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인물과 대화하는 법 2

AI 챗봇 만들기

지난 호에서는 문해력 진단부터 뤼튼AI를 활용한 캐릭터 이미 지 생성까지의 과정을 다뤘다. 이번 호에서는 크랙으로 챗봇 을 제작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이어서 소개한다. 지 난 시간에 이어 학생들은 직접 제작한 챗봇과 원작(아이작 아시 모프의 SF 단편) 인물 사이의 간극을 발견하며 AI의 한계와 인 간 고유의 특성을 탐구한다.                                   이유진 서울 홍익대사대부속여고 사서교사

9~11차시 크랙으로 챗봇 제작하기

기획서와 캐릭터 이미지를 완성한 후에는 본격적인 챗봇 제작 단계로 들어갔다. 수업 기획 당시 선정한 AI는 페르소나 설정이 가능하고 한국어 지원이 우수한 뤼튼AI의 캐릭터 챗봇 서비스였는데, 수업하기 직전에 해당 서비스가 뤼튼에서 사라지고, ‘크랙(crack)’이라는 캐릭터 챗 서비스로 단독 출시되어 크랙을 새로 설치해야 했다(에듀테크를 사용할 때는 서비스 출시와 폐지에 주의해야 한다). 학생들이 지난 수업 시간에 이미 뤼튼AI에서 회원가입을 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더 수월하게 진행했다. 크랙에서의 AI 챗봇 제작 단계는 다음과 같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문학 작품 해석이 얼마나 주관적인지, 그리고 그 해석을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감했다. 교사는 페르소나를 설정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페르소나 설정이 복잡할수록 챗봇은 일관성 있게 작동하기 어렵다. 핵심 특성 2∼3가지에 집중하도록 안내하고,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작해 점차 디테일을 추가하는 방식을 권한다

12~13차시 수행평가 보고서 쓰기

이제 보고서를 작성할 차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왜 그 인물을 선택했는지, 챗봇 제작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완성된 챗봇과의 대화를 통해 무엇을 깨달았는지를 차근차근 되돌아본다. 특히 챗봇과 원작 인물의 차이점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AI의 한계와 인간 해석의 주관성을 동시에 인식하게 된다.

진로와 연결한 AI 성찰

보고서의 추가 질문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연결 지어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고민했다. 심리상담사를 꿈꾸는 학생은 “챗봇도 위로의 말은 할 수 있지만, 진짜 공감과 따뜻함은 사람만이 줄 수 있다.”라고 적었고, 공학도를 희망하는 한 학생은 “규제를 통해 윤리적이고 더 인간적인 AI를 만들어서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흥미롭게도 일부 학생들은 AI 챗봇을 다루며 일상에서 배울 점을 발견하기도 했다. 

“허비 챗봇이 항상 상대방의 감정을 먼저 묻고, 공감한 후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걸 보면서 나도 이런 소통 방식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학생들은 AI 발전에 대한 우려와 함께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특히 ‘AI에게 대체되지 않으려면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깊이 있게 풀어냈다. 학생들은 AI를 위협적인 존재로 느끼는 한편, 경쟁 상대가 아닌 인간의 업무를 자동화해 주는 도구로 인식하며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그려 나갔다.

 

영화 <her>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한 것은 완벽한 챗봇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학생들은 챗봇 제작 과정에서 기술의 한계를 체험했지만, 바로 그 한계 때문에 인간의 고유성을더욱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제가 만든 허비는 진짜 허비가 아니에요. 하지만 소설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저 자신도 더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한 학생의 이 말이 이번 수업의 핵심을 잘 보여 준다. 기술을 활용하되 맹신하지 않고, 가능성을 탐구하되 한계를 인정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기를 수 있었다.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her>(2013)은 한 남성 이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 기다. 흥미롭게도 이 영화의 배경이 바로 올해, 2025년 이다. SF가 상상한 미래가 현실이 된 지금, 우리는 기 술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학생들이 찾은 답은 “비판적 동반자”였다. 다음 호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NFC 미니 CD 키링 만들기와 다양한 활용법을 소개한다. 도서관 홍 보와 수업 자료 제작에 유용한 실전 기법을 통해 사서 선생님들이 AI 도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

영화 <her>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