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분투기] 도서관에는 역시 책이 있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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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는 역시
책이 있어야 해!
도서 재배열부터 신간 수서까지
모든 서가가 텅 비어 있는 도서관을 보고 있으니 낯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공간에 책들을 새로 채워 넣을 생각에 설레기도 했다. 이왕 다시 시작하는 거, 첫 단추부터 잘 끼우고 싶었다. 처음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 현대화 사업의 묘미는 그런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먼저 우리 도서관에 있는 서가를 구분하는 작업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정원진 구미 형곡중 사서교사
배가 계획은 가장 중요한‘ 자료공간 서가’부터
형곡중 학교도서관에는 자료공간·신간도서·북큐레이션·테마도서 이렇게 총 4가지 종류의 서가가 있다. 필자는 가장 많은 책이 들어갈 자료공간 서가에 분류번호 000부터
900까지의 책들은 물론 만화, 그림책, 수업용 복본 도서까지 배가할 계획을 세웠다. 모든 자료를 한 공간에서 찾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ㄷ’자 7단 벽면서가와 6단 양면 입식서가로 이루어진 자료공간에 어떤 식으로 책을 배가할지 한글파일에 표를 그려 계획해 보았다. 배가 공간을 살펴보니 7단 벽면서가는 총 23연, 6단 입식서가는 총 40연이었다. 서가의 1층은 너무 낮고 맨 위층은 너무 높으니, 모든 서가의 1층과 맨 위층은 비워 두도록 배가를 계획했다. 또 서가 한 칸에 적정 배가 수준인 35권씩 책을 꽂는 것으로 작업도를 그렸는데, 이 모든 계획은 서가 배가 업체와 함께 실제 배가 작업을 진행할 때 전부 수정되었다.
시행착오로 알게 된, 배가 작업 꿀팁!
① 서가 공간을 소장 도서 대비 ‘매우 넉넉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면, 서가의 1층부터 6층까지 모든 층에 책을 배가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매년 1,000권 이상의 새로운 도서를 입수해야 하는 우리 학교의 경우 한 해가 지날 때마다 금세 서가가 채워진다. 비워 둔 층에 추후 다시 책을 재배치해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으니 되도록 처음부터 모든 층에 책을 채워 놓도록 하자. (물론 7층은 예외다.)
② 필자는 서가 한 칸에 35권이 아닌 20권 정도를 배가했다. 이는 서가 배가 업체 측에서 제안한 것인데, 이렇게 하니 향후 몇 년간은 새로운 책이 들어오더라도 서가 구성을 바꾸지 않아도 될 만큼 서가의 여유 공간이 많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따라서 책을 배가할 때는 서가의 모든 칸을 사용하되, 한 칸당 최소한의 책을 배가하는 것을 추천한다.
③ 분류번호별로 대략 몇 권의 책이 있는지 파악 후 메모지에 분류번호를 써 서가의 연마다 붙여 놓자. 예를 들어 ‘500∼520’번대 책이 배가될 서가의 연 맨 위에 ‘500∼520’이라고 써 붙여 두면 업체 측에서 책을 대략적으로 배가한 뒤에 그 번호대에 맞게 배열을 다시 조정해 준다.
④ 필자는 자료의 수가 적은 ‘000 총류’는 2연, ‘200 종교’, ‘700 언어’는 1연에 모든 책을 배가했다. 그런데 1년 정도 사용해 보니 아무리 현재 책이 적다 하더라도 대분류별로 최소 2연의 공간은 확보해 두는 것이 좋다고 느낀다. 1연은 아무래도 지나치게 소박하다.
자료공간 도서 구성, 우리 도서관에 맞춤하게!
자료공간 ‘ㄷ’자 벽면서가 중 두 면에는 대분류에 따른 책을 배가하고, 나머지 한 면에는 만화와 그림책을 배가했다. 자료공간에 창문과 소파가 있는 부분이 두 군데 있는데, 이
공간에서 학생들이 대부분 만화를 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소파 아래에는 일부러 서가의 높이를 높게 만들어 크기가 큰 그림책을 배가할 수 있게 했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벽면서가에는 만화책을 배가했다. 그리고 대출반납 공간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벽면서가 한 연을 테마도서 서가로 만들어 매번 색다른 큐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넓디넓은 자료공간에서 학생들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자료공간 도서 배치도>와 <청구기호 보는 법> 사인물을 직접 만들어 자료검색대 옆에 함께 비치해 두었다. 도서 배치도는 올해부터 수업 중인 1학년 1학기 학교자율시간 과목 ‘도서관 리터러시’ 시간에 학생들에게 청구기호를 해석하여 책을 찾는 수업을 할 때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신간 서가, 색다르게 꾸려 보기
3월부터 도서관 현대화사업을 계획했기 때문에 교장선생님과 논의해 1학기에는 책을 사지 않고 현대화 사업 이후에 신간을 한 번에 구입해 재개관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학생과 교직원 희망도서도 중요하지만 새 학교로 이동한 첫해에는 ‘학교도서관에 있어야 할 책이 있는가’부터 먼저 확인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 우선 도서관에 어떤 책이 있고 어떤 책이 없는지 소장 도서 목록을 전체적으로 확인하고 ‘학교도서관이라면 반드시 소장하고 있어야 하는 책’부터 구입 예정 목록에 포함했다. 그렇게 1,100여 권의 신간 목록이 작성되었다.



신간 서가는 벽면 7단 8연 서가로 제작했다. 그중 2·4·5·7연 서가는 전시 칸으로 만들었다. 어떤 칸에 어떤 책을 넣는 게 좋을지 자료공간 배가 작업 때와 마찬가지로 한컴 파일에 표를 그리며 고민해 보았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고 또 많이 찾는 ‘800 문학’ 도서들을 중심에 두고 도서 수량과 학생들의 흥미도에 따라 주제 분야별로 위치를 결정했다. 또 신간 서가 맨 오른쪽에 서가 배치도를 비치해 학생들이 원하는 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현재는 추가로 라벨 프린트기를 구입해 서가 칸마다 주제 분야를 나타내는 라벨을 붙여 어떤 서가에 어떤 주제의 책들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편의성을 더했다. 신간 서가에 책의 표지가 한눈에 보이는 전시 칸을 만들어 두니 학생들이 확실히 책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미관상으로도 좋은 효과가 있음을 체감하는 중이다.
북큐레이션 서가와 테마도서 서가
이 외에도 북큐레이션 서가에는 ‘한강 작가’를 주제로 하여 당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모든 도서를 전시해 두었다. 한강 작가가 책을 통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 의식을 여섯 가지 주제(제주 4·3 사건, 5·18 민주화운동, 죽음과 상실, 고통과 심리, 약자의 삶, 우리의 폭력성)로 분류해 그 키워드와 관련된 다양한 책들 또한 함께 소개했다. 테마도서 서가에는 그해 책쓰기 동아리 학생들이 출간한 일곱 권의 책을 동아리 수업 소개문과 작가 소개문을 함께 전시하여 학생 작가의 영예로운 탄생을 전교생에게 알렸다.
어느새 책으로 가득 찬 도서관을 한 바퀴 빙 둘러본다. 제자리를 찾 아 어쩐지 기분이 좋아 보이는 책들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역시 도서관 에는 책이 있어야 해.’ 다음 호에서는 대망의 도서관 재개관식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재개관 ‘행사’가 아닌 재개관 ‘식’을 진행하게 된 계기, 여러 준비 사항과 재개관식 절차 및 직접 발표한 결과 보고까지. 재개관식의 A부터 Z까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자세히 풀어보도록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