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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방방곡곡 사서人 인터뷰] 양향숙 무안고 사서교사, 임지연 목포이로초 사서교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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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9-01 14:36 조회 1,14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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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사람책의 항구다

양향숙, 임지연 사서교사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최문희 편집장





머리로만 아는 한 가지. 지역을 살리는 일은 교육에서 출발한다는 것. 하지만 나고 자란 지역을 꾸준히 공부하는 일은 공교육에서조차 흔치 않다. 여기, 예산이 없던 시절부터 십시일반 동료들과 활동비를 마련해 지역 문학기행을 실천하는 사서교사들이 있다. 바다가 지천인 곳으로 기억되기 쉬운 고장의 문인들을 찾고, 작품을 읽고, 소개하는 사람들. 명사들의 유산을 깊이 만나도록 매해 기획을 달리해 청소년 이용자의 흥미를 꾀하는 사람들. 살다간 민중의 행로 구석구석을 따라 걸으며 목포에 대한 자부심을 어린 세대와 키우는 사람들. 서울행을 막을 순 없다면, 적어도 고향에 대한 바탕을 돈독히 다져 주자며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이런 사서선생님들을 만났다면 나의 유년을 보낸 골목을 더 소중히 기억할 수 있었겠다. 그 특별함이 때론 하루를 살게 하는 힘이 된다는 걸 떠나 본 사람은 알지도. 살맛 나는 목포, 우리 지역 근대유산을 제대로 알려 온 두 사람책을 펼쳤다. 지난날의 통증과 유머까지 스민 두 책의 판권지는 다음과 같다. 전남의 자랑스러운 학교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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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은 고등학교에 한 분은 초등학교에 근무 중이신데, 일하는 지역이 달라서 관심사가 닮은 듯 다를 듯해요. 첫해 교직생활은 어떠셨어요?


양향숙 제 고향은 광주예요. 전남제일고(현 목상고)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다가 대구동평초로 발령 나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개교한 지 얼마 안 된 학교인 데다 제가 그곳에 처음 발을 들인 사서교사였고, 아파트로 둘러싸인 곳이라 학생 인원도 많았어요. 출근 첫날 도서관에 가 보니 교실 반 칸 크기였고, 한 달 반을 교무실 회의 탁자에서 근무해야 했어요. 안 되겠다 싶어 4층에 있는 좁은 도서관 자리에서 책상만 들여놓고 일을 시작했죠. 2003년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교장선생님께서 도서관 배치를 어떻게 할지 계획을 짜 보라고 하셨는데, 교실 반 칸 크기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왔어요. 당시 도서관 옆에 있던 미술실이 복도까지 합해서 교실 네 칸 정도 크기였는데, 고민을 거듭한 끝에 교장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미술관 자리에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고요. 미술선생님께도 의견을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하셨어요. 교장선생님, 연구부장 선생님, 저까지 광주·부산·경기 지역의 선진도서관을 탐방하며 도서관을 단장하기 위해 합심했어요. 그땐 대부분 도서관 가구 색상이 갈색 톤이었는데, 가구를 회색과 흰색 톤으로 맞추고 의자도 색깔별로 구비했어요. 교장선생님께서 감탄할 정도로 만들자고 하셨거든요. (웃음) 2003년은 교육부에서 처음 학교도서관대회를 개최한 해인데, 그해에 저희 학교가 도서관 만들기 부문에서 교육부장관상을 받았어요. 이후 목포여고로 발령받아 지금까지 전남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임지연 저는 전남 지역 초등학교에 처음 배치된 사서교사예요. 2006년 나주초로 출근한 첫날, 교장선생님께서 대뜸 결혼했냐고 물어보셔서 “스물네 살입니다.” 답했는데 역정을 내셨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집이 어디냐고 물어보셔서 답을 드리니 어떤 부장선생님을 데려와서 같이 다니라고 ‘카풀’ 친구로 묶어 주셨어요. 당시 같이 근무했던 분들이 지금은 교장이나 교감, 장학사 등 쟁쟁하신 분들이에요. 그 분들은 경력직이셨고 20대 교사는 저밖에 없었어요. 팔팔한 젊은이가 오랜만에 들어와서인지 당시 선생님들이 자기 아래(?)에 저를 넣으려고 치열하게 경쟁하셨어요. 전교조에 가입하게 하려면 으레 몇 달 동안 밥을 사 주는 풍습이 지역에 있는 편인데, 한 선생님께서 대뜸 “자네는 이제 전교조야.” 하며 가입 신청서를 내미시길래 바로 신청했어요. 한 선생님께선 본인이 해금 연주 소모임에 가입했는데, 팔이 아파서 참여할 수 없으니 저더러 참여하라고 하셔서 해금도 연주해 봤고요. (웃음) 선배 교사들이 권유하던 모임에 늘 참석하는 편이었는데, 어울리는 게 재밌었거든요. 나서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나름 친화적인 편이어서 ‘아싸 중의 인싸’라고 스스로 여기는 편이에요(선배인 양 선생님께선 임 선생님을 가리켜 “은근히 끝까지 가 보는, 추진력이 강한 성실한 교사”라고 표현했다).



한 인터뷰에서 목포를 중심으로 ‘고민거리를 나누고 해결하는 8인방 선생님’이 계신다고 언급하셨어요. 정체가 몹시 궁금한데요.


임지연 8인방은 교육청 예산이나 사업에 대해 사서교사들의 소통 창구가 되어 주는 그룹이에요. 교육청에서 무턱대고 시행하라며 지침을 주면 곧이곧대로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8인방이 정밀하게 살피며 “조사해 보자.”하며 단톡방을 통해 의견을 모으거나 불합리한 것들에 관해 방패막이가 되어 줘요. 2018~2019년 사이 사서교사 충원이 대거 이뤄졌는데, 그 전까진 대략 33명이 전남 지역 온라인에서 의견을 모았고 나주, 담양 등으로 워크숍을 가는 등 꾸준히 활동해 왔어요. 오랜 세월 유지됐던 33명 사서교사가 60명이 되고, 80명을 넘어 현재는 131명 정도(목포를 중심으로 한 서부권 사서교사 모임 인원은 37명)가 되었어요.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교사가 많아졌는데, 아무래도 전체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 녹록지 않더라고요.


양향숙 팬데믹 시기가 첨예했던 3년 동안 새내기 선생님들을 대면으로 만나 마음을 나누기 어려웠는데, 온라인으로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소통이 곧바로 이뤄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긴박한 사안을 얼른 해결해야 할 때 8인방이 나서서 조율하는 역할을 해요. 8년 전, 전국참교육실천대회가 광주교대에서 열렸는데요. 그때 오셨던 강사와 차를 마시면서 고전 독서모임을 결성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뒤로 지금까지 모임을 이어오고 있어요. 고전 독서모임은 전남의 대표 모임 중 하나로, 당시 만남에 참여했던 구혜진 선생님도 8인방 소속이에요. 교육청 지원이 별로 없던 시기였던 데다 관심사가 다른 사서교사들의 독서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던 참이었거든요. 해외 문학탐방도 가는 등 고전 독서모임에서 몇 년을 동고동락하니 정이 많이 들었어요.



목포 지역 사서교사 일곱 분이 모여 지역의 근현대 문학자원을 활용한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셨다고요. ‘두근두근 목포’ 기획의 썰을 풀어 주세요.


양향숙 두근두근 목포는 프로그램 이름인데요. 2011년 무렵, 목포 지역에 초중고 사서교사가 7명 있었어요. 나영미(남악초), 정국화(목포옥암초), 이명옥(정명여중), 김종률(문태고), 박하비(목포여고), 장유경(목포고), 장효경(목포고) 선생님이 계신 집단을 가리켜 저희는 서부 모임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요(전남 지역을 동부·서부·중부 지역으로 나누어 부른다). 2007년부터 정기적으로 모였는데, 2011년쯤 문제적 이슈가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에 아이들이 남지 않는다’였어요. 솔직히 양심이 찔렸어요. 결혼해서 목포로 와서 아이를 낳고 살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늘 광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면서 지냈거든요. 생각을 달리 먹고, 지역 아이들이 다른 곳에 가서도 “저는 목포에서 왔습니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사서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어요. 으레 목포, 고흥, 보성, 벌교 지역을 논하면 “주먹 자랑하지 말라”는 볼멘소리를 하는데, 그만큼 이 지역들에 깡패가 많다는 편견이 많았거든요. 그래선지 아이들이 다른 지역에 가더라도 출신을 말 못 하고 위축되곤 했고 교사로서도 슬펐어요. 아이들이 다른 지역으로 가는 걸 막지는 못해도, 고향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문학 자원을 활용해서 지역을 익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거예요. 

임지연 목포를 대표하는 네 작가를 소개해 볼게요. 국내 여성 작가 중에서 최초로 장편소설을 쓴 박화성 소설가, 문학평론으로 이름난 김현 평론가, 『난파』, 『산돼지』 등의 희곡을 쓴 김우진 극작가, 사실주의 연극을 확립한 차범석 극작가가 목포에서 나고 자랐어요. 특히, 박화성 소설가의 『하수도 공사』(1932)는 일제강점기 시대, 목포에 자리한 유달산과 시내 사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하수도 공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에요. 일본인이 조선인들을 죄다 잡아서 하수도 공사를 시켰는데, 주인공이 선두에 나서서 착취에 맞서 체불된 임금을 받아내는 이야기예요. 당시 일본인들은 목포에서 ‘세 가지 흰 것’을 수탈했다고 해요. 쌀, 소금, 면화를 가리켜 ‘삼백’, 수탈로 인해 죽만 먹으며 공사를 해야 했던 사람들이 모인 동네를 ‘죽동’이라 불렀어요. 그런 대목들이 쓰인 『하수도 공사』를 읽고, 학생들과 죽동에 가서 죽을 한 그릇씩 먹고 오기도 했어요. 읽고, 체험하고, 사유할 수 있는 문학 탐방 프로그램을 일곱 선생님들께서 꾸준히 기획해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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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숙 목포문학관을 중심으로 탐방 코스를 짠 뒤 각종 미션을 수행하거나 희곡을 읽고 연극도 봤어요. 초중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주말에 모여 목포의 문학 유산을 두루 살폈어요. 가까운 해남에 고정희 시인의 생가가 있어 시인의 시를 읽고 낭송 대회도 열었고요. 근방 김남주 문학관(땅끝순례문학관)을 방문해 시인의 시를 바탕으로 만든 노래도 함께 불렀죠. 지금은 교육청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편이지만, 당시만 해도 교사 모임 내에서 돈을 걷어 지역 탐방 프로그램을 묵묵히 개발했던 것 같아요.  



<목포의 눈물>을 부른 이난정을 비롯해 황현산, 최하림 등 목포는 예술인을 많이 배출한 고장이에요. 1박 2일을 일정으로 목포에 문학 탐방을 간다면 어디어디를 들르는 게 좋을까요?

양향숙 천승세 극작가의 연극 <만선>을 한번쯤 관람하기를 권하고요. 목포에서 활동하는 극단 갯돌(www.getdol.com)에서 목포 출신 작가들의 극을 오래전부터 올리고 있어요. 목포에 오신다면 어떤 주제를 중점으로 탐방하든 유달산 주변을 둘러보는 걸 추천해요. 느리게 걸으면 두 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지금은 유산이 된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많아서 볼거리도 많아요. 잘사는 일본인들은 산 아래 집을 짓고 도로를 내며 편하게 살았고, 가난한 조선인들은 유달산 위에서 다닥다닥 집 짓고 살았던 흔적이 여태 남아 있어요. 목포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작품만 보더라도 온금동(유달산 자락에 만들어진 달동네), 서산동(일제의 주요 수탈 창구였던 동네)을 자주 언급해요. 유달산에 올라가면 옛 일본영사관이 있던 자리를 볼 수 있는데, 지금은 근대역사박물관이 세워져 있어요. 그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일본인들이 살던 적산가옥이 보일 거예요. 중동에 위치한 신안교육지원청 주변도 둘러보세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경동성당(1954년 완공된 목포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당)의 자태도 볼 수 있어요. 문학탐방 프로젝트를 연구하며 <목포신문> 기자이자 『목포의 옛길을 찾아서』를 쓴 류용철 저자를 초청해 목포 골목에 깃든 옛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요. 목포를 오시기 전에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두근두근 목포를 기획하고 실천하면서 스스로 이곳 ‘뜨내기’라고 여기던 생각을 버렸어요. 지금은 ‘우리 지역 멋있다’라는 생각으로 목포를 마주하고 있어요.

임지연 목포엔 독립책방들도 많아요. 목포시립도서관 근방에 있는 동네산책(용해로86번길 1-2)은 학생들과 가보기 좋아요. 단독주택을 개조해 만든 곳이라 안락하고 종종 시민과의 책모임도 여니 눈여겨보세요. 앉아서 이야기 나눌 공간이 많고 고양이도 있답니다. 목포역 인근의
호의 책방(영산로75번길 12 1층)에는 근사한 예술서적이 많아요. 제로웨이스트숍이기도 한 지구별서점(수문로 63)은 목포에서 여고를 나온 분이 꾸리는 곳으로, 고체 치약이나 대나무로 만든 칫솔 등 친환경 제품을 갖추고 있어요. 그 부근에 자리한 독립책방 퐁당퐁당(동부로 4, 2층)엔 다양한 독서모임이 가능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요.



2022년 기준 시도교육청별 사서교사 등 전담인력 배치현황에 따르면, 전남 지역은 17.4%로 전국에서 배치율이 가장 낮아요. 지역이 가진 문화유산에 비해 지원이 적어 교육자로서 당면한 현실은 더 녹록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임지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혁신도시 주변 큰 학교에는 사서교사가 많이 배치된 편이에요. 군 단위 등의 작은 학교엔 순회 사서가 배치되고 있고요. 전남에는 약 830개교 학교가 있는데, 사서교사 131명을 제외하면 대다수 ‘담당 교사’로 채워지는 형편이에요. 교과선생님들이 업무 중 하나로 학교도서관을 맡아서 운영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규모가 큰 학교에만 사서교사를 채용하는 기준은 늘 변함이 없는데, 배치 기준이 그 정도에서 머물면 안 된다고 봐요. 전남 지역 사서교사 배치율이 ‘전국 꼴찌’라는 보도가 기사화되면서 몇 해 전 교육감이 취임 당시 순회 사서 채용을 늘리는 손쉬운 방법으로 배치율을 늘리겠다는 행보를 보인 적 있어요. 저희가 정식으로 방문해서 입장을 교육청에 분명히 전달했어요. 불안정한 계약직을 늘리기보다는 앞을 내다보고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정규직 사서교사를 늘려갈 것을 요구했어요.


양향숙 올해 전남교육계에는 큰 변화가 잇따랐어요. 처음으로 독서교육 전담부서가 생겼거든요. 저희가 몇 년 전부터 요구했던 사항인데, 그동안 교육청에서 독서 업무를 다른 업무의 곁다리로 두는 편이었어요. 교육청에 학교도서관지원센터가 있는데,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던 7급 사서 주무관이 배치되어 현재 학교도서관 운영 업무를 총괄해 오고 있어요. 학교도서관 운영 전반을 모를 수밖에 없고, 교육청에서 목표로 하는 독서교육의 방향과 학교도서관의 실제 운영 방향도 다른 편이었어요. 교육청은 매번 기존에 해 왔던 일을 답습하는 편에 가까웠고, 대책 수립은 제대로 하지 않았어요. 전남 사서교사들은 독서전담 부서를 만들어 달라고 거듭 요청했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요. 사서교사 티오 문제만큼이나 부서가 하나 신설되면 발령되는 장학사 티오 문제도 예민한 사안이거든요. 사정은 이해했지만, 그 사이 기후환경교육팀이 먼저 신설되면서 저희로선 어안이 벙벙했어요. 앞장서서 교육감과 면담하며 독서교육 전담부서의 필요성을 강력히 알려 왔으니까요. 그래도 여러 분투 끝에 부서가 생겼고, 예산도 받고 워크숍, 포럼, 세미나 등을 개최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일전에 전남교육청에서 학교도서관을 행정국 소속으로 배치해 공공도서관과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추진하려고 해서 저희들 이야기를 들어줄 의원실을 수소문하기도 했어요. 사서교사와 일선 교사들과 도의회의 반대로 무선됐지만요.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의 지향점이 다른데, 여러 졸속 행정 때문에 전투하는 심정으로 버텨야 했죠.



그럼에도 지역에서 자리를 지키는 선생님들 덕분에 전남의 독서교육이 지속될 수 있었다고 감히 예감합니다. 각자의 학교 이야기가 궁금한데요. 올해 학생들이 신나게 참여한 활동은 무엇인가요? 


양향숙 목포제일여고에서 근무하다가 올해 무안고로 학교를 옮겼어요. 무안고는 군 단위의 남녀공학 학교예요. 제가 주로 근무했던 목포 시내 학교에는 20~60대 선생님들이 고루 계셨는데, 군 단위 학교에는 80퍼센트 정도가 젊은 세대의 교사들로 이뤄져 있더라고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다 싶었지만, 이내 중심을 잡고 독서교육을 실천하고 있어요. 올해는 환경·생태를 주제로 한 수업과 프로그램을 꾀하고 있는데, 반응이 괜찮아요. 공공도서관과 협력해 꾸린 생태 주제 낭독·토론·글쓰기 프로그램에 대규모 학생들이 참여했어요.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공강 두 시간이 생겼는데, 이를 활용해서 1학년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거든요. 강연을 들려주기 위해 『환경·생태 쫌 아는 10대』 등을 쓴 최원형 환경운동가, 『세계를 건너서 너에게 갈게』를 쓴 이꽃님 소설가를 섭외했어요. 읽고 싶은 작가의 책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12~13명 학생으로 이뤄진 16개 분반마다 강사를 초빙해 주제도서를 읽는 방법을 세밀하게 알려 줬어요. 속도를 조절하는 법 등 독법을 가르쳤고 8개 반으로 구성해 토론을 이어 갔고요. 복본으로 책을 구하지 않고, 1학년 전체 학생에게 원하는 책을 한 권씩 사 줬어요. 다 읽고 나면 토론을 위해 발췌글과 동영상 등을 도구로 이용했고, 작가가 오셔서 강연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즐겁게 마무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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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고에서 생태·환경 주제 독서 프로그램이 열리는 모습. 양향숙 교사가 기획해 1학년 전체 학년이 참여했다. 

임지연 지금 우리가 인터뷰 중인 이곳 학교도서관은 ‘수업 전용’ 공간이에요. 바로 아래층이 체육 창고인데, 건물이 백 년이 되다 보니 하중을 버틸 수 없어 책을 빌릴 수 있는 공간은 다른 곳에 배치했어요. 저는 두 도서관을 종횡무진하며 어린이들을 만나는 셈이지요. 초등학교 도서관에는 아침에 학생들이 가장 많이 오는데, 200명 가까이 돼요. 도서관 상황이 녹록진 않지만 이용자 유인을 위해 일 년 동안 쭉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를 실천 중이에요. ‘책날개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아이들이 미션을 풀면 사서교사가 특별히 제작한 여권에 도장을 찍어 주는 활동이에요. 십진분류별 도서를 한 권씩 읽으면 여행 도장을 받을 수 있는데, 전 분야의 책을 모두 읽으면 상품 뽑기 쿠폰이 주어져요. 작년까지 옥암초에 근무하신 박세진 선생님(현재 여수삼일중 근무)께서 만든 양식을 기반으로 저희 학교에 맞게 변형해 쓰고 있어요. 제가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제작한 ‘책나라 여행 탑승권’ 행사도 반응이 좋은데요. 도서관 행사에 참여할 때마다 이용자에게 도장을 찍어 주고, 가을 북마켓에서 상품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요. 탑승권에 QR코드를 넣어 우리 학교도서관이 소장한 책들을 검색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요.


두 분 모두 인권이나 생태 주제에 관심이 많으신 듯해요. 교사들끼리도 공부 중이신가요? 

양향숙 학생들과 함께하는 수업 주제도서를 교사도 늘 정독해요. 교사 독서동아리 ‘봄봄봄’에서도 『환경·생태 쫌 아는 10대』를 읽고 토론했는데, 플라스틱을 비롯해 쓰레기 배출량이 너무 많다는 저자의 말에 교사들도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그 반성으로 최근에 학교도서관에서 대형 장터를 열었어요. 그동안 쓰지 않았던 물품을 무료로 교환하거나 500원, 1000원 가격을 매겨 사고팔 수 있게 했어요. 으레 아끼고, 나누고, 바꾸고, 다시 써서 소비를 줄이자는 게 ‘아나바다 운동’이라고 여기는데, 저는 “아껴놓은 것을 속 시원하게 내놓자”라며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도 장터에 참여하길 독려했어요. 그림이 그려진 에코백, 컵 세트, 나무 도마, 원피스, 전집 등 다양한 물품이 모이고 참여율이 높아서 뿌듯했어요. 장터에서 모인 현금은 학생부에게 넘겨 기부금으로 쓰일 예정이에요.

 

최근 들어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문해력’을 키워야 한다는 교육 담론이 두터워졌어요. 학교도서관이 낮아진 사회적 문해력을 어떻게 향상할 수 있다고 내다보시나요?


양향숙 학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사서교사의 노력이 필요해요. 한 권의 책을 깊게 읽는 경험만으로도 다른 세계를 보여 줄 수 있으니까요. 또 다른 책의 세계로 갈 수 있게 하는 동력도 되어 주고요. 사실 대다수 학생들이 지금 책 읽을 시간도 없고,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도 못 느껴요. 사서·사서교사의 노력뿐 아니라 학교에서 청소년을 위해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해 줘야 해요. 아침 독서뿐 아니라 교과에서도 부담 없는 읽기 시간을 많이 마련해 줘야 과제가 아닌 호기심으로 학생들이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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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이로초 도서관. 임지연 교사가 갖춘 그림책 전시공간(좌)과 동아리방(우)이 인기가 많다.


임지연 학교도서관은 정규교육을 받는 모든 학생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장소예요. 저는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데, 이따금 좋은 그림책들을 곳곳에 전시하기도 해요.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이 “저 책 읽었는데!” 하고 반가워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도서관이 어린이들에게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껴요. 읽은 어린이에겐 칭찬과 격려 뒤 또 다른 책을 추천해 주고, 도서관이 낯선 아이에겐 도서관이 친근해질 수 있도록 관계 지향적인 공간을 많이 마련해 주면 어떨까 싶어요. 이곳 도서관에 창고처럼 쓰던 구석이 있었는데, 어린이들이 동아리방으로 쓸 수 있도록 내어 줬어요. 알록달록하게 방을 꾸미더니 이제는 열 명이 되는 아이들이 매일 와요. (웃음) 독서동아리는 원래 인기가 없었거든요. 아이들을 믿고 도서관을 누릴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 주니, 이제 모든 도서관 이용자들이 저 방을 탐내요. 책 읽고 게임도 하라고 최근엔 보드게임도 지원해 줬어요. 주로 6학년 학생들이 동아리방을 쓰는데, 다른 학년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그 동아리에 들어갈 수 있는지 물어보곤 해요. 저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독서력을 쌓고 관계도 쌓아 가겠죠?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아지트가 많이 생겨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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