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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저자 [독자가 만난 작가]『달려라 코끼리』 최종욱 수의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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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01-24 14:57 조회 9,46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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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지혜 전남 광양여고 사서교사 박선미 전남 나주고 사서교사 정지은 전남 보성고 사서교사
사진・정리 김주희 기자
 
코끼리와 함께한 9년, 책으로 묶다
김지혜 『달려라 코끼리』를 무척 재밌게 읽었어요. 소설로 만들어도 좋겠다고 생각이 들 만큼 술술 읽혔어요. 코끼리의 역사도 흥미롭고요. 『달려라 코끼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최종욱 코끼리를 만나기 전과 후의 삶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코끼리들과 지낸 시간은 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우치동문원에서 코끼리를 구입할 상황이 안 됐는데. 운 좋게도 코끼리를 소유하고 있는 단체에서 코끼리 아홉마리의 임대를 제안했습니다. 비록 실소유주인 단체에서 코끼리를 매각하기 전까지만 맡기로 한 일이라 언젠가 헤어질 거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떠나보내야 할 순간이 오니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코끼리들과 지냈던 시간들을 코끼리들이 떠난 날부터 일주일동안 글로 옮겼습니다. 그러면 우리 동물원에서 코끼리들이 살았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책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은 또 다른 이유는 코끼리들이 우리나라에 온 이주 동물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코끼리들이 어렵게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정착했던 것처럼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제 책을 통해 이주 동물들의 삶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해 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김지혜 책을 읽으면서 코끼리에 대한 작가님의 무한 애정이 느껴졌습니다. 코끼리로 인해 사람들이 다쳤을 때도, 코끼리 입장에서 많이 쓰셨더라고요. 그래서 코끼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치동물원에서 함께 지냈던 현지 조련사 캄폰의 소식은 충격적이었어요. 캄폰은 어렸을 적부터 코끼리와 같이 자란 사이였으니까요. 이런 사고가 잦은가요?
최종욱 코끼리가 마냥 순하지만은 않죠. 코끼리가 한 번 흥분하면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니까 조련사들도 늘 조심하라고 말해요. 동물원에서 거의 일 년에 한 명 꼴로 사람들이 코끼리 때문에 죽어요. 그래서 조련사들도 코끼리를 사랑하는 마음과 별개로 항상 경계상태를 유지해야 하죠. 저도 항상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항상 조심하고요.
조선왕조실록에는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 짤막하게 나옵니다. 코끼리는 일본에서 외교 선물로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어요. 사람들은 낯선 동물이 신기해서 구경을 오곤 했어요. 그중 양반 한 명이 코끼리를 보고 어쩜 이렇게 못생긴 짐승이 있냐며 먹기만 많이 먹는다고 침을 뱉고 놀렸대요. 아마 어느정도 조련이 된 코끼리를 외교 선물로 보냈을 텐데도, 코끼리는 그 관리를 밟아 죽여요. 수의사로서 추측해 보면, 아마 그 코끼리는 수컷이고 발정기였던 것 같아요. 발정기는 1년에 한 번, 두세 달 정도 지속되는데요, 코끼리는 기본적으로 온순하지만 발정기를 맞은 수컷은 호르몬의 작용으로 흥분 상태가 됩니다. 그 관리는 운이 없게도 발정기의 코끼리를 건드렸던 것일 수도 있어요.
김지혜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에서는 코끼리, 쏘이가 출산하고 나서 두 다리를 묶어놨다면서, 아기 코끼리에 대한 해코지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하셨어요. 코끼리의 순한 얼굴 뒤에 숨겨진 폭력성과도 관계가 있을까요? 아니면 코끼리가 처음에는 모성본능이 부족한가요?
최종욱 자연에서 모여 살면서 다른 코끼리가 출산하는 것도 봤다면 달랐겠지만, 쏘이는 어릴 적부터 사람과 자랐기 때문에 출산에 대한 학습이 안 된 상태로 새끼를 낳았어요. 게다가 동물원이라는 공간은 사람들의 출입이 잦아서 새끼를 출산하기에는 불안한 곳이죠. 그래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그런 방지책을 썼던 거예요. 일단 지금 당장 자기 몸이 아프니까, 새끼고 뭐고 아무것도 안 보일 테니까요. 그래서 자기가 낳은 새끼인데도 알아보지 못하고 처음엔 거부하기도 해요.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모성본능이 돌아와요.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       『 달려라 코끼리』
  (최종욱, 반비)                             (최종욱 김서윤, 반비)

박선미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는 어떻게 출간하게 된 건가요?
최종욱 그 당시만 해도, 동물과 관련된 책들은 대부분 외서였습니다. 게다가 팔리는 책들도 국내작가의 책보다는 대부분 외국의 권위 있다는 책이었어요. 의아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어려운 책들이거든요. (웃음) 그런데 다들 장식용으로라도 일단 사시더라고요. 제가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를 펴낸 이유도 우리나라에는 동물원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에요. 저 같은 동물 작가가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겠구나 싶어서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독자들이 우리나라의 사정에 맞는 동물들에 대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것 같아요.
정지은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도 코끼리인가요?
최종욱 어릴 적부터 크고 묵직한 것을 좋아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하마나 코끼리처럼 크고 무게감 있는 동물들이 더 마음에 들어옵니다. 그랜드 캐년에 가면 거대한 자연을 봤을 때 느껴지는 황홀함을 느낄 수 있어요. 이와 비슷한 느낌을 큰 동물들에게서받습니다. 그래서 코끼리를 좋아하지만 공룡이 지금도 살아있었다면 공룡을 가장 좋아했을 겁니다.(웃음)
정지은 그럼 큰 동물을 좋아했을 때부터 수의사가 꿈이셨나요?
최종욱 고등학생 때 생물 과목을 좋아했어요. 그리고 제가 내성적이라 사람과 부딪힐 일이 적으면서, 사무실이 아닌 자연 속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다가 수의사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낭만적으로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수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벌써 20년이 넘도록 수의사로 살면서 저에게 꼭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다. 

동물원의 현재 그리고 미래
박선미 사람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과 부대끼며 사시니까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동물들과 지내면 어떤 점이 가장 좋나요?
최종욱 동물을 통해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동물과 인간에 대한 인문학 강의도 해 왔어요. 그리고 동물원에서 동물들과 지내면 외롭지 않아서 좋아요. 사람과 동물은 비슷하면서 달라요. 사람은 늘 변해서 당황스럽기도 한데, 동물들은 늘 한결같고 누구든 차별하지 않고 자기를 좋아해 주는 만큼 다가오지요. 제가 다른 기관으로 발령받아서 3년 동안 떠나 있다가 돌아왔을 때도 동물들이 알아보니까 반갑더라고요.
김지혜 작가님을 알아봤다는 동물들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최종욱 똑똑한 동물들이 있어요. 평소에 하마는 사람들이 아무리 불러도 계속 잠수만 하고 있어요. 그날도 하마가 물속에서 잠수하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름을 불렀는데 물 밖으로 나와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그리고 침팬지도 알은체는 하는데, 제 주머니에 먹을 게 없다는 걸 귀신같이 알고 금방 시큰둥해지더라고요. (웃음)
김지혜 동물들도 사람만큼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동물원에서 프렌치 키스하기』를 읽고 알았어요. 동물들도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한다는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었고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많은 종의 동물들 기분을 하나하나 알아챈다는 거예요. 말도 통하지 않는 동물들을 보기만 해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나요?
최종욱 아침마다 사육사들과 동물사를 회진해요. 매일 동물들을 관찰하니까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면 적어도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동물이 겪은 상황을 유추하면서 원인을 찾습니다. 침팬지를 예로 들자면, 암컷과 수컷이 있었는데 암컷이 먼저 죽었을 때, 수컷이 한 삼사일 간 광분을 하더라고요. 동물들은 감정이 격해지면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식음을 전폐해요. 다람쥐,원숭이의 경우, 평소에는 사람이 근처에만가도 새처럼 날아다녔는데, 일주일간 멍하니 있다가 그대로 죽어버렸어요. 알고 보니 자기 새끼를 뺏겨서 그렇게 됐더라고요. 죽음을 의도하고 굶는 것만은 아니겠지만 감정에 따라 식욕도 없어지는 것 같아요. 자신을 놓아버리는 거죠.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동물들이 사람보다 감정에 훨씬 충실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정지은 동물 복지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한때 동물 쇼를 위해 가혹한 훈련을 가하는 조련사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법으로 동물들이 보호받을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요?
최종욱 동물 쇼 등 관람을 목적으로 한 가혹한 훈련 및 방치, 열악한 사육환경에 대한 규정사항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동물원은 교양시설, 박물관, 공원시설의 한 종류로 취급되고 있어요. ‘동물원법’의 제정이 시급해요. 동물원법은 환경부장관 소속 산하의 관리위원회를 두어 동물원 등을 설립할 때 심의 및 의결 등을 하고, 관람의 목적으로한 동물의 인위적 훈련을 금지할 수 있는 법을 말합니다. 더 쉽게 말해서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에서 주인공이 동물원 문을 열기 위해서는 허락을 받아야 해요. 그래서 관리가 주기적으로 와서 동물원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요. 시설이 규정에 부합하지 않으면 동물원을 열지 못하는 거죠.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 9월에 장하나 국회의원이 ‘동물원법’을 제정에 관한 안을 국에 제출했지만 아직도 계류 중입니다.
김지혜 작가님은 앞으로 동물원이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최종욱 처음 동물원에 발령받았을 때는 동물을 인공적인 공간 안에 강제로 가두어 두고 조련하는 행위는 학대라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동물원은 인간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의견에 동의했죠. 하지만 지금은 동물원을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멸종 위기에놓인 동물들을 데려다 보호하고, 도시의 어린이들에게 자연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원이 사적인 영역이 되면 수익 창출을 위해 조련 쇼가 늘어나고,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동물원을 계속 만들기보다 지금 영업 중인 동물원만을 국가차원에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동물원은 종 보존센터와 생태교육장 이렇게 두 가지 역할이 강조되고 있어요. 엔터테인먼트는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요.
박선미 종 보존은 동물원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최종욱 종 보존을 위한 전 세계적인 동물원 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안데스 사람들이 하늘의 신이라고 부른다는 새, ‘아메리칸 콘돌’ 같은 경우에는 인간의 간섭에 의해 멸종 위기에 있는데요, 동물원에서 이 새들을 데려다가 번식을 시켜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어요. 그래서 야생의 마릿수를 점점 늘리고 있죠.
박선미 실제로 동물원에서 생태교육을 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최종욱 외국의 경우, 시드니의 ‘타롱가 동물원’은 조련사가 물개 쇼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옆에 같이 서서 물개의 생리 생태에 대해 이야기해 줘요. 질문이 있으면 바로 할 수 있고요. 옆에 동물을 두고 하나씩 보여 주면서 설명해 주니까 훨씬 몰입도가 높아요. 생태교육은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해요.
박선미 작가님이 시각장애 아이들과 함께한 ‘장님 코끼리만지기 프로그램’도 생태교육의 예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이런 프로그램 제안이 들어오면 문제가 생겼을 때 당할 불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거절하는데요, 작가님은 걱정되진 않으시던가요?
최종욱 ‘장님코끼리만지기 프로그램’은 처음 시작할 때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어요. 프로그램을 기획한 엄정순 화가가 인천혜광학교의 시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코끼리를 만져 볼 수 있도록 해 주고 싶다기에 제가 조금만 거들면 가능할 것 같아 부담 없이 초대했습니다. 장애인도 입장료만 내면 동물원 올 수 있고, 제가 약간만 도우면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저희 코끼리와 현지 조련사를 믿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들과 친했기 때문에 말만 잘 해 두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엄정순 화가에게 절대 공문 쓰지 말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편하게 오라고 당부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코끼리를 만져 보고 신기해하고, 코끼리를 표현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굉장히 뿌듯했어요. 저의 작은 배려가 여러 사람의 인생에 보탬이 된 순간이었으니까요. 앞으로도 이 프로그램은 계속 지속됐으면 해요. 기회가 된다면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동물과 교감하고 동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고 싶어요.
 
동물과 프렌치 키스하는 직업, 수의사
박선미 저는 동물을 무서워하는 편이어서 평소 같으면 작은 새라도 절대 옆에 가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작가님 책을 굉장히 재밌게 봐서 그런지, 새 모이체험 프로그램 때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어요. 용기가 나더라고요
최종욱 저는 아직 마음의 문을 전부 열지 못했어요.(웃음) 가끔씩 개인적으로 이구아나나 너구리같은 동물들의 새끼를 구조해서 품에 안고 오는 분들이 있어요. 정말로 동물을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이런 분들에 비하면 저는 그냥 좋아하는 것뿐이죠.
김지혜 프렌치 키스도 하셨잖아요. (모두 웃음)
최종욱 그건 새끼 동물들 목에 걸린 양수를 빼기 위한 진료행위였죠. 무엇보다 계속 하고 있어야 프렌치 키스지, 한 번 잠깐 해서는…. (모두 웃음)
김지혜 동물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최종욱 예전에는 소나 돼지를 치료하는 사람을 수의사라고 많이들 생각했어요. 그리고 동물을 사랑한다 기보다는 수의사가 가지는 권위만 내세우는 사람들, 공무원이 되려고 수의사 하는 분들 등이 있어서 실망을 많이 했어요. 이런 분들과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직업과 동물에 대한 의식이 많이 부족해서 부딪히는 부분도 많았어요. 지금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드는 생각은 수의사가 되고 싶은 분들은 동물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가짐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버티기가 힘들어요.
수의학과는 6년제인 데다 남학생은 군대도 다녀오기 때문에 아무리 빨라도 20대 후반에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셈이죠. 이때까지는 자격만 갖추는 과정에 불과해요. 제가 학교에서 배운 건 원서를 어떻게 찾아보고 읽는지에 대해서 정도인 것 같아요. 실무는 현장에서 다 배웠죠. 그러니까 인턴을 거쳐 자기 몫을 하려면 마흔은 되어야 해요. 그래서 수의사는 특별한 사명감이 있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의사라고 하면 흰 가운을 입고 동물병원이나 동물원에서 일하는 모습을 떠올려요. 하지만 수의사는 보건소처럼 전염병이 돌지 않게 하거나 질병에 걸려도 이겨낼 수 있게 하거나 동물끼리 싸워서 다치면 치료하는 등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노력들을 주로 합니다. 그리고 살처분, 도축장 같은 용어들이 쓰이는 곳, 죽은 동물만 만나야 하는 연구소에서 근무하기도 합니다.
저는 동물원에 오기 전에 대관령 목장에서도 근무했었는데요, 오물을 온몸에 뒤집어 쓴 채 일하는 모습을 보고 저희 어머니가 울면서 돌아가시기도 했어요. 남들이 보기에 아름답진 않잖아요. 그러니 막연히 동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수의사가 되겠다고 하면 실망만 할지도 몰라요. 실제도 저도 대학생 때 많이 방황하기도 했어요. 수의사가 되고 싶다면 왜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목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지은 수의사는 야생 동물 수의사와 일반 동물병원의 수의사로 분류되더라고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최종욱 야생 동물은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이나 가축이 아닌 동물을 뜻합니다. 야생 동물이라고 하면 자연에서 뛰노는 맹수들을 떠올리기 쉬워요. 동물원에는 그런 맹수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래서 동물원에서 근무하는 수의사는 야생동물 수의사로 분류되지요.
박선미 코끼리가 출산할 때 보면 외국 비디오나 자료를 구해서 보시더라고요. 모든 동물을 다 알 수 없고 모든 자료를 다 갖추지 못하니까 자료를 많이 찾아서 공부하는 것도 수의사로서 굉장히 필요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로 어떻게 공부하시나요?
최종욱 모든 동물의 특징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정보가 계속 업데이트 되니까 공부해야 해요. 우리 동물들보다 동물 전집류나 인터넷 자료를 훨씬 더 많이 보게 되죠. 그래서 동물에 대해서는 인터넷 서핑 능력이 엄청 강화돼요. (모두 웃음) 제가 원래 도서관에 가서 자료 찾는 일을 싫어하는데, 인터넷 덕에 자료도 열심히 찾아봐요.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 주요 사이트에서는 특정 동물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고, 잘못된 사실일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외국 사이트에는 동물에 대한 정보가 많이 있으니까, 서로 비교해서 봅니다.
박선미 우치동물원을 떠났다가 3년 만에 다시 발령받으셨어요. 우치동물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나요?
최종욱 부숴야 하는 건물들이 많은데요, 일단은 원숭이사부터 새로 짓고 싶어요. 지금은 우리가 굉장히 좁거든요. 독수리나 부엉이류는 우리 안에 갇혀서 전시되기보다는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싶어요. 그리고 동물 마릿수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이국적인 동물들, 큰 동물들, 사람들이 좋아할 동물들만 두고 싶습니다. 동물들에게 좁은 우리보다는 넓은 공간을 주는 거죠. 그리고 우치동물원은 공간도 넓고 조경도 잘 되어 있으니까, 초식동물들은 잔디밭에 풀어놓으려고요. 그래서 우치동물원이 국내 최초의 생태 동물원이라는 말을 듣게 되었으면 하는 꿈이 있어요.
정지은 동물원을 바꾸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할 일이 많아질 것 같아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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