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만난 작가]안미란 동화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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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2-28 17:36 조회 7,494회 댓글 0건본문
‘도시 빈민’의 동화책 읽기
조월례 작가님은 1996년 동쪽나라 아동문학상을 받으면서 동시로 등단하셨는데 동화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안미란 저는 원래 시를 쓰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문예부 활동을 했고 책 읽는 걸 좋아했어요. 학력고사 점수가 낮아서 국문과에 못 갔고 대학 졸업 후에는 학습지 회사에서 일을 했어요. 그때 아이들을 많이 만났어요. 한 아이가 자기가 읽은 『말더듬이 뿌뿌』, 『우동 한 그릇』과 같은 책을 추천해줘서 읽어 보기 시작했죠. 그러다 어머니 한 분이
독서 지도사 모집 공고를 보고 고민하시는 걸 지켜보다 저도 등록했어요. 전직을 꿈꾸며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이주영 선생님께서 강의하시는 걸 듣고 어린이도서연구회에 찾아가서 어린이 책을 보게 됐어요. 동화를 계속 읽으면서 ‘나는 동화를 쓰고 싶은 사람이었구나.’ 하고 자각했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김혜원 그럼 어른이 되고 나서부터 동화작가를 꿈꾸기 시작하셨어요?
안미란 동화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초등학교 4학년 때였는데 당시 제 정체성은 ‘도시 빈민’이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투표로 반장을 뽑았어요. 한 반에 100명이 넘었는데 반장, 회장, 부회장 등 12명 넘게 뽑았어요. 저는 말석이었고요. 제 임명장이 다른 애한테 전해져서 펑펑 울었는데, 저녁에 선생님이 저를 불러서 시간 날 때 읽으라면서 책을 한 권 주셨지요. 미하엘 엔데의 『기관차대 여행』이었는데 나름 위로가 되어 주었어요. 책을 읽고 나서 선생님께 돌려주기 싫더라고요. 다 이해하지는 못했는데 그때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월례 ‘도시 빈민’이라는 정체성은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궁금해요.
안미란 저는 여섯 가구가 세 들어 사는 주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화장실과 마루가 하나 있고 대부분 공간을 공동으로 썼어요. 저희 아버지는 공장에 다니셨는데 월급날이 되면 통닭 한 마리랑 <새소년>, <어깨동무>와 같은 잡지를 꼭 사오셨어요. 어머니께서 월급으로 외상 갚은 뒤 돈이 얼마 없을 때에도 <새소년>을 사는 약속은 꼭 지키셨어요. 아이 넷이서 <새소년>만 기다렸죠. 거기에 나오는 탐정소설이 재밌었거든요. 그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 정체성은 ‘도시 빈민’이었던 셈이에요.
조월례 작가님은 1996년 동쪽나라 아동문학상을 받으면서 동시로 등단하셨는데 동화를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안미란 저는 원래 시를 쓰고 싶었어요. 고등학교 때 문예부 활동을 했고 책 읽는 걸 좋아했어요. 학력고사 점수가 낮아서 국문과에 못 갔고 대학 졸업 후에는 학습지 회사에서 일을 했어요. 그때 아이들을 많이 만났어요. 한 아이가 자기가 읽은 『말더듬이 뿌뿌』, 『우동 한 그릇』과 같은 책을 추천해줘서 읽어 보기 시작했죠. 그러다 어머니 한 분이
독서 지도사 모집 공고를 보고 고민하시는 걸 지켜보다 저도 등록했어요. 전직을 꿈꾸며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이주영 선생님께서 강의하시는 걸 듣고 어린이도서연구회에 찾아가서 어린이 책을 보게 됐어요. 동화를 계속 읽으면서 ‘나는 동화를 쓰고 싶은 사람이었구나.’ 하고 자각했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김혜원 그럼 어른이 되고 나서부터 동화작가를 꿈꾸기 시작하셨어요?
안미란 동화작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초등학교 4학년 때였는데 당시 제 정체성은 ‘도시 빈민’이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투표로 반장을 뽑았어요. 한 반에 100명이 넘었는데 반장, 회장, 부회장 등 12명 넘게 뽑았어요. 저는 말석이었고요. 제 임명장이 다른 애한테 전해져서 펑펑 울었는데, 저녁에 선생님이 저를 불러서 시간 날 때 읽으라면서 책을 한 권 주셨지요. 미하엘 엔데의 『기관차대 여행』이었는데 나름 위로가 되어 주었어요. 책을 읽고 나서 선생님께 돌려주기 싫더라고요. 다 이해하지는 못했는데 그때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월례 ‘도시 빈민’이라는 정체성은 어떻게 해서 생겨났는지 궁금해요.
안미란 저는 여섯 가구가 세 들어 사는 주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화장실과 마루가 하나 있고 대부분 공간을 공동으로 썼어요. 저희 아버지는 공장에 다니셨는데 월급날이 되면 통닭 한 마리랑 <새소년>, <어깨동무>와 같은 잡지를 꼭 사오셨어요. 어머니께서 월급으로 외상 갚은 뒤 돈이 얼마 없을 때에도 <새소년>을 사는 약속은 꼭 지키셨어요. 아이 넷이서 <새소년>만 기다렸죠. 거기에 나오는 탐정소설이 재밌었거든요. 그때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 정체성은 ‘도시 빈민’이었던 셈이에요.
김혜원 맨 처음에는 동시로 등단하셨어요.
안미란 신현득 선생님의 창작 강의를 들으면서 등단을 하게 됐어요. 동시 5편을 쓴 뒤에 투고하면 과제가 끝나는 거였는데 덜컥 선정이 되어 버렸어요. 등단이라는 게 너무 쉽고 만만하게 보였어요. 그래서 한동안 못 썼죠. 쉽게 등단을 해서 작품이 익어 있지 않았어요. 거의 재앙이었죠. 동화는 습작 기간을 거치면서 자기 작품을 볼 수 있는 눈과 맷집이 생기거든요. 시는 쓰면서 괴롭고 힘들었는데 동화는 쓰면 쓸수록 행복하니까 좋더라고요.
다른 이의 마음과 힘껏 마주하기
김혜원 대개 독자들이 동화란 교훈이 있어야 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미진하다고 여기고요. 왜 그저 재미있을 수는 없는 걸까요?
안미란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이 어느 선에서 멈춰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초반에 동화를 쓸 때 ‘김남중, 안미란 이런 작가들의 글이 왜 아동문학이냐?’ 이런 질문도 받았어요. 전 그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어린이 주인공 한 명만 남기고 싶어요. 『내일 또 만나』에 되바라지고 못된 여자애가 나오는데 자기 할 말을 다 해요. 그 애가 다른 동화책에도 많이 나오거든요. 딸 친구가 모델인데 작품을 쓸 때마다 자꾸 등장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이런 아이들을 참 좋아하는구나 싶었죠. 『참 다행인 하루』 중 「태풍이 다녀간 뒤」의 주인공 모델은 저희 집 둘째예요. 둘째 아이는 어떤 순간에도 잘 놀아요.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들이 참 많은데 그걸 수첩에 모아뒀다가 작품 쓸 때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꺼내곤 해요. 현실을 재미있게 전복시키면서 놀 수 있는 힘이 아이들의 강점이잖아요. 그런 걸 잘 나타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조월례 그럼에도 여전히 어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안미란 아이들은 자신의 성장 과정을 미리 걱정하고 움직이지 않아요. 폭탄이 터져도 놀 때는 놀아야 하니까요. 유희정신을 가진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도 있어요. 요새 작품을 심사할 때 그런 주인공이 나오는 글은 별로 없어요. 주로 조숙한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와서 가장 역할을 하면서 주변 어른들을 위로해요.
김혜원 아이들을 어른의 관점으로만 바라봐서 생긴 현상인 듯해요. 저는 『참 다행인 하루』를 읽고서 신나고 재미있고 ‘무게를 벗어났다!’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들 마음과 마주하는 방법을 어떻게 알고 계신 건지 궁금해요.
안미란 「태풍이 다녀간 뒤」는 부산에 태풍 ‘매미’가 왔을 때 동네 아이가 한 말을 모티프로 해서 쓴 이야기예요. 그 당시에 제 수업을 듣던 한 아이가 집에 한 번도 혼자 있어본 적이 없었는지 “수업 들으러 지금 갈까요? 우리 학교는 멀쩡할까요?” 이런 전화를 계속 거는 거예요. 아이가 올 시간이 됐는데도 안 와서 걱정이 돼 나가보니 아이가 맑은 얼
굴로 “하늘 날았어요.” 하면서 오는 거예요. 얼굴이 자부심으로 빛나더라고요. 그래서 몇 년 뒤에 그 이야기를 그대로 썼어요. 나중에 애한테 보여주면서 네 이야기다, 하니까 못 믿더라고요. 다른 책에도 동네 아이들이 많이 나와요. 학교나 동네 아이들을 모델로 해서 글을 많이 써요.
김혜원 복잡한 요즘 세상에서 ‘자존감’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그걸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김혜원 대개 독자들이 동화란 교훈이 있어야 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렇지 않으면 미진하다고 여기고요. 왜 그저 재미있을 수는 없는 걸까요?
안미란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이 어느 선에서 멈춰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초반에 동화를 쓸 때 ‘김남중, 안미란 이런 작가들의 글이 왜 아동문학이냐?’ 이런 질문도 받았어요. 전 그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어린이 주인공 한 명만 남기고 싶어요. 『내일 또 만나』에 되바라지고 못된 여자애가 나오는데 자기 할 말을 다 해요. 그 애가 다른 동화책에도 많이 나오거든요. 딸 친구가 모델인데 작품을 쓸 때마다 자꾸 등장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이런 아이들을 참 좋아하는구나 싶었죠. 『참 다행인 하루』 중 「태풍이 다녀간 뒤」의 주인공 모델은 저희 집 둘째예요. 둘째 아이는 어떤 순간에도 잘 놀아요.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들이 참 많은데 그걸 수첩에 모아뒀다가 작품 쓸 때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꺼내곤 해요. 현실을 재미있게 전복시키면서 놀 수 있는 힘이 아이들의 강점이잖아요. 그런 걸 잘 나타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조월례 그럼에도 여전히 어른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안미란 아이들은 자신의 성장 과정을 미리 걱정하고 움직이지 않아요. 폭탄이 터져도 놀 때는 놀아야 하니까요. 유희정신을 가진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도 있어요. 요새 작품을 심사할 때 그런 주인공이 나오는 글은 별로 없어요. 주로 조숙한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와서 가장 역할을 하면서 주변 어른들을 위로해요.
김혜원 아이들을 어른의 관점으로만 바라봐서 생긴 현상인 듯해요. 저는 『참 다행인 하루』를 읽고서 신나고 재미있고 ‘무게를 벗어났다!’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들 마음과 마주하는 방법을 어떻게 알고 계신 건지 궁금해요.
안미란 「태풍이 다녀간 뒤」는 부산에 태풍 ‘매미’가 왔을 때 동네 아이가 한 말을 모티프로 해서 쓴 이야기예요. 그 당시에 제 수업을 듣던 한 아이가 집에 한 번도 혼자 있어본 적이 없었는지 “수업 들으러 지금 갈까요? 우리 학교는 멀쩡할까요?” 이런 전화를 계속 거는 거예요. 아이가 올 시간이 됐는데도 안 와서 걱정이 돼 나가보니 아이가 맑은 얼
굴로 “하늘 날았어요.” 하면서 오는 거예요. 얼굴이 자부심으로 빛나더라고요. 그래서 몇 년 뒤에 그 이야기를 그대로 썼어요. 나중에 애한테 보여주면서 네 이야기다, 하니까 못 믿더라고요. 다른 책에도 동네 아이들이 많이 나와요. 학교나 동네 아이들을 모델로 해서 글을 많이 써요.
김혜원 복잡한 요즘 세상에서 ‘자존감’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그리고 그걸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하고 싶으셨나요?
안미란 제게 있어 ‘동화 쓰는 작가’라는 수식이 ‘그래도 내가 자존심은 지키면서 바르게 살아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하는 동기가 되어 주는 것 같아요. ‘어린이 책을 쓰는 사람이 이 문제에 눈감아서 되겠어?’라는 질문을 던지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거죠. 사실 사람은 바르게 못 살잖아요. 비겁하고, 약한 게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부끄러움도 알
아요. 그걸 수오지심이라고 하잖아요. 어린이 문학은 뭘 가르치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 줄 수 있는 능력, 흔히 이야기하는 ‘정서’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해요.
김혜원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그리고 동물과 동물 등 서로의 관계를 다채롭게 그린 전작 『너만의 냄새』와 비슷하면서도 좀 더 편안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안미란 『너만의 냄새』는 셋째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즈음 썼어요. 그때 곧 재개발되는 집에 살았는데 개, 고양이, 쥐, 산 아래로 내려온 살쾡이까지 우리집에 들락날락거렸어요. 책 속에 나온 인물들 또 한 다 그 동네 사람들이에요. 할머니 한 분이 아들들이 두고 간 엄마가 다 다른 아들 셋을 키우셨는데, 아침에 할머니가 박카스를 팔러 산에 가시면 그 애들이 논다는 핑계로 제 집에 놀러왔어요. 둘째가 어린이집을 갔다 오면 전 아무것도 못했어요. 그때 아기 재우면서 공책에 조각조각 쓴 게 단편집이 된 거예요.
김혜원 아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단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서인지 이 단편집이 무척 반가웠어요. 동화를 쓰실 때 대상을 연령별로 구분해 두고 쓰시는지요?
안미란 독자의 연령을 염두에 두고 문체를 고민해요. 저는 일단 ‘쉽고 짧은 문장이면 다 통한다’ 주의예요. 단어는 어려워도 상관없어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아이들이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되거든요. 할머니가 읽어 줘도, 3학년 정도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아요. 그걸 수오지심이라고 하잖아요. 어린이 문학은 뭘 가르치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 줄 수 있는 능력, 흔히 이야기하는 ‘정서’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해요.
김혜원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그리고 동물과 동물 등 서로의 관계를 다채롭게 그린 전작 『너만의 냄새』와 비슷하면서도 좀 더 편안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안미란 『너만의 냄새』는 셋째 아이가 갓난아기였을 즈음 썼어요. 그때 곧 재개발되는 집에 살았는데 개, 고양이, 쥐, 산 아래로 내려온 살쾡이까지 우리집에 들락날락거렸어요. 책 속에 나온 인물들 또 한 다 그 동네 사람들이에요. 할머니 한 분이 아들들이 두고 간 엄마가 다 다른 아들 셋을 키우셨는데, 아침에 할머니가 박카스를 팔러 산에 가시면 그 애들이 논다는 핑계로 제 집에 놀러왔어요. 둘째가 어린이집을 갔다 오면 전 아무것도 못했어요. 그때 아기 재우면서 공책에 조각조각 쓴 게 단편집이 된 거예요.
김혜원 아이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단편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서인지 이 단편집이 무척 반가웠어요. 동화를 쓰실 때 대상을 연령별로 구분해 두고 쓰시는지요?
안미란 독자의 연령을 염두에 두고 문체를 고민해요. 저는 일단 ‘쉽고 짧은 문장이면 다 통한다’ 주의예요. 단어는 어려워도 상관없어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아이들이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되거든요. 할머니가 읽어 줘도, 3학년 정도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오늘도 잘 놀자!
김혜원 작가님께서는 어떤 책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요.
안미란 최근 읽은 것 중에 정말 웃겼던 건 일본 작가의 『아빠, 소 되다』예요. 웃긴데 슬픈 작품이죠. 유사한 작품 가운데 최고는 『참깨밭 너구리』인데, 이 책은 저학년들도 재밌게 볼 수 있어요. 생각해 보면 재미있게 읽은 책은 이색적인 것과 교합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슬픈 이야기는 웃기게, 무서운 이야기는 아름답게 말예요. 무거운 이야기, 사회의 정말 절실하고 진중한 문제를 밝고 가볍게 그려내더라도 그 속의 진지함을 잃지는 않는 방향으로요. 진지한 이야기를 정색하고 하면 애들이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김혜원 ‘세월호’를 쓰는 작업에 대해서 어떤 고민을 하시는지요?
안미란 세월호 참사 희생자 245명의 간략한 전기를 엮은 ‘416단원고 약전’ 작업에 고맙게도 참여했어요. 아는 선생님께 연락을 받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했죠. 그런데 많이 힘들었어요. 작가니까 냉정하게 하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꼭 그 이야기를 쓰지 않더라도 그 작업이 내 작가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것 같아요. 친정도 안산 근처거든요. 누구나 다 그럴 것 같아요. 결국엔 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말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 작가거든요. 필화를 겪든 말실수를 하든 일단 쓰는 사람이 작가예요. 세월호 문제도 말 안 하면 못 배기는 거죠. 제 막내는 엄마가 하는 일이 자신이 가진 부끄러운 것들을 발가벗겨서 보여 주는 일인 걸 알더라고요. 얼마 전에도 제가 쓰는 작가 노
트를 보더니 “엄마, 이런 이야기는 뭐 하러 써? 이렇게 부끄러운 일을 왜 써?” 물어보더라고요. 전 “그게 엄마 일이야.”라고 이야기했어요. 아팠던 나, 외롭던 나, 그런 걸 다 동화로 바꿔 써서 보여 주는 거잖아요. 말하면 실수일 수 있고 죄일 수 있는데 그런 걸 알면서도 다 드러내 보여 주는 거죠.
김혜원 작가님께서는 어떤 책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해요.
안미란 최근 읽은 것 중에 정말 웃겼던 건 일본 작가의 『아빠, 소 되다』예요. 웃긴데 슬픈 작품이죠. 유사한 작품 가운데 최고는 『참깨밭 너구리』인데, 이 책은 저학년들도 재밌게 볼 수 있어요. 생각해 보면 재미있게 읽은 책은 이색적인 것과 교합된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슬픈 이야기는 웃기게, 무서운 이야기는 아름답게 말예요. 무거운 이야기, 사회의 정말 절실하고 진중한 문제를 밝고 가볍게 그려내더라도 그 속의 진지함을 잃지는 않는 방향으로요. 진지한 이야기를 정색하고 하면 애들이 얼마나 피곤하겠어요.
김혜원 ‘세월호’를 쓰는 작업에 대해서 어떤 고민을 하시는지요?
안미란 세월호 참사 희생자 245명의 간략한 전기를 엮은 ‘416단원고 약전’ 작업에 고맙게도 참여했어요. 아는 선생님께 연락을 받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했죠. 그런데 많이 힘들었어요. 작가니까 냉정하게 하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꼭 그 이야기를 쓰지 않더라도 그 작업이 내 작가 인생의 전환점이었던 것 같아요. 친정도 안산 근처거든요. 누구나 다 그럴 것 같아요. 결국엔 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말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 작가거든요. 필화를 겪든 말실수를 하든 일단 쓰는 사람이 작가예요. 세월호 문제도 말 안 하면 못 배기는 거죠. 제 막내는 엄마가 하는 일이 자신이 가진 부끄러운 것들을 발가벗겨서 보여 주는 일인 걸 알더라고요. 얼마 전에도 제가 쓰는 작가 노
트를 보더니 “엄마, 이런 이야기는 뭐 하러 써? 이렇게 부끄러운 일을 왜 써?” 물어보더라고요. 전 “그게 엄마 일이야.”라고 이야기했어요. 아팠던 나, 외롭던 나, 그런 걸 다 동화로 바꿔 써서 보여 주는 거잖아요. 말하면 실수일 수 있고 죄일 수 있는데 그런 걸 알면서도 다 드러내 보여 주는 거죠.
김혜원 동화를 쓰면서 아이들한테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예요?
안미란 “잘 놀자”요!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나 좀 괜찮은 사람이거든!” 하고 스스로를 자랑할 수 있었으면 해요. 오늘 하루도 잘 자라는 나는 참 대단하다, 이런 거 말예요. 애들이 “저 수학 만점 아니에요, 영어 레벨도 낮아요, 태권도 노란 띠예요.” 하는 얘길 많이 하거든요. 초등학교 2학년이 공부 못한다고 좌절하는 걸 너무 많이 보게 돼요. 엄마들도 마찬가지예요. 결국 ‘우리 애’ 자랑인데, ‘우리 애’가 이건 잘하지만 저건 못해요, 그런 식으로 깎아내리면서 칭찬해요. 아이들에게 “잘 놀고 건강하게 자라는 오늘의 나, 칭찬해줘라”라는 말을 전해 주고 싶어요.
조월례 동화책은 아이들 마음을 읽어 줄 수 있는 능력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안미란 동화작가는 영원히 아이여야 하잖아요. 낯선 곳에 가면 두렵지만 일단 설레어야 하고, 모르는 것에 호기심이 있어야 해요. 전 ‘동심’이 그런 거라고 봐요. 낯선 것을 보고 밀어내는 건 어른의 태도거든요. 어린이 문학을 동심의 문학이라고 한다면, 어쨌거나 아이가 밝고 낙관적인 미래를 그리면서 설레어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자라나는 과정을 담는 거죠. 요즘은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찌든 상태로만 그리잖아요. 제가 생각할 때 핵심 키워드는 ‘놀이’예요. 놀 때는 내가 세상을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잖아요. 놀이가 힘인 것 같아요. 여럿이 놀 때는 협상도 벌여야 하고, 내 것도 내려놓아야 하고, 상대방 마음도 알아야 하고, 슬쩍 선의의 경쟁도 해야 하잖아요. 또 그래야 재미도 있고요. 놀이를 잘하면 돈은 못 얻어도 명예가 생기죠. 그것도 재미있잖아요. 시간을 탕진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얻는 거죠.
김혜원 저는 아이들이 노는 게 그저 탕진하는 일처럼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안미란 엄마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저는 꼰대 되는 일이 두려워요. 그런 게 저한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스스로는 못 느끼다가도 꼭 된통 소리를 듣거나 당해봐야 그런 걸 알게 돼요. 어린이 문학을 잘 아는 사람들하고만 만나면, 자칫 꼰대가 될 것 같더라고요. 일단 작가 뒤에 ‘~님’ 자를 붙이잖아요. 그런 게 독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느끼면 전혀 다른 세계에 가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어야 되는데, 게을러지면서 그 일이 귀찮아지는 거죠. 그나마 다행인 게 저는 꾸준히 이주민 단체에 가고 있어요. 그곳에 가면 굉장히 다양한 사람을 만나요. 잘 소통하지는 못해도 많이 배우고 신선한 자극을 많이 받거든요. 지금 시작하는 작업 중에 이주민 활동가들
의 라이프 스토리를 쓰는 것도 있어요. 부산에 온 지 10년, 20년차 되는 이주민 중에 활동가들이 몇 명 있거든요. 자기들끼리 공동체를 꾸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분들 이야기를 세 사람이 합쳐서 같이 작업하기로 했어요. 올해는 그러면서 제가 충전을 좀 했으면 해요.
안미란 “잘 놀자”요!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나 좀 괜찮은 사람이거든!” 하고 스스로를 자랑할 수 있었으면 해요. 오늘 하루도 잘 자라는 나는 참 대단하다, 이런 거 말예요. 애들이 “저 수학 만점 아니에요, 영어 레벨도 낮아요, 태권도 노란 띠예요.” 하는 얘길 많이 하거든요. 초등학교 2학년이 공부 못한다고 좌절하는 걸 너무 많이 보게 돼요. 엄마들도 마찬가지예요. 결국 ‘우리 애’ 자랑인데, ‘우리 애’가 이건 잘하지만 저건 못해요, 그런 식으로 깎아내리면서 칭찬해요. 아이들에게 “잘 놀고 건강하게 자라는 오늘의 나, 칭찬해줘라”라는 말을 전해 주고 싶어요.
조월례 동화책은 아이들 마음을 읽어 줄 수 있는 능력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책이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안미란 동화작가는 영원히 아이여야 하잖아요. 낯선 곳에 가면 두렵지만 일단 설레어야 하고, 모르는 것에 호기심이 있어야 해요. 전 ‘동심’이 그런 거라고 봐요. 낯선 것을 보고 밀어내는 건 어른의 태도거든요. 어린이 문학을 동심의 문학이라고 한다면, 어쨌거나 아이가 밝고 낙관적인 미래를 그리면서 설레어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자라나는 과정을 담는 거죠. 요즘은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어려운 현실 속에서 찌든 상태로만 그리잖아요. 제가 생각할 때 핵심 키워드는 ‘놀이’예요. 놀 때는 내가 세상을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잖아요. 놀이가 힘인 것 같아요. 여럿이 놀 때는 협상도 벌여야 하고, 내 것도 내려놓아야 하고, 상대방 마음도 알아야 하고, 슬쩍 선의의 경쟁도 해야 하잖아요. 또 그래야 재미도 있고요. 놀이를 잘하면 돈은 못 얻어도 명예가 생기죠. 그것도 재미있잖아요. 시간을 탕진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얻는 거죠.
김혜원 저는 아이들이 노는 게 그저 탕진하는 일처럼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안미란 엄마들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저는 꼰대 되는 일이 두려워요. 그런 게 저한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스스로는 못 느끼다가도 꼭 된통 소리를 듣거나 당해봐야 그런 걸 알게 돼요. 어린이 문학을 잘 아는 사람들하고만 만나면, 자칫 꼰대가 될 것 같더라고요. 일단 작가 뒤에 ‘~님’ 자를 붙이잖아요. 그런 게 독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느끼면 전혀 다른 세계에 가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어야 되는데, 게을러지면서 그 일이 귀찮아지는 거죠. 그나마 다행인 게 저는 꾸준히 이주민 단체에 가고 있어요. 그곳에 가면 굉장히 다양한 사람을 만나요. 잘 소통하지는 못해도 많이 배우고 신선한 자극을 많이 받거든요. 지금 시작하는 작업 중에 이주민 활동가들
의 라이프 스토리를 쓰는 것도 있어요. 부산에 온 지 10년, 20년차 되는 이주민 중에 활동가들이 몇 명 있거든요. 자기들끼리 공동체를 꾸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분들 이야기를 세 사람이 합쳐서 같이 작업하기로 했어요. 올해는 그러면서 제가 충전을 좀 했으면 해요.
김혜원 작가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안미란 내가 죽더라도 살아남을 작품 속 주인공 한 명쯤을 남기고 싶어요.
김혜원 작가님에게 동화는 무엇인가요?
안미란 ‘좀 괜찮은 인간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니?’ 라는 당위를 제공해 주는 거예요. 나 좀 괜찮은 인간이야, 그런 것도 가끔 말하고 싶잖아요. 나와 가족을 챙기는 일 말고는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다고 하면 억울할 것 같아요.
조월례 작가라는 직업 이전에 안미란은 어떤 사람인가요?
안미란 주의가 늘 산만한 사람. 저는 정말 산만하거
든요. (웃음)
김혜원 그래서 늘 아이의 마음과 통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안미란 내가 죽더라도 살아남을 작품 속 주인공 한 명쯤을 남기고 싶어요.
김혜원 작가님에게 동화는 무엇인가요?
안미란 ‘좀 괜찮은 인간으로 살아야 하지 않겠니?’ 라는 당위를 제공해 주는 거예요. 나 좀 괜찮은 인간이야, 그런 것도 가끔 말하고 싶잖아요. 나와 가족을 챙기는 일 말고는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다고 하면 억울할 것 같아요.
조월례 작가라는 직업 이전에 안미란은 어떤 사람인가요?
안미란 주의가 늘 산만한 사람. 저는 정말 산만하거
든요. (웃음)
김혜원 그래서 늘 아이의 마음과 통하실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