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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팬심과 펜심] 『먹방 말고 인증샷 말고 식사』 정정희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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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12-05 09:10 조회 55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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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말고 '잘 먹자' 말하는 선생님의 사연


학생들 앞에서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는 소개글이 인상적이었어요. 억압하지 않는 어른이 되려고 교실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셨을지 궁금하더라고요. 

꼰대가 안 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제가 꼰대라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에요. (웃음) 학교에서 일할 때 엄격한 편은 아니었어요(현재 정 작가는 장학사로 근무 중이다). 나름대로 학생들과 소통을 잘하는 교사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학생들 태도가 조금 거슬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 식의 대화법을 구사하고 있었고, 집에서도 아이랑 이야기하다가 “나 때는 안 그랬는데.” 대답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아이가 반찬 투정을 하면 “엄마가 어릴 때만 해도 김치만 있어도 밥 잘 먹었어. 너는 왜 그러는 거야?” 지적했고요. 그러다가 지금 아이들이 겪는 생활과 품고 있는 가치관이 제가 보냈던 십 대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자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의 문화나 쓰는 말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싶었죠. 일부러 신조어를 섞어 대화도 해 봤는데 아이들이 “선생님, 그거 한참 지난 말이에요.” 놀리기도 했고요. (웃음) 그저 이해해 보자, 하는 마음가짐을 먹는 게 중요하다 싶어서 소통하려는 노력은 하되 강요하지 말자는 철칙을 뒀어요. ‘이 정도는 지켜 줬으면 하는 것’들에 대해선 의견을 말하는 편이에요. 그 와중에 학생들이든 자녀들이든 상대방의 의견도 경청하는 게 맞고요. 


고기가 없으면 숟가락을 들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서 ‘잘 먹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다고요. 

학교에서 급식 지도를 하다 보면 아이들이 종종 반찬을 버리는 걸 봐요. 나물이나 채소 요리가 나오면 어김없이 버려지는 반찬이 많아요. 아이들이 왜 이렇게 맛있는 나물을 안 먹지 싶다가도 저 역시 집에서 나물을 자주 해 먹지 않는다는 반성이 든 적도 있어요. 전작 『십대들을 위한 맛있는 인문학』을 내고 이 책을 출간하니 요리책이라고 여긴 사람들이 많은데, 아들이 “엄마는 요리를 썩 잘하진 못하시는데.” 하더라고요. (웃음) 이 책에는 김치, 국과 탕, 화채 등 우리나라 전통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요. 비록 제가 전통 음식을 많이 만들어 먹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요즘 식생활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다양한 전통 음식을 먹는 것이 유효하다고 봐요. 지역의 고유한 음식들을 먹는 일은 그 지역을 살리는 일이기도 하고, 생태 다양성을 지킬 수 있는 실천이기도 하니까요. 전통 음식을 만드는 데 시간과 품이 많이 들잖아요. 대다수 양육자들이 직장생활을 하기에 음식을 하는 데 정성을 들이는 일은 어려워요. 뿐더러 한 사람만 요리하는 게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게 바람직하고요. 먹는 일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지, 변화를 위해 우리가 무얼 먹을 것인지 정도는 생각해 보자는 차원에서 음식에 관한 글을 써왔어요.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모두를 위한 식탁을 지키는 일과 맞닿아 있으니까요.


일찍 출근하셔야 하는데, 나물 요리를 하실 여력이 있다면 오히려 신기할 것 같아요. 고르게 음식을 먹는 일의 긴요함을 자녀들이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워낙 교직 생활이 바쁘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이상적인 밥상을 차려 주진 못했어요. 단품으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들을 해 줬고, 아이들 입맛도 자연스레 제가 해 준 단순한 요리에 길들여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중고등학생 때 집에서 농사지어서 해 주신 반찬보다 엄마가 마트에서 사온 빨간 소시지가 맛있었어요. 제 고향이 경남 하동이거든요. 명절 때마다 집에 가면 엄마가 밭과 산에서 난 채소로 최소 열 가지 나물, 생선찜이나 전을 그득그득 차려 주세요. 고향 집이 섬진강 옆에 있어서 해산물 요리가 익숙한데, 생선을 말려서 찌는 요리를 주로 먹었거든요. 어릴 땐 그런 재료로 만든 밥상을 안 좋아했는데, 다 커서 6남매가 다 같이 엄마의 정성이 깃든 밥상을 마주하면 반갑더라고요. 옆에서 아이들은 “엄마, 여긴 왜 다 풀밭이야?” 물어보고요. (웃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여러 생각이 들어요. 저조차 어릴 땐 나물 반찬을 맛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늘 나물을 먹고 자랐기에 특유의 ‘맛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잖아요. 제 자녀들, 그러니까 요즘 아이들은 그런 기억이 거의 없겠다 싶더라고요. 틈틈이 어떻게든 나물을 해서 먹이긴 했지만 맛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잘 안 먹고, 식습관으로 들이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요. 아이들이 어른이 된 후에도 맛있는 나물 음식들을 못 먹는 게 안타까워요. 나물이 먹을거리로서의 가치를 잃을까 봐 걱정되고요. 여전히 제 아이들은 채소 요리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요. 학교 아이들 대다수가 그런 편인데, 식습관을 바꾸는 노력을 소소하게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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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들을 위한 맛있는 인문학』에서 시각과 미각에 주는 짜릿한 쾌락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음식 문맹’이라고 정의하셨죠. 최근엔 비건을 지향하는 청소년, 청년 세대가 많아진 듯한데 책을 쓰신 당시와 비교했을 때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보시나요? 

젊은 친구들이 비건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예전보다 생태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에요.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물에 대한 애정으로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도 한몫했지만,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채식을 시작하는 십 대도 많은 듯해요. 복합적인 이유로 젊은 비건층이 늘어난 셈이죠. 실은 아들과 육식에 관해 자주 논쟁해요. 저희 아들은 육식주의자거든요. 단백질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둥 저를 설득하는데, 철저히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은 부족한 영양분을 영양제로 보충하면서 식단을 관리하더라고요. 청소년기에 그런 것까지 신경 써서 비건을 실천하기란 녹록지 않아요. 중요한 건 육식을 하든 채식을 하든 지속 가능한 생태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에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비건을 지향하는 청소년이 늘면서 생태에 대한 가치관이 공통적으로 생겨나는 건 긍정적으로 봐요. 채식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예전보다 두터워진 것도 좋은 변화이고요.



'뭐 먹을까?'에서 '어떻게 먹을까?' 논할 수 있다면


『먹방 말고 인증샷 말고 식사』에서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루드비히 포이어바흐)”를 인용하셨어요. 먹는 것이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임을 생각하지 쉽지 않을 듯한데, 특히 어떤 맥락에서 먹는 것에 대한 사유가 부재하다고 보시나요?


먹는 일이 워낙 일상적인 행위이기에 대다수 사람이 이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겨를을 못 가져요. 게다가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대다수 평균적으로 비슷한 것들을 먹고 살게 됐는데, 이 이해관계를 들여다보려고도 하지 않죠. 세계 사람들이 하나같이 비슷한 음식을 먹는 이유의 기저를 알면 먹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음식을 대하는 태도도, 음식의 유통망도 달라질 수 있고요. 특히, ‘먹거리의 다양성’에 관한 사유가 필요해요. “현대의 먹거리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가 너무 멀어요. 야채 코너에 가면 온갖 종류의 과일과 채소들이 놓여 있고, 육류 코너에 가면 온갖 종류의 고기들이 네모난 팩에 담겨 있지만, 소비자는 이 먹거리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디에서 왔는지 알지 못하죠(『먹방 말고 인증샷 말고 식사』 중 발췌).” 먹을거리도 단 몇 가지로 확일화됐고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먹는 다양한 음식들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필요해요. 중국의 왕푸징 거리에 가면 전갈이 꼬치에 꽂힌 채로 진열돼 있는데, 사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메뚜기나 매미를 구워 먹었거든요. 혐오스럽다고 생각해서 특정 음식을 혐오 음식으로 보는데, 환경을 저해하는 육식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먹거리를 충분히 논하는 기회가 될 수 있어요. 거위 간(푸아그라) 같은 요리는 동물을 학대해서 만든 요리이기에 먹어선 안 되겠죠. 그런 요리는 고급 요리인 양 먹으면서, 못 사는 나라에서 곤충을 먹는 것들을 두고선 미개한 음식을 먹는다는 식의 분위기로 몰아가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봐요. 현재 전 세계 이슈가 ‘지속 가능성’이잖아요. 생태 보존뿐 아니라 종 다양성이 감소하는 게 큰 문제라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먹거리의 다양성을 윤리적으로 폭넓게 탐색할 필요가 있어요. 고정관념을 깨고 미래 먹거리의 대안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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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래머(instargramable)’의 출현 등 잘 보여 주기 위해 음식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었어요. 화려한 메뉴는 늘었는데 막상 괜찮은 음식과 식탁 위 온기가 사라졌다는 느낌은 왜 드는 걸까요? 

비싸고 진귀한 음식을 많이 먹었다고 해서 풍요로운 식사를 했다곤 할 수 없어요. 그 음식과 밀접한 나의 ‘경험’이 있어야 풍요로운 식사를 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허영만 작가가 『식객』을 그리기 위해 전국 팔도를 유랑다녔는데, 실제로 만화를 읽어 보면 단순히 음식만 소개한 것이 아니라 재료에 얽힌 지역민의 사연과 먹는 사람들의 일화가 나오잖아요. 그동안 우리는 간편하게 빨리 먹고, 손쉽게 음식을 사다 보니 먹는 것과 관련한 경험을 할 수 없었어요. 무언가를 먹어도 어딘가 모르게 허기가 졌던 건 식탁에 오르기까지 겪은 나름의 시간과 경험이 적어서예요. 이를 타개할 소소한 방법은 음식을 같이 만들어 먹는 거예요. 그러면 음식과 연관된 자기만의 추억이 쌓여 먹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거예요. 또 ‘라떼는’ 같지만, (웃음) 제가 어릴 적에 엄마가 해 주신 뜨끈한 김치 국밥이 겨울날에 떠오르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어요. 단출한 음식 한 가지도 작은 사연이 깃들면 누군가에겐 밥심,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요.


동물성 식품, 밀, 쌀, 설탕, 옥수수, 대두(식용유)로만 구성된 획일화된 인류의 식단을 언급하셨어요. 가공식품이 급속도로 발전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영국의 음식 역사자인 비 윌슨은 위와 같이 여섯 개 성분만으로 하루 권장 칼로리의 대부분(약 1576kcal)을 섭취하는 것을 ‘세계 평균 식사자’의 특징이라고 밝혔어요. 전 세계 사람들이 평균 6가지 성분으로 구성된 음식을 먹게 된 이유는 순전히 경제 논리 때문인데요. 한꺼번에 많이 생산해야 식품 단가가 내려가니까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은 더 이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재배하지 않아요. 몇 가지 종류로만 대량 재배한 물품을 싼값에 배급하면서 식품의 종류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했어요. 싼값에 만든 물품을 먹게 만들려고 온갖 가공식품들을 제조함으로써 특정한 ‘입맛’을 만들어냈고요. 사람들은 기업이 제조한 특유의 ‘입맛’에 길들어졌죠. 대다수는 자신이 잘 먹고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국은 비슷한 가공식품을 먹으며 기업이 제조한 음식을 섭취하는 일이 습관이 되어버렸어요. 애초에 가공식품이 만들어진 이유는 식품 보관을 잘하기 위해서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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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으로 보내려면 유통이 편해야 하고, 그러려면 가공 단계가 점점 더 많아져야 하다 보니 ‘초가공식품’까지 탄생했고요. 초가공식품은 가당 음료, 초콜릿, 케이지 등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식품인데, 산업 종사자들에게 돈벌이가 되는 사업이에요. 다양한 산업이 개입하면서 먹을거리에 과도한 변형이 일어났고, 가공 단계가 많아지면서 자연 상태에서 멀어진 음식을 먹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싸서 사는 음식들의 배후에는 유통으로 마진을 남기는 산업의 민낯이 감춰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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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딸기와 딸기맛 과자 가공식품 간의 성분 차이


피토케미컬이라는 화학물질도 언급하셨는데, 이를 섭취하는 건 왜 중요한가요? 

피토케미컬은 식물 속에 든 화학물질이에요. 식물 역시 살면서 자기를 보호해야 하잖아요. 자외선 혹은 벌레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고 화학물질을 몸속에서 만드는데, 이를 우리가 섭취하면 향균 작용 또는 노화를 방지하는 항산화 등의 작용을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요. ‘컬러푸드’ 많이 들어보셨죠? 색깔별로 영양소가 다르다고들 하는데, 실제 음식 재료의 색깔별로 다른 종류의 피토케미컬이 들어있다고도 해요. 문제는 피토케미컬이 열에 취약하다 보니,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없어진다는 점이에요. 가공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파토케미컬 섭취가 줄어들고 흔한 영양소가 함유된 음식을 기계적으로 먹게 돼요. 우리 몸은 유기체이기에 다양한 것들과 얽혀 상호작용해요. 신체의 유기적인 작용에 도움을 주는 성분들은 인류가 수백 년 이상 섭취했던 것일 텐데, 인류의 식단이 거의 가공식품으로 바뀌면서 우리 몸에 또 다른 변화가 생겨나지 않을까 싶어요. 요새는 루테인도 음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약으로 먹는 편인데, 사실 약으로 꾸준히 특성 성분을 섭취하는 게 지속적으로 도움이 될진 의문이죠. 자연 상태의 식품을 꾸준히 먹는 실천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중요한 것은 육식이냐 채식이냐를 떠나 어떻게 만들어진 것을 먹느냐”라고강조하셨는데, 십 대가 음식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잘 알려면 무엇부터 파악해야 할까요?


사실 청소년들에게는 선택권이 많이 없잖아요. 양육자가 요리를 해 주는 경우가 많고 학교에서도 급식을 먹고, 입시 공부로 시간이 별로 없는 편이라 가까운 편의점에서 공산품만 사 먹게 되고요. 소소한 것부터 해 보길 권해요. 편의점에 가서 공산품을 고를 때 포장지 겉면에 원재료명이 나열돼 있잖아요. 식품 유형, 포장 재질, 원재료명, 품목보고번호 등이 인쇄돼 있는데 이 정보를 유심히 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나열된 원재료가 다섯 가지 이상의 성분으로 이뤄져 있으면 먹지 않는 게 좋아요. 유통기한이 긴 식품들은 식품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 첨가물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주의하는 게 좋아요. 영어로 된 복잡한 제품명이 보이면 덜 먹고, 지방과 설탕 그리고 염분 함량이 높은 음식도 피하세요. 이렇게 공산품을 가려 먹는 일이 습관이 되면, 아주 가끔이더라도 음식을 만들어 보세요. 한두 가지 요리를 해 먹어 보고, 양육자와 같이 시장에 가는 것도 좋고요.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요리 대회를 열면 효능이 커질 거예요. 요새 텃밭 가꾸기도 많이들 하잖아요. 자기가 기른 작물로 요리해서 먹으면 먹는 것에 관심이 저절로 생겨날 거예요. 어른도 안전하게 먹는 일, 함께 먹는 일에 감수성을 가지는 일을 시작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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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먹는 일, 내일의 우리를 마주하는 일


동물복지, 공정무역을 거쳐 온 식품을 사는 일조차 유난스럽게 보는 시선이 두터워요. 편견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도록 해 볼 만한 작은 실천들을 제안하신다면요? 

친환경 제품은 일단 비싸잖아요. 대개 사람들은 눈앞에 당장 이익이 있어야 행동해요. 예를 들어 내가 동물복지 인증마크가 찍힌 음식을 사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야 하는데, 이조차 못 믿는 사람들이 많아요. 대신 마트에 가서 가장 싼 제품을 사면서 자기만족을 하는 경우가 많죠. 공정무역 상품을 사는 것이 옳다고는 생각하지만, 자신이 그것을 사지 않는 것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예요.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을 보면, 어떤 사람이 한 사람을 업고 가는 이야기가 나와요. 업힌 사람은 자신을 업고 가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걸 알면서도 내려가기 싫어해요. 업혀서 편한 것이 자신에게 당장 이익이 되니까 누군가가 힘들어해도 손해를 감수하기 싫어해요. 그럼에도 눈에 보일 만큼 먹거리로 핍박받는 사람과 생태계 문제가 시급하기에 이제 쉬운 것부터 바꿔 나가는 게 필요해요. 공정무역의 뜻이나 가치를 일회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상품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에 관한 정보를 청소년들에게도 알려 줄 수 있어야 해요. 집에서 가까운 생협을 같이 검색해 보는 것도 가능할 테고요. 무엇보다 당장 금전적인 이득보다는 멀리 내다보는 감수성을 같이 쌓는 게 중요해요. 더불어 사는 게 왜 중요한지 의견을 나누는 교육과 기회가 많아져야 해요. 


청소년들에게 지지대가 되어야 할 어른이 섭취해야 할 ‘정신적인 음식’은 무엇일까요? 

예전에는 대가족이 밥상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밥을 먹는 분위기였는데, 요샌 같이 밥 먹을 새도 없다 보니 가족조차 같이 식사하기가 힘들어졌어요. 직장 내에서도 서로 자기 이야기하기 바쁘지,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감수성은 옅어진 것 같고요. ‘세대별 플랫폼’이 달라졌기 때문인데요. 지금 청소년이나 청년 세대들 대다수가 온라인을 통해서 관계를 맺다 보니, 세대 간에 생각을 공유하기 어려워요. 예전에는 어른이나 연장자를 통해 지식을 익혔다면 지금은 자기 또래 혹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받는 구조가 더 견고해진 것 같아요. 단절감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젊은 세대에게 지적하기보다 지금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들어 보고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젊은 세대도 좋은 점이 많거든요. 청년 혹은 청소년의 나쁜 점만 보려고 하기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들여다봐 주고, 안정하고, 공감하는 어른의 행동이 우선돼야 해요. 그런 점에서 어른이 먹어야 할 정신적인 음식은 ‘공감’과 ‘소통’ 능력일 텐데요. 그런 능력은 사실 같이 먹는 것부터 하면 얼마든지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 여러분의 고민이, ‘저녁에 뭐 맛있는 걸 먹을까?’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히셨지요.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과 어떤 고민을 나눠 보고 싶나요? 

음식도 따지고 보면 ‘관계’와 연결돼 있어요.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행위, 먹고 다시 자연으로 순환되는 과정조차 관계에 얽혀 이뤄지니까요. 즉, 음식이란 나와 이웃 간의 관계, 음식을 만들어 주는 양육자와의 관계를 뜻하기도 해요. 나아가 음식을 생산하는 생산자, 인터뷰 초반에 ‘세계 평균 식사자’를 언급했듯이 나와 같은 음식을 먹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의 관계를 뜻하기도 해요. 내가 먹는 음식이 다른 나라의 어린아이가 만든 음식일 수 있다는 점을 한번쯤 떠올려 보길 바라요. 언뜻 보면 우리는 각자 혼자 사는 것 같지만, 사회에서 단독자로 살 수 없는 존재들이잖아요. 요즘 젊은 세대일수록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해요. 내 관심이 오로지 자신에게만 쏠린 상황을 보다 보면 안타까워요. 나에 관한 관심을 출발로 삼아 나와 다른 사람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물론 관심을 가지는 노력은 ‘함께’ 해야겠죠? 그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음식과 그 너머, 사람들 사이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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