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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책 읽는 부모] 아스퍼거증후군 자녀와 더불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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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2-27 18:33 조회 11,24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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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석 북칼럼니스트

드라마 <굿닥터>가 인기를 끌면서 ‘서번트증후군’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와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서번트증후군은 자폐 등 지적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 중 일부가 암기, 계산, 미술, 음악 등의 분야에서 놀라울 정도로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현상이다. 하지만 드라마 한 편이 흥행한다고 서번트증후군이나 자폐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확연히 달라질리 만무하다.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다시금 얼마나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야 할지 모르는 게 한국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름도 생소한 ‘아스퍼거증후군’도 마찬가지다. 정상의 지능과 언어 능력을 지녔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자폐증과 유사한 이상 증상을 보이는 아스퍼거증후군의 경우 주변의 인식은 더 척박하기 때문이다.


자폐아 부모라는 인식
『아스퍼거 패밀리가 사는 법』은 읽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세 자녀 모두 자폐 진단을 받은 저자는 아스퍼거증후군 자녀를 둔 부모가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지, 아이들에게는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 나아가 지역사회는 어떻게 그들을 도와야 할지 조곤조곤 풀어낸다. 감정을 극히 배제했지만, 책 곳곳에서 아픔과 상처가 고스란히 묻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폐 가정의 부모는 아이들에 관한 한 전문가”라는 말답게 저자는 아스퍼거증후군 자녀를 독립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방법들을 오롯이 제시한다. 자폐아의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폐아의 부모”라는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독설에 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여러분은 ‘자폐아의 부모’이다. 세상은 이제 이 렌즈를 통해 당신을 본다. 꼬리표처럼 당신을 따라 다닌다. 때로 이 역할은 지고 싶지 않은 부담이자, 한편으로는 자부심을 갖고 받아들이는 역할이다. 자폐아의 부모라는 새로 생긴 초강력파워로 세상에 도전하려는 날들이 있는가 하면, 이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그만 두겠어’라고 손들고 싶은 날도 생긴다.”

특히 아스퍼거증후군 아이는 후각과 미각, 촉각, 시각, 청각 자극에 과도하게 예민하기 때문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향수를 뿌린 사람이 곁에 있어서 갑작스럽게 분노한다거나 특정 옷감으로 만든 옷 외에는 어떤 옷도 입으려 하지 않는다. 균형감각도 어려움을 느끼는데, 머리를 뒤로 젖히면 어지러움이나 불안을 느끼기 때문에 머리 감기는 물론 목욕이 전쟁을 방불케 한다. 당연히 아스퍼거증후군 아이에게 사회생활이란 커다란 산을 마주하는 것과 같다.
자폐아 부모로 정체성을 세웠다면, 다음 단계는 모든 일을 직면하는 것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직면해야 하고,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직면해야 한다. 불편과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증상을 알지 못했을 때는 당황할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당황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의 특성을 인정하고, 아이를 관찰하면서 무엇으로 자극받는지 꼼꼼히 기록해 두어야 한다. 또한 모든 상황에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비난으로부터 조금 편안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유머감각을 발휘하면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헤쳐 나갈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내 탓을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빠지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전망을 만들고, 아이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저자는 아스퍼거증후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들을 조목조목 설명하는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미리 알려주고 예측하기’를 구조화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미리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언제 끝날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설명만으로 하기 어렵다면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보상하기’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일관되게” 아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보상”을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노발작에 대처하기’다. 잘 짜인 계획, 미리 알려주기, 예측하기, 보상하기 등의 방법을 활용하지만 때때로 일이 어긋나기도 한다. 아이가 극복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고, 하루 일정이 빡빡해서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분노발작 전이라면 다행이다. 투덜거리기 시작한 아이의 말싸움에 말려들지 않고, 잠시 동안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된다. 분노발작 순간의 대처법은 다양하고 내밀하게 진행되어야 하기에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사실 아스퍼거증후군을 포함한 대부분의 자폐아를 키우는 일은 부모의 몫으로만 여긴다. 하지만 저자는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며 격려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 공동체를 만들 것을 충고한다. 일가친척이 가장 먼저다. 특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해는 필수적이다.

“먼저 조부모와 친척이 아스퍼거증후군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때 받아들이는 쪽은 유연성을 발휘해 기존의 생각이 다가 아니라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는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는 참을성을 가지고 그들을 도와야 한다. 조부모와 친척이 새로운 받아들임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그들을 믿고 지지해주어야 한다.”

친척뿐 아니라 지역 주민, 아이가 다니는 학교, 전문가와 자신들을 옹호해주는 사람들과도 소통의 창구를 더 크게 열어야 한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면, 이들에게 자녀의 상황을 충분히 인지시키는 것은 물론 그들이 돌발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확인해야 한다.



모든 자녀는 부모에게 진정한 선물
아이를 키우는 일은 모든 부모에게 어려운 일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매일매일 다시 시작하는 일이기에 그렇다. 아스퍼거증후군 등 자폐를 가진 자녀의 부모는 보통의 부모보다 훨씬 어려운 시기를 걸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부모에게 어려움만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때론 넘치는 행복을 선물할 때도 있고, 때론 세상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위안을 주기도 한다. 결국 세상의 모든 자녀들은 부모에게 진정한 선물인 셈이다. 『아스퍼거 패밀리가 사는 법』은 이 간단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 주는 책이다. 아스퍼거증후군 자녀를 둔 부모뿐 아니라 세상 모든 부모에게 주는 저자의 조언 한 대목을 옮기며 글을 마친다.

“부모가 현실적인 전망을 갖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목표를 세운다면 아이가 바람직하게 크도록 도울 수 있다. 부모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 아스퍼거 아이는 다른 아이와 다르고 성인이 되어서도 다른 이들과 같지 않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개성 있는 한 개인으로 인정하고 장점에 집중해 그것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과 아이의 미래에 계속해서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 사이에는 아주 가느다란 선이 있다. 부모는 이 둘 사이에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며 그 선에 끊임없이 걸쳐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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