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책 읽는 부모]부모가 아이에게서 독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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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1-05 15:44 조회 6,187회 댓글 0건본문
겨우(?) 두 아들의 아빠지만 대한민국에서 부모로 산다는 것은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서툰 탓도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 물정과 타협, 아니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별다른 양육 철학이나 교육에 대한 굳은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되는 대로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힘에 벅찰 때가 많다. 그래서일까. 『대한민국 부모』라는 간결한 제목도 흥미롭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교육이라는 야만의 정글에 갇힌 아이들
『대한민국 부모』의 저자들은 지금도, 최일선에서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그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청소년들의 일들, 예를 들면 폭력과 비행은 물론 학업과 친구 관계 등 청소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아는 사람들이다. 상담실을 찾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부모의 지나친 간섭을 자신들의 질병 혹은 일탈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새벽부터 새벽까지, 학교에서 학원으로, 다시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아이들은 저자들의 말마따나 “교육이라는 야만의 정글”에 갇혀 있다.
물론 스스로 좋아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에게 이 정글은 목을 옥죄는 곳일 뿐이다. 아이들은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기력으로, 일탈로 저항하기도 하고, 때론 부모를 안티하기도 한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서적 발달이 이뤄지지 않는 요즘 학생들의 현실을 지적한 대목은 말 그대로 아찔하다.
“사람과 정서적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 수준밖에 안 되지만 어려운 미적분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갖춘 이들은 주로 좌뇌와 우뇌의 불균형이 문제라고 진단을 받는다. 그 원인은 너무 복합적이어서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말과 더불어서 말이다. 그러나 사실 이들은 정서적인 측면에서 ‘지진아’이며 발달지체를 겪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모들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말하지만, 기실 원인은 부모에게 있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부모 실종 시대”라는 것이다. 요즘 엄마의 역할은 오직 아이의 공부에만 국한되어 있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위장전술일 뿐이다. 대한민국 엄마들은 스스로의 욕심을 위해 오늘도 아이들을 포식한다.
“자신이 가진 것이라고는 아이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삶의 공허를 느끼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엄마들이 하는 일이 바로 아이들 잘 길들여서 삼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이의 성공으로 자신의 삶을 증명하려는 대한민국 엄마들, 아이를 자기 속으로 욱여넣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복제물로 만들려는 대한민국 포식자 엄마들의 이야기다.”
‘나는 부모다’라는 각성이 중요한 까닭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이 어디 엄마들만의 책임일까. 저자들은 오늘 우리 시대의 아빠들의 삶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한다. 돈만 벌어오면, 혹은 무관심으로 자신의 할 일을 다했다고 여기는 대한민국 아빠들도 절반(이상)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자들이 덧붙이는 것이 부부 관계에 대한 진단이다. 스스로 건강한 부부가 되지 못한다면, 그것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되고, 결국 자녀들이 진정한 한 인격으로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저자들은 대한민국 부모들이 자라온 환경을 묘사하며 왜 교육에 이토록 목을 매게 되었는가 짚어낸다. 가파른 산업화, 암울한 정치 환경, 두 번의 경제위기로 끝없이 침잠하는 경제 상황 등등이 어우러져, 결국 우리네 부모들은 교육을 “비빌 언덕 없는 부모들의 유일한 보험”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교육만이 살 길이지만, 그것도 경쟁을 통해 가장 위에 서야만 한다. 시장으로 내몰린 교육은 한 사람만을 승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해답은 없다. 하지만 한번 걸어봄직한 길은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원하는 것을 진정으로 추구하자”면서 우리가 그려나갈 미래를 함께 그려보자고 권한다. 먼저 “나는 부모다”라는 각성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성찰을 물려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나는 부모다”라는 각성은 실로 중차대한 일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저자들의 외침이 있다. 바로 “부모가 아이에게서 독립하라”는 것이다. 아이에게서 독립한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안전한 쉼터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서 독립하라는 저자들의 주장은 닫힌 마음을 두드리기에 충분하다.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아이가 독립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아이에게서 독립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어른이 될 수 있는 궁극적인 길이며 아이들이 자신의 삶과 가치를 구축해나갈 수 있는 가장 올바르며 건강한 여정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부모』
이승욱, 신희경, 김은산 | 문학동네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