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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사서의 소리]일찌감치 꿈을 접으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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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3-11 22:44 조회 6,60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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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의 소리’ 원고 청탁을 받고 무슨 이야기를 쓰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지난 10년 동안 학교도서관 사서로 일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2004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우연히 발을 들여놓게 된 고등학교 도서관을 시작으로 지금 7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초등학교 도서관에서의 생활은 아이들과 함께여서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였고, 힘들고 어려운 일도 있었다.

학교도서관에 첫발을 내딛었던 새내기 시절의 나는 사실 학교도서관이라는 곳이 너무 생소하고 어색했다. 대학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 등 큰 도서관들을 접해온 나에게 교실 한 칸에 어둡고 칙칙한 고등학교 도서관의 모습은 너무 낯설었다. 칙칙한 도서관의 모습만큼이나 사서에 대한 인식이나 대우 또한 형편없었다. 일용직으로 취급되어 출근한 날만큼 받는 월급 또한 그러하였다.

첫 학교에서의 2년이 정신없이 지나가는 동안 도서관에 대한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생각도 점차 바뀌어갔다. 학교에서 마련해준 예산으로 도서관을 리모델링 하고 경기도의 학교도서관 사서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어 월급 체계도 연봉제로 바뀌었다. 그때 당시 학교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점차 나아지고 작은 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면서 즐겁게 일했었다.

또 사서교사 발령이 나는 것 아닌가?
학교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들 중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를 안 받아본 이가 있을까? 나 역시 힘든 리모델링을 거의 마쳐갈 무렵, 도 교육청에서 실사를 나왔다. 왜 나왔는지 모르는 그 실사를 마치고 만족스럽게 학교도서관을 둘러보고 돌아간 도 교육청 관계자는 우리 학교에 사서교사 발령을 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찾아온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 학교에서는 교사 발령이 나서 어쩔 수 없다, 미안하다고 했지만, 학교에서 신청하여 실사를 나왔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임용고사 준비를 하던 시절이었고, 다른 일도 아닌 사서교사의 발령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을 어쩌겠냐 하는 마음으로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그 학교를 떠났다.

사서교사의 발령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미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높은 학교, 리모델링을 실시한 곳을 골라서 발령을 내는 일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학교도서관의 불모지에 가서 도서관을 만드는 일은 비정규직 사서만이 해야 하는 일인가?

그 이후 신설 초등학교에 오니 다시 교실 한 칸에 책이 채 1,000권이 안 되는 상황의 되풀이였다. 두 번의 도서관 이사와(교실의 필요에 따라) 리모델링 끝에 지금의 도서관 자리에 터를 닦고 나니 불현듯 또 사서교사 발령이 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쓴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후 사서교사 TO를 많이 주지 않아 그런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아르바이트 하시는 것 아니에요?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나의 적성과 능력을 100% 발휘하는 데는 초등학교가 더 적합하다는 것을 깨닫고 알아가던 어느 날 도서관 담당교사로부터 들은 말이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에게 상처로 남아 있다. 별 말도 아니고, 그냥 그 선생님은 아무 의미 없이 한 말인데 그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선생님, 아르바이트 하시는 것 아니에요? 다른 일을 얼른 찾으셔야죠.”

바쁘게 독서교실을 준비하고 있던 겨울방학 무렵의 어느 날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는 그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이 과잉으로 열심히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였나보다. 담당교사라 내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 월급은 얼마를 받고 일하는지 다 알고 있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 마치 유리로 된 방에 벌거벗고 들어가 있는 것처럼 창피하고, 슬펐다. 나름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한 번에 무너져내렸다. 학교도서관 담당자로 교육청 등에서 학교도서관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저렇게 생각한다면, 학교도서관과 사서에 대해 무지한 대다수의 교사들과 관리자들의 시선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도서관 사서의 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그에 맞는 처우 개선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명감과 열정을 가지고 일하세요!
경기도 모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사서에게 새로 부임한 교장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그 사서 선생님은 전 학교에서도 열심히 일하여 학부모, 학생, 교사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얻었지만 무기계약을 절대 해주기 싫다는 교감선생님을 만나 해고를 당하고, 이제 다시 정착한 초등학교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다.

올해 교장선생님이 바뀌면서 야간에 도서관을 개방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 밤 열 시까지 근무 시간을 연장하면서 하루에 초과근무는 최대 두 시간밖에 인정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학교. 솔직히 초과근무 수당 외에 월급을 더 준다고 하더라도 매일 혼자서 밤 열 시까지(14시간) 근무를 감당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최소한의 수당도 주지 않으면서 열 시까지 근무하지 않으면 사명감도, 열정도 없는 사람이라고 매도하는 교장선생님의 생각은 어처구니가 없다.
“나는 열정이 없는 사람을 원하지 않아요. 봉사정신으로 일을 해야지, 돈을 보고 일을 하면 되나? 무기계약이고 뭐고 나는 그런 사람은 필요 없어요.”

대체 누구의 생각이 잘못되고 누구의 생각이 옳은가? 자신이 바라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대놓고 해고 협박을 하는 현실과 논리가 맞지 않는 말에도 당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사서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사서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돼요?”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을 사랑하는 우리 학교 아이들이 가끔 나에게 와서 하는 말이다. “일단 다양한 책을 꾸준히 읽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 아이들의 물음에 대답하는 나는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해주면 좋을까? 비정규직의 슬픈 현실을, 허울뿐인 무기계약이 되어도 학교장이나 또는 행정실장을 잘못 만나면 언제 해고 통보가 올지 모르는 현실을 이야기 해주며 일찌감치 꿈을 접으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무조건 좋은 직업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

다음번에 또 “사서 선생님이 될래요.”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당히 권하고 비전을 제시해줄 수 있는 내가, 우리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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