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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청소년에게 권하는 그림책]그때 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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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2-11 16:34 조회 9,07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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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집』
이승현 | 보리 | 2010

2009년 1월 20일 용산 남일당. 아직은 잠자리에서 몸을 뒤척이고 있을 시각. 그때 그 자리에 있던 그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희망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삶의 자리에서 추방당한 철거민 다섯 명과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된 경찰특공대원 한 명이 불에 타 죽었다. 이들은 왜 죽어야 했는가? 진실에 대한 공방이 진행되는 동안 소외와 추방은 계속해서 되풀이되었다. 법원이 공개하라고 했던 수사기록 3,000여 쪽은 기어이 공개되지 않았다. 진실은 서둘러 은폐되고 왜곡되었다. 그사이 장례식이 치러졌고, 사람들은 떠났다. 이제 그때 그 자리 그 사람들에게 있었던 일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2,400여 년 전 맹자는 측은지심과 수오지심이 없는 인간은 인간이 아니라 하였다. 無惻隱之心 非人也 無羞惡之心 非人也(무측은지심 비인야 무수오지심 비인야). 이는 『맹자』 「공손추편」의 ‘사단설’ 가운데 나오는 말이다. ‘불쌍이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우리는 인간인가? 인간이라면 ‘측은지심’과 ‘수오지심’을 가지고 있는가? 2012년 겨울이 다시 오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기억하고 이들의 절규에 응답해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는 그러한 참담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용산참사…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그림책 『파란집』은 용산참사 1주년을 맞이하여 2010년 1월 20일에 탄생된 그림책이다. 용산참사 1년 후 무너졌던 희망을 그림책으로 되살린 작품이다. 『파란집』은 철거민들이 살기 위해 올라갔던 망루이자, 행복을 그리는 삶의 터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그림책을 청소년에게 권하는 이유는 우리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대하여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났으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희망을 안고 파란집에 끝까지 남았던 영혼에게 바칩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 보도블럭에 작가는 다음과 같이 새겼다.

“우리들은 내가 똑같은 아픔을 당하지 않으면 남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내일은 행복해질 거라고 가족에게 인사하고 파란집으로 올라갔던 사람들, 우리는 살고 싶다고 절규하던 그때 그 사람들의 아픔을 내가, 우리가, 조금이라도 이해를 했더라면 소중한 생명들은 불타버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누구나 좋은 세상을 꿈꾼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실망스러울 때일수록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꿈은 더욱 간절해진다. 이럴 때일수록 공정하고, 정직하고, 정의롭고, 따뜻한 세상을 희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러한 세상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를 꿈꾸고 희망하며 스스로를 바꾸려는 깨어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야만 가능한 일이다. 독일 고백교회를 만든 마틴 니뮐러는 2차 대전이 끝난 후 독일의 나치즘에 저항하지 못했음을 참회하며 『전쟁책임고백서』에서 다음과 같은 고백을 남겼다. “나치는 먼저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가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작가 이승현이 그림책 『파란집』을 통하여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또한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반드시 있다
글이 없는 그림책이란 점도 청소년에게 이 그림책을 권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앞서 언급한 작가의 말이 이 그림책에 나오는 글의 전부이다. 그렇지만 상징적인 그림으로 글보다 더 강하고, 글보다 더 선명하게 현실 이면에 있는 진실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감정과 느낌을 살리기 위하여 글을 버리고 종이 위에 그림을 하나하나 새겨 넣었다. 배경을 생략하고 굵고 거친 검은 선을 부각시킨 판화 같은 강렬함으로 독자들에게 말을 건다. 많은 그림책이 그렇듯이 그림책에서 그림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문자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그림을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그림 속의 상징적인 면을 종종 놓치곤 한다. 그렇지만 이 그림책은 글이 없기 때문에 그림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 그래서 그림으로 전하려는 의미가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된다. 그렇지만 드러난 그림이 전부가 아니다. 그림 속에 숨어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그림책을 한참 들여다보게 만든다.

앞표지를 보면, 산업폐기물 더미 위에 지어진 파란집에는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고 그 파란집을 받치는 위태로운 기둥을 포크레인이 허물고 있다. 뒤표지에는 포크레인은 사라지고 없지만 찌그러진 파란집에는 더 이상 사람들이 살지 않는다. 행복했던 가족들은 어찌 되었을까? 그것이 바로 이 그림책의 이야기다.





『파란집』은 용산참사를 배경으로 탄생한 그림책이지만 용산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곳곳에 크고 멋진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용산참사를 빚어낸 재개발 문제는 비단 용산의 것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앞표지를 넘기면 굳건한 콘크리트 보드블럭에 작은 민들레 씨앗이 움트는 간지間紙가 나온다. 그림책을 다 읽고 마지막 간지를 펼치면 민들레가 자라서 꽃을 피웠고, 콘크리트 보도블럭에는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이것이 작가가 전하려는 희망의 메시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반드시 있다는 것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책 속의 많은 상징적인 의미들을 청소년 독자들이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올해,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개의 문>이 상영되었다. 그림책 『파란집』을 읽고 영화를 본다면 이 그림책을 좀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청소년들이 『파란집』을 통해 우리 시대 낮은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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