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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저자와의 만난 사람]모두가 귀 기울인다면, 교육대통령 그리고 교육의 변화 - 이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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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1-06 18:19 조회 7,03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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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정
서울북공고 교사,『교육대통령을 위한 직언직설』저자

변화를 기다리는 사회, 교육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로 교사와 교사가 만났다. 학교 현장에서의 여러 고민들을 꺼내어 변화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포개어 봤다. 따라가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는 앞선 생각들, 교사부터 학부모부터 차근차근 널리 함께한다면 나아지지 않을까. 그렇게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면 중요한 선택과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내신의 혁신–무학년 학점제, 고교평준화, 절대평가제
권현숙 저는 『교육대통령을 위한 직언직설』에서 ‘내신제도 혁신’ 부분을 주의 깊게 읽었고, 저도 그렇게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무학년 학점제도는 선진국에서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이 제도를 정책적으로 도입하면 단시간에 될 수 있을까요?

이기정 책에서 무학년 학점제를 부각시키긴 하지만, 내용으로 보면 그게 내신제도 개혁이지 않습니까? 핀란드형 내신제도라 해도 괜찮고, 미래형 내신제도라 해도 괜찮은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내신제도를 뭐라고 부를까에 대해서 합의된 이름이 없어요. 그래서 무학년 학점제도라고도 하고, 또 다른 이름을 붙여보기도 하는 건데, 아무튼 새로운 내신제도의 한 내용이지요. 그리고 거기에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 교사별 평가, 절대평가, 교재에 대한 교사의 대폭적인 선택권 보장 등이에요. 이게 선진국의 개념으로 보면 당연한 건데, 우리나라의 내신제도는 수십 년간 고착화된 학년별 평가 체제로 있어왔고, 학생들에게 폭넓은 선택권을 주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실행이 어려운 정책이에요. 이 제도가 정착되려면 과도기적 혼란을 필연적으로 겪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과연 그 과도기적 혼란을 감내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회의가 들어요. 그리고 필연적으로 현 내신제도의 입시 변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죠. 학생에게 선택권을 대폭 부여하게 되고, 교사마다 평가가 달라지고, 거기다가 절대평가가 되니까요. 절대평가, 교사별 평가, 학생 선택형 무학년 학점제가 도입되면 사실 입시 변별력은 없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지금의 내신제도가 갖고 있는 장점도 분명히 있죠. 강남 1등과 강북 1등을 똑같이 취급 해주는 것이요. 이 부분은 분명히 우리나라 교육 양극화 현상 해소에 기여하는 바가 있거든요. 그런데 사라질 우려가 있죠. 그리고 지금 고교평준화가 사실상 깨진 상태에서 특히 학교 내신제도의 입시 변별력이 상실되면, 수능으로 갈 수밖에 없죠. 또는 논술로 가든가. 그러면 특목고가 절대적으로 입시에 유리하게 돼요. 이런 제약들로 인해서 실행되기 쉽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이걸 실행하려면 적어도 고교평준화는 해주어야 하고, 당분간 수능 중심의 입시를 감내할 수 있어야 하죠. 그리고 학교가 여기에 적응하는 시간도 몇 년은 필요하고요.

이호은 이렇게 교육정책을 바꾸려고 하면 국민 다수의 합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교육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나 일선 교사들이 아주 체계적으로 연구를 통해 구체적인 대안들을 내서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기정 분명한 사실은 교사별 평가라든가 절대평가는 고교평준화가 이루어지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고교평준화는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큰 혼란 없이 할 수 있어요. 매년 신입생을 일반계 고등학교와 똑같이 배정하면 됩니다. 고교평준화가 되면 특목고와 자사고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고교 입시가 폐지되겠죠. 고교평준화가 되면 중학교에서 교사별 평가라든가 절대평가라든가, 교과서 선택의 자유라든가 이런 선진국형 내신제도의 상당 부분을 실행해서 어떤 성과를 보는 게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무현 우리나라의 경우는 솔직히 부존자원도 부족하고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인적자원밖에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면 분명히 영재성이 있는 아이들을 더욱 키워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입시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하고, 특수목적고가 있으면서 그 아이들의 장점을 교육적 차원에서 계속 살려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기정 제가 특목고를 없애고 평준화로 가야 한다고 한 것은 거칠게 이야기한 것이고요, 최근 등장한 마이스터고나 예술고, 체육고 같은 특수목적고는 당연히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반고의 황폐화를 방지하기 위해 자사고는 폐지되어야 하고요, 제가 볼 때 외고는 이제 영재의 개념하고 안 맞는다고 봐요. 단계별 수업을 통해서 영어를 선택한 아이들은 영어를 많이 할 수 있게, 제2외국어를 정한 아이들은 제2외국어를 많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일반고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과고는 분명 천재성, 영재성 개념이 적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과고를 영재학교로 두는 건 괜찮다고 봅니다.

이무현 『교육대통령을 위한 직언직설』에서 말씀하셨던 선진국형 내신제도라고 하면 일단은 교사들의 신뢰도가 높아야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우리나라 교육 여건에서는 뭘 해도 학부모들이 불만을 표시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교사들의 신뢰도가 얼마나 확보가 되느냐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기정 지금 우리나라 교사들의 대부분은 1980년대 학력고사 패러다임의 수업에서 못 벗어나고 있어요. 약 삼십 퍼센트 정도는 수능으로 옮겨 가 있는데, 논술로는 거의 1, 2퍼센트로밖에 못 옮겨 가 있어요. 그리고 70퍼센트는 학력고사 패러다임입니다. 열심히 수업해도 논술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수능에는 조금 되고, 그러니까 수업이 잘 되도 아이들은 학원에 대한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죠. 그래서 교사들이 수능 패러다임으로 수업을 옮기거나, 논술 패러다임으로 수업을 발전시키고, 나아가서는 이것도 넘어서야 돼요. 그런데 사십만 교사가 동시에 도약해서 수능, 논술 패러다임으로 확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내신제도에 의하면 모든 교사가 한꺼번에 도약해야 돼요. 시험도 동일하고, 교재도 동일하고, 수업도 어느 정도 동일하니까요. 결국 일부 교사들부터 갈 수밖에 없다고 봐요. 좀 더 몸부림 치고, 좀 더 그쪽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교사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 교사들부터 가고, 나머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봐요. 모든 교사들이 차원을 높이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죠. 그런데 그 과도기 동안에는 교사들 사이의 격차가 엄청날 겁니다. 지금은 수업의 격차가, 사실은 말 잘 하느냐 못 하느냐의 격차에 불과하거든요. 교과서를 쌈박하게 정리하느냐, 좀 어눌하게 정리하느냐의 격차, 이 정도의 차이밖에 안 돼요. 그런데 교사들이 수업의 차원을 마음껏 높일 수 있게 되면, 어떤 교사는 프로젝트 수업, 논술식 수업, 토론식 수업으로 마구 가고 있는데 어떤 교사들은 못 가고 있는 경우가 생길 수 있거든요. 그럼 교사들의 불만은 더 심해지고, 학부모들도 불만을 제기하겠죠. 그런데 이 단계는 필연적으로 거칠 수밖에 없다고 봐요.

이호은 지금 말씀하신 건, 일단은 무학년 학점제에 교사별 평가가 도입됐다는 것을 전제했을 때를 말씀하신 거죠?
이기정 네.
이호은 한 가지 더 여쭙고 싶은데요, 선생님이 이야기하신 교과 활동을 함에 있어서 학교도서관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이기정 상식적으로 만약 학교 수업이 수능 패러다임으로 가면 책을 더 많이 읽어야 돼요. 논술 패러다임으로 가면 더 많이 읽어야 되죠. 꼭 입시를 떠나서 더 바람직한 교육으로 가도 아이들이 독서를 더 많이 해야 하는 게 맞아요. 그러면 당연히 도서관은 학교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하죠. 그런데, 도서관에 한 명 배치해 놓고 말아요. 만약에 방과 후에 학생들로 붐비는 곳이 있어야 한다면, 그건 보충 수업도 아니고 어두운 자습실도 아니죠. 운동장, 동아리실, 그리고 도서관이어야 해요. 따라서 저는 방과 후에 도서관 문을 닫는 건 안 좋다고 봅니다. 도서관은 더 열려 있어야 돼요. 그러려면 선생이 있어야 하죠. 그러면 방과 후에 근무하는 인력도 있어야 되고, 그게 아니라면 지금 교사들이 돌아가면서 자습실 지키듯이 돌아가면서 도서관을 지켜야 하죠. 아무튼 사서교사나 사서가 하는 역할이 많아진다는 거죠. 도서관 전담인력이 학교마다 두 명 이상은 있어야 해요.



교과서 자유발행제, 교사의 교과서 선택권
이호은 지금 아이들의 학력이 전체적으로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건 선생님들이 일선에서 많이 느끼실 거예요. 아이들이 말을 해도 이해를 못하거나, 아주 단순한 시험문제인데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다고 시험 시간에 질문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리고 나중에 딴소리 하죠. 너무 받아먹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자기창조능력이 굉장히 떨어져요. 그런데 문제는 교과서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거죠. 지난해인가에 개정된 교육과정에 의하면, 초등학교부터 한 학년씩 단계가 올라가 있어요. 이미 초등학교 6학년 단계에서 과거에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공부해야 했던 것들을 배우고, 문과 수학 같은 경우에 적분과 미분을 다 공부해야 할 정도로요. 왜 적분과 미분이 문과에서 국문과, 영문과를 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지 모르겠지만, 다 해야 한다고 하니까 배우는데 점점 어려워지는 거죠. 사실 선생님들이 느끼기에는 아이들의 기초 학력은 떨어지고 있거든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이기정 기초 학력을 높이는 건 좋은데, 무학년 학점제를 하면서 수평적으로 아이들의 선택 폭이 넓어져야 한다고 봐요. 영어 안 하고 수학 안 할 수 있어야 하고, 영어 안 하고 제2외국어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리고 수평적 차원에서의 선택성도 있지만, 단계별 상하층의 자유도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수학 잘하는 아이들이 양성되어야 하는 건 맞아요. 다만 어떤 아이들은 그 밑의 단계에서 그칠 수 있어야 하고, 또 자기 단계에서 이해할 수 있는 수업을 들어서 올라갈 수도 있어야 해요.

이호은 일반적으로 평준화 했을 때, 교사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아이들의 이해도라든지 학력이 떨어진다는 것에 대해서는요?
이기정 그것도 전반적으로 떨어졌을 수는 있지만, 몇 개 과목은 단계별로 극복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들이 조금 낮으면 교사가 내려가는 수밖에 없죠. 그래서 올려야죠.

권현숙 지금은 학생 수가 많으니까 중간 정도 수준에 맞춰서 수업을 할 수밖에 없고, 아주 못 하거나 아주 잘 하는 아이들은 놓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단계별로 하면 교육과정에 따라서 내려갈 수 있으니까 학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겠네요.
이기정 예를 들어서 일부 영어, 수학은 수준별 수업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수준별 수업이 의미가 없는 이유가 시험이 같고, 수업이 같아서예요. 그런데 단계별 수업을 해주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권현숙 그러려면 교과서 자체도 단계별로 바뀌어야겠네요.

이기정 네. 그래서 무학년 학점제의 조건 중의 하나가 교과서 자유 발행이에요. 교사가 얼마든지 쓸 수 있어야 해요.
이무현 그런데 교과서 관련해서는 가장 민감한 게 역사 파트거든요. 사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남북한으로 갈려져 있고, 사상적이고 이념적인 게 있기 때문에 지금 교과서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많아요.
이기정 크게 말하면 자유인데, 그 자유를 더 많이 줄 수 있는 것은 이념적 영향을 덜 받는 수학이나 영어예요. 이 과목들은 사실 허가제 정도만 하고, 극단적으로 이상한 것만 골라내면 대개 가능하거든요. 그런데 국사는 어느 정도 좀 검열을 거치면서 다양화 시키면 되죠.

이무현 저는 국사는 광범위한 제도권 안에서의 국정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이기정 서양의 경우는 교과서가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있어도 교사의 재량권이 아주 커요. 무학년 학점제와 교사별 평가니까요. 특히 프랑스의 경우는 거기서 유학하고 온 교수가 그러더라고요. 교과서가 있지만 교과서를 아예 안 사는 아이들도 많다는 거예요. 교과서는 하나의 자료고 거의 대부분 교사가 만든 텍스트로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호은 우리나라도 지금 교과서를 어떤 자료로만 사용하고 교사가 재구성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게 사실상 불가능하거든요.

이기정 합의를 안 보면 불가능하죠. 그러나 교사별 평가가 시행이 되고, 자기 능력이 되면 시도할 수 있죠. 아무튼 교과서 자유 발행제가 시행되어야 하고, 교사의 선택권이 대폭 강화되어야 합니다. 다만 과목별 편차는 있고, 그 중에서 제일 까다로워야 하는 게 국사라는 건 동의합니다.

이무현 현재 내신 체제에서는 수준별 수업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좀 문제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데요.
이기정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죠. 시험이 동일하면 안 돼요.
이무현 그런데 다른 교과물로 시험을 본다고 할지라도 어쨌든 학생들 사이에서는 서열화가 될 것 아닌가요?

이기정 부작용은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욕심은 있으니까요.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 문화가 그 정도는 감당해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기하게도 이미 사교육은 단계별 수업을 하고 있어요. 학생들은 학원이 너무 쉬우면 그만 두고 더 높은 단계 학원으로 가요. 이해 못하면 학원을 그만두고요. 그래서 학원은 저절로 단계가 맞춰져요. 그리고 또 큰 학원은 한 학원 내에서 맞추는데, 동네의 작은 학원들은 중고등학교가 섞여서 수업하는 데가 많습니다. 그런데 큰 문제가 없거든요. 그래서 학교도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하지 않겠느냐 생각해요. 앞으로 교육 중심 학교제도가 세워지면 교장도 교사도 교육에만 전념할 텐데 그 정도 부작용쯤은 통제 가능하지 않겠나 생각해요. 무리하게 올라가려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고, 우수한 반만 맡으려는 교사도 있을 수 있어요. 물론 어떤 교사들은 실력이 안 돼서 미리 물러날 수도 있을 거예요. 어떤 학교는 물러나기만 하려는 교사들이 더 많을 수도 있고, 어떤 학교는 올라가기만 하려는 교사들이 많을 수도 있어요. 그건 결국은 교장의 운영 능력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어요. 이런 문제들이 생기겠지만 그 정도는 통제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보는 겁니다.



무학년 학점제와 진로교육
권현숙 우리나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내 아이를 어떻게든 최상위 그룹에 올려놓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갈망이 사회적으로 계속 팽배해 있는 동안에는 어떤 제도를 도입을 해도 결국은 그걸 극복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기정 보통 학부모의 욕망이 크다는 건 사실이라서 제약이 있어요. 인식이 변해야 되는데, 조금씩 바꿀 수밖에 없잖아요. 사회의 양극화가 좀 해소되거나, 복지가 조금 강화되면 욕망이 줄 수도 있겠죠. 저는 지금의 이 욕망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학부모들이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고 싶어 하는데, 한편으로는 학부모들이 자식의 상황을 알아요. 그런데 학교는 그 아이들까지 몰아붙이고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학부모를 만나보면 전문대만 가도 된다고 말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그런데 그 아이들까지 다 높은 단계의 수학, 영어를 몰아쳐서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영어, 수학 안 하면 안 되니까 사교육이 생기는 면도 있죠. 또 그 아이들이 학교에서 엎어져 자고 떠들고 하니까 잘하는 아이들이 엉터리 같은 수업 분위기를 감당하지 못해서 사교육 하는 것도 있고요. 학부모들이 욕심을 줄여야 하는 건 맞아요. 그런데 자식을 다 높은 학교에 보내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얘기하면 깨닫기도 해요. 다만 지금의 학교 교육은 그보다 더 아이들을 강요하는 면이 있어서 개선의 여지는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권현숙 선생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이 있나요?
이기정 저는 이상향을 꿈꾸지는 않았어요. 없는 건 아닌데, 하여튼 지금 입시가 존재하고, 대학 서열화가 있어도,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그 부분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육 중심 학교제도도 지금의 입시와 대학 서열이 있는데도 가능한 거예요. 입시에도 도움이 되지만 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거죠. 무학년 학점제도 지금 입시 제도에서 가능하다고 보는 거예요. 아까 말했듯이 수많은 혼란이 있기 때문에 힘든 건 있지만, 그래도 지금 사회제도 속에서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좋게 만드는 걸 꿈꾸는 거죠.

이호은 대학 서열화의 완화 등과 관련해서 중학교에서 아이들의 진로교육을 한동안 굉장히 부각시켰었잖아요. 그런데 중학교, 고등학교 아이들한테 지금 너의 진로를 정하라고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기정 너무 빠르죠. 분명 진로교육이 필요한데, 입학사정관제도 좀 그런 경향이 있잖아요. 진로를 일찍 정할수록 점수를 더 많이 주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부분이요. 입학사정관들이 절대로 아니라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진로를 빨리 정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게 아니거든요. 미국은 아예 대학 입학할 때 전공도 없이 입학한다고 하잖아요. 아이들은 계속 변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이무현 사실 현재 과학고나 영재고 같은 경우는 진로 희망이 바뀔 수 있는데, 3년 동안 일관성 있게 쭉 와야 학생한테 굉장히 많은 플러스 점수를 주더라고요.
이기정 그 편향을 항상 조심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위에서 억지로 밀어붙이는 게 있어서 밑에서 교육하는 사람들이 그 편향을 다 소화를 못 하죠. 교육 중심의 학교제도가 되어서 다 녹여내야 하는데 꼭 편향에 빠집니다. 입학사정관제도 어렸을 때부터 진로를 정해야 된다고 해서, 생활기록부를 일관되게 바꾸지 않습니까.

이무현 중학교 때 분명한 꿈과 목표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한 반에 한두 명은 있을까 싶어요.
이호은 진로교육이 창체라는 어떤 교과 안에 들어와서 교과서가 만들어지고 시스템 안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게 타당한가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이기정 세상에 직장이 수만 개인데 아무리 좋아도 진로교육을 할 수 있는 건 수십 개밖에 안 돼요. 그래서 아이들한테 몇 개의 직종을 편향되게 알려줄 수밖에 없어요.

이호은 우리가 무학년 학점제를 해서 학생 스스로 좋아하는 쪽의 수업을 자연스럽게 듣는 것이 자기를 돌아보고 자기 재능을 발견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기정 그래서 교육 중심 학교제도가 중요하다고 봐요. 진로교육은 당연히 느려야 되는데 꼭 편향으로 빠지고, 인성교육도 수업 시간에 급하게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극단화되고 편향으로 빠지는 것들을 제대로 하려면 학교 교육의 역량이 높아져야 하는데, 그러려면 교육 중심 학교제도로 가야 한다는 것이죠.

업무 중심 조직체계에서 교육 중심 학교제도로
이호은 말씀하신 대로 많은 교사들이 학력고사 패러다임의 수업을 하고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학부모들을 만나보면 학교를 믿지를 않아서 대안학교를 찾아요. 입시 위주의 교육을 벗어나서 정말 자기들이 원하는 교육을 하고 싶다는 거죠. 이런 현상에 대해 저는 공교육 교사로서 책임도 있다고 생각해요. 교사로서 정말 수업에 충실했느냐, 그런 부분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이와 관련해 선생님께서는 업무 중심 조직체계를 교육 중심 학교제도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는데, 사실 교사들이 일선 학교에 있을 때 수업에 관한 이야기를 할 시간이 별로 없어요. 교무행정업무 처리할 게 많아서 수업 연구하기도 쉽지 않아요. 아이들은 엎어져서 자니까 그걸 깨워서 하려면 뭔가 다른 새로운 교육 방법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건 혼자 독립운동 하듯이 몇몇 교사가 엄청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밖에 없거든요. 이런 점에 대해서는 책에서 구체적으로 많이는 안 다루셨던데요.

이기정 교육 중심 학교제도로 가는 것은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해요. 선진국의 경우 행정업무를 다 넘기고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하는 것은 상식인 것 같은데, 별로 부작용이 없어요. 다만, 당분간 업무의 혼란은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교사들이 놓으면 교무행정업무 전담직원이 받아서 체화해야 되잖아요. 이분들이 체화하는 데 몇 년은 걸리겠죠. 그때까지는 업무의 혼란은 있을 텐데, 이 업무의 혼란은 교육의 혼란으로 직결되진 않거든요. 쉽게 극복이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이무현 그런데 사실 행정적인 다른 업무 외에 담임 업무도 굉장히 많거든요.
이기정 애들을 만나는 업무는 도리 없습니다.

이무현 조사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죠.
이기정 그런데 그것도 상당 부분 넘길 수 있다고 봐요. 그러니까 아이들 인성교육 말고는, 우리가 조사해서 쓰지 않습니까, 이런 것도 다 넘길 수 있죠. 그리고 사실은 생활기록부 입력에도 동시 입력하는 것도 있지 않습니까? 학년 전체 동시 입력도 많은데, 일일이 담임들이 입력하지 않습니까? 재량 활동 몇 시간 이런 것도 다 그들이 해야죠. 담임이 아니면 못하는 것만 교사가 하면 되고, 나머지는 행정업무전담 인력이 더 잘 할 수 있는 거죠. 왜 굳이 학급별 입력입니까? 학년별 입력이면 되지? 다 똑같은 걸.

이호은 그러면 또 어느 반이 입력 안 했다고 나중에 난리 나죠.
이기정 그러니까 오히려 수많은 혼란이 있지 않습니까? 몇몇만 미세조정 하고, 전문가들이 일괄 입력하면 될 것 같아요. 우리는 학생의 인성교육과 생활에 대한 것만 입력하면 되고, 상당 부분은 넘길 수 있다고 봅니다.
권현숙 어떤 분들은 그렇게 말씀하세요. 정보화가 되면서 일이 더 많아졌다고. 정보화가 되면 인력이 감축되고 일이 줄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일이 점점 더 많아졌다는 거죠.

이기정 지금 고등학교 기준으로 따지면 교사들 평균 시수가 열일곱 시간이거든요. 보통 하루에 서너 시간인데 오십 분짜리가 서너 시간이니까 실제로 네 시간 하면 많은 시간이에요. 만약 우리가 잡무에서 완전히 해방돼서 수업과 아이들 인성교육을 한다면 나머지 다섯 시간 중에서 두 시간 정도를 수업 시간에 쏟고, 두 시간 정도를 인성교육에 쏟고, 한두 시간 정도를 쉬기만 해도 엄청난 겁니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이렇게 하는 게 아이들 인성교육 같은 걸 더 잘 하기 위해서잖아요. 수업도 더 잘하기 위해서 그쪽으로 시간을 쏟는 건 어쩔 수 없죠. 그러니까 학원과 똑같을 순 없습니다. 학교는 학원이 아니니까 인성교육을 위해 학원보다 수업 경쟁력이 약간 떨어지는 건 운명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봐요.

이무현 그럼 학급당 학생 수가 줄면 가능할까요?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이기정 어떤 사람이 말하더라고요, 초중고 학교에 투자하는 비용이 서양과 우리나라가 GNP 대비 비슷한데, 왜 서양은 학급당 인원이 적고 우리는 이렇게 많으냐고요. 여러 가지 이유가 많지만 그 중에 하나는 교사 월급이라고 말하더라고요. 아무튼 학급당 학생 수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잖아요. 그걸 이용해서 서서히 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다만 담임이 하는 상당수 행정이나 사무와 관련된 업무를 전부 교무행정업무 전담직원에게 넘긴다면 담임 활동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학급당 학생 수도 준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만약에 무학년 학점제가 정착되면 담임제는 깨지는 거죠. 물론 담임제도가 가지고 있는 좋은 점이 있어요. 초등학교에서는 정서적인 측면을 생각할 때 담임제를 깨면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정도 되면 담임제는 깨는 게 낫지 않나 싶어요.

합리적 교원평가는?
이호은 『교육대통령을 위한 직언직설』에서는 다루지 않았는데, 저희가 학교 현장에 있을 때 항상 선생님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게 실적주의거든요. 승진제도와 관련이 있지만, 학교평가, 이런 것에 따라서 교원성과급을 학교별 차등지급하는 것 같은 것이요.

이기정 당연히 없애야죠.
이호은 네. 모든 것을 다 실적으로 보여야 하기 때문에 그런 실적주의적인 교육행정들로 너무 피해가 큰 것 같아요.
이기정 사실 교사의 자발성에만 맡기는 것은 낭만주의일 수도 있어요. 뭔가 당근과 채찍을 조금은 써야 하죠. 그런데 지금 당근과 채찍이 다 엉터리잖아요. 오히려 부작용만 낳고요. 하여튼 부작용이 있는 당근과 채찍은 다 없애야죠. 그러고 나서 진짜로 조심스럽게 당근과 채찍을 하나씩 늘려나갈 필요는 있겠죠.

이무현 그럼 교원평가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을 평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기정 저는 중고등학교에서는 있어야 된다고 봐요. 다만 아이들의 선택권 보장이 안 되는 지금의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원하는 게 수업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버려 두기를 바라는 학생들도 많아요. 이런 억지로 하는 지금의 시스템과 교사 평가는 좀 안 맞는 면이 있죠.

이무현 어떻게 보면 인기주의에 부합해서 하는 선생님들한테는 아이들이 좋은 인식을 갖게 되고, 잔소리를 하고 야단도 치는 선생님은 아이들이 나쁘게 평가를 하게 될 거라는 거죠. 그렇게 되면 솔직히 이성적인 평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선생님들로서는 감정도 상하게 될 것이고, 교직에 대해서 회의감도 느끼게 될 것이고 문제가 될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대대적인 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기정 저는 있냐, 없냐로 물었을 때에는 어떤 식으로든 있는 게 플러스인 면이 있다고 봐요. 어떻게 있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약간 애매하게 있어야 한다고 봐요. 딱딱 나누는 식으로 있으면 안 된다고요. 무학년 학점제 같은 걸 선택형으로 하면 아이들이 조금 더 수업을 충실하게 하는 쪽으로 점수가 가겠죠. 그런데 수업이 전부가 아니니까, 게으르고 나태한 교사한테 자존심 상하게 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봐요. 지금은 너무 거칠게 도입하는 면이 있어요. 학부모들의 인식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당분간 필요하다고 보는데, 지금과는 달라져야죠.

이무현 삼진아웃 같은 걸 도입한다고 하면 솔직히 선생님이 학생과 학부모의 입김에 너무 많이 휘둘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생활기록부도 공개를 해버렸잖아요. 그걸 보고 왜 우리 아이한테 이렇게 썼느냐고 공개적으로 항의를 하면 교사는 정직하게 썼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정직하게 기록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게 되죠. 이런 부분에서 교권이 엄청 침해를 받는 것이기도 하고, 더 이상 교사의 생활기록부나 추천서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권현숙 저는 생각이 좀 다른데요, 평가제도를 안 하다가 이제 도입을 새로 하다보니까 아이들이 교수법이나 전반적인 것에 대해서 평가해 본 적이 없어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아이들을 위해서 수업 준비를 많이 하고, 또 야단을 치더라도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 아이들이 제대로 평가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학생 중심 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호은 저는 학생 중심 평가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아요. 저도 교원평가를 받았는데, 학부모 평가에도 선생님의 수업적인 면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들어 있더라고요. 물론 공개수업을 한다고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선생님의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을 텐데,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 하는 평가가 과연 공정할까 싶어요. 그리고 교사들이 동료 교사를 평가를 하는 것도 어렵죠. 사실 동료들의 수업을 들어가 볼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잖아요.
이기정 제가 생각하는 교원평가를 만약에 한다면 학생평가만 하면 되는 거고, 그리고 상중하로 묻거나 수우미양가로 물으면 돼요.

이호은 학부모 평가가 굳이 필요하다면 인성교육이라든가 아니면 서술형 평가라든지 그런 정도로 해야 하는데, 평가 항목이 너무나 많아서 나중엔 도대체 이 항목이 무엇을 묻는 건지도 몰라요. 그리고 담임 평가는 그래도 담임이니까 관심이 있다고 보는데, 모든 교과 평가를 다 하거든요. 그러면 과연 이 과목 선생님의 수업에 대해서 어머님들이 얼마나 알고 평가를 하실까 궁금하더라고요.

이기정 교원평가를 할 때 실질과 실용을 생각 안 하고 관료적 틀에서의 완벽함만 생각한겁니다. 사실 교원평가의 주목적은 수업에 있다고요. 교사한테 약간의 채찍을 주는 거잖아요. 그러면 아이들에게 수업에 대한 평가를 상중하나 수우미양가로 받아서 당신의 점수가 이 정도라고 알려주면 교사들이 그걸로 자극을 받겠죠. 그 정도 자극은 지금 우리나라 실정에서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가볍게 가면 돼요. 지금 교원평가 하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쏟지 않습니까. 학교의 교감과 교사들 한두 명이 달라붙어 있지 않습니까? 잡무가 늘었습니다. 그럼 뭐가 나쁘냐에 대해서는 교사들이 아이들한테 설문지를 돌려서 자기가 부족한 걸 찾으면 되죠. 그건 자율적으로 맡기면 되는 거고, 하여튼 긴장감을 높여주는 채찍은 좀 필요한 면이 있어요. 그리고 교사가 봐도 아이들이 봐도 문제인 교사들이 극소수 있죠. 이런 교사들에게 스트레스를 좀 더 많이 주는 것도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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