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학부모 명예사서]학부모 명예사서와 함께 학교도서관 한 뼘 더 풍성해지기 - 연지는 도서실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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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12-09 17:44 조회 6,734회 댓글 0건본문
딸의 초등학교 입학식 날이었다. 입학식이 다 그렇듯이 연지초등학교의 입학식도 여느 학교와 다를 것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참석하였다. 그런데 연지에는 다른 게 하나 있었다. 딱딱한 입학식에 예상하지 못했던 특별한 순서, 도서실 명예사서 어머니들이 준비한 ‘그림자극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면서 따뜻함을 느꼈다.
사실 학교라는 공간은 딱딱하고 각진 교실과 건물처럼, 짜인 규칙과 경쟁 구도 속에서 아이들이 배움이라는 힘겨운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런 공간에서 느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그 감정을 입학식 날 ‘그림자극 공연’을 보면서 느낀 것이다.
입학식 이후 나는 학교 도서실에 아이와 함께 자주 들렀다. 도서실에서 책도 보고, 아이의 숙제도 해결했다. 나는 다시 대학생이 된 기분을 살짝 느끼게도 해 주는 도서실이 좋았다. 그러다가 사서 선생님의 권유로 명예사서로 활동하게 되었고, 입학식 때 감동 받은 그림자극 팀 ‘까만여우’의 팀원으로도 활동하게 되었다.
까만여우의 공연은 꾸준한 연습과 정성이 필요하다. 남에게 감동을 주는 공연이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님을 다시 느끼며 공연준비를 매주 조금씩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책을 가깝게 느끼게 하고, 읽고 싶은 것이 되게 하기 위한 엄마들의 기쁜 수고다. 한 권의 책이 대본이 되고,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이 인형이 되어 움직이고, 내용에 어울리는 음악과 효과음이 울려 퍼지면 그림자극은 살아 있는 책이 된다. 그리고 공연을 위해 시간과 정성을 쏟은 우리 팀원들은 ‘공연’이라는 또 하나의 자녀를 낳고 키운 엄마가 된다. 그때의 감정은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연지의 명예사서들이 하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사서 선생님을 도와 도서 대출과 반납, 도서 정리 정돈, 책잔치 준비와 진행, 그림자극 공연, 학부모 책읽어주기 멘토링 활동, 어머니 책 읽는 모임 등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그림자극 팀 외에 멘토링 활동과 책 읽는 모임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멘토링 활동은 책 읽기가 필요한 어린이 한 명과 1년 동안 짝이 되어 책을 읽고 독후활동을 하는 것이다. 멘토링 활동 전에는 책과 가깝지 않았던 아이가 활동 후에는 도서실에 들러 책을 읽고 대출도 한다는 사서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 매우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나와 함께한 아이를 학교나 동네 어디에서든 만나면 내 아이 못지않게 반갑게 인사하는데 그 아이 역시 나를 아주 반갑게 여기며 다가와 인사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이에 생긴 친밀감은 어린왕자와 여우가 서로 느꼈을 그 감정이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연지 도서실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가지는 엄마들의 책읽기 모임 ‘다울산책山冊’이다. 사서 선생님이 지으신 이 이름의 뜻은 ‘책과 함께, 우리 아이들을 아우른다’는 것이다. 매주 한 작가의 책 여러 권을 읽고 느낌과 깨달음을 나누는 시간이다. 작가의 손을 떠난 책은 독자의 몫이라는 말처럼 매번 모임 시간에 엄마들의 느낌은 같으면서도 서로 다르다. 나는 이 시간을 통해 나의 생활을 반성하고, 삶의 활력을 얻는다. 같은 동화책이라도 어린이였을 때 읽는 것과 어른이 되어 읽는 것은 그 감동이 다름을 확연히 느낀다.
내가 젊었을 때(잠시였지만) 동화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잊고 살았었는데 ‘다울산책’을 통해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마흔이 넘은 늦은 나이지만, 어쩌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러면서 살짝, 그림을 좋아하는 딸이 동화작가가 되는 것도 좋겠다는 꿈을 대신 꿔 보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딸은 연지초등학교에 입학했고 나는 연지 도서실에 입학한 게 틀림없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연지초에 다니는 아이들은 모두 연지 도서실을 거쳐 등교하고 하교한다는 것이다. 위치적으로도 교문과 가장 가까이 있는 곳이 도서실이다. 정말 멋진 현실이 아닌가! 연지에서 책과 함께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은 복 받은 아이들이다. 그래서 요즘 큰 유행을 얻은 한 가수의 노랫말처럼 “연지는 도서실 스타일!”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