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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못 말리는 환상의 콤비, 장학 리더십을 꽃피우다 - ② 학교도서관 운동의 메카, 1960년대 경상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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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9 18:12 조회 8,05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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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에서는 무슨일이 있었나?
경상남도는 ‘학교도서관 운동의 메카’로 불리곤 했다. 지난 호에서 소개한 1950년대 학교도서관 운동의 근원지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이후 경상남도 지역에서 일어났던 학교도서관 부흥의 역사와 더 관련이 깊다. 사실 경상남도 학교도서관의 전성기는 1960년대였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형성된 학교도서관 운동이 1960년대에 더욱 심화되고 확산되면서 전국적으로 한층 확대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경상남도에서는 이런 전국적인 판도를 넘어서 타 지역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독보적인 성과와 수준을 확보하게 된다. 다음과 같은 데이터는 당시 경상남도의 학교도서관 수준이 타 시도의 그것에 비해 얼마나 앞서 있었는지 간명하게 보여준다.

학교도서관 설치율에서 경상남도는 전국 평균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또한 학생 1인당 책 수에서도 전국 평균 1.4권의 두 배인 2.8권을 확보하고 있었다. 학생 1인당 책 수는 학교도서관의 내적 충실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이다. 그런 점에서 경상남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학교도서관을 훨씬 내실 있게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의 저명한 도서관학자들은 당시 개발도상국의 도서관을 시찰한 후 펴낸 책에서 한국의 도서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경상남도의 학교도서관에 대해 높이 평가하였다.✽



그들은 “경상남도 지방에 있어서의 학교도서관 발전 수준은 인상적이다. 전 도道에 걸쳐 흠잡을 데 없는 학교도서관 육성계획이 마련되어 있으며, 일련의 시범도서관을 발전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일들을 통해서 도서관의 현대적 봉사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개가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도서의 가정대출이 권장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개의 도서관 비품은 그 지방 자체에서 제정된 흠잡을 데 없는 표준규격에 맞추어서 제작되고 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상남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어떻게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학교도서관을 부흥시킬 수 있었단 말인가?

장학리더십의 구심점, 교육감과 장학사
1962년 경상남도 교육감에 이윤근이 취임한다. 그는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교원, 교재, 교구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맥락에서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식하였다. 교육이 잘되려면 학생들이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인식에 따라 학교도서관 사업을 주요 시책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학교도서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적절한 인물을 물색하였다. 바로 경남고등학교에서 도서관을 담당하고 있던 김두홍을 뽑아오게 된 것이다. 이미 학교도서관 운동의 최전방에 서 있던 김두홍은 교육감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에 힘입어 장학사(처음에는 연구사)라는 막강한 권한(?)을 활용하여 마음껏 학교도서관 사업을 전개하게 된다.

그는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체계적인 학교도서관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개별 학교에서 도서관 운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운영지침을 작성하여 배포한다. 도서관의 상황과 실정을 반영하여 매년 새롭게 수립되어 적용된 육성계획과 운영지침은 내용이 포괄적이면서 무척 실제적이었다. 덕분에 지역의 모든 학교도서관을 일정한 수준으로 활성화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인 가이드라인이 되었다. 1966년의 경상남도 학교도서관 육성계획은 45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내용이 전문적이고, 포괄적이며, 전략적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도서관 라인’ 학교 운영과 같은 사업은 무척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경상남도 지역을 서부와 동부로 나누고 큰 도로변에 인접해 있는 학교의 도서관을 시범학교군으로 지정하여 운영한 것이다. 이는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시범학교운영의 성과를 효과적으로 파급시키려는 전략에 의해 고안된 것이다.

또한 학교도서관 교육과정을 작성하여 배부한 것은 학교도서관 본연의 기능과 사명을 실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각급 학교에서 도서관을 기반으로 수행하는 교육 내용과 방법을 표준적인 교육과정으로 개발하여 보급함으로써 학교도서관이 단순한 독서시설에 머무르지 않고 교수·학습의 장이 되도록 유도한 것이다.

아이들 끌어 안고 눈물을 훔친 사연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돈이었다. 1960년대! 무슨 돈으로 도서관을 만들고 책을 산다는 말인가. 교육감과 장학사는 묘안을 짜냈다. 학생들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추수가 끝난 들에서 벼 이삭과 보리 이삭을 줍게 하고, 병이나 비닐 같은 폐품을 수집하게 하고, 풀을 베어 퇴비를 만들게 하고, 학교의 유휴지에 피마자 등을 재배하게하여 돈을 모으도록 했다.

교육감과 장학사는 수시로 성과를 보고하도록 하여 학교를 몰아댔다. 때로는 불시에 학교를 방문하여 보고한 내용대로 실제 성과가 있는지 확인하기도 하였다. 학교장이나 교사들의 불평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임이 뻔하다. 영문도 모르고 노동에 내몰린학생들은 또 얼마나 괴로워했을까?

어느 날 아침 이윤근 교육감은 진주에 출장을 가게 되어 관용 지프를 타고 비포장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등교하는 아이들이 모두 베개 같은 것을 하나씩 둘러메고 길 양쪽으로 줄지어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차에서 내려 아이들이 메고 가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그것은 바로 퇴비를 만들기 위해 가져가는 풀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교육감은 길에서 아이들을 끌어안고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자신이 독한 정책을 펴서 아이들이 고생한다는 생각에 눈시울을 적신 것이다. 때로는 아이들이 남의 볏가리에서 벼 이삭을 가져온다든지 아직 베지도 않은 이삭을 훑어 오는 경우도 있었다. 기자들이 이런 일을 알고 교육감실로 찾아와 아이들에게 도둑질을 시킨다고 따져 묻기도 했다.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교육감과 장학사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못 말리는 환상의 콤비였다. 이렇게 해서 확보한 책이 적지 않았다. 가령 1964년 1월부터 7월까지 학생근로를 통해 모은 돈은 모두 7,557,821원이었고, 이 돈으로 구입한 책은 모두 96,388권이었다. 경상남도의 학생 1인당 책 수가 전국 평균의 두 배에 이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덕분에 그 가난했던 시절에도 아이들은 귀하디 귀한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역 교육당국 장학 활동의 본보기
1964년 경상남도의 대통령 초도순시에서 이윤근은 경남 교육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학교도서관 사업을 강조하는 브리핑을 듣고 있던 박정희 대통령이 갑자기 문교부 장관을 불렀다. “경남에 전국의 학무국장을 모아 교육 시키시오!” 계속 브리핑을 듣던 대통령이 다시 문교부 장관을 불렀다. “전국 교육감을 불러서 교육 시키시오!” 그래서 전국 교육감회의를 경남 진해에서 개최하게 되었다. 회의에 참석한 교육감들은 진해와 김해 지역의 학교도서관을 둘러보았다. 이런 계기가 학교도서관 확산에 일조를 하였음은 자명한 일이다.

김두홍 장학사는 1966년 한국도서관협회로, 이윤근 교육감은 1969년 부산시 교육감으로 옮겨가게 된다. 우리 학교도서관 역사에서 도드라지는 한 시기를 연출한 두 사람의 퇴장과 함께 경남의 학교도서관은 새로운 시대의 조류를 마주하게 된다.

1960년대, 경상남도 학교도서관의 경험은 지역 교육당국의 리더십 역할에 대한 모범을 보여준다. 학교도서관의 외형이 크게 확대되고 독서 담론이 교육 영역의 단골 메뉴가 된 지금 시·도교육청의 학교도서관 리더십은 진정성과 효용 면에서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학교도서관은 행정의 대상에 머무르고 있으며 중요한 장학의 영역으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학교도서관에 대한 열정과 식견으로 무장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지역 교육의 리더십을 열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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