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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도서관에서 떠나는 자유학년 여행] 여름방학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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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7-04 16:09 조회 3,40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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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핫하게 여름방학을 보낼 방법을 찾는 마음의 소리
 
여름의 ‘대구’ 연관검색어는 ‘대프리카’다. 대구와 아프리카의 합성어가 등장할 만큼 대구는 전국에서, 어쩌면 전 세계에서 가장 핫한 도시일 것이다. 이것을 위기라고 쓰고 기회라고 읽겠다! 세계에 이름을 떨칠 만한 기록적인 폭염의 도시 이미지를 벗어나, 세계적인 독서 열기로 핫한 대구의 동촌중을 만들어보리라. 에헤라디야♪ 이것은 더운 날씨에 실성해버린 어느 사서의 ‘마음의 소리’가 아니다! 활활 타오르는 열정의 독서 타령이라고 할 수 있지.
이번 여름방학 동안 학생들과 함께할 독서토론을 고민해 보았다. 우리들은 지금까지 누군가 어떤 책을 읽었다고 하면 “무슨 내용인데?” 하고 물어왔다. 즉, 줄거리에 충실한 독서토론을 해오지 않았던가. 방학에마저 아이들에게 읽기와 토론을 강요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이 책을 갖고 놀면 생각이 샘솟고, 하고 싶은 후속 활동이 늘어나는 독서토론은 없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더해졌다.
언제나 그렇듯 내가 먼저 즐거운 독서를 시작해서 실마리를 찾아보았다. 내 독서의 즐거움은 단순히 내용을 읽고 상상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직접 몸으로 해볼 수 있거나, 활동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독서활동,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최근에 읽은 『걷는 사람, 하정우』(문학동네)는 배우 하정우가 계속해서 걷는 이야기다. 쉬는 날에도 걷고, 일하러 가는 길에도 걷는다. 이 느낌은 책을 읽기만 해서는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을 든 날부터 저자인 하정우 씨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의 기분을 느껴보기 위해서다. 책을 아껴가며 읽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나도 하정우의 걷기 친구이기 때문이다. 아껴서 한 달 정도 책을 끼고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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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자극은 나의 영감의 샘을 자극했다. 이 순간 함께 걷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과 들국화의 노래 <축복합니다>를 함께 듣고 싶다. 이 노래를 떠올리게 된 것은 언젠가 봤던 <행진>이라는 다큐멘터리 때문이다. 그 작품에서 배우 이선균 씨가 동료들과 함께 걷는 과정이 나온다. 그중 한 명이 역도 선수 장미란이었다. 함께 걷던 멤버들은 은퇴를 앞두고 있던 장미란 선수를 위해 서프라이즈 파티를 열어 주었다. 식사 도중 한명씩 일어나 장미란 선수에게 이 노래를 불러주던 장면이 머릿속 어딘가에 묻혀 있다가 발바닥의 자극과 함께 딸려 나왔나 보다. 걷는 동안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도 누군가의 삶을 축복해 주는 충만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으며 내 삶의 축복도 빌었다. 이 모두가 한 권의 책에서 비롯되었으니, 책은 나를 일어서게 하고, 거리로 나가게 하고, 걷게 하고, 과거를 떠올리게 하며, 노래 부르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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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수만 있도록 두 다리를 허락해 달라고 기도한다는 하정우 씨에게 걷는 행위란 어떤 뜻일까? 이 책을 덮으며 영화 <Free Solo>의 주인공 알렉스 호놀드(Alex Honnold)를 하정우 씨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는 2017년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높이 약 914m의 화강암벽 엘 캐피탄(El Capitan)을 아무 장비 없이 3시간 56분 만에 오른 사람이다. 인간은 왜 이런 무모한 일을 벌이는 것인가? 편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인 듯하지만, 하정우와 호놀드를 통해 우리는 몸이 허락하는 한 도전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내가 경험한 독서의 즐거움을 떠올리며 학생들은 책의 내용을 어떻게 연상하면서 읽는지 궁금해졌다. 이번 방학에는 세상에 없던 읽기, ‘비주얼 리딩(Visual Reading)’을 통해 무더위를 잘게 쪼개 보련다.
 
 
읽다, 말하다, 쓰다, 느끼다- Visual Reading의 필연적 탄생
 
방학에 학교에 나와 학생들과 독서를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질문한다. “요새 가장 말을 듣지않는 중딩을 데리고, 그것도 방학에 프로그램을 한다고요?” 그렇다. 구슬리고 어르고 달래도 분명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진리 한 가지는 시간을 가지고 만나는 사이에서는 어느 시점부터 의리 같은 게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투자된 시간에 비례하여 발전할 수밖에 없는 존재란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방학이 시작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 학생들이 제일 좋아하는 채널을 통해 노출되는 다양한 책을 골고루 섭취하는 시간을 가지는 일이다. 과거에는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청소년 권장 도서나 어느 단체에서 제공하는 추천 도서들이 학생들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라고 믿었는데, 이런 책들은 실전에서 학생들에게 크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채널을 통해 선정한 책들은 또래 아이들에게 많이 노출되기도 했기 때문에 읽고 나서 친구들에게 추천해 주기도 좋고 후기를 나누기에도 좋아서 만족도가 높았다.
첫 오리엔테이션 날에는 읽고 싶은 한 권의 책을 선정하는 데에만 온전히 하루를 투자한다. 그리고 두 번째 날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다. 우리는 어떤 자세로 읽어도 괜찮다. 도서관 바닥에 누워서도 읽고 책상에 앉아서도 읽고 쉬는 시간도 각자 마음대로 정한다. 읽다가 잠이 오면 밖으로 나가서 소리 내서 읽기도 한다. 오전 시간 내내 함께 읽기를 하다 보면 함께 체육을 할 때와 비슷한 소속감과 호흡을 느낄 수 있다. 셋째 날에는 읽은 책을 상기하며 책이 말을 걸도록 내버려 둔다. 읽으며 떠올랐던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어느덧 완전 엉뚱하게 삼천포로 빠질 수도 있다. 그래도 어떠한가. 그 생각의 길들이 그 학생을 이루고 있는 의식의 흐름인 것을.
책이 제시하는 키워드를 통해 명화나 일러스트 작품들을 찾아보고 책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음악을 검색해 보고, 관련 추억들을 소환하다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게 된다. 간략하게 정리해 두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넷째 날에는 전날 정리한 내용을 시각화해서 다른 친구들과 공유할 준비를 한다. 우리는 시식코너에서 이 음식, 저 음식 맛보는 것처럼 책 시식회를 가짐으로써 친구들이 읽은 책과 함께 친구의 취향을 다시 한 번 발견하게 된다.
4일에 걸친 비주얼 리딩의 과정을 두 번 정도 반복하면 어느새 방학의 절반이 지나 있는 마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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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정답 제시가 아닌 내가 느낀 날것 그대로의 책!
 
이 ‘비주얼 리딩’ 활동을 통해 나는 아이들의 개인적인 경험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기 이야기를 해야만 설명이 되는 ‘의식의 흐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한 권의 책이 전해 줄 수 있는 삶의 작은 변화를 총체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뭉클해진다. 결국 우리는 내가 왜 아픈지 제대로 말하기 위해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보고, 공감하고,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아침부터 밤까지 내 마음대로 책을 읽고, 함께 읽는 동지를 만드는 일. 올 여름방학이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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