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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방방곡곡 사서人 인터뷰] 오선지, 강현희 사서교사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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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10-04 09:42 조회 20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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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독서교육,

주춧돌을 세웁니다

오선지, 강현희 사서교사와의 만남


인터뷰·사진 최문희 편집장





선후배로 이뤄진 한 쌍의 사서교사를 보는 일은 즐겁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사람에게 괜스레 의지하고픈 소망이 보일수록. 상대가 어떤 고충과 성취를 느끼는지 조심히 살피는 배려가 감지될수록. 강 사서교사와 오 사서교사가 주고받는 에너지는 줄곧 그런 온기로 충만했다. 광주의 사서교사 인원은 채 40명이 되지 않지만, 지역 독서교육의 두 베테랑이 품은 저력은 수도권의 교육 열기 이상이라는 예감. 아주 틀리지 않았다. 가뭄에 콩 나듯 드문 사서교사 티오에도 수업을 개발해 온 두 사람의 지난날은 간단치 않았으므로. 꺾이지 않는 마음은 계속됐다. 교과교사와의 협력은 물론, 방과후마다 학교도서관이 교육적 기능을 다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자리를 타진해 왔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하는 전문 교과서를 집필하기까지, 두 사람은 어떤 출근길과 퇴근길을 걸어 왔을까. 학생들이 누려야 할 교육 서비스를 잇기 위해 분투해 온 열기의 끝에서 발견한 한 가지. 그렇게 학교도서관은 진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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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선후배로 만나신 첫날, 선배님 입장에선 오랜만의 임용이기에 건네고 싶은 말이 많으셨을 테고 후배님은 설레면서도 은근 긴장되셨을 텐데요.


오선지 저는 광주에 처음 임용된 사서교사(현 장덕고 근무)인데 당시 13명이 광주에 발령을 받았어요. 2006년의 일이었죠. 시간이 한참 지나 발령 받은 강현희 선생님은 광주에서 티오가 단 한 명 났을 때 뽑힌 한 명이니, 엄청난 인재인 셈이에요. 더구나 중등 쪽으로 일을 시작하는 후배가 왔다는 소식에 참 반가웠어요. 현희 샘은 학교도서관에 입성하자마자 일도 엄청 열심히 하더라고요. 교육청에서 하는 토론 논술 아카데미가 있는데, 각종 교과교사가 모이기 때문에 수업 연구와 커뮤니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거든요. 현희 샘께서 아카데미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공부하는 걸 보고 기특하고 든든했어요. 우리가 처음 만난 날엔 ‘드디어 들어왔다!’ 속으로 외쳤던 기억이 나요. (웃음) 같은 대학을 나오고 같은 지역에서 근무한다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각별하기도 했고요.


강현희 제가 발령받은 즈음 선배님들이 모인 횟집에 가려고 식당 문을 열었는데 사람이 엄청 많았어요(현 제일고 근무). 선배님들이 서른 분 정도 앉아 계셨어요. 식당의 방 한 칸을 꽉 채우고 계신 선배님들을 마주하는 찰나 ‘나 진짜 붙었나 보다. 신기하다.’ 싶었어요. 제가 발령을 받던 전 해에는 사서교사 티오가 없어서 대학에서 거의 화석 취급을 받으면서 다녔어요. 그러다가 저를 아기처럼 챙겨 주는 분위기를 맞닥뜨리니 신기했죠. 학교 동료 교사들과 교장선생님도 잘 챙겨 주셨고요. “횡령 빼고 다 해도 된다”라며 열렬히 지원해 주셨거든요. (웃음) 선배들도 모르는 거 있으면 톡으로 물어보라 하셔서 자잘한 것까지 공공연하게 물어봤어요. 전임자께서 책 띠지를 따로 보관하셨는데, 저는 이걸 버려도 되는지 궁금해서 여쭤봤어요. 몇 년 지나 너는 그런 것까지 물어보더라, 하시더라고요. 친해지고 난 뒤 얘기해 주셨던 건데, 사소한 것까지 선배님들에게 미주알고주알 질문을 드리며 신규 시절을 보냈던 것 같아요.



일을 처음 하는 사람 입장에선 갈피가 안 잡힐 테니 이해가 돼요. 오선지 선생님께선 근무 20년 차를 바라보고 계신데, 빛고을독서마라톤을 만든 장본인 중 한 분이시라고요.


오선지 ‘광주에 사서교사가 임용되면 우리 지역의 독서교육 프로그램 밑바탕을 이렇게 마련해야겠다’ 하고 계획해 오던 장학사님이 계셨어요. 그 장학사님을 필두로 광주광역시만의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어떻게 수립할지 함께 회의를 거듭했어요. “지역 차원에서 범시민적 독서시민운동을 하려면 무엇을 하는 게 좋을까?” 고민을 나눴는데, 머리를 맞대고 다른 지역과 해외의 선진 사례를 공부했죠. 그러다가 지역 시민 전체가 책을 읽으며 완독한 페이지를 스포츠처럼 겨루는 독서마라톤을 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시민운동으로 시작했는데 회차가 거듭 될수록 학생 참여가 집중되다 보니 학생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한편, 범시민을 위한 독서운동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중간 점검을 해 보자는 의견도 최근엔 두터워지고 있어요. 독서마라톤은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책을 읽은 쪽수를 마라톤의 킬로미터로 계산하며 완주하는 방식인데, 장학사와 광주 지역에 처음으로 발령받은 사서교사들이 만들었기에 지역 내 학교에서도 참여를 독려하는 편이에요(편집자 주: 올해로 19회차를 맞이하는 빛고을독서마라톤 대회는 학생, 교사, 시민을 대상으로 하며 독서일지 작성을 통해 구간별 완주증을 발급해 주는 시민운동 프로젝트다. 거북이, 악어, 토끼 코스 등 완독한 쪽수별 난이도가 다양하며 학년 초, 학교장이 승인한 경우에 한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도 가능하다).



목포 지역 사서교사 일곱 분이 모여 지역의 근현대 문학자원을 활용한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셨다고요. ‘두근두근 목포’ 기획의 썰을 풀어 주세요.


오선지 근무 2년 차쯤, 학교 운동장에서 입학식이 열렸는데 봄날에 눈이 내리더라고요. 첫눈이었다면 반갑고 설렜을 텐데 3월에 내리는 눈이라니, 별안간 낯설었어요. 그 눈이 마치 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에서 누군가에게 저라는 존재가 어색하다고 생각하니 서글픈 입학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죠. 당시 제가 발령받은 학교는 한 번도 사서교사를 경험하지 못해서 신규 시절부터 이런저런 독서 행사를 줄기차게 열었어요. 그땐 포토샵이 익숙했던 시절도 아니었기에 아이들이 포스터물감으로 독서 장려 포스터를 그리곤 했거든요. 도서관이 좁아 아이들을 강당에 풀어놓고 같이 표어를 만들고 포스터를 그리는데 비난을 많이 받았어요. 열심히 한 학생들에게 상도 주려고 했는데, 동료들에게 ‘지금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이랑 뭘 하는 거냐’는 평을 받았죠. 어쩌면 고교 초임 교사의 실수, 노하우 부족으로 빚어진 결과일 수도 있지만 사서교사를 비교과로 보고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모종의 시선이 있었어요. 이후 광주로 발령받은 사서교사 인원이 차츰 늘어나면서 사서교사들로 이뤄진 분과가 마련되었어요. 해마다 연구 주제 한 가지를 정해 공부하고 성과를 쌓는 독서교육지원단도 꾸렸고요. 제가 지원단 대표로 있을 땐 코로나19 시기의 독서교육 대안책으로 팟캐스트 제작에 집중했어요. 연구회에 소속된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합심해 올린 채널은 지금도 검색해서 볼 수 있어요. 당시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교육 관계자들이 많아서 교육청 사업으로 몇 년간 운영되기도 했어요. 팀별 모집에 접수하면 교육연구정보원에서 녹음 부스를 이용하게 해 주고 주무관들이 편집하는 방식으로 작년까지 운영도 활발히 했고요. 사서교사 아홉 명이 모인 ‘구사일책’이라는 팟캐스트도 그 무렵 활발하게 방송을 업데이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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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까지 강현희 선생님께선 진로 독서수업 등을 주제로 저희 월간지에 꾸준히 글을 연재하셨는데요. 현재 논술·실용경제 등 교양과목 수업을 실천 중이신데, 성취감이 컸던 수업을 꼽아 본다면요?

강현희 지금은 학생들의 실생활과 관련 있는 실용경제 수업에 천착하고 있어요. 수업 시간에 자료를 찾고 읽으며 자산계획을 세우는 활동을 하는데요. 예를 들어 통계청 사이트에서 세대별 한 달 생활비를 검색해 보고, 부동산 사이트에서 한 달 기준 월세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도 해요. 월세를 알아야 성인이 되었을 때 나머지 금액으로 아이들이 한 달 생활비를 계획할 수 있잖아요. 대학을 어디 지역에서 다닐지 등을 고민해 보고 내가 지내는 환경에 따라 쓰는 기회비용을 아는 연습이 필요해요. ‘너희가 어디를 가든지 호구가 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게 해 줄게.’라고 하면 현실적인 공부라 생각해서인지 학생들이 좀더 집중해요. 내가 되고자 하는 직업군의 평균 수입을 알기 위해 챗gpt로 질문도 하는데요. 특정 직업군의 급여나 표준 임금, 연령대별 수입을 각종 사이트를 통해 탐구해요. 통계청과 조세청을 비롯해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KDI 한국개발연구원을 포함, EBS 다큐 <자본주의> 제작팀이 쓴『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를 2차 정보로 참고했고요. 최근 청소년들은 주식에도 관심이 있어서 관련 단행본을 추천하면 흥미로워해요.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제 수업이 한 차시 정도라도 선명히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요. 삶에 보탬이 되길 바라거든요.



오선지 선생님께선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수업과 주제 탐구 수업 등을 꾸준히 이끌어 오셨죠. 인정 교과서 집필 작업을 하고 계신데, 사서교사로서의 수업 개발에 집중한 계기는요?


오선지 오래전부터 사서교사의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는 교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교과교사와의 (수업) 시수 다툼에서 남은 교양 교과를 랜덤으로 맡는 게 아니라, 우리도 우리의 전문 교과를 맡으면 좋잖아요. 그렇게 수업 연구를 골똘히 해 오다가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라는 과목을 생각해 냈어요. 때마침 전남대의 박주현 교수님이 관련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일에 관심이 많으셔서 같이 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교육과정이 마련되어도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학교가 필요한데요. 가령 교육과정 안에 새로운 과목이 편성되고 인정도서 추천위원회를 거쳐 인정교과서로서 지위를 마련하는 일이 단위 학교에서 모두 이뤄져야 해요. 이 일련의 과정을 해 보겠다고 나섰는데, 교육과정이 편성되고 나면 제가 수업을 할 수 있으니 교사 편성 라인에 제 이름을 넣었고 학교에도 신속하게 제안을 해 봤어요. 수요 조사 결과, 미디어 정보 리티러시로 수업을 받을 인원을 합치니 2개 반이 되었고, 우선 교과서 없이 수업을 진행했죠. 저야 해당 교육과정을 계속 같이 다듬으면서 편성과 공부를 했지만 다른 학교나 지역에서 사서선생님들이 이 교과를 편성한다면 처음부터 교과서를 사용하는 수업을 준비하는 게 훨씬 수월하실 것 같아요. 내년에 출판될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교과서가 파급력을 갖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가면 좋겠어요.



사서교사가 지도할 수 있는 전문 교과서에 대한 염원이 오래됐는데, 반가운 소식이네요.


오선지 강현희 선생님한테 연락해서 “(인정교과서 집필 작업) 해 봅시다!” 얘기했는데, 머뭇거림 없이 바로 하겠다고 해 주셨어요. 그렇게 곧바로 지지해 주는 사람이 제 주변에선 강현희 선생님이 유일해요. 2025년 1월 말에 교육부와 사업을 마무리 짓고 3월에는 출판해서 수업이 교육 현장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도록 하려고요. 사실 사서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도서관에 있는 자료들이에요. 든든한 뒷배 같은 느낌이랄까요. 온갖 단행본과 정기간행물을 수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에요. 이번에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관해 다뤘는데, 정부와 시민단체 등 입장별 차이점과 쟁점을 심도 있게 파헤쳤어요. <과학동아>의 팩트 체킹, 해안가에 인접한 지역들에서 완성한 연구 보고서,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 등 다양한 자료를 검증하는 활동을 꾀하며 쟁점들을 도출했어요. 자신이 유엔인권이사회 의장이라면 이 이슈에 관해 어떤 식으로 성명서를 발표할지 써 봤고요. 챗gpt를 통해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할지 의논하는 한편, 초기 질문을 계속 구체화하고 다듬어 가면서 학생들이 사회 이슈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비판적으로 볼 수 있게 도왔어요. 학생들이 시민으로 살며 앞으로 다양한 정보를 접할 텐데, 정보들을 분별해 가면서 자기 입장을 바람직하게 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요. 이는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과목의 수업 목표와도 맞닿아 있는데, 3주 동안 수업을 함께했고 학생들도 꽤 재밌어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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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는 다양성,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토론이 활성화된 지역이기도 하지요. 관련 문화 행사를 꾸준히 꾸려 온 독립책방을 추천하신다면요?


강현희 러브앤프리(남구 천변좌로418번길 17 1층)에는 책방지기님이 책 쓰는 수업을 열기도 하고 지역대학 국문과 교수를 섭외해서 같이 책 읽는 프로그램이나 라디오도 진행해요. 책과생활(동구 제봉로 100-1 2층)은 사회과학 분야의 북큐레이션이 우수한 곳으로 작가 초청 행사를 자주 열어요.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활발하고 원형으로 된 신기한 책장도 있어서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묘미도 있죠. 최근에 좋아하는 곳은 동명책방 꽃이 피다(동구 장동로43번길 16 1, 2층)인데, 비교적 넓은 편이에요. 2∼3층이 카페로 되어 있고 북콘서트도 종종 열어요. 비슷하게 광주 지하철 문화전당역 4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손탁앤아이허(동구 제봉로138번길 8)는 책과 맥주를 파는 책방이에요. 책방 2층은 1인 손님만 입장할 수 있어서 조용한 곳에서 1인분의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에요. 자신이 읽은 책만 파는 이것은 서점이 아니다(광주 동구 충장로22번길 8-12 1층)는 지조가 강한 책방지기들이 운영하는 책방으로, ‘기분 나쁜 책’이 없는 게 매력인데요. 가끔 서점에서 읽다가 혐오 표현이 많은 책을 발견하곤 하는데, 이곳 책방은 그렇지 않아요. 소수자들을 위한 다양한 책을 구비하고 있어요.

 

최근 교육부가 2025학년도 신규 임용시험을 예고한 바, 사서의 채용 인원은 전년 대비 40.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적은 인력 충원도 문제이지만 우리 지역에 급선무인 교육 자원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으실 텐데요.


오선지 학교도서관이 교육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건강하게 기능하려면 학교도서관의 교육적인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이 정책을 집행하고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설이 몇 제곱미터로 이뤄져야 하고, 장서는 몇 권으로 채워져야 하는 등의 시설 조건으로 학교도서관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이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기에 발전이 더디다고 봐요. 현재 독서교육 정책에 관한 의사결정권자가 교과교사 출신들로만 채워져 있다 보니, 사서라는 전문 인력이 어떤 역량을 갖고 있는지 인지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어요.

강현희 다른 지역도 비슷할 텐데, 광주 지역에서는 사서교사가 (독서교육과) 장학사가 된 적 없어요. 보직교사 몇 년, 담임교사 몇 년의 경력이 장학사의 조건이기 때문에 정책의 방향도 바뀌질 않죠. 그러다 보니 독서교육에 관한 역량을 키우는 일이 한계가 올 수밖에 없고 사서교사라는 전문직의 부재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예산도 문제예요. 현재 학교도서관진흥법에 따라 도서관 자료 구입비가 학교 운영비의 3% 이상이 되게 하라고 하지만, 광주의 경우 도서구입비와 운영비가 ‘권장’ 수준이에요. 교육청은 도서관 예산이 필수라고 하면서 공문에는 ‘권장’이라는 단어를 명기한 채로 내려보내거든요(편집자 주: 정기적으로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이 개정되고 있지만 학교 기본운영비 가운데 3%를 도서자료 구입비로 쓰라는 지침이 ‘권고’, ‘학교 재량’인 경우가 많다. 지방에 위치한 학교도서관일수록 교육부 권고 기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운영되는 악순환을 앓는다). 저희 학교장은 (도서관 운영에 관한) 의지가 있으셔서 예산을 마련하려고 하는 편인데, 지역 내 다른 학교의 경우 다른 부문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자료구입비 확보가 안 되는 경우도 발생해요. 학교도서관 여건이 부족한 학교의 경우, 자료구입비 조건을 충족하는 일은 절실할 수밖에 없죠. 티오와 예산 충족이 학교도서관 자원의 가장 시급한 문제예요.


 

시민들이 학교도서관을 통해 어떤 효능을 느끼길 바라나요? 일터에서 일하는 사서교사로서 느끼고 싶은 효능감도 궁금해요.


강현희 대학 시절, 한 교수님께서 사서교사가 되면 도서관에 혼자 있지 말고 끊임없이 돌아다니면서 교사들과 어울려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교사 독서회를 만드는 등 협력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너희가 도서관 외딴곳에 박혀 있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요. 학교도서관은 학교의 심장이 되어야 한다고 하신 분이셨는데, 그때부터 소통하고 협력하는 걸 중요하게 여겼어요. 학부모 독서회를 꾸준히 꾸려 온 것도 그 때문이에요. 이따금 동료 교사와 학생들 입장에선 제가 ‘살면서 본 유일한 사서교사’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반화가 되기 쉽다 보니, 타인에게 민폐 끼치지 않는 사서교사가 되어야겠단 다짐이 들어요. 나아가 선생님 같은 사서교사가 있어서 좋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독서 행사,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한 가지라도 좋으니 삶에서 유용한, 명징한 앎을 얻어 가길 바라요. 학생들이 성인이 되면 회사에 도서관이 있는 곳을 다닐 가능성이 거의 없잖아요.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에서라도 책을 가까이하며 누릴 수 있는 효능을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선지 초임 시절, 저를 예뻐해 주던 선배 선생님이 계셨는데 회식 자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사서교사라니 안타깝다. 척박한 환경에서 바락바락 애쓰지 말고 전과해서 즐겁게 살아라.” 제가 가진 열정을 알아봐 주신 거고 교과 지도를 하면 훨씬 더 좋을 거라는 맥락의 말씀이셨을 텐데, 지금은 다른 말들이 훨씬 반가워요. “사서교사가 있으니까 이 학교가 다르네요!” 하고 얘기해 주는 사람들이 가장 고마워요. 으레 학교도서관 서가를 구성할 때 사서의 색깔이 드러나기 마련이잖아요. 사서교사들이 수업 시간 혹은 교육과정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시하고 큐레이션하는 과정들이 각별하게 다가와요. 사서선생님의 성향이나 색깔을 알아채 주는 사람을 만날 땐 참 기쁘고요. 그런 순간이 제가 사서교사로 살면서 느끼고 싶은 효능이에요. 다른 관종의 도서관과 차별화되는 학교도서관만의 특성이 있다면 ‘교 수학습의 동반자’라는 거 아닐까요? 사서교사라는 전문인력이 그렇게 자리를 잡아 갔으면 좋겠어요. 이번 교과서 집필로 가능성이 일 퍼센트 올라가길 바라요. 학생들이나 학부모들도 도서관의 역할을 깊이 인식해 주신다면 교육적 영향력을 선하게 주고받는 기회도 넓어질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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