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함께 읽는 사람들]어제보다 오늘이 더 멋진 나를 위하여 — 대평중학교 학부모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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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2-11 16:20 조회 6,988회 댓글 0건본문
언젠가 K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책 읽기의 유혹>을 본 적이 있다. 일과를 마친 후 삼삼오오 모여 책 내용과 작가에 대해 토론하는 직장인들, 꿀벌 제집 드나들 듯 이동버스 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 2km 반경 내에는 반드시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는 법령에 의해 버스 도서관이 활성화 되어 있는 시스템은 사서인 나를 흥분시켰다. 특히 “인구가 적기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인재로 키워야 한다.”라는 핀란드 총리의 말은 비장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우연히 시청한 TV 다큐멘터리에서 핀란드 국민들의 독서습관과 이를 사회시스템으로 정착하게 한 핀란드(정부)가 부러워 우리만의 독서 동아리를 만들었다.
독서 동아리를 만들고 어언 3년이 지나고 있다. 한 번쯤은 동아리 설립의 취지대로 가고 있는지,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기다. 이쯤에서 독서 동아리 회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목소리 하나! : 우리의 심상치 않은 만남(박경희)
처음에 ‘독서모임’이란 말을 들었을 때 별로 망설임이나 거부감이 없었다. 책은 어렸을 때부터 늘 나와 함께하고 나를 성장시켜준 친구였기 때문이다. 한 편으로 공기나 물처럼 늘 곁에 있어서 고마운 줄 모르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이가 인생의 절반쯤에 서고 보니, 그동안 나름대로 다독을 했고 책으로 인해 많은 깨달음과 실천을 했다고 자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 있는 나와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나의 편협한 잣대로만 책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읽는 독서를 벗어나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공감과 소통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의 편견과 경솔함을 깨달아 인생의 진리와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독서의 완성이며, 힐링이 아니겠는가.
목소리 둘! : 내가 누리는 ‘같이’의 행복(조상희)
공식적인 책모임은 물론이고 우리는 자주 만난다. 함께 만나 전혀 좋아하지 않던 장르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읽은 책과 관련한 전시회도 같이 가고, 모여 바느질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봉사활동을 가기도 했다. 독서를 매개로 한 새로운 인간관계, 어울림, 공동체, 이해하고 공감하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통해 도전하고 활력을 얻는 장이 된 것이다.
모임은 늘 새로운 시도를 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아이들과 ‘성호사설 선집’을 강독했고, 겨울방학에 두 번째 강독회를 계획하고 있다. 요즈음은 2주에 한 번씩 함께 읽기로 정한 책 외에, 토론 시작 전 30분간 『채근담』을 윤독하고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의 무지를 인정하고, 익숙한 것들에서 어떤 낯섦과 조우하여 ‘생각’을 하게하고, 그 사유를 통해 조금씩 키워가는 소중한 시간이다. 또한 그동안 한 권씩 그때그때 읽을 책을 정해왔던 방식을 바꾸어, 11월부터는 월간 테마를 정하고 그 테마의 범주 아래에서 2권의 책을 선택하여 읽고 있다. 11월은 철학을 주제로, 『철학이 필요한 시간』과 『철학에세이』를 읽었고, 12월에는 음악과 미술에 관한 책을 읽을 예정이다.
목소리 셋! : 토론으로 쌓아가는 소통의 시간(이은경)
처음 들어간 모임은 그리 만만한 자리가 아니었다. 모두들 독서에 대한 내공이 있어서 일까 서로 주고받는 대화에서 난 한마디도 못하고 듣고만 오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내 생각을 펼치지 못하고 남의 이야기만 듣다보니 나의 가치관은 없는 것인가, 난 왜 말을 못할까 비애감에 빠질 때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난 그저 초라한 내 자신을 허탈해 하며 자신감을 잃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만남의 횟수가 느는 만큼 책 읽는 속도도 빨라졌고, 책의 재미에 빠지게 되어 회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여러 분야의 책에서 다양한 삶을 맛보고, 생각을 만들고, 실천하는 행동들이 늘어갔다. 한 사람 두 사람의 의견이 모이니 하나의 큰 틀이 생기고, 새로운 생각들이 샘물처럼 솟아났다. 나는 오늘의 모임에서도 나름대로 듣고, 느끼고, 깨달아 가져가는 보물이 꽤 여러 가지인 것이 뿌듯하다.
목소리 넷! : 우리의 멋진 미래(조상희)
첫 아이가 중학교에 막 입학한 후, 그때는 아이가 나인지 내가 아이인지 뒤엉켜 탯줄을 아직 끊지 못한 듯-탯줄을 잘라내지 못한 것은 물론 아이가 아닌 나였지만–존재하고 있어서 누구를 위함이었는지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모임에 나와 책을 읽으며 발견한 것은 생의 진리나 현자들이 전한 지식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엄마 이전의 나를 발견하고, 새로 마주친 인연으로 인해 성숙해 가는 나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책과 사람들에게 배우고 위로받고, 회원들이 각각 쌓아온 개인의 역사가 또한 책이 되어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을 하게 될지, 어떤 책을 읽게 될지, 어떤 인생을 배우고, 어떤 ‘나‘를 만들어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읽음을 사랑하고, 함께 읽는 기쁨을 즐기고, 새로운 부딪힘으로 생기는 향기와 음악을 주위에 전해 줄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뤼스 이리가라이가 확신한 대로 우리는 타자와의 공존이 가능한 엄마라는 이름의 여성적 감수성이 풍부한 존재가 아닌가? 차이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포용하고,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우리가 그 차이들 간의 모순을 통해 발전해 나갈 날들을 기대해 본다.
목소리 다섯! : 가슴에 남는 책 두 권(김현숙)
『즐거운 나의 집』(공지영)의 세 자녀가 각각 다른 성을 갖게 된 내용은 좀처럼 와 닿지 않아 두 번을 놓아버렸다. 그 후 우연히 그녀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고 그녀의 모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중 『지리산 행복학교』의 자발적 가난과 느림의 삶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와 작가와의 어우러짐은 나를 미소 짓게 했다.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작가별로 읽는 방식을 시도해 본 계기가 되어준 그녀의 새 책을 지금 기다리고 있다.
그에 반하여 『넙치』(권터 그라스)는 망치 같은 책이었다. 독특한 서술방식은 낯설었고 어느 구절에선 욕지기가 올라와 읽는 자체가 하기 싫은 숙제였다. 책과 작가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내 지식의 가벼움과 무지함은 답답했다. 그 동안의 나의 ‘읽기’는 무엇이었나? 그마저도 너무 편안하고 읽고 싶은 것만 찾는 안일함이었구나!
이렇듯 내가 좋아하는 장르와 그렇지 않은 장르에 대한 책읽기 감상은 다르다. 독서모임에서 이렇게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반쪽짜리 생각만 하며 절반의 세상만 보았을 것이다. 내 스스로는 선택하지 않았을 장르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음 달에는 내가 좋아하거나 선택하지 않았던 미술, 음악 관련 책을 읽을 예정이다. 벌써부터 새로운 것을 알게 될 것이 기대된다.
목소리 여섯! : 아들, 책으로 엄마와 소통하다
(노준래)
여름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7월 23일 아침 9시, 우리학교 도서실에는 한 무리의 학생과 학부모가 모였다. 5일 일정으로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싶다 : 성호사설 선집』을 함께 읽기 위해서였다. 성호 이익은 투철한 문제의식과 폭넓은 지식으로 조선 학술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 학자로서 세계 전체에 대해 전방위적 관심을 갖고 평생 탐구에 매진하였고, 그 결과 『성호사설』을 집필하였다. 우리는 『성호사설』의 일부를 요즘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게 쓴 선집을 함께 읽었다.
강독회는 학생과 학부모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책을 읽은 후 감상을 말해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첫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은 성호 이익의 깊고도 위대한 사상을 맛보게 되었고, 생각의 창을 더욱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엄마와 함께 책을 읽는 것을 통해 모자간에 서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돌아오는 겨울 방학에도 다시 한 번 독서 강독회가 열리길 바란다.
見賢思齊焉 見不賢而內省也
어진 이를 보면 그와 같아질 것을 생각하고, 어질지 못한 이를 보면 자신 또한 그렇지 않은지 반성한다.(논어 里仁 17)
우리 모임과 어울리는 논어의 한 글귀가 생각났다. 우리는 모두 어제보다 오늘이 더 현명하고 어질길 소망한다. 오늘이 어제보다 더 열정적이고 멋있는 엄마이길 바란다. 『모리가 함께 한 화요일』의 모리교수는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길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고, 자기가 사는 곳에서 자기의 문화를 창조하려고 노력하라고 했다. 우연히 시청한 TV프로에서 핀란드인들의 독서습관을 따라 모임을 만들었지만 이제 우리만의 색깔을 갖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 했던가. 그러나 부럽다면 따라 하여 내 것으로 만들고 새로운 것을 창출하면 이기는 것이리라.
대평중학교 학부모 독서모임을 소개합니다.
- 구성 : 수다북클럽(9명), 너를 읽어주마!(16명)
- 모임일시 : 모임당 격주 목요일 10시~12시
- 모임 규칙 : 나를 위한 시간임을 잊지 말자.
칙규 1. 서로의 호칭을 OO씨로 한다.
칙규 2. 자 식 자랑은 현금 100,000원을 내놓고 한다.
칙규 3. 수 다를 떨되 책 내용에 근거하여 주제 있는 수다를 떤다.
- 활동 : 지정도서를 읽고 할 수 있는 모든 활동(토론, 만들기, 탐방, 글쓰기 등)
독서 동아리를 만들고 어언 3년이 지나고 있다. 한 번쯤은 동아리 설립의 취지대로 가고 있는지,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기다. 이쯤에서 독서 동아리 회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목소리 하나! : 우리의 심상치 않은 만남(박경희)
처음에 ‘독서모임’이란 말을 들었을 때 별로 망설임이나 거부감이 없었다. 책은 어렸을 때부터 늘 나와 함께하고 나를 성장시켜준 친구였기 때문이다. 한 편으로 공기나 물처럼 늘 곁에 있어서 고마운 줄 모르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이가 인생의 절반쯤에 서고 보니, 그동안 나름대로 다독을 했고 책으로 인해 많은 깨달음과 실천을 했다고 자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책 속에 있는 나와 다른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나의 편협한 잣대로만 책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읽는 독서를 벗어나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는 공감과 소통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의 편견과 경솔함을 깨달아 인생의 진리와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독서의 완성이며, 힐링이 아니겠는가.
목소리 둘! : 내가 누리는 ‘같이’의 행복(조상희)
공식적인 책모임은 물론이고 우리는 자주 만난다. 함께 만나 전혀 좋아하지 않던 장르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읽은 책과 관련한 전시회도 같이 가고, 모여 바느질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봉사활동을 가기도 했다. 독서를 매개로 한 새로운 인간관계, 어울림, 공동체, 이해하고 공감하나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통해 도전하고 활력을 얻는 장이 된 것이다.
모임은 늘 새로운 시도를 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아이들과 ‘성호사설 선집’을 강독했고, 겨울방학에 두 번째 강독회를 계획하고 있다. 요즈음은 2주에 한 번씩 함께 읽기로 정한 책 외에, 토론 시작 전 30분간 『채근담』을 윤독하고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의 무지를 인정하고, 익숙한 것들에서 어떤 낯섦과 조우하여 ‘생각’을 하게하고, 그 사유를 통해 조금씩 키워가는 소중한 시간이다. 또한 그동안 한 권씩 그때그때 읽을 책을 정해왔던 방식을 바꾸어, 11월부터는 월간 테마를 정하고 그 테마의 범주 아래에서 2권의 책을 선택하여 읽고 있다. 11월은 철학을 주제로, 『철학이 필요한 시간』과 『철학에세이』를 읽었고, 12월에는 음악과 미술에 관한 책을 읽을 예정이다.
목소리 셋! : 토론으로 쌓아가는 소통의 시간(이은경)
처음 들어간 모임은 그리 만만한 자리가 아니었다. 모두들 독서에 대한 내공이 있어서 일까 서로 주고받는 대화에서 난 한마디도 못하고 듣고만 오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내 생각을 펼치지 못하고 남의 이야기만 듣다보니 나의 가치관은 없는 것인가, 난 왜 말을 못할까 비애감에 빠질 때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난 그저 초라한 내 자신을 허탈해 하며 자신감을 잃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만남의 횟수가 느는 만큼 책 읽는 속도도 빨라졌고, 책의 재미에 빠지게 되어 회원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여러 분야의 책에서 다양한 삶을 맛보고, 생각을 만들고, 실천하는 행동들이 늘어갔다. 한 사람 두 사람의 의견이 모이니 하나의 큰 틀이 생기고, 새로운 생각들이 샘물처럼 솟아났다. 나는 오늘의 모임에서도 나름대로 듣고, 느끼고, 깨달아 가져가는 보물이 꽤 여러 가지인 것이 뿌듯하다.
목소리 넷! : 우리의 멋진 미래(조상희)
첫 아이가 중학교에 막 입학한 후, 그때는 아이가 나인지 내가 아이인지 뒤엉켜 탯줄을 아직 끊지 못한 듯-탯줄을 잘라내지 못한 것은 물론 아이가 아닌 나였지만–존재하고 있어서 누구를 위함이었는지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모임에 나와 책을 읽으며 발견한 것은 생의 진리나 현자들이 전한 지식이 아니라, 바로 ‘나’였다. 엄마 이전의 나를 발견하고, 새로 마주친 인연으로 인해 성숙해 가는 나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책과 사람들에게 배우고 위로받고, 회원들이 각각 쌓아온 개인의 역사가 또한 책이 되어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을 하게 될지, 어떤 책을 읽게 될지, 어떤 인생을 배우고, 어떤 ‘나‘를 만들어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읽음을 사랑하고, 함께 읽는 기쁨을 즐기고, 새로운 부딪힘으로 생기는 향기와 음악을 주위에 전해 줄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뤼스 이리가라이가 확신한 대로 우리는 타자와의 공존이 가능한 엄마라는 이름의 여성적 감수성이 풍부한 존재가 아닌가? 차이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포용하고,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우리가 그 차이들 간의 모순을 통해 발전해 나갈 날들을 기대해 본다.
목소리 다섯! : 가슴에 남는 책 두 권(김현숙)
『즐거운 나의 집』(공지영)의 세 자녀가 각각 다른 성을 갖게 된 내용은 좀처럼 와 닿지 않아 두 번을 놓아버렸다. 그 후 우연히 그녀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고 그녀의 모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중 『지리산 행복학교』의 자발적 가난과 느림의 삶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와 작가와의 어우러짐은 나를 미소 짓게 했다.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작가별로 읽는 방식을 시도해 본 계기가 되어준 그녀의 새 책을 지금 기다리고 있다.
그에 반하여 『넙치』(권터 그라스)는 망치 같은 책이었다. 독특한 서술방식은 낯설었고 어느 구절에선 욕지기가 올라와 읽는 자체가 하기 싫은 숙제였다. 책과 작가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내 지식의 가벼움과 무지함은 답답했다. 그 동안의 나의 ‘읽기’는 무엇이었나? 그마저도 너무 편안하고 읽고 싶은 것만 찾는 안일함이었구나!
이렇듯 내가 좋아하는 장르와 그렇지 않은 장르에 대한 책읽기 감상은 다르다. 독서모임에서 이렇게 읽지 않았더라면 나는 반쪽짜리 생각만 하며 절반의 세상만 보았을 것이다. 내 스스로는 선택하지 않았을 장르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음 달에는 내가 좋아하거나 선택하지 않았던 미술, 음악 관련 책을 읽을 예정이다. 벌써부터 새로운 것을 알게 될 것이 기대된다.
목소리 여섯! : 아들, 책으로 엄마와 소통하다
(노준래)
여름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7월 23일 아침 9시, 우리학교 도서실에는 한 무리의 학생과 학부모가 모였다. 5일 일정으로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싶다 : 성호사설 선집』을 함께 읽기 위해서였다. 성호 이익은 투철한 문제의식과 폭넓은 지식으로 조선 학술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 학자로서 세계 전체에 대해 전방위적 관심을 갖고 평생 탐구에 매진하였고, 그 결과 『성호사설』을 집필하였다. 우리는 『성호사설』의 일부를 요즘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게 쓴 선집을 함께 읽었다.
강독회는 학생과 학부모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책을 읽은 후 감상을 말해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첫 시도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은 성호 이익의 깊고도 위대한 사상을 맛보게 되었고, 생각의 창을 더욱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엄마와 함께 책을 읽는 것을 통해 모자간에 서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돌아오는 겨울 방학에도 다시 한 번 독서 강독회가 열리길 바란다.
見賢思齊焉 見不賢而內省也
어진 이를 보면 그와 같아질 것을 생각하고, 어질지 못한 이를 보면 자신 또한 그렇지 않은지 반성한다.(논어 里仁 17)
우리 모임과 어울리는 논어의 한 글귀가 생각났다. 우리는 모두 어제보다 오늘이 더 현명하고 어질길 소망한다. 오늘이 어제보다 더 열정적이고 멋있는 엄마이길 바란다. 『모리가 함께 한 화요일』의 모리교수는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길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고, 자기가 사는 곳에서 자기의 문화를 창조하려고 노력하라고 했다. 우연히 시청한 TV프로에서 핀란드인들의 독서습관을 따라 모임을 만들었지만 이제 우리만의 색깔을 갖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 했던가. 그러나 부럽다면 따라 하여 내 것으로 만들고 새로운 것을 창출하면 이기는 것이리라.
대평중학교 학부모 독서모임을 소개합니다.
- 구성 : 수다북클럽(9명), 너를 읽어주마!(16명)
- 모임일시 : 모임당 격주 목요일 10시~12시
- 모임 규칙 : 나를 위한 시간임을 잊지 말자.
칙규 1. 서로의 호칭을 OO씨로 한다.
칙규 2. 자 식 자랑은 현금 100,000원을 내놓고 한다.
칙규 3. 수 다를 떨되 책 내용에 근거하여 주제 있는 수다를 떤다.
- 활동 : 지정도서를 읽고 할 수 있는 모든 활동(토론, 만들기, 탐방, 글쓰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