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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도서관 리모델링 분투기] 학교도서관, 너의 자리는 어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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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11-06 14:05 조회 5,10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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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왜 이렇지?
눈물을 펑펑 쏟게 될 것 같았다. 도서관 리모델링이 끝나고 도서관 문을 처음 여는 날이 오면, 정말 그런 날이 와 준다면 나는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지금으로부터 1년 반 전인 지난 해 4월의 상황이 그랬다.
‘과연 이 난관을 뚫고 도서관 리모델링을 무사히 마치고 개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예산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뜻밖의 큰 사건을 겪기도 했다. 도서관 확장 이전을 통한 리모델링에 대한 간절한 꿈을 갖고 의욕적으로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짐작조차 못한 일을 겪으면서 ‘산 너머 산’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실감했다. 그러나 큰 산을 두 개 넘었더니 거짓말처럼 평지가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고마운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래서 또 한 번 알게 되었다. 어떤 일이든 음으로 양으로 누군가의 도움과 협조가 함께하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4년 전 이 학교에 전입해 도서관 업무를 맡게 된 나는 학교도서관을 보러 간 첫날, 꽤 많이 놀랐다. 당시 우리 학교는 지은 지 3년 정도 된 신축 건물이어서 모든 교실과 특별실이 선진화된 최신 설비를 갖추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내가 본 도서관은 교실 두 칸 크기에 오래된 서가와 대출 반납대, 열람용 책상과 의자 몇 개가 놓여 있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서가가 놓인 공간을 제외하고 남은 반쪽 공간엔 4인용 열람 책상 2개와 대합실 의자를 연상시키는 연결 의자가 몇 개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도 ‘머물고 싶은 도서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두 가지 면에서 나는 놀랐다. 첫 번째로 33학급 규모에 학생 1,200여 명이 이용해야 하는 학교도서관치고는 너무도 비좁은 교실 두 칸 크기라는 점, 두 번째로 도서관에 구비된 비품과 시설 또한 열악해서 그야말로 책을 대출하고 반납하는 기능 이외에는 독서와 관련해 그 어떤 활동도 하기가 어려운 공간이었다는 점이다. 다른 특별실들의 시설과는 너무 대조적인 도서관의 낙후된 상황에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의 발길을 끌기에는 매력이 없는, 좋지 않은 요소들을 고루 갖추고 있는 우중충하고 초라한 도서관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학교도서관 전담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수업 시간 중엔 도서관 문이 닫혀 있고, 중식 시간과 석식 시간에 한정적으로 도서관을 개방하는 상황이다 보니 도서관 이용률이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학교도서관이 왜 이렇지?’

그날부터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독서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는 시대적 흐름을 생각하더라도 이 상황은 분명 엇박자였다. 학생들이 오고 싶은 도서관 환경을 구비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학교도서관=복합문화공간
학교도서관 리모델링이 필요했다. 그런데 교실 두 칸 크기의 도서관 내부를 리모델링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학교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리고 읽는 공간의 의미를 넘어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학교도서관은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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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으로서 학교도서관의 공간 구성 요소를 모아 보았다. 학생들이 혼자 있을 공간도 있고 여럿이 있을 공간도 있는 곳,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주 찾고, 오래 머물고 싶어 하며 자꾸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안락하고 쾌적한 공간! 이런 곳이 학교도서관이 되려면 현재의 좁은 도서관에서 더 넓은 공간으로 확장 이전하여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학교에 사용하지 않고 묵혀 두는 공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학교도 유휴 공간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도서관을 확장 이전할 만한 공간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곧 기존의 용도를 변경할 수 있는 곳을 찾 아내야 하는 일이었다.

모든 교사가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도서관 바로 옆에 교실 8칸 크기의 넓은 공간이 3학년 면학실(자율학습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3학년 면학실 이용 시간이 평일엔 심야 1시간 정도이고, 이용률도 총 좌석의 30% 이하였기에 아까운 공간이 효율적으로 이용되지 못해 늘 안타까웠다. 만약 도서관을 확장 이전한다면 넓이로 보나 접근성으로 보나 이 자리가 적합한 곳일 터였다. 더구나 이 자리는 건물 신축 당시 도서관 자리로 설계되었던 곳을 그동안 3학년 면학실로 용도를 변경해 사용해 오고 있었다.
나는 이러한 내용을 교사들 사이에서 공론화했다. “공간의 효율적 재배치를 위해 도서관과 3학년 면학실의 위치를 서로 바꾸는 것이 어떻겠는가?”에 대해 위치를 바꾸는 것에 동의하는 교사들도 있었지만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입시가 중요한 만큼 3학년 면학실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가진 교사들도 있었다.
도서관과 독서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에게 ‘책, 독서, 도서관’의 의미와 가치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우선순위에 놓이는 중요한 것이지만, 교직원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도서관에 대해 무덤덤하거나 관심의 영역 밖에 있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른다. 교직원의 공감과 합의가 있어야 방향을 정하고 일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의견이 갈리다보니 찬성하는 몇몇 교사의 힘으로는 리모델링을 진행하기가 역부족이었다. 결국 이 일은 더 이상 진척이 없는 채로 속절없이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교직원의 합의와 공감
도서관 확장 이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건 독서교육과 학교도서관의 의미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장선생님이 새로 부임해 오시게 되면서부터였다. 부임 인사에서 ‘책 읽는 소리가 아름다운 춘천여고’에 대한 소망을 말씀하실 때 순간 ‘우리 학교도서관에 행운이 찾아온 게 아닐까?’ 하는 기대가 스쳤다.
학교도서관 담당 교사가 아무리 뜻을 갖고 있더라도 학교 관리자의 철학과 마인드가 없다면 이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교직원의 합의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도 도서관 담당 교사의 목소리만으로는 역부족이거니와, 무엇보다도 도서관 확정 이전 작업은 많은 예산이 편성되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가치를 아는 교장선생님이 도서관 확장 이전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을 해 주시기 시작하니 이 사안은 자연스럽게 공론화되었다. 여전히 면학실로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교사들도 있었지만, 많은 교사가 도서관 확장 이전에 대해 공감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되면서 교직원 합의는 별 문제 없이 이뤄졌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 했던 큰 사건이 이후에 터졌다.
앞으로 연재할 글들에서는 이 사건과 같은 몇몇 우여곡절들과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의 구체적인 흐름을 풀어 볼 참이다. 리모델링 추진 일정, 예산 편성 및 예산 마련, 선진도서관 견학 및 정보 수집, 인테리어 설계와 공사 진행 과정, 도서관 개관에 이르기까지 몸소 겪은 구체적인 경험들을 함께 나눠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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