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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꿈책 도서관 이야기] 중학생의 마음을 잘 알고 싶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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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07-02 13:52 조회 5,502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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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 직장, 새로운 놀이터
 올 3월부터 속초 강원진로교육원 꿈책 도서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날마다 애인 얼굴 보러 가듯이 바다에 가서 “파도야, 안녕?” 인사하고 출근할 수 있는 곳, 퇴근하려고 건물 밖으로 나서면 바람결에 바다 내음이 실려 오는 곳이다. 진로교육원은 강원도의 중학생들이 2박 3일 단위로 와서 진로 상담과 체험을 하는 곳이다. 경영금융마을, 문화예술마을, 공공의료마을, 여가운송마을, 과학기술마을이라는 체험 영역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구체적인 진로 분야 체험을 목적으로 한다. 2박 3일 체험 중에 꿈책 도서관의 프로그램도 운영하는데, 진로 체험실과 달리 함께 읽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경험을 목적으로 한다.
 이 도서관은 2015년에 내가 공간을 구상하고 디자인하다시피해서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3년 만에 찾아온 도서관이 낯설지 않다. 도서관의 공간마다 가구마다 나만 아는 우여곡절이 담겨 있다. ‘계단 아래 동굴 만들기를 잘했네.’‘계단에 조명을 좀 더 달았어야 했는데.’ 이런 객쩍은 독백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이런 탄성을 지르곤 한다.

“우와, 여기 천국이야!”
“우리 학교도서관도 이랬으면 좋겠다!”
“다음에 이렇게 집을 지어야지.”

 어린 친구들이 좋아해 주어서 참 고마울 따름이다. 도서관은 2층으로 구성돼있는데, 아이들은 단연코 1층을 좋아한다. 1층에는 벽면 서가를 채운 만화책과 보드 게임이 있고, 거실처럼 카펫과 소파로 꾸며져 있기 때문이다. 가장 인기 좋은 공간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아래 세 개의 동굴이다. 도서관에 온 아이들은 동굴에 두세 명씩 짝 지어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아이들이 “여기 너무 좋아!”를 연이어 외치면 동굴 입주를 못한 아이들은 애가 탄다.
 꿈책 도서관은 개관 당시 몇 가지 목적을 가지고 출발했다. 우선, 진로교육 자료를 집중해서 갖춘 전문 도서관의 위상을 지향했다. 그리고 ‘청소년 복합 문화 공간(특히 중학생 대상)’의 성격을 가진 도서관으로 기획하고 만들었다. 그래서 구석진 공간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의 심리를 반영해서 계단 아래 동굴을 만들었고, 서가를 이용해서 구석지고 아늑한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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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경험에 어떤 의미를
 나는 이곳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독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렵지 않게 생각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독서, 함께 읽기, 독서토론을 주제로 많은 활동을 해왔으니까. 현장에서 부딪혀 보니 학교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가장 큰 특이점은 어떤 관계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처음 만난 학생들과 1회뿐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일 점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을 신청한 것이 아니라, 다중지능 검사 결과에 의해 이곳에 강제 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의욕과 흥미가 없는 상태에서 활동을 시작해야한다. 이 특이점은 그대로 고민이 되었다. 나는 이런 사항들이 이 프로그램의 한계이자 특성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기도 하고,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고민 끝에 세운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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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에선 학생들과 1년 동안 관계를 맺으며, 함께 읽자고 꼬드기고 설득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았고 나 역시 뿌듯하고 즐거웠다. 이곳에서 나는 어떤 뿌듯함과 의미를 좇아야 할까? 특성화고든 일반계고든 아이들을 함께 읽기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일이 자신 있고 좋아하는 일이었는데, 모든 것을 버리고 출발하는 기분이었다.

“함께 읽고 이야기하고 활동한 적이 있었는데, 즐거웠어.”
“이 책, 꿈책 도서관에서 조금 읽어 봤던 건데 더 읽어 볼까?”
“도서관에서 재미있는 일들이 의외로 많더라고.”
“오랜만에 책을 읽었어.”

 학생들이 이곳에서 활동을 한 후 이런 소감을 남기는 것이 나의 목표다. 강원도의 중학생들에게 이런 경험의 기억 세포 하나를 만들어 주면 큰 성공이 아닐까.
 책을 매개로 소통하고 협력했던 경험은 앞으로의 삶의 장면, 공부의 장면, 직업인으로 일하는 장면에서 틀림없이 의미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나는 여기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게 될까. 우선 다양한 텍스트와 책 대화 방법을 많이 모색하고 시험하고 싶다. 아이가 어떤 연령과 지적 수준을 가졌든, 어떤 낯선 상황을 마주하든 ‘읽고 소통하고 협력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 상황에 따라 원칙을 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는 사람, 도서관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곳에서 살아본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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