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사려 깊은 번역가의 말 걸기] 애쓰며 번역하다 배우는 것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애쓰며 번역하다 배우는 것들
나는 주로 그림책과 짧은 분량의 동화책을 번역한다. 그런데 번역문을 만드는 데 쓰는 시간보다 편집자와 PDF 파일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훨씬 길 때도 있다. 번역하는 시간에는 이 교정 작업 과정이 다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신수진 어린이책 번역가
이 책의 원제는 ‘막을 수 없어’라는 뜻의 Unstoppable인데, 우리말 제목 후보로 가장 먼저 떠올랐던 문구는 동명의 시트콤 제목인 ‘웬만해선 우리 를 막을 수 없다!’였다. 번역 작업을 하면서 ‘안 될 거 없지!’ 외에도 ‘아무도 못 말려!’ ‘못할 거 없지!’ ‘말리지 마!’ ‘굴하지 않아!’ ‘꺾이지 않아!’ 같은 제 목 후보들을 여러 번 소리 내어 중얼거려 보다가 ‘안 될 거 없지!’를 나름 최 우수 후보(?)로 점찍어서 보냈고, 이 제목이 다행히 편집부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고 한다. 동물들이 모여서 서로 힘을 합칠 때마다 새로운 동물 이름을 만들어 내 는 것도 재미있는데, 맨 나중에는 대통령과 국회까지 합세해서 아주 긴 이 름을 가진 동물로 거듭난다. 원서를 검토할 때만 해도 새로운 작명을 어떻 게 할까 걱정이 많았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휘리릭 떠올랐고 편집자도 만 족스러워한 덕에 편집과 교정 작업은 그야말로 순풍에 돛 단 듯했다. 다만 한국어판을 원서와 살짝 다르게 한 대목들이 좀 있다. 미국에 국한된 상 징물인 성조기나 독수리 같은 이미지를 지우거나 전 지구적인 맥락으로 바 꾸어 출간한 것이다. 자세히 보면 국회의원 숫자도 정확히 미국 상하원 의 원을 합한 만큼인데 여기까지는 굳이 손댈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원서 출 판사에 수정한 이미지 파일을 보내서 문제없다는 확인을 받았고, 순조롭게 한국어판을 출간했다. 부디 우리나라 어린이 독자들도 나만큼 재미있어 해 주시면 좋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