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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글 읽기 사람 읽기]돌이켜 보면 학교도서관 사서는…_ 박영옥 학도넷 운영 위원, 작은도서관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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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5-11-13 12:13 조회 8,69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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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둔다면, 훗날 그 일을 어떻게 여기게 될까? 온전히 학교도서관 수많은 책 사이에서 아이들과 책으로 소통하던 시간들을 뒤로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더 뚜렷해지는 것들, 그 대상을 학교도서관 사서로 정하고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10년 남짓 서울 연지초등학교 도서관을 활기차게 이끌었고, 소문이 자자했던 ‘연지초 책잔치한마당’을 주도했고, 학도넷에서 여러 열혈 사서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진행했던 박영옥 선생님의 사서로서의 경험, 생각, 그 다단한 기억들을 공유해 본다. 서정원 기자
 
 
학교도서관 사서로 산다는 것
사서의 길, 그 시작은…
아무래도 책을 좋아해서겠지요? 처음 직업은 사서가 아니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가진 직업은 중학교 가정선생이었어요. 시골 면소재지에 있는 중학교였는데요. 여러 가지 이유로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와 성균관대 사서교육원에서 공부했어요. 서른이 넘어 청운의 꿈을 안고 시골에서 상경한 셈이지요.
 
지난 10년 간 사서의 현실,
예전과 달라진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서의 현실’보다 ‘계약직의 현실’을 짚어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아요. 학교에서 사서는 그냥 계약직 보조에 지나지 않아요. 아이들에게 독서가 중요하다고 늘 말하지만 독서와 가장 밀접한 사서는 책이나 관리하는 직원 정도지요. 학교는 교장의 가치관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데요, 도서관 역시 피해갈 수 없지요. 어느 학교의 경우 도서관 이용지도도 사서가 하면 안 되고, 교사가 하도록 하지요. 사서는 교사가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을 지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서는 도서관 이용지도 자료를 만들어 교사에게 전달만 합니다.
새로 바뀐 초등 교과서 중 3학년부터 6학년 국어교과에 도서관을 활용하는 단원이 나오는데요, 현직에 있는 사서들에게 물어보면 교사와 사서의 연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청구기호, 분류기호에 대한 개념이나 분류체계에 대한 지식, 도서관에서 책을 찾을 방법 등은 사서가 더 잘 알지 않겠어요? 연계 수업을 진행하면 더 좋을 텐데도 교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배제되고 있지요. 이 문제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인 것 같아요.
 
학교도서관 사서를 위한 가장 시급한 변화는?
어느 정도의 보수가 보장되는 것이 최우선이겠지요.
 
초보 사서의 시행착오와 도약
처음 초등학교 사서가 됐을 때, 가장 겁이 난 것은 아이들 책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동화책을 읽은 기억이 없고, 따로 어린이 책을 공부한 경험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니 아이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셈이었지요. 그저 마트의 캐셔처럼 대출・반납만 할 밖에요. 아이들이 재미있는 책 골라 달라고 할 때면 얼마나 창피했던지요. 창피함을 넘어 아이들 앞에 설 자세가 안 된 내가 한심했지요.
그래서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책은 도서실에서, 글 책은 집에서, 무조건 읽었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이 저한테 책을 권해 달라고 하면 자신 있게 권했죠. 그런데 “어땠어?”하고 물으면 입으로는 “재미있었어요.” 하는데 좀 시큰둥한 표정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재미있는데…’ 하며 의아해했죠. 그 이유는 간단했어요. 제가 아이들을 몰랐던 거죠. 차츰 아이들과 코드를 맞춰 가면서 나아졌어요. 그리고 어린이 책 비평서나 이론서를 읽으면서 책에 대한 안목을 키워 갔습니다. 1년은 동화책 읽는 것만 주력했습니다.
아이들 역시 도서관이 책을 보고, 대출・반납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요. 아이들이 저를 부르는 호칭을 몰라 ‘서기선생님’이라고 부른 적도 있어요. 사서라고 듣긴 들었는데 헷갈렸나 봐요. 그래서 도서관을 알리기 위해 무엇부터 할까 고민했지요.
 
연지초 도서관에서 펼쳐졌던 다양한 활동
도서관을 좀 부각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잔치 한마당’을 펼쳤어요. 우리 학교에 ‘과학한마당’이라는 행사가 있었어요. 운동장을 빙 둘러 부스를 마련하고 1교시부터 4교시까지 과학과 관련된 체험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그 행사를 보다가 부스에 과학 대신 책을 주제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듬해 계획서를 들고 교장선생님을 찾아갔어요. 사실 수업 시수에 들어가는 행사이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했지요. 다행히 제 의견이 받아들여져 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여하는 책잔치를 열 수가 있었습니다. 책잔치한마당은 8회까지 개최했어요. 이외의 도서관 프로그램은 책 읽기를 가장 중점적으로 했어요.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했어요. 다행이 학생 수가 적어서 가능하기도 했지만, 프로그램의 목적은 책읽기에 뒤처지는 아이들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프로그램은 일회성보다 장기적으로 읽는 프로그램으로 보통 한 달 정도 걸리는 것이 많았어요. 1학기에 하는 ‘반 대항 도전 9,999쪽 읽기 대회’는 2~3주, ‘주제별 책읽기’는 한 달, 2학기에는 한 작가의 책만을 읽는 ‘한 작가 사랑하기(전작주의 책 읽기)’는 한 달, 여름방학, 겨울방학에는 ‘분류번호 따라 책읽기(요일별로 정해진 분류번호의 책을 30분씩)’를 진행했어요.
어린이사서를 운영한 것도 뜻깊었던 것 같아요. 어린이사서가 리더로서의 자격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그래서 도서관 운영을 도와 대출반납이나 배가, 새 책 정리 이외에도 독서방송, 도서관 소식지 발행, 동생들에게 책 읽어 주기를 직접 하도록 했어요. 또한 독서방송도 했는데, 전교생 대상이기 때문에 어린이사서들의 담력을 키울 수 있었죠. 도서실 소식지에는 공공도서관 관장이나 새로 오신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의 인터뷰, 인근 학교도서관 탐방 기사를 쓰도록 했고요.
 
사서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역시 아이들하고 함께한 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반 대항 도전 9,999쪽 읽기 대회’를 하면 아주 치열합니다. 아이들은 매일매일 읽은 쪽수를 도서관에 있는 반별 리스트에 적습니다. 그러면 제가 퇴근 전에 반별로 그날 읽은 쪽수를 적어 놓는데, 아이들은 그 다음날 아침에 반별로 확인하고는 자기 반에 가서 “우리 반이 1등이다.” “◦◦야 책 좀 읽어라~”라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때는 도서관에서 읽거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3주 동안 엄청난 대출량과 아침마다 들이 닥치는 아이들로 녹초가 되었지요. 하지만 퇴근 시간이 넘어도 조금만 더 읽고 간다는 아이들을 보면 흐뭇했어요. ‘분류번호 따라 책읽기’를 할 때는 책에 빠져 있는 모습이 대학 도서관을 방불케 했어요. ‘한 작가 사랑하기’는 한 작가가 아니라 두세 명의 작가를 하는 아이들이 한 반에 5~6명은 나왔어요. 그리고 자기가 몇 학년 때 어떤 작가를 했는지를 기억하며 이야기해 줄 때 기분이 좋았어요.
아이들이 조사하고 싶은 주제를 정하고, 각자 조사하는 ‘주제별 책읽기’는 2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참여했는데, 각자의 도서를 찾고, 질문을 추가하는 일이 녹록치 않았어요. 2~3주 정도는 매일 9시에 퇴근했는데, 그래도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뿌듯했어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일할 때뿐이네요.
 
사서 고생? 그래도 좋으니까
어떤 직업이든지 자기가 좋아해야 하겠지요? 그러면 남들은 왜 ‘사서 고생하냐’고 해도 그것이 고생으로 안 느껴지면 좋은 거 아닐까요?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우선 책을 만지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아요. 평소에도 다른 일은 힘들다며 미루면서도 책을 정리하거나 책장을 옮기는 것을 힘들게 생각하지 않아요. 계약직 사서의 대우나 사회적 인식이 너무 열악하지만, 『하고 싶은 일 해, 굶지 않아』의 책 제목이 저에게도 해당되는 셈이었어요.
 
 
더 나은 사서가 되기 위한 조언
사서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생각해 봐야 할 것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으나 책을 많이 읽었으면 합니다. 책에 대한 이론서도요. 사서들에게 책을 읽는 것은 업무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책을 읽는 것은 일이 아니라 사서라는 직업인이 가져야 할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이들을 대하는 초등이나 공공도서관 어린이실의 사서의 경우는 책을 알아야 아이들에게 접근하기가 훨씬 좋지요. 교사가 수업을 준비하듯 사서는 학생들을 책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준비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의 어떤 사서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요, “통나무의 한쪽 끝에 책을, 다른 쪽 끝에 사서를 놓으면 그 통나무는 완전한 도서관이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해요. 책과 사서의 역량을 같은 무게로 본다는 의미겠지요? 공감이 가면서도 사서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에 대한 무게감이 어깨를 짓누르기도 하지요.
그리고 친절이요. 이용자로서 몇 개월 지내보니 사서의 친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어요. 친절한 사서를 만나면 기분이 좋을 뿐만 아니라 신뢰가 가요. 불친절한 사서를 만나면 도서관에서 책 읽기가 싫어지더군요. 그날은 책만 빌려 와서 집에서 읽게 돼요. 이용자로서의 경험이 저를 많이 반성하게 했어요.

학교도서관 사서들의 소통과 협력을 위한 발맞춤
같은 지역에서 모임을 갖고자 할 때 지역 내 모든 사서가 모일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이렇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 지향점이 같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모이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고 봐요. 그 지역에 있는 학교를 다 아우르려고 하지 말고, 작게라도 시작하여 모체를 만들어 놓으면 나중에는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도서관 운영의 노하우를 비롯해 좋은 책 고르는 법 등등. 그리고 속풀이도 하고요. 힘든 가운데서도 서로 북돋우면서 지내면 좋지요.
제가 근무하던 지역은 처음에 6개 복지학교 사서들끼리 모이기 시작했는데요, 나중에 복지학교가 20여 개교로 늘었고, 10개 학교 사서들이 지금까지 모이고 있어요. 그 분들은 책이야기도 나누고, 교과서를 분석해서 관련 도서를 찾아 목록을 만들고, 도서관 운영사례를 발표하기도 하고, 카페에 관련 자료를 올려 서로 공유해요. 어려움이 있으면 서로 격려해 주며 큰 힘이 되고 있지요. 우리 지역에서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3, 4개 학교 어린이사서가 문학기행을 가고 있기도 해요. 이런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과의 연계도 우리 사서들의 모임에서 나온 의견을 모아 공공도서관에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져 가능했던 것이지요. 혼자보다 여럿이 나누면 좋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사서교사와 사서의 협력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구조적으로 간극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요. 그러나 거기에 개인적인 감정이 개입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지역 내에서 서로 협력하는 방안을 찾아 교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실제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정도의 교류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요? 사서교사가 사서에게 도움을 받는 것보다 사서가 사서교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더 많겠지만요. 그리고 사서교사가 너무 적기 때문에 교류를 안 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우리 지역 사서 모임에는 사서교사가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사서의 위상이 조금 높아진다면 협력이 이루어 질 것이라고 생각되겠지만, 제 경험으로는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 어떤 사람이냐가 문제지요. 지역에서 서로 교류하면서 큰 문제가 닥쳤을 때, 예를 들면 정책입안을 논의할 경우에 서로 힘을 합쳐야겠지요.
 
사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사서라는 직업은 다양한 지식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이 유리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다양한 연수나 강연에 관심을 갖기를 바랍니다. 도서관 운영에 관한 연수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 등 다양한 강의를 듣기를 권합니다. 요즘은 공공도서관이나 단체에서도 많은 연수나 강연, 작가와의 만남 등을 개최하고 있잖아요? 다른 사람의 시각과 생각, 지식을 축적하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사서, 그 이후
학교를 떠나도, 여전히 책과 도서관
학교를 떠난 지 1년이 지났는데, 한동안 도서관에 가서 책 읽고, 여러 강의도 듣고, 흐뭇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가, 지금은 서울 지역 한 아파트의 작은도서관 구축 사업에 6개월 계약으로 일하고 있어요. 도서관 업무라기보다 구축사업이어서 도서관 업무와 좀 동떨어진 일들이 많아 힘이 드네요. 대신 초등학생보다 어린 아이들 보는 재미가 있어요. 책을 빼들고 종종 걸음으로 걷는 모습이나 책장을 넘기면서 읽는 흉내를 내는 것을 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지지요. 어릴 때부터 도서관에 온 아이들이 자라 나중에 빌 게이츠처럼 “나를 있게 한 것은 하버드 졸업장이 아니라 동네 도서관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생기겠지요? 빌 게이츠가 아니라도 추억 속에 도서관이 자리 잡아 있겠지요? 갓난아이를 데리고 와서 한쪽에 뉘어 놓고 책을 보다가 아이가 울면 모유 수유도 하고, 아이가 잠들면 또 책을 읽고 가는 엄마의 모습도 참 아름답습니다.
 
지금 사서, 또 다른 가능성
사서와 관련 있는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면 나중에 그 분야로 나아갈 여지가 많을 것 같아요. 저도 마음만 먹고 하지 못했는데요, 그림책 전문가, 독서치료, 북아트 등 한 분야를 꾸준히 공부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나중에 사서를 그만두어도 또 다른 자기만의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니까요.
 
앞으로의 계획
당분간은 도서관 이용자로 지내고 싶어요. 도서관에서 종일 책 읽고, 강의 듣고, 도서관이 주는 혜택을 맘껏 누리면서요. 도서관 책 속에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기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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