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선정 후

동선에 맞게 배치하기

이유나 천안불당고 사서교사  

지난 호에서 본격적인 공간 설계 과정을 다루었다. 이때 공간을 어떤 용도로 쓸지 밑그림을 미리 만들어 두었으므로, 이번 시간에는 그 밑그림을 바탕으로 공간의 용도에 맞게 가구를 선정해 배치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공간에 따라 학생들의 이동 동선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구를 선정할 땐 이를 잘 고려해야 한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학생들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는 것 또한 가구를 선정하고 배치할 때 유의할 점이다.

가구 선정과 배치 전 고려할 점

공간마다 학생들이 해당 공간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고려해 그 공간에 들어갈 가구를 선정했다. 또한 배치를 잘못하면 이용자 동선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이용자들의 동선을 세심히 고려해 가구를 배치했다. 가구는 공간의 용도와 분위기를 좌우한다. 하여 선정할 때 가장 많이 신경이 쓰였다.

가구 업체나 건축사무소에 가구 배치를 문의하면 특정 기구를 들일 것을 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도서관을 언제, 누가, 어떤 용도로 주로 사용할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사서교사다. 그렇기에 가구 품목 선정이나 배치도 남에게 맡기는 것이 아닌, 학교도서관 공간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사서교사가 직접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통행 접근로 유효 폭이 1.2m 이상이다. 따라서 이를 최대한 고려했다(법제처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참고).

배치 도면 확인하며 가구 종류 수정하기​ 

가구 배치를 도와준 업체에서 설치 도면을 만들어 주셨다. 도면을 보고 이용자들의 동선이 어떨지 고민했다. 학생 및 교사 협의회와도 배치 도면에 따라 가구를 놓았을 때의 장단점을 충분히 상의했다. 필자의 학교는 몇 비품은 기존 가구를 그대로 써야 했다. 이 경우 기존 가구의 위치와 새로 구입할 가구의 위치를 미리 잘 잡아 두어야 본격적으로 가구를 설치할 때 일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도면 확인 후 수정할 부분을 제시하며 도면을 점차적으로 수정해 나갔다. 또한 학교도서관 공간이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소통을 구두로 하면 설명하는 사람도 힘들고 듣는 사람도 알아듣기 어렵다. 따라서 서면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다음은 필자가 업체에 가구 배치 제안 사항을 전달한 문서다.

  
(좌) 도면 1안 (우) 도면 2안

 1안 → 2안  혼자서 독서활동을 하는 걸 선호하는 학생들을 고려해 대형 소파보다는 3인 이하 소규모 독서활동이 더 많이 가능한 가구로 배치를 변경했다.

 2안 → 3안  초록색 소파 위쪽 부분에 테이블을 놓을 수 없어 소파 위치를 재조정했다.

  
(좌) 도면 3안 (우) 도면 4안

 3안 → 4안  초록색 소파로 인해 대출반납대까지의 동선이 길어질 것을 고려해 소파를 가로로 배치하고 소파 양쪽에 테이블을 놓을 수 있도록 했다.

 4안 → 5안  초록색 소파가 인테리어 효과는 있지만 조용히 독서활동을 하길 선호하는 학생이 많은 학교 특성상 스탠드가 달린 사각 테이블이 더 적합할 것이라는 의견에 소파를 테이블로 변경했다.

  


(좌) 도면 5안 (우) 도면 6안

 5안 → 6안  5안의 가구 배치를 확정한 후 원하는 가구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도면 속 가구들과 유사한 크기·디자인·재질의 가구들을 나라장터(www.g2b.go.kr)에서 선정했다.

필자가 업체에 서면으로 요청한 가구 배치 검토서

학교도서관 공간별로 그 공간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에 따라 가구의 크기와 종류가 달라질 수 있다. 즉 가구 선정 단계에서의 주안점은 공간의 용도를 고려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동선도 달라진다. 가구 배치 역시 동선이 복잡해지지 않게 해야 이용하는 학생들이 불편하지 않을 수 있다. 가구는 색상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도 한다. 공간에서 빈번하게 쓰이는 중심 색상에 맞춰 통일성 있게 가구 색을 선정하는 일이 필요하다. 때로는 너무 단조롭지 않게 포인트 색상을 선정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포인트 색상을 여러 개 선정하면 공간이 자칫 산만해 보일 수 있고 독서와 학습 활동에 방해가 될 수 있으므로 이 점을 고려해 가구를 고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