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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긴급 취재] 공공교육의 심장에 사서교사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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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9-01 17:57 조회 1,65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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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교육의 심장에

사서교사를 허하라


보건실에 보건선생님이 있듯이 학교도서관에는 사서선생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21년 기준 전국 11,964개 학교의 학교도서관 설치율은 98.6퍼센트이지만, 정규직 사서교사 배치율은 12.1퍼센트에 불과하다. 학생들의 문해력 증진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을 위해 사서교사 증원이 오래전부터 요구돼 왔지만 사전예고된 2023년 사서교사 신규 TO는 사실상 0명에 그쳤다. 동결 소식에 사서, 교사, 학부모, 시민들로 구성된 공동연대가 세종시 행정안정부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남궁훈, 최문희 학교도서관저널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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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 50% 충원, 정부는 계획을 이행하라!"


교육부는 2019년 3월에 발표한 <제3차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학교도서관 수 대비 사서교사 약 50% 충원 목표”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올해 7월 말, 시도교육청은 2023년 교원 선발 인원을 사전 예고한 바, 2023년 사서교사 선발 인원은 37명(0.3퍼센트)에 그쳤다. 이에 관해 소병문 공주대 교수는 “행정안전부는 정부 인력의 통합활용정원제 도입 과정에서 ‘중장기교원수급계획’이란 명분으로 교원의 정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서관계뿐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는 학생들이 좋은 책을 찾아 책 읽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길잡이를 해 주는 사서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학교도서관에는 사서교사·실기교사나 사서(이하‘사서교사 등’이라 한다)를 둔다”고 명시했던 학교도서관진흥법 제12조를 들어 정부가 의무를 이행하기를 촉구했다. 그리고 학생들이 독서교육을 통해 꿈을 펼치는 문화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도서관을 책임지는 전문인력을 육성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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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사서교사 대표로 나온 조국아 경기대 문정과 학생 
 

김영미 어린이책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자유학기제와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사서교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각기 다른 취향과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는)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어느 누구 하나 소외됨 없이 학생들을 지지하고 환대하는 장소가 학교도서관”임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정부의 사전예고는 사서교사를 꿈꾸며 공부에 매진했던 전국의 문정과 학생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선고였다. 조국아 예비사서교사 대표는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의 교원 진출 기회를 보장”하고 갑작스러운 신규 정원 동결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정부가 2019년 ‘제3차 학교도서관진흥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보였던 태도를 갑작스럽게 바꾼다면 학생들은 정부를 믿고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서교사를 진로로 삼은 학생들이 임용시험 응시 기회를 보장받으려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서교사의 배치가 필요”하며 정부는 적절한 배치 계획을 조속히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하락하는 문해력과 도서관 인력에 대한 이해 


척박한 국내 사정과 달리, 해외에서는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미국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효과 연구 분석」(박주현) 논문에 따르면, 사서교사(사서 포함)가 증가한 미국 내 주 학생들의 독서 점수 증가율은 사서가 줄어든 주 학생들의 독서 점수 증가율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난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4배에서 8배 사이 높은 독서 점수 증가율을 보였고, 사서교사가 감소한 주의 ELL(Elglish-Language Learner,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 집단) 학습자의 독서 점수는 2.8퍼센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에서는 초등 교육과정에서 저학년 학생의 독서교육을 담당하는 사서교사와 중·고학년 학생의 교육을 담당하는 사서교사를 둔 실정이다. 나아가 중고등 과정에서는 학생들의 정보활용능력을 키우기 위해 사서교사와 정보교사를 함께 배치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는 여전히 공교육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듯하다. 어린이·청소년의 인성을 함양하도록 곁에서 길잡이할 학교도서관 ‘인력’에 대한 고민은 깊지 못하다. 급기야 2016년 8월, 한 지역 교육청은 학교도서관 사서교사와 전담 사서가 배치되지 않은 학교에 도서관 자동화(RFID) 시스템을 설치하겠다며 밝힌 바, 전문인력이 없는 도서관을 무인대출반납기로 채우겠다고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대출·반납하는 ‘기계’만 제공하면 어린이·청소년들이 공공의 독서교육 혜택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우려스럽다는 교육 당사자들의 의견이 빗발쳤다.
학교도서관 인력 정책이 안온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2021년 5월 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에 따르면 국내 학생들의 디지털 문해력 수준이 최하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PISA의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 보고 결과, 한국 학생들의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디지털 문해력) 수준은 멕시코, 콜롬비아 등과 함께 최하위권에 속했다. 특정 문장에서 사실과 그렇지 않은 정보에 대한 판단 능력을 평가하는 항목에서 한국 학생들의 정답률은 25퍼센트 수준에 그쳤는데, 이는 OECD 평균 47퍼센트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기르는 교육공간인 학교도서관에 전담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고 교육 당사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점진적으로 마련했다면 위 수치는 달라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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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전예고는 사서교사를 꿈꾸며 공부에 매진했던
전국의 문정과 학생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선고였다.
조국아 예비사서교사 대표는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의 교원 진출 기회를 보장”하고
갑작스러운 신규 정원 동결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사서교사 배치율은 국내의 비교과 교사 배치율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현재 배치된 인원은 보건교사 8,882명, 영양교사 6,653명, 전문상담교사 3,893명 그리고 사서교사는 1,570명에 불과하다. 특히 수도권에서 먼 지역일수록 사서교사 배치율은 저조해지는데, 사서교사들은 이에 관하여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저해한다.”고 꼬집는다. 지역별 사서교사 배치율을 살펴보면 수도권의 경우 16.4퍼센트, 광역시와 도 단위는 각각 14.4퍼센트, 7.6퍼센트에 그친다. 강화읍에 사는 한 학부모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 때 대도시에 사서교사가 있는 큰 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집에 재택 독서교육 키트가 배달되는 것을 보고 너무 부러웠다.”며 “우리 아이 학교에도 그런 교육을 제공하는 사서교사가 빨리 배치되기를 희망한다.”고 토로했다.


평등한 독서교육 기회를 보장하려면

이날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도중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지만, 현장 참여자들은 묵묵히 피켓을 든 채 발언을 이어 나갔다. 발언이 끝날 때마다 학교도서관의 교육적 역할을 보장하고 사서교사 배치율 50퍼센트를 달성하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성명서 낭독이 끝나고 공동연대는 사서교사 배치를 촉구하는 17,909명의 서명서를 행안부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학생은 여러 학습능력을 길러야 할 교육의 대상이기 전에 ‘시민’이다. 이용자의 알 권리를 익힘으로써 성인이 되어 공공도서관에서 다양한 정보와 문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도서관에서 그 기초를 닦아야 함은 학부모뿐 아니라 모든 시민이 체감하는 현실이다. 『가난 사파리』를 쓴 대런 맥가비는 이렇게 말했다. “도서관에 가는 사람들은 대개 기본 자원이나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떻게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을 향상시키려 적극 노력할 것이다. 공공 도서관에 있을 때, 우리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혼란스럽고 스트레스가 많은 삶 속에서 큰 걸음을 내딛으려는 이들일 가능성이 많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일 뿐만 아니라 교과목의 학업성취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책 읽기의 즐거움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정보 판별 능력과 문해력을 향상해 공정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사서교사의 배치가 중요한 이유다. 복지사회로 나아가는 주춧돌 놓기는 공공교육의 심장인 학교도서관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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