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내 맘대로 드로잉]선(線)으로 열리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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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8-14 23:18 조회 8,679회 댓글 0건본문
이성원 서산여고 미술교사
그림은 대개 선으로 시작된다. 보고 그리든, 생각해서 그리든 염두에 두었던 것을 잊지 않으려면 우선 메모를 하듯 형태를 잡아둬야 하는 것이다. 문자가 면이나 색이 아닌 선으로 이루어진 것도 빠른 시간에 정확한 의미나 내용을 기록하기 위함일 것이다. 색이 좀 더 감각적이라면 선은 이렇듯 생각과 친근하다. 그렇다고 선이 항상 생각한 대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벌써 저만치 가 있는 선. 그 선이 다시 생각을 이끌어간다.
선으로 드로잉을 많이 하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 마인드맵을 적어나가다 보면 처음에 기억나지 않던 단어들이 계속 떠오르듯 흰 종이 위에 내려앉는 선들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생각의 지경을 넓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그림엔 소질이 없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들이 약도를 그리거나 메모를 할 때, 수학 문제를 풀 때 괄호를 치거나 숫자를 선으로 묶을 때 망설임 없이 휙휙 선을 긋는 것을 보면 다들 소질이 엿보인다. 다만 “잘 그리지도 못하는 그림을 남들이 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뛰쳐나가려는 연필을 머뭇거리게 하는 것이다. 약도는 그림이 아니고, 잘 그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알아볼 수 있게만 그리면 된다고 생각해서 망설임이 없는 것이다. 다른 그림들도 따지고 보면 잘 그릴 필요가 없을 때 그린 경우가 많다. 엄마나 아빠가 그린 그림을 가족끼리만 본다면 잘 그렸든 못 그렸든 온 가족이 한바탕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자주 선으로 긋는 습관을 들여 보자. 우리가 쓰는 일상의 모든 물건들은 애초에 디자이너가 연습 삼아 끼적거린 수많은 선들로부터 탄생한 것들이다. 식탁의 모서리가 둥글게 돌아간 것도, 커피잔의 손잡이가 예쁘게 휜 것도 종이에 그은 연필 선에서 시작된 것이다. 모든 사람이 화가나 디자이너가 될 순 없겠지만 선을 계속 긋다 보면 자신의 그림을 보며 ‘씨익’ 웃게 되는 날이 많을 것이다. 선사시대 사람들도 낙서를 했고 조선시대 선비들도 글공부를 하다가 종이 여백에 낙서를 했다. 필자도 선생님께 혼나면서 교과서 여백에 낙서를 하던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낙서는 아줌마들의 수다와도 비슷한 면이 있어서 구체적인 말로 만들어내지 못할 내면의 답답함을 풀어주기도 한다.
잘 그려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나 좋은 그림의 적이다.
선으로 드로잉을 많이 하면 생각하는 힘이 길러진다. 마인드맵을 적어나가다 보면 처음에 기억나지 않던 단어들이 계속 떠오르듯 흰 종이 위에 내려앉는 선들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생각의 지경을 넓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그림엔 소질이 없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들이 약도를 그리거나 메모를 할 때, 수학 문제를 풀 때 괄호를 치거나 숫자를 선으로 묶을 때 망설임 없이 휙휙 선을 긋는 것을 보면 다들 소질이 엿보인다. 다만 “잘 그리지도 못하는 그림을 남들이 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뛰쳐나가려는 연필을 머뭇거리게 하는 것이다. 약도는 그림이 아니고, 잘 그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알아볼 수 있게만 그리면 된다고 생각해서 망설임이 없는 것이다. 다른 그림들도 따지고 보면 잘 그릴 필요가 없을 때 그린 경우가 많다. 엄마나 아빠가 그린 그림을 가족끼리만 본다면 잘 그렸든 못 그렸든 온 가족이 한바탕 웃을 수 있을 것이다.
자주 선으로 긋는 습관을 들여 보자. 우리가 쓰는 일상의 모든 물건들은 애초에 디자이너가 연습 삼아 끼적거린 수많은 선들로부터 탄생한 것들이다. 식탁의 모서리가 둥글게 돌아간 것도, 커피잔의 손잡이가 예쁘게 휜 것도 종이에 그은 연필 선에서 시작된 것이다. 모든 사람이 화가나 디자이너가 될 순 없겠지만 선을 계속 긋다 보면 자신의 그림을 보며 ‘씨익’ 웃게 되는 날이 많을 것이다. 선사시대 사람들도 낙서를 했고 조선시대 선비들도 글공부를 하다가 종이 여백에 낙서를 했다. 필자도 선생님께 혼나면서 교과서 여백에 낙서를 하던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낙서는 아줌마들의 수다와도 비슷한 면이 있어서 구체적인 말로 만들어내지 못할 내면의 답답함을 풀어주기도 한다.
잘 그려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나 좋은 그림의 적이다.
<패턴> 평소 심심할 때 종이의 빈 공간에 곧잘 그리던 패턴이다. 평소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끼적이던 것과 달리 내가 좋아하는 색인 분홍색과 하늘색으로 그리니 뭔가 다르게 보였다. 안윤현(3학년)
<시험기간 풍경(OMR카드에 그린 그림)>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진 내 눈에 마침 모의고사를 보고 챙겨놨던 OMR카드가 보였고, 시험공부에 지친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크로키' 느낌을 내고 싶어서 ‘제트스트림’ 볼펜으로 친구들의 모습을 대충 그렸다. 안윤현(3학년)
<함박눈> 펀칭을 하고 남은 종이로 눈이 내리는 것을 표현했다. 그림과 배경 모두 선을 사용했는데 그림 한 장으로 평가를 한다고 했다면 선 하나하나를 자유롭게 그리지 못했을 텐데, 드로잉 수업에서는 잘 그려야겠다는 부담이 없어서 좋은 선이 나온 것 같다. 안정은(3학년)
<동글동글> 드로잉 시간에 뭘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아무 생각이 안 나면 일단 손을 움직이라고 하셨다. 아무 생각 없이 동글동글 그리다 보니 하나의 패턴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걸로 꽉 채웠더니 그럭저럭 볼 만한 그림이 되었다. 큰 고민 없이 그린 작품인데 친구들은 정교한 계획을 세워 그린 줄 알아서 피식 웃었다. 유하경(3학년)
<전봇대 악보> 버스를 타고 가는데 전깃줄에 새도 앉아 있고 무슨 부속품 같은 것이 붙어 있는 모양이 꼭 악보 같았다. 마침 음악을 듣고 있어서 그런 느낌이 들었나 보다. 드로잉 수업시간에 그 기억이 떠올라 순식간에 그렸다. 선생님께서 작품이 좋다고 칭찬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맘대로 낙서하듯 그린 그림으로 칭찬받긴 처음이다. 유하경(3학년)
<어려운 문제> 그림 그릴 준비물을 찾다가 갑자기 책상 밑에 꼬여있는 콘센트와 전깃줄이 눈에 띄었다. 너무 엉켜 있어서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이 인상 깊었다. 마치 복잡하게 꼬여있는 문제를 보는 것 같았다.채예지(3학년)
<기린> 물을 마시는 기린의 사진을 보고 물을 마시기 위해서 숙인 목과 굽혀진 다리가 인상 깊어서 드로잉하게 되었다. 선으로만 하고 끝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약간 어색했지만 하고 나니 마음에 들었다. 채예지(3학년)
<동물들+네모스프링> 피카소의 스케치 중에 한 획으로 그린 것처럼 다양한 동물을 그려 보고, 스프링노트의 스프링을 보고 네모난 형태로 스프링노트의 각종 색감과 모양을 그려 보았다. 최윤지(3학년)
<유성매직>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매직아이를 보고 나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변에 보이는 유성매직의 모든 색깔들을 이용해서 구불구불한 줄무늬를 그렸다. 최혜지(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