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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만난 작가]박정섭 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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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5-31 11:33 조회 6,46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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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게 젤 좋아~ 뽀로롱
작가님은 초등학생이었을 때에도 장래희망이 작가였나요?
꿈이 없었어요. 보통 어릴 때 “너 꿈이 뭐야?” 하고 물어보잖아요. 저는 노는 게 좋아서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친구들은 의사, 대통령 같은 직업을 얘기했는데 저는 중학교 때까지 꿈이 아예 없었어요. 그냥 놀러 다녔어요.
어디로 놀러 다니셨어요?
어릴 때 시골에서 살아서 뱀 잡으러 다니고 물고기 잡으러 다녔어요.
언제부터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스물일곱 살 때 그림책을 처음 알게 됐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만화가가 꿈이었는데 열심히 해도 잘 안되더라고요. 만화를 포기했다가 그림책을 늦게 알았어요.
그림책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셨을 것 같아요?
저는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요식업 쪽에서 일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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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신 거 누군가에게 먹여 본 적 있어요?
여기가 그림책식당이기도 하고 실제로 요리 도구들이 있어요. 친한 친구들이 오면 직접 요리해 주고 같이 밥도 먹으며 시간을 보내요.
작가라는 직업은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큼 좋나요?
저는 세상에 좋은 직업, 나쁜 직업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제 직업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그래도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상상하는 걸 즐겨하거나 계산하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림책 작가를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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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그림책식당
그림책 식당을 운영하고 계시는데 잘 모르는 친구들을 위해서 소개해 주세요!
식당이니까 음식을 파는 것 같지만 먹는 음식은 없어요. 저는 그림을 일종의 음식으로 생각하고 이 공간을 열었거든요. 그래서 이 공간을 좋은 그림책을 맛보여 주는 식당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나 그림책을 만들 수 있고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꾸몄어요. 그림과 글이 있으면 그냥 그림책이 될 수 있거든요. 수업을 하기도 하고 그림책을 팔기도 해요. 누구나 그림책을 요리할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게끔 준비 중이랍니다.
진짜로 식당인 줄 알고 오는 사람들은 없어요?
어느 날 밤에 어떤 아저씨 한 분이 허기진 얼굴로 올라오시더라고요. 똑똑 문을 두드려서 “네.” 그랬더니, “밥해요?”라고 물어보셔서 그림책을 맛보는 식당이라고 대답하니까 고개를 푹 숙이고 내려가셨어요. 그래서 밥을 해야 하나, 싶었죠. 그런데 제가 식당을 하면 작업을 못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밥이 맛이 없으면 어떡하죠? (웃음)
 
 
헛소문에 엉망진창이 된 바다 이야기
『감기 걸린 물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요!
어느 날 TV에서 정치인들이 싸우는 걸 봤어요. 그걸 보다 보니 무언가가 계속 똑같이 반복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간 쌓였던 생각들이 여물었는지 그 이후에 쓱쓱 스케치를 하다가 시작하게 되었어요.
책에는 여러 가지 색깔을 지닌 물고기들이 나오는데 의미가 각각 다르나요?
감기 종류가 여러 가지 있듯이 물고기 색깔을 감기 종류에 빗댔어요. 열이 나면 빨개지죠? 그래서 발열 감기에는 빨간색, 콧물 감기에는 노란색, 오한 감기에는 파란색을 써서 감기 3종 세트를 표현했어요.
검은색과 회색 물고기는요?
검은색과 회색 물고기는 딱히 감기에 빗대어 생각하고 그리진 않았어요. 그 두 색깔로 흑백 논리를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검정색과 회색이 의미하는 건 꽉 막힌 생각을 뜻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우리의 생각을 감기에 빗대어 이야기를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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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각이요?
예. 책에서도 나오듯 “빨간색은 발열 감기!” “노란 색은 콧물 감기!” 이렇게 정해 버리는 순간 그 외의 상상이나 질문은 할 수 없게 돼요. 빨간 물고기, 노란 물고기 모두 다 아귀에게 잡아먹히고 난 뒤 남은 검은색 물고기와 회색 물고기가 서로 대립을 하게 되지요. 친구들을 모조리 잡아먹은 아귀에 대해 생각하기보다 “너는 그 색깔이잖아!”라고 단정 지어 버려요.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없게 되고 감기에 걸린 물고기가 있다는 소문만 믿어 버리게 되지요.
책 끄트머리쯤 보면 죽은 물고기들의 뼈가 보이는데 조금 으스스해요
죽은 물고기들이 바깥으로 다시 나오는 것은 민주주의 혹은 자유를 찾은 것과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어요. 역사 속에서 자유를 되찾을 때를 살펴보면 늘 누군가의 희생이 따랐거든요. 아무도 다치지 않고 자유를 얻을 수는 없어요. 물고기들이 자유를 얻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몇 마리의 물고기가 아귀의 뱃속에서 소화되어 죽게 된 것처럼 말예요. 사실 뼈를 더 넣고 싶었는데 출판사 관계자들이 뼈를 조금만 줄이자고 해서 줄였어요.
물고기들을 잡아먹는 역할은 왜 아귀로 정하셨어요?
초롱아귀는 이마에 불을 켜서 물고기를 유인한 다음에 덥석 물어서 먹거든요. 어떤 소문을 퍼트리고 유혹해서 잡아먹는 역할로는 초롱아귀가 적합하겠구나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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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싸워도 우리는 짝꿍
최근에 내신 『짝꿍』은 작가님이 정말로 겪은 이야기예요?
누구나 짝꿍이랑 싸운 경험이 있을 거예요. 남자애들은 과격하게 싸우거든요. 책상에 그은 선을 넘으면 볼펜으로 손등을 찍기도 해요. 그런데 그 경험을 그대로 다 쓴 건 아니에요. 『짝꿍』에 그런 경험을 조금씩 녹여냈고 서로 오해가 쌓였지만 찬찬히 화해하는 과정도 떠올리면서 만들었어요.
서로 때리며 싸우는 장면도 나오던데요?
맞아요. 그런데 친구랑 싸우고 난 뒤 시간이 흐르면 나중에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애매해질 때가 있어요. 우리나라와 북한도 어쩌면 그런 상황이지 않을까, 지금의 긴장 상황도 『짝꿍』처럼 작은 갈등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실제 경험과 약간의 상상을 합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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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가 되게 진한 분홍색이어서 눈에 확 띄어요
바탕 색깔 말이에요? 이 색은 마젠타라는 색에요. 색깔 심리로 살펴보면 아이들의 색깔인 동시에 솔직함을 뜻하는 색이래요. 책에 담은 내용도 감정싸움이잖아요. 저는 마젠타 색상을 이용해 감정에 포인트를 주려고 다른 색깔을 다 뺐어요. 아이들이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려고요. 잘 지낼 때는 괜찮다가 화가 나면 캐릭터 얼굴에서 마젠타 색상이 뭉게뭉게 올라오는 것처럼 표현했지요. 만약에 다른 곳에 색깔을 더 넣으면 집중이 잘 되지 않을 거예요.
 
이 색깔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그래서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해 주면 ‘아, 그렇구나.’ 하고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이 색깔을 좋아하는 남자친구를 만나면 좋을지도 몰라요. 남자들 중에 핫핑크를 좋아하는 사람은 감성적이고 세심할 확률이 높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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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을 깨는 그림책을 만들고
그림은 없고 글씨만 있는 책을 쓰실 생각은 없으세요?
저는 동시도 쓰고 있어요. 150편을 썼는데 책으로 준비 중이에요. 보드게임도 만들어요. 만화도 그릴 거고 글이 긴 책도 쓸 거예요.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그림책 작가에 한정되어 활동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까 꿈 이야기를 했죠? 저는 제가 그냥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나중에 그림책 작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앞으로 만들고 싶은 책이 궁금해요
‘그림책은 몇 장에서 몇 장으로 이루어진 책’이라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책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읽었을 때 좋았으면 된 건데, 그걸 장수로 한정 지어서 ‘이게 그림책’이라고 하는 것도 오히려 그림책에 대한 제한을 더 두는 것 같아요. 긴데도 읽었을 때 좋으면 좋은 그림책일 수 있잖아요? 그런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운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요.
 
좋은 그림책이라는 건 어떤 거예요?
그림책은 음식이랑 비슷하기에 다양한 영양소가 있어야 해요. 패스트푸드는 먹으면 배는 부른 것 같지만 영양소가 없기 때문에 몸에 흡수가 안 돼요. 진짜 영양소는 몸에 흡수되어서 사람을 건강하게 해 줘요. 그냥 영혼 없이 그리고 쓴다고 하면 읽는 사람들은 바로 알아요. 그 안에 소통이나 감동이나 감정이 없으니까요. 무섭다! 재밌다!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 좋은 그림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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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즐기면서 지내자
작가가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뭘 하든 잘 놀아야 해요. 지금 자기가 뭘 원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해요. 다른 사람이 “너 보리차 먹어.”라고 했을 때 “난 지금 생수 먹고 싶으니까 생수 먹을래요.”라고 말하는 것도 중요해요. 스스로가 하고 싶은 걸 재미있게 하다 보면 그런 경험과 고민들이 쌓여서 나중에는 뭘 하든 큰 도움이 돼요. 지금을 즐기면서 사는 게 젤 좋아요. 친구들이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느끼면서 살아가길 바라요.
 
그림책 안 만드는 날엔 뭐하세요?
우쿨렐레를 배우러 가거나 데이트를 하고 영화를 봐요. 그런데 대체로 혼자 있을 때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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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 읽은 책 중에 가장 최고다! 하는 책이 궁금해요
『조조의 기묘한 모험』이라는 만화책이요. 중학교 때 고구마 먹으면서 친구랑 봤는데 그 책을 읽고 상상력을 많이 키울 수 있었어요.
또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요?
저는 노는 걸 좋아해요. 어떤 날에는 스파게티가 먹고 싶고 어떤 날에는 해물찜이 먹고 싶은 것처럼 그때그때 좋아하는 걸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감기 걸린 물고기』가 올해 도서관 한 책 읽기 도서로 선정되서 요새는 여러 곳에 강연을 다니고 있어요. 잘 조율해서 제가 하고픈 일들도 잘해 볼 생각이에요. 저를 불러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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