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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만난작가] 글 쓰는 과학선생님, 김추령 교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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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7-24 17:44 조회 12,41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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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지구를 말하다
유희영
대학에서는 지구과학을 공부하셨는데, 대학원에서 환경교육을 전공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추령 현장에 오고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과학을 오래 가르치다보니까 이제 내가 무엇을 더 가르치고, 무엇을 위해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어요. 학교에 있으면서 국어나 다른 교과 선생님들이 부러웠어요. 아이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끌어내면서 수업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서요. 그런 부분에서 환경이야말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결과는 좋았어요. 몰랐던 부분들도 많이 배웠고, 아마 그래서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도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이수종 말이 나온 김에 지난해 펴내신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를 보면, 내용별로 나뉜 챕터마다 앞부분은 일기나 소설 등 이야기 형식을 차용하고 있는데요. 과학에 별 관심이 없고 과학책을 어려워하는 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학생들이 질문한 것을 바탕으로 선생님께서 상상을 덧입혀 쓰신 것인가요?
김추령 학생들이 그렇게 구체적으로 질문을 할 정도면 대한민국 환경교육의 수준이 아주 높은 거겠지요. 상상이라기보다는 책을 준비하면서 유튜브 동영상을 엄청 많이 봤어요. 예를 들어, 투발루에 관련된 동영상을 있는 대로 보면서 지금 그곳이 어떤 상황인지 머릿속에 그려 보았지요. 그리고 이야기 형식을 집어넣은 가장 큰 이유는, 대상 독자를 공부 잘 하는 아이들보다 못 하는 아이들, 책을 잘 읽지 않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에요. 공부 잘 하는 아이들도 과학책을 그렇게 많이 읽지 않기도 하고요.
시중에 나와 있는 과학책들 중 좋은 내용의 책은 많지만 아이들이 접근하기에는 큰 장벽이 있어요. 아이들이 손을 뻗기에 너무 멀리 있다고 생각해서 저는 책을 쓸 때 그런 의도로 이야기를 넣은 거예요. 이전에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쓴 『과학, 일시정지』도 마찬가지예요.

유희영 그랬군요, 저는 출판사에서 기획을 그렇게 했나보다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듣고 싶어요.
김추령 이 책은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 모임을 하면서 쓴 결과물이에요. 활동한 지 15년쯤 되었는데 나름 많은 활동들을 했지요. 이런저런 과학책도 내고, 황우석 박사 사건 때는 분개해서 워크숍을 열기도 했어요. 제가 이런 활동을 하게 된 이유라면, 언젠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돌아봤더니, 과학 때문에 잘못된 것이 너무 많은 거예요. 예를 들어, 원자력에 대해 가르칠 때는 그냥 지식만 전달할 수는 없잖아요? 원자력의 양면성을 모두 가르쳐 줘야 하고, “너희들이라면 어떻게 하겠니?”라는 질문을 해야 하지요. 이렇게 우리 사회의 이슈들 중에 과학이 중심이 되어서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 눈에 보였기 때문에 시작한 거예요.

더 많은 학생들이 과학책을 읽었으면
김추령
처음 제가 이 책을 쓰겠다고 하니까 출판사에서 주제가 너무 빤하다고 난색을 표하더라고요. 사실 그렇죠. 다들 머리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피부로는 와 닿지 않는 거죠. 그래서 더욱 더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이런 피해를 일으킨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그 원리도 가능하면 쉽게 풀어내려고 했고요. 그 부분도 수업시간에 설명하듯이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이수종 보통 선생님들이 권하는 과학책들의 90%정도는 학생들에게 외면 받잖아요? 저는 이 책이 전작인 『과학, 일시정지』보다 좀 더 학생들에게 친절한 것 같아요. 후자는 상위 20% 정도의 학생들에게 맞는다고 봅니다.
김추령 그럼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는요?
이수종 이 책은 상위 50% 정도로 봅니다.
유희영 50% 이하의 학생들은 과학에 아예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의외로 성적이 바닥권인 아이인데도 이야기 형식으로 되어있는 책 같은 경우에는 잘 읽더라고요. 예전에 이수종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판도라 지구 미션 11』이란 책을 제가 읽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침독서시간에 뒤에서 1, 2등 하는 아이가 책을 안 갖고 와서 그 책을 읽으라고 줬거든요. 그런데 정말 열심히 읽는 거예요. 게다가 재미있다고까지 하고요, 그때 아이들은 이야기 형식의 과학책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수종 스며들듯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좋은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과학이란 과목은 그런 방식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어려운데 이야기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과학적 지식을 전달한다면 좀 더 장벽이 낮아지겠죠. 저도 글을 쓰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상위 20~30%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추령 다음에는 70~80% 수준까지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책을 써야겠네요! 실은 제가 활동하는 모임에서 다음 책을 준비하면서 세미나를 하고 있는데 수준을 어디다 맞춰야 할지가 고민이에요.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수준을 맞추고 시작해도 결과물은 그 이상이 나와요. 전문용어를 빼고 사진을 많이 넣어서 보여주듯이 쓰려고 하는데도 말이죠. 가장 중요한 건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기술의 특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관계를 이해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쪽짜리 공부, 반쪽짜리 과학
유희영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세요? 보통 이공계 사람들은 글을 잘 못쓴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김추령 그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글을 잘 쓰는 분들이 숨어 있는 것 같아요. 『마이크로하우스』, 『E=mc2』, 『일렉트릭 유니버스』를 쓴 데이비드 보더니스는 전공이 이공계 아니었나요? 그 사람 책 엄청 재미있어요. 우리나라도 분명 이런 저자가 있을텐데, 아직 발굴을 많이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너무 일찌감치 이과와 문과를 나눠서 가르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인 것 같아요. 고1 여름방학 끝날 때까지 급하게 결정해야 하는 게 정말 안타까워요. 한번은 이과에 가기로 선택한 고1 남학생이 “선생님, 저는 그럼 이제 사회를 한 과목도 안 배운단 말입니까, 이래도 되나요?”라고 물어본 기억이 나요. 세계사, 역사를 배우지 않고 대학에 갈 수 있는지, 그래도 아무 문제가 없는지 당황해 하더라고요. 확실히 한쪽으로 치우친 교육이 글쓰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네요.

유희영 아예 중학교 때부터 수지타산을 맞춰서, 과목 자체를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김추령 아이들이 너무 불행한 것 같아요. 한쪽으로만 세상을 보는 것은 스스로 덫이 될 텐데,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지 못하게 될 텐데 말이에요.

이수종 이전에 어떤 학생이 생명공학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로 쓴 보고서를 읽은 기억이 나는데, 과학을 하나의 종교처럼 생각하더라고요. 과학만능주의의 입장에서요. 문과와 이과로 나눈 가장 큰 폐해는 윤리적인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이공계 학생들도 인문학을 공부하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연결고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김추령 지리는 인문학 중에 가장 자연과학에 가깝고, 지구과학은 자연과학 중에서 가장 인문학에 가까워요. 같은 과학이라도 아이들은 똑 떨어지는 답을 요구하는데, 지구과학은 답이 똑 떨어지지 않거든요. 그럼 아이들이 많이 혼란스러워 하죠. “그래서, 대체 답이 뭐라는 거예요?”라면서요.(웃음) 아이들은 똑 떨어지는 답을 원하는데, 지구과학은 답이 똑 떨어지지 않거든요.

이수종 답이 똑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인문학이 그렇죠. 그래서 풀어 써서 하는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아요. 최근에는 저자들 중에도 과학적인 내용을 이야기로 풀어쓰려는 시도가 꽤 보이거든요. 글쓰기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 말로 한 것을 글로 옮기는 것이라는 걸 이공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말을 글로 풀어쓰는 훈련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외된 90%를 위한 발명반
이수종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교가 혁신학교라고 들었는데, 일반계 고등학교와 여러모로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피부로 느끼는 것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김추령 아무래도 혁신학교에 있으니 재미있는 걸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데, 작년 겨울방학 때 문과와 이과 학생들을 데리고 『총, 균, 쇠』 세미나를 했어요. 문과, 이과만 통합한 게 아니라 1, 2학년을 섞어 학년까지 통합해서 재미있게 잘 했어요. 4번에 걸쳐 책을 다 읽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비슷한 형식으로 이번 학기에 방과후수업을 개설했어요.
유희영 어떻게 운영하시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김추령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과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를 읽는 과학고전읽기반을 열었더니 11명 정도가 신청했어요. 책을 읽고, 발제와 토론 형식으로 진행해요. 과학적인 개념이 안 잡히는 아이들이 혼자 책을 읽고 와서 서로 의견을 나누며 난상토론을 하는 거죠. 재미있어요.
이수종 혁신학교에서는 환경교육을 어떻게 하나요?
김추령 우리 학교 환경교육은 기후변화 통합 프로젝트 수업을 하고 있어요. 지리과에서 활동을 위주로 하는 다양한 수업을 하는데, 조별과제로 환경서약을 해서 거리 모금, 캠페인 활동도 하고, 작년에는 환경봉사단 조직을 해서 식당 배식대 앞에서 빈그릇 지킴이 활동도 했어요. 예전의 궁상맞던 환경교육에서 벗어나 즐겁게 활동하는 모습이 참 예뻤어요.


유희영
학교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있다고 들었어요. 구경 가도 되나요?
김추령 그럼요, 학생들 데리고 견학 와도 좋지요. 우리 학교는 서울시 시민발전소 1호기 학교라서 태양광 발전과 지열순환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재생가능에너지를 가르치면서 ‘학교 에코투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투어 내용은 옥상에 올라가서 태양광 발전 원리와 태양광 온수기를 보여주고, 지하실에 있는 온수저장탱크 보여주고, 지열 순환하는 계기판 박스도 보여주는 거예요. 태양광 발전량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TV 스크린이 학교 현관 출입문에 붙어있는데, 막연한 단위 말고 얼마를 절약했는지 원 단위로 환산한 것을 보여주면 다들 관심 있어 하더라고요. 혁신학교가 좋긴 좋아요.
이수종 따로 동아리 활동을 지도하지는 않으시나요?
김추령 ‘소외된 90%를 위한 발명반’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어요. 적정기술 발명반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제가 적정기술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환경교육과 연결되기도 하고요. 적정기술이라는 말은 원래 작은 기술, 중간 기술로 불렸는데 얼마 전까지는 사람들이 좋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최근에 와서 기부나 나눔과 결합하면서 저개발 국가의 문제가 불거지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지요. 단순히 저개발 국가 문제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의 환상에 빠져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요.
그래서 그냥 발명반이 아니라 ‘소외된 90%를 위한’ 발명반인 거예요. 작년에 나온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이란 책을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쉽게 예를 들면 제가 아는 분 중에 로켓보일러(거꾸로 타는 보일러) 연구를 하는 분이 계세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적은 연료로 높은 효율을 내는 작은 기술이지요.
그리고 요즘은 매 시간마다 아프리카의 오수를 어떻게 간편하게 깨끗한 물로 만들지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어요. “세라믹 볼을 만들까?” “그건 너무 에너지가 많으니까 진흙을 뭉치지 말고 숯가루를 같이 뭉쳐서 하면 어떨까?” “표면적을 넓게 하면 되는데 티백에 넣는 방법도 있다!” 그밖에 티백에 숯+황토를 넣는 방법도 생각해내고…. 그러다 아프리카엔 황토가 없다는 제보를 받고서는 긴급대책회의를 한 끝에, 다음 회의 때는 아프리카의 주요 식수 부족 지역을 맡아 그 지역의 토양을 조사해오기로 했어요.
우리는 이런 식으로 대안을 토론하고 끌어내면서 거대 과학기술에 대한 담론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기술을 고민하고 있어요. 아, 그리고 ‘나눔과기술’이란 단체에서 주관하는 ‘소외된 90%를 위한 공학설계 경진대회’를 준비하고 있고요.
유희영 저는 경시대회 준비같이 학습과 연계되는 활동을 위주로 하는 학습동아리를 지도했는데, 그에 비해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발명동아리는 다양한 활동과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차기작으로는 이렇게 동아리 아이들과 활동하는 모습을 담은 책을 쓰시면 어떨까요?
이수종 아예 소설 형식으로 써보시는 건 어떠세요?
김추령 언젠가 SF소설을 쓰고 싶기는 하지만 아직은 여유가 없어서 그 꿈이 당장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오늘 이야기 나눠서 참 즐거웠습니다. 자주 만나 이야기 나누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



김추령

서울 삼각산고 과학교사. 대학에서 지구과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환경 공부를 했으며 (구)에너지대안센터, 시민과학센터 같은 곳에서 과학 때문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며 살았다. 과학 윤리를 중심으로 교수 학습 활동 자료를 만드는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가치를 꿈꾸는 과학』, 『과학, 일시정지』, 『정답을 넘어서는 토론학교 과학』 같은 책을 가치를꿈꾸는과학교사모임과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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