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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지은이가 독자에게]“선생님, 제가 정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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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1-05 16:39 조회 6,23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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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대상으로 지금껏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가 쓴 책은 수없이 많다. 직업이 정신과 의사이고, 또 책을 쓰는 일을 함께 하다보니 웬만한 책은 구해서 읽게 된다. 또, 마침 내가 진료하는 환자들 중에 중고생이 꽤 많다보니 더욱이 그런 종류의 책에 눈길을 더 많이 준다. 들춰보다보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십대 너희 힘들지, 십대의 청소년 심리는 이런 것’, ‘부모와 자식 사이 이렇게 풀어가세요’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청소년기의 심리와 발달과제가 무엇이고 정체성 형성과정에 필요한 일이 무엇이며 어떤 갈독자에게등을 겪게 되는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거나, 이 시기의 마음고생과 갈등을 푸는 방법이나 갑자기 반항하고 자기주장을 하는 질풍노도의 청소년기 아이와 관계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팁을 부모나 교사에게 주는 것들이다. 무척 중요하고 필요한 책들이다. 그런데, 내가 막상 만나보는 아이들은 약간 다른 관점의 궁금증을 갖고 있었다.

“선생님, 제가 정상일까요?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괜찮은 건가요?” “선생님, 신문에 어떤 개그맨 아저씨가 공황장애를 앓는다고 하는데, 그게 뭐죠?” “살인범이 잡혔는데 사이코패스라고 하는데요, 반사회적 인격장애랑 어떻게 다른 거죠?” “저도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어요. 정신과 의사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죠?” 아이들은 자기 마음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내가 진료실에서 아이들에게 “요새 어떤 기분이니?”라고 물으면 “몰라요.”, “짜증나요.”라고 말을 할 뿐 세세한 감정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고, 또 하물며 느낀다고 해도 어른과 나누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 아직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또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용기도 없기 때문이리라 짐작을 해보았다. 그에 반해 아이들은 인간심리와 정신세계, 그리고 병리에 대해서는 지적인 호기심을 크게 갖고 있었다.


하지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신과적 관점에서 본 ‘정상’과 ‘건강함’
아이들의 수요는 이러한데 지금껏 그걸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책은 많지 않았다. 아마도 어른들의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너희들은 힘들 거야.”, “지금 너희의 고민은 정체성 문제야.”라고 단정 지으며 해법을 제시하려고만 했기 때문이 아닐까. 또 아이들은 막상 그리 힘들지 않은데 아이들을 대하는 부모들이 힘들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것이리라.

그래서 나는 그동안 아이들을 대하고 또 강의를 하면서 경험한 십대들이 궁금해할만한 정신과에서 다루는 내용을 담은 책이 한 권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청소년을 위한 정신 의학 에세이』를 내게 되었다. 이 책은 정보 90%와 생각하고 느낄 것을 안겨주는 내용 10%로 구성했다. 과학에 관심 있는 이들이 정재승 교수의 『과학 콘서트』를 보면서 호기심을 채울 수 있듯이, 정신과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신과에서 세상과 인간의 정신세계를 보는 방식에 대해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다루되 너무 어렵지 않게 풀어서 그 전체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이 책은 먼저 정신과적 관점에서 정상과 건강함이란 무엇인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다룬다. 혈액검사나 MRI와 같은 최첨단 진단기법이 아닌 오직 인간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으로 진단을 내려야 하는 정신의 문제에 있어서 정상을 판단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물론 법의학적 관점까지 들어간다면 매우 심오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여기서는 일단 정신과에서 보는 정상의 네 가지 범주인 의학적 요소, 발달적 요인, 범주적 요인, 주관적 심리적 요인으로 나눠서 설명을 했다. 그리고 정상과 건강함이 같은 것이 아니라 약간은 다른 것일 수 있다는 것, 건강함이란 정상보다 그 이상을 지향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 건강한 정신의 필요요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뤘다. 각론에서는 가장 관심을 많이 갖는 정신분석의 역사와 실제, 방어기제 등을 각각 조금씩 소상하게 풀어보려고 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정신세계를 설명하는 데 흔히 사용하는 꿈, 지능, 잠, 융통성, 성정체성 등의 단어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했고, 이후에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정확한 설명을 하기에는 어려웠던 우울증, 망상, 강박증, ADHD, 중독, 거식증과 같은 다양한 정신과적 병리현상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려고 했다.
물론 이 책 한 권이 교과서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어떤 도시독자에게를 처음 방문했을 때 그림으로 표시한 간략한 관광지용 지도가 꽤 쓸모 있듯이, 큰 그림을 그리고, 개념을 파악하고, 흔히 사용하는 용어들을 파악하는 데에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나름 자부심을 갖고 기대한다. 앞으로 정신과 의사를 지망하는 청소년뿐만 아니라, 시사 문제를 정신병리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토론이나 논술을 준비하는 십대나 지도하는 선생님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청소년을 위한 정신 의학 에세이』
하지현 | 해냄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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