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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책 읽는 부모]아이들은 놀이를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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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1-06 18:33 조회 6,20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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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서울 변두리에 살았던 나는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동네 야산으로 내달렸다. 나와 친구들은 지칠 줄 모르고 산 이곳저곳을 누볐고, 짬짬이 각종 놀이를 즐겼다. 구슬치기와 딱지치기는 물론 비석치기와 오징어포 같은 놀이에 우리는 하루해가 가는 줄 몰랐다. 그런데 잠깐, 우리 아들들은 동네 뒷산에 가는 것을 본 적도 없을뿐더러 뭔가 놀이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우리 아들들이 기껏 할 줄 아는 놀이라고는 컴퓨터 게임이 전부 아니던가.

놀아야 아이다!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는 전작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소나무, 2007)를 통해 놀이가 아이들의 삶에 얼마나 큰 자산이며 축복인지 보여준 ‘놀이밥 삼촌’ 편해문의 책이다. ‘놀아야 아이’이건만 대한민국 아이들은 놀 수 없어 시들고 웃자란다. 저자의 일갈은 실로 무섭기까지 하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놀이가 아이들 삶의 전부라는 진리를 숨기고 지우는 데 거의 성공한 것 같다. 나아가 아이들로부터 스스로 놀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낸 곳도 여럿이다. 아이들 또한 마음껏 논다는 것이 왠지 두렵고 미안하고 부모에게 죄짓는 느낌에 사로잡혀 산다. 놀이의 씨를 말리는 데 어른들은 공모하고 있다.”
실컷 놀아도 시원찮을 판에 아이들은 언제 올지도 모를 시간을 위해 벌써부터 ‘사는 놀이’에 빠져버렸다. TV에서 게임, 이제 스마트폰으로 이어진 아이들의 장난감은 놀이의 무덤이 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는 사실만큼은 여전하다. 그 해결책은 단 하나, 우리 아이들이 ‘장난꾸러기’와 ‘말썽꾸러기’가 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저자는 흥미로운 제안 하나를 더한다. 바로 아이들에게 적당한 일을 시켜야만 한다는 것이다. “일할 줄 아는 아이라야 놀 줄도 안다”는 말이다. 일과 놀이는 모두 몸을 움직여야만 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몸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을 잃어버렸다. 그러니 설거지도 좋고, 청소도 좋다. 양말 하나를 빨아도 좋고 심부름도 좋다. 저자는 엄마와 아빠에게 “공부하는 아이 방해할까 봐 잔뜩 주눅 들지 말고, 이리 와서 좀 거들어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한다. 아니 호통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놀아본 아이들만 놀 줄 안다. 그렇게 놀아본 아이들은 결국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낸다. 기억하는가. 딱지 몇 장이면 해질 때까지 놀았고, 구슬 몇 알이면 끝도 없이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냈다. 딱지치기와 구슬치기가 합쳐져 새로운 놀이가 태어났고, 공기놀이도 수많은 변형이 생겨났다. 같은 놀이이면서도 동네와 지역마다 방식이 달랐던 것은 지역마다 특성이 다른 아이들의 창의적인 생각 때문이다. 수학과 과학 공부를 해야만 상상력과 창의성이 발달한다고? 아니다. 아이들은 놀아야만 상상력이 극대화되고 창의성이 발현된다.

“아이들이 어떻게 두 놀이가 가진 서로 다른 특성을 하나의 놀이로 만들었을까 참 신기했다. 이처럼 놀이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아이들은 이제까지 없었던 놀이를 새롭게 만들어낸다. 아이들 놀이가 이 정도까지 가려면 무지 놀아야 한다.”
저자는 적당히 놀아서는 안 되고, 무지 놀아야 한다고 말한다. 놀면서 웃는 것은 당연하다. 웃어도 호탕하게 웃어야 한다. 그리고 때론 놀면서 울어보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생 살아가는 밑천이 되는 모든 감정을 충실히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놀이밥 한 그릇 퍼줄 때
아이들은 모름지기 놀아야 한다고 말하면, 요즘 세상에 가당키나 한 말이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새벽부터 새벽까지,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들에게 놀이는 그야말로 사치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학교나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놀아야만 풀리는 것이다. “놀면서 수도 없이 지고 이기고,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을 경험”해야만 세상에 나가 무언가에 좌절했을 때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놀이는 결국 세상살이를 단단케 하는, 아이들의 삶의 고갱이인 셈이다.

“놀면서 몸으로 익힌 용기와 긍정의 힘은 놀이 바깥 세계에서 살아 움직인다. 더불어 행복을 찾아가는 힘도 놀이에서 기른다. 왜냐하면, 놀이는 행복을 미래가 아닌 지금 만나게 하기 때문이다. 놀면서 자유와 해방을 만나 그 속에서 행복을 몸으로 느낀 아이라야 행복을 더듬어갈 수 있다.”

놀이는 아이들에게 밥이다. 놀이는 가르칠 수 없는 것이기에 아이 스스로 터득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정성스레 따듯한 ‘놀이밥’ 한 그릇을 퍼줄 때”라는 저자의 말이 큰 울림이 되어 귓전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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