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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함께 읽는 사람들] 가족독서모임 ‘네오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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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8-15 00:37 조회 8,12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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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독서모임을 시작하다
자녀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가정에서 아이들이 올바르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을 고민하게 되었다.입시공부에 내몰리는 것을 어쩔 수 없는 당연한 현실로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정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었다. 학교나 사회에서의 교육환경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한두 번의 계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고민 끝에 몇몇 가족이 모여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고전을 읽고, 독후감을 쓰며, 토론을 한다면 아이들에게 지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고 가족 간의 소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에 착안을 하게 되었다. 중요한 가치인 ‘가족’, ‘독서’, ‘고전’을 하나로 묶는 모임을 구상한 것이다. 그래서 고전이라는 뜻의 ‘classics’에 새롭다는 뜻의 ‘neo’를 결합한 ‘neoclassics’로정하고 줄여서 ‘neocle’ 즉, 네오클이 탄생했다.아이들이 중학교 2학년, 3학년 때인 2003년 3월에 시작하여 10년 이상 진행해 오고 있다.
 
모임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미리 수년 간의 도서목록을 정해 놓고 한 달에한 권의 고전을 읽는다. 몇 가족이 함께 읽고 인터넷카페를 통해 독후을 미리 게시하고, 한달에 한 번씩 모여서 책에 관한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토론할 주제는 회원 각자가 인터넷카페를 통해 미리 게시한다. 토론 장소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서관 세미나실을 주로 이용했다. 토론의 사회자는 부모나 학생이 매달 돌아가면서 맡았다. 토론은 중간에 한 번 휴식시간을 가지고 보통 3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 진행된다. 경제학이나 심리학, 문학 등 전문적인 분야의 책과 연관될 때는 주변 사람을 통해 아는 교수님이나 전문가 등을 초빙해서 도움말을 들으면서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때그때 자유롭게 참여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모이는 토론모임의 참여 인원은 들쑥날쑥이다. 독후감만 올리고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네다섯 가족 정도가 참여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그래도 모임이 오래 지속되면서 꾸준하게 열심히 참여하는 ‘골수회원’이 형성되기도 했다.

 
‘네오클’ 카페: http://cafe.daum.net/neoclassics/
 
‘네오클’의 활동들
매달 주로 고전을 읽었지만, 때로는 영화, 연극, 클래식음악감상, 미술 감상 등 정서적, 지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역들을 다양하게 접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것들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그것도 여러 가족이 모여서 진지하게 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적인 관심과 취미를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 읽는 책과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카페를 통해 부모나 자녀가 개인적으로 본 책이나 영화에 대한 감상평 같은 것을 게시하기도 하고, 그에 대한 댓글을 달아 자연스러운 온라인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런 활동은 건전하고 재미있는 문화적인 훈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달 올린 독후감을 모아 1년에 한 권씩 독후감모음집을 간행했다. 그래서 지난 10년 간 10권의 독후감모음집을 만들었다.
 
모임의 어려움
주변의 친구나 이웃사람 등 가리지 않고 회원을 모집하려고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모임에 대해 소개를 하면 처음에는 모두 훌륭하고 이상적인 모임이라고 좋아해도 막상 모임에는 계속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 매달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도 그렇지만, 특히 독후감을 써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된 것 같다.(하지만 모임의 지속성이나 정제된 토론을 위해서는 독후감 작성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창 공부해야 할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붙잡고 부모와 함께 고전을 읽는다는 원론적인 접근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받아들여지는 면도 분명 있었다.
처음부터 회원 모집이 어려웠기 때문에 누구나 오면 환영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자연히 굳어져 자격 제한 없이 열정만 있다면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모임이어야 한다는 점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이 모여서 독서토론을 하는 이유
사실 가족독서모임을 한 가족끼리만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속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재미도 없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여러 가족이 함께함으로써 보다 객관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고 무엇보다 어린 자녀들을 열린 마음으로 안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적 이기주의나 가족이라는 편협한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가족과 함께 소통하고 이해하는 연습은 자녀들을 장차 살아 나가야 할 사회생활로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부터 여러 가족이 함께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만약 우리 가족 네 명만 하는 것이라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시작했더라도 오래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녀와 모임을 함께하기 좋은 시기
사실 이런 가족독서모임은 한 평생 하는 모임이라기보다는 일정한 시기적 중요성이 있는 모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녀가 중학교 입학할 때부터 대학교 졸업할 정도의 시기가 적기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때는 다소 이른 감이 있을 것 같고, 대학교 졸업할 무렵이 되면 자녀도 보다 독자적인 세계를 향해 자기의 길을 걸어 나가야 하지않느냐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 이후에도 결혼을 해서까지 부모와 자녀가 이와 같은 진지한 모임을 이어나가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도 있겠지만, 성장기에 이 모임의 진정한 의미와 효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독서모임은 어떤 취미활동이나 문화적 사치 같은 것이 아니라, 성장기의 아주 중요한 시기에 있는 자녀를 부모가 도와줄 수 있는 긴요한 선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재도 가족독서모임을 지속하고 있긴 하지만,자녀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 된 요즈음에는 그 중요성이크게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 자녀가 성장기에 있는 부모님들에게 이와 같은 가족독서모임을 해 보시기를 적극권장하고 싶다. 모임을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내가 경험한 10년간의 가족독서모임에 대해 언제라도 설명을 드리고 싶다. 이런 가족독서모임은 기존의 모임에 굳이 가입하지 않더라도 몇몇 가족이 뜻만 맞으면 어디서나 새롭게 결성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족과 함께한 행복한 독서여행』의 출간
책을 쓴 유일한 목적은 다른 분들도 몇몇 가족들로 구성된 가족독서모임을 만들어서 실천하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아이들이 입시공부에 찌들면서 정서는 피폐해지고 정신적인 지주로서 가족의 역할도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것이 다.오늘날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 세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높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쉽게 제시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새겨보고 근본적인 가치에 대해 가족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가치 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모임은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자녀를 사랑하고 가족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소박하게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사교육의 병폐 같은 것을 가족이 나서서 실천적이고 근본적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좋은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만약 전 국민적으로 이런 가족독서모임이 하나의 문화운동처럼 번져나갈 수만 있다면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좋은 방향을 열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창한 생각까지 해 보게 된다. 만약 전 국민이 이런 모임을 통해 고전을 많이 읽게 되고, 그렇게 해서 만약 우리 국민 전체가 고전을 읽는 비율이 이전보다 10%정도 늘어나는 ‘사건’이 벌어진다면, 그야말로 국운(國運)을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문화적 도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과대망상 같은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가족독서모임을 통해 변화한 점
그 변화나 얻은 점은 실로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런모임을 오랫동안 꾸준하게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어느정도 이상의 기간 동안 지속할 수만 있다면 그 효과는 정말 ‘확실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자녀들이 성적이 오르고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라는 정도로 부족하다. 그보다는 더욱 근본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우리 가족만 보더라도, 아이들의 생각이 깊어지고 의젓해지며 사회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됐다. 다른가족과 함께 독후감을 쓰고 토론하면서, 자기의 부모가 아닌 다른 친구들의 아빠나 엄마를 접하면서,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 객관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고 훨씬 어른스럽고 책임 있게 자랄 수 있었다. 단순히 발표력이 늘거나 글을 쓰는 능력이 향상되는 점은 오히려 지엽적인 성과라고 보고 싶다. 좋은 대학 진학 뿐 아니라, 취업을 위한 면접에서도 자기의 생각을 자연스럽고 풍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생각의 바탕을 형성 할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의 바탕’은 학과 공부나 단기간의 면접요령 습득 같은 것으로는 존재하기 어렵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자녀가 ‘성공하는 사람’이 아닌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보편적이고 확실한 방안이라고 감히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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