를’ 부탁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나는 입시교육의 최대 피해자요, 실패한 교육자’라고 고백하는 어느 여교사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날 홀연히 저를 찾아와 듣기에도 민망한 참담한 실패담을 털어놓는 그에게서 제가 느낀 것은 다름 아닌 ‘희망’이었습니다. 그 처절한 실패의 고백이 있고서야 사망 선고 직전인 우리 교육을 살릴 수 있으리라는 판단 때문이었지요.
다음은 이 책의 에필로그에 실린 내용입니다. 이 책의 한계랄까, 모자람이랄까 하는 것을 말씀드리려다가 대신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애정 어린 질책과 격려를 기다리겠습니다.
‘이 책은 교육이라는 큰 그림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 학교의 교실에서 벌어진 교사와 학생 사이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고백하자면, 내가 아이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한 것은 나를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나 자신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서 였다.
그러다가 조금씩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학교의 일상과 통제로부터 그들을 벗어나게 해줄 수도 없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고작 사랑뿐이었다. 지금도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고백하자면,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라는 책 제목이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안준철 순천 효산고 교사
독자에게아마도 이런 얄팍한 생각 때문이었겠지요. ‘그럼 이 책을 처음 교단을 밟을 교사들만 볼 거 아니야?’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어느 평자의 말처럼, 이 책에는 교직 생활의 시행착오를 줄일 비결이나 노하우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 책의 저자는 길을 묻는 새내기 교사들에게 좀 더 길을 헤매보라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교직 지침서로서 이 책을 구입하는 새내기 교사는 어떤 의미에서 실망할지도 모르겠다는 평자의 말이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웬 변덕인지 지금은 책의 제목이 퍽 마음에 듭니다.
도저히 가망이 없어 보이던 아이들과의 관계가…
어쨌거나 저는 제 이름이 지은이로 되어 있는 이 책을 열 번도 넘게 읽었습니다. 책상 위에 읽다 덮어 둔 책들이 있었지만 자꾸만 이 책에 손이 갔습니다. 그 이유는? 읽는 재미가 쏠쏠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보라색으로 색칠을 한 글씨가 보입니다. 편집자가 독자에게 눈여겨보시라고 강조한 대목들이지요. 그 문장을 지날 때마다 어김없이 저자인 제 가슴도 서늘해졌습니다. 편집자와 저자의 마음의 결이 같다고나 할까요? 참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이 책이 가 닿아야 할 최종 정박지는 바로 독자 여러분들이니까요.
이 책의 부제는 ‘26년차 교사 안준철의 시나브로 교실 소통법’입니다. 편집자께서 지어주신 건데 참 마음에 듭니다. 잘 아시겠지만, ‘시나브로’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란 뜻을 가진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이 책은 도저히 가망이 없어 보이던 아이들과의 관계가 ‘시나브로’ 좋아지는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너무 잘하려다보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아이들에게 더디 화를 내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에게 저주스러운 말을 하지 않는 것, 그 두 가지만 실천해도 아이들 문제로 속상할 일이 적어집니다. 그렇습니다. 소통의 해법은 이렇듯 간단할 수도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일들이 다 그렇듯이 소통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그런 연습을 소홀히 하고 있는 우리 학교 사회의 단면을 아이들이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교사가 한 아이에 대한 믿음을 버리는 순간 교사로서의 존재 의미는 상당 부분 훼손됩니다. 교사로서 할 일이 없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런 점에서 한 아이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는 것은 교사의 존재 이유를 굳건히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처음 교단을 밟을 당신에게』
안준철_문학동네_2012
그러다가 조금씩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지만…
이 책을 추천해주신 이계삼 선생님은 ‘이 책 곳곳에 무장무장 피어오르는 그의 사랑만큼이나 행간 곳곳에 서려 있는 안타까운 교육현실에 대한 깊은 묵상의 흔적 또한 놓치지 않기를’ 부탁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나는 입시교육의 최대 피해자요, 실패한 교육자’라고 고백하는 어느 여교사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날 홀연히 저를 찾아와 듣기에도 민망한 참담한 실패담을 털어놓는 그에게서 제가 느낀 것은 다름 아닌 ‘희망’이었습니다. 그 처절한 실패의 고백이 있고서야 사망 선고 직전인 우리 교육을 살릴 수 있으리라는 판단 때문이었지요.
다음은 이 책의 에필로그에 실린 내용입니다. 이 책의 한계랄까, 모자람이랄까 하는 것을 말씀드리려다가 대신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애정 어린 질책과 격려를 기다리겠습니다.
‘이 책은 교육이라는 큰 그림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 학교의 교실에서 벌어진 교사와 학생 사이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고백하자면, 내가 아이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한 것은 나를 방어하기 위해서였다. 나 자신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서 였다.
그러다가 조금씩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학교의 일상과 통제로부터 그들을 벗어나게 해줄 수도 없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고작 사랑뿐이었다. 지금도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