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사람들] 금요일에 만나는 유쾌한 사람들-길꽃어린이도서관 '책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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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6-29 17:52 조회 6,673회 댓글 0건본문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마을마다 빨래터가 있었다. 빨래터는 마을 공동 의 생활터이자 만남의 장소였다. 아낙네와 처녀들은 빨래를 하면서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눴고 정보를 주고받았다. ‘책마중’은 오늘날의 빨래터 와 같다. 스무 명 정도의 엄마와 이모 들의 왁자그르르한 웃음소리가 멈 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웃음 사이에서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오 간다. ‘책마중’은 펌프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 서 붓는 물인 ‘마중물’에 ‘책’을 더하여 만든 이름이다. 마중물과 같이 책 을 통해 우리와 아이들 그리고 이 세상에 필요한 무엇인가를 끌어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책마중’ 사람들은 책모임으 로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사회단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아이와 가족과 사회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들의 아지트이자 사무실이 자 만남의 장소인 서울 방화동에 위치한 길꽃어린이도서관을 찾아가 궁 금한 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김주희 기자
Q. 어떻게 모이고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A. 길꽃어린이도서관에서 1년 동안 진행한 ‘독서문화이끔이 과정’을 통해 처음 만났어 요. 단순히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글도 쓰 고, 탐방도 가는 등 문화 전체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이었죠. 이 과정을 수료하고 아쉬 워하고 있을 때, 우리 팀의 지도교사로 계셨 던 학교도서관문화운동네트워크 김경숙 사 무처장님이 책모임을 권했고, 작년 2월 첫 모임을 가졌습니다.
‘독서문화이끔이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을 토대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책모임 을 만들었을 때는 자의반 타의반이었어요. 자신도 없었고요. 하지만 ‘서울시 부모커뮤 니티 활성화 지원 사업’에서 지원금을 받아 우리가 직접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하나씩 실행에 옮겼죠. 처음에는 우왕좌왕했지만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즐겁게 놀다 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지속적으로 활 동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Q. 책모임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매주 금요일 아침 10시마다 길꽃어린이도서 관에 모입니다. 처음에는 일주일 동안 쌓아둔 아이들 교육, 살림 등 사는 이야기를 나눠요. 그 러다가 사람이 어느 정도 모이면 해당 주의 책 에 대해 한 줄 정도의 평을 돌아가며 읽은 후 책 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죠. 한 권을 다 읽 으면 회의를 통해 다음 책을 고르고, 책의 분량 과 내용에 따라 2주에서 최대 한 달까지 기간을 달리해서 함께 읽는 시간을 가집니다.
책의 내용을 분석하고 쪼개기보다는 대부분 자신이 겪었던 비슷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해 석합니다. 저자의 삶과 책 속 등장인물을 자신 에게 대입하기도 하고, 우리 주변의 인물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죠. 삶에 책을 녹여냅니다.
책모임 초반에는 매달 주제를 정하고 각자 책을 읽고 모 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덕수궁, 겸재박물관, 향교 등으로 아 이들과 견학도 갔었어요. 각자 다른 책을 읽고 이야기하다 보니 시야는 넓힐 수 있었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깊이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있었죠. 그래서 올해부터는 한 권을 필독서로 정하고 작가의 다른 책이나 비슷한 책에 대해 이 야기하기로 했습니다. 확실히 책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도 줄고 책 내용에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모 임의 마지막에는 저희 모임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회의를 합니다. ‘책마중’은 단순히 함께 책을 읽는 모임 이 아니니까요.
Q. 어떤 프로그램들을 하고 있나요?
A. 회원들끼리는 책을 읽고 관련 미술관이나 박물관 혹은 유적지에 가고, 도서관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여하기도 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는 모임 밖 사람들의 신청 을 받아 우리가 직접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 어서 운영합니다. 작년에는 7개 정도 프로그램 을 계획해서 활동했어요. 그 중 대표적인 몇 가 지를 소개해드릴게요.
먼저 ‘어린이독서회’와 ‘독서교실’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책과 친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으로 만들었습니다. ‘독서교실’은 방학에만 하 는 단기 프로그램이지만 ‘어린이 독서회’는 상 반기와 하반기로 나눠서 매주 토요일마다 초등 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놀이와 함께하는 책 만남’과 ‘들려주는 책 읽기’를 운영하고 있죠.
또한 강서구 어린이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해 마다 열리는 동화 축제에도 참가합니다. 작년에 는 ‘동화로 보는 애니메이션 세상’이라는 주제에 맞춰 애니메이션 캐릭터 퍼레이드와 소극장에 서 애니메이션을 상영회를 했죠.
참여를 희망하는 가족들의 신청을 받아 문학 기행도 갑니다. 작년에는 하루 일정으로 김용택 시인과 함께 섬진강 기행도 가고, 1박 2일 동안 황순원 문학기행도 다녀왔습니다.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서 오 는 뿌듯함도 좋지만, 준비하는 과정 또한 그에 못지않게 즐겁습니다. 누구의 엄마로 살던 우리 가 이 모임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능력과 개성 을 발견하는 기회가 됐기 때문이에요. 각자 주 어진 역할을 수행하면서, 서로를 다시 보게 되고 스스로도 성장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Q. 책마중을 통해 어떤 점이 바뀌었나요?
A. ‘독서문화이끔이 과정’을 수료할 때까지도 서 로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1년간 활동을 같이 했 어도 얼굴만 알 뿐이었죠. 개인과 개인이 친해지 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해요. 하지만 책모임을 하게 되면서 지금 은 서로 무척 친해졌어요. 우리 모임은 책이라 는 매체를 통해 좀 더 쉽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 었습니다. 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오가는 토론보다는 삶을 재조명하고 스스로를 돌아보 는 자리였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모임보다 유 대가 끈끈한 것이 아닐까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조금씩 성장한 것 같아요. 자신의 자녀만 바라보던 개인이 책 모임을 하면서 교육과 사회라는 더 큰 그림 을 보게 됐어요. 우리 중에는 사서와 동화구 연 선생님과 같은 꿈을 새롭게 찾은 사람도 있어요.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어요. 엄마의 활동무대가 도서관이기 때문에 아 이들이 도서관에 한 번 오던 것도 몇 번 더 오더라고요. 엄마가 도서관에 있다고 하면 아이들이 더 좋아해요. 아이들에게 도서관 은 놀이터이면서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죠. 우리와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사랑방입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다행히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서울시 부모커뮤니티 활성화 사업’에 선정이 되었어요. 우리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은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 팀별로 운영하기로 했어요. 작년의 경험을 바 탕으로 좀 더 의미있게 프로그램을 꾸리려고요. 작년에는 엄 마와 아이 위주였지만, 올해는 아빠를 포함한 가족 단위로 그 리고 부부끼리의 프로그램까지도 계획하고 있어요. 아빠와 함 께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