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분투기] 시공,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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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인테리어 공사에서 확인할 사항
「도서관 현대화사업 시공 시 필독 사항」.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여름방학에 1급 정교사 연수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나의 노파심이 만들어 낸 17쪽 분량의 한컴 파일이다. 간략하게 작성할 요량으로 시작했는데, 시공 시 주의할 사항을 계속해서 생각하고, 혹시나 말이 정확히 전달이 되지 않을까 봐 사진을 넣고 구체적으로 쓰다 보니 분량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졌다. 공간별로 건축, 전기 시공 시 어떤 점에 유의하여 시공해야 하는지 줄글 형식으로 풀어썼는데, 누가 봐도 이해가 잘 될 수 있도록 조감도 사진과 설계도면을 함께 첨부하였다.. 정원진 구미 형곡중 사서교사
이 문서를 요약 형태로 쓰는 것도 좋았겠지만, 줄글로 상세히 기록해 둔 덕분에 방학 기간에 나 대신 도서관을 들여다봐 주실 행정실 계장님과 주무관님들께서도 좋아해 주셨
다. 2학기가 시작되고 난 후 나 또한 시공 현황을 점검하는 데 이 파일을 요긴하게 활용하여 점검할 수 있었다.

대출·반납 공간 & 교사 연구 공간
형곡중 도서관은 교실 2칸 반에서 3칸 정도 되는, 가로로 길쭉한 직사각형 모양이다. 면적은 학교도서관치고 좁은 편이 아니지만, 세로 폭이 좁아 그리 넓게 느껴지지 않는다. 도서관 정중앙에 출입문이 있는데, 이용자들이 문을 열고 도서관에 들어왔을 때 ‘개방감’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시공 전부터 갖고 있었다.
교사 공간 포기하고 대출·반납 공간에 개방감 조성
학교에서 도서관 업무를 직접 해 보신 선생님들께서 도서관 현대화사업 협의회 내내 별도의 분리된 교사 업무 공간이 필요하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제시하셨다. 그러나 교사 연구 공간을 따로 구성하려니 이용자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여 도서관의 개방감을 위해 나의 편의를 포기하고 교사 연구 공간을 별도로 분리하지 않
은 채 대출·반납 공간에 함께 두기로 했다. 그 대신, 도서부 아이들이 사용하는 자리와 교사 자리 사이에 자그마한 분리 칸막이를 제작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 상주해야 하는 사서교사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여 대출·반납 공간과 교사 연구 공간을 약 5m 정도로 길게, 폭은 넓게 만들었다.
본교와 구미의 특색을 살린 디자인 시공
우리 학교와 구미 지역의 특색을 함께 살리고자 구미의 명물 금오산을 카운터 아래에 템바보드로 디자인하였다. 형곡중이 금오산으로 올라가는 초입길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템바보드 시공을 할 때 시공자분께 “정말 죄송한데”로 시작하는 수정 요청 사항을 몇 번씩 말씀드리며 사람이 옆으로 누운 모습을 하고 있기로 유명한 금오산의 모양과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도서관 출입문 바로 왼편에 있었던 대출·반납 공간의 위치를 입구 맞은편으로 바꾸고 뒤편의 창문을 여닫이 통창으로 바꾸어 이용자 친화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자료 공간, 실용성과 아늑함이 포인트
자료 공간은 출입문 기준으로 왼편에 위치한다. 도서관의 3요소 중 하나가 ‘자료’인 만큼 도서관에 자료를 수장할 수 있는 서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벽면 서가를 기존
6단에서 7단으로 변경하여 배가 공간을 확대하였고, 기존의 낡은 6단 양면 입식 서가도 새로 구입했다. 창문 여덟 개가 있는 벽 한쪽 면은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다 창문의 절
반은 벽면 서가로 가리고 나머지 절반은 살리기로 했다. 창문 아래에 총 두 군데의 소파 공간을 설치하고, 소파 아래에는 크기가 큰 그림책을 꽂을 수 있는, 높이가 높은 서가를
제작했다. 자료 공간에는 기존의 LED 형광등을 없애고 각 입식 서가 사이에 3000K(노란빛)의 레일 조명을 설치해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레일 조명의 개수가 적어 생각보다 조도가 낮았는데, 조명은 보강 공사 시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렇게 입식 서가 사이마다 레일 조명을 설치하는 시공을 하기 위해서는 바닥 타일 공사 이후 서가를 먼저 설치한 다음 조명을 설치해야 한다. 서울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서 영감을 얻어 구상한 북큐레이션 서가 또한 주문 제작했다. 서가 위에는 갓 전등을, 서가 아래에는 간접등을 설치하여 도서관 공간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

다용도성 고려한 수업 및 열람 공간
출입문 기준 오른편에 위치한 수업 및 열람 공간을 구성할 때가 가장 고민이 많았다. 형곡중은 학급 수는 30학급, 학생 수는 800명 정도인데 시청각실을 비롯한 유휴 교실이 전무해 모든 행사나 연수를 강당 또는 도서관에서 열고 있다. 따라서 관리자분들이 도서관에 교직원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최소 50석 이상 확보해 주길 원하셨다. 이를 고려하다 보니 다소 단조롭게 공간이 구성되었다. 수업도 열람도 회의도 연수도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기에 고민 끝에 원목으로 된 6인용 테이블을 두 줄로 세개씩 놓기로 했다. (S2B 학교장터에서 우리 학교에 맞는 6인용 테이블, 의자 세트를 고르는 데 일주일은 족히 걸렸던 것 같다.) 또 노후화된 빔 프로젝터를 철거, 86인치 TV를 설치하고 음향장비(스피커, 앰프, 무선마이크)를 모두 품질 좋은 사양으로 바꿔 수업 환경을 개선했다. 또, 이전에는 도서관 활용수업 또는 연수를 할 때 도서관을 휴관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 현대화 사업을 통해 수업 공간과 자료 공간을 구분할 수 있는 폴딩도어를 설치해 문제를 단번에 해결했다

수납 가능한 신간 벽서가 설치
한쪽 벽면에는 아이들이 많이 찾는 신간 서가를 8연 7단 벽면 서가로 제작했다. 1·3·6·8연은 수납 칸, 2·4·5·7연은 개폐형 전시 칸으로 구성했는데, 전시 칸은 위아래
로 여닫을 수 있는 여닫이문으로 설치하여 내부 칸에 폐기 도서나 과월호 잡지 등 보관이 필요한 책을 수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벽으로 공간의 유연성 높이기
반대편 창문이 있는 벽면에는 아이들이 가장 원했던 소파 공간과 바 테이블 공간을 만들었다. 북향이라 해는 들어오지 않지만 4층이라 전망이 좋은 우리 학교도서관의 장점을
살리고자 두 곳의 창을 대출·반납 공간에 설치한 것과 같은 여닫이 통창으로 바꿨다. 하나의 창문 아래에는 소파를, 또 다른 창문 아래에는 바 테이블을 설치하고, 높이 단차를
숨기기 위해 그 사이에 가벽을 만들었다. 개방감을 위해 가벽에 일부러 네모난 구멍을 냈다. (처음에 이 가벽을 만들지 않은 상태로 시공이 진행되었으나 행정실의 협조를 받아 설계도대로 시공을 진행할 수 있었다.) 소파 공간 옆의 가벽(교사 연구 공간의 냉장고를 숨기기 위해 제작한 가벽)에는 아날로그 감성의 흑칠판을 설치하여 미니 북큐레이션 공간을 만들어 두었다.

시공 때는 행정실 협조가 관건
마지막으로 학교 내 공사는 행정실의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시공 단계에서는 행정실과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건축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기 전에 행정실의 도움을 받아 시공업체분들과 협의하여 빠르게 해결하고, 필요하다면 공간을 설계해 주신 건축설계사님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시공 작업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시공을 실제로 진행해 주시는 작업자분들께 음료 선물을 드리는 등 업체 측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 덕분인지 의사 소통 시 웬만한 문제는 원만하게 잘 해결될 수 있었다. 다음 호에서는 시공 작업에 이은 보강 공사, 비품 및 물품 추가 구입을 거쳐 도서관 사인물과 간판으로 공간에 디테일을 더하는 방법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