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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책 사이에서 노닐기]쿠바 도서관·서점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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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7-01-18 13:51 조회 6,02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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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벤 마르티네즈 비예나 공공도서관

도서관은 아르마스 광장 동남쪽에 있다. 아르마스 광장은 ‘군대의 광장’이란 뜻으로 스페인 정복자들이 아바나에 도착해 건설한 첫 번째 광장으로 주변에 국왕군 성, 총독 관저, 부관 관저, 호텔, 사원이 둘러싸고 있다. 현재 이곳들은 항해사 박물관, 도시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광장의 정원 둘레를 고서적과 골동품을 파는 이동식 가판대가 빙 둘러 있다.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지만, 칙칙한 책의 어딘가 배어 있을 선조들의 흔적이 발길을 잡아 광장을 빙빙 돌며 그야말로 구경만 한다.
 1998년에 설립된 루벤 마르티네즈 비예나 공공도서관. 도서관 이름에 들어 있는 루벤 마르티네즈 비예나는 1899년에 태어난 쿠바의 시인이자 작가 겸 혁명 지도자였다. 이 도서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루벤 마르티네스 비예나와 또 한 사람의 작가 미겔 델리베스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도서관은 1층 로비, 2층 어린이실, 청소년실, 3층 일반 자료실로 되어 있다. 1층 로비에는 소파에서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곳, 몇 개의 열람석, 가방을 맡아두는 곳이 있다(쿠바에서는 조금 큰 가방은 반드시 로비에 맡겨야 한다). 그리고 중앙에는 어김없이 쿠바 국기와 쿠바의 국민적 영웅인 호세 마르티 상이 자리 잡고 있다. 호세 마르티(Jos Mart , 1853~1895)는 작가이자 시인으로 독립운동에 헌신한 사람이다. 우리들도 잘 아는 <관타나메라>는 그의 시로만든 노래다. 호세 마르티는 쿠바의 국민적 영웅답게 도처에 그의 동상과 글을 만날 수 있다.
 2층은 하나의 공간을 서가로 구분하여 어린이실, 청소년실, 프로그램 활동실 등 3개로 나누었다. 어린이실은 책상과 의자를 다양하게 배치하여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하고, 작은 공간이지만 강아지 인형을 두거나 열람석 위에 사서들이 권하는 책을 세워 두어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만난 아드리안 게라(adrian guerra)사서선생님은 42년간 국립도서관과 시립도서관의 어린이실에서만 근무하신 분으로 멋진 백발에 열정 가득한 태도가 주변을 사로잡는다. 백발이 성성한 어린이 전문 사서가 우리나라에도 계신가? 앞으로는 계시겠지!
 쿠바의 도서관을 찾아가려고 마음먹고 챙겨 온 우리 그림책 『구름빵』과 『마고할미』를 게라 선생님에게 드렸는데, 『구름빵』을 보고 이야기가 환상적이고 멋지다며 감탄했다. 『마고할미』는 우리 신화라서 어려워했지만 책의 장정이나 만들어진 형태를 보고는 이런 책은 처음 본다면서 다른 도서관 사서들에게 와서 보라고 해야겠다며 놀라워했다.
 게라 사서선생님에 따르면 도서관에서는 초등학교의 한 반이 이동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단다. 도서관에서 공예품도 만들고, 책도 읽어 준다고 한다. 또 월 단위로 학교에 책을 빌려주기도한단다. 책 구입은, 예전에는 기부가 많았는데 요즘은 국가에서 예산을 보내주면 각 도서관에서 서점을 통해 구입한다고 한다.
 게라 선생님은 TV로 방영되는 교육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책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예를 들어 소방관에 대해 교육한다면, 소방관 관련 책을 읽어주면서 소방관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평생을 도서관 어린이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책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에 사서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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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은 전면이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책은 부족하고, 낡았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여 분류하고 관리하고 있다. 어린이실은 동화가 많았지만, 지리, 위인, 역사는 몇 십 권밖에 안 된다. 특별한 점은 시가 다른 책에 비해 많은 편이라는 것이다. 서점에도 시가 많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쿠바 사람들은 시를 좋아는 것 같다.
 책도 적고 빈약하지만 도서관에서는 최선을 다해 이용자의 편의를 돕고 있다. 어린이실 유리창에는 도서관 홍보 문구와 책에 관한 안내로 가득하다. 추천도서목록을 나선형으로 배치하여 독자들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발견하며 읽기, 깊게 읽기, 자유롭게 읽기,이해하며 읽기의 특징과 방법을 소개하고, 개와 함께 읽기 캠페인은 새로운 친구와 함께 읽으며, 배려하고, 보호하는 읽기를 권하고 있다. “당신의 평생을 여기에 기대세요. 당신의 즐거움을 위한 모든 방법, 학습을 배우는 기회가 도서관에 있다.”라는 도서관 홍보 문구가 눈길을 끈다. 또 “운동은 몸을 위해, 독서는 정신을 위해” 같은 간결한 표어로 독자에게 책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있다.
 청소년회관의 북클럽 독자들이 제공한 추천도서 목록은 사랑, 추리, 판타지, 개, 공상과학, 흥미, 모험, 호러 등으로 나눠 10~15권 정도를 추천하고있다. 목록은 책 제목, 지은이, 분류번호까지만 명시되어 있다. 청구기호가 아닌 분류번호만 명시한 것은 분류번호만 있어도 책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책의 양이 적기 때문인 것 같다. 『오만과 편견』,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판타지는 로알드 달의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 『마틸다』,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 등의 책들도 의외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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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는 일반 독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스토리텔러의 ‘이야기 시간’, 작가가 직접 자기 작품을 낭독하는 시간, 이야기를 통한 심리 치료, 옛날이야기, 자녀교육과 계획에 관한 시간, 교수를 초청해 그림 배우기, 할머니 할아버지와 읽기, 밀크커피가 있는 이야기 시간, 조부모와 아침식사, 노인교실, 수화, 지역 문화유산 이야기(내 지역 발견하기, 쿠바 음악 듣기) 등 다양하다. 책 전시도 주제별로 이어지는데 11월은 ‘죽음을 기억하기’ 주제로 아동 청소년문학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의 책을 전시했고, ‘나의 아바나’를 주제로 음악 관련 책을 전시하기도 했단다.
 도서관은 아직 전산화가 안 되서 대출카드에 기록해 대출한다. 시설도 열악하고, 책도 부족하니 이용자들도 적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용자의 발길을 도서관으로 향하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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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서점
내가 가본 곳 중 아름다운 서점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 주택가를 걷다가 간판도 없어서, 그냥 지나쳐 가다가 ‘어~ 책이네.’ 하며 뒤돌아 들어간 곳이었다. 4~5평 정도나 될까 싶은 작은 헌책방이었다. 서점 주인인 듯한 남자는 열심히 책을 정리하다가 낯선 동양 여자의 침입(?)에 경계의 눈으로 바라봤다.
 헌책방은 대부분 먼지가 풀풀 날리는데 여기는 달랐다. 책은 낡았지만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여러 모양의 서가도 제대로 된 것 하나 없이 허름하다. 아예 서가라고 할 것도 없이 벽에 못을 박고 그 위에 나무판자를 올려 서가의 구색을 갖추었고, 어떤 것은 나무판자가 너무 낡았는지 잡지로 싸서 만들었다. 서가는 천장까지 닿고, 공간이 모
자랐는지 창문에도 만들어 놓았다. 뒤편의 서랍장문에는 받침대와 철사를 이용해 책을 진열하기도 했다. 들어가는 문에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서가를 만들어 걸어 놓았다. 서가라고 할 수도 없는 이 구조물은 아마도 주인이 손수 만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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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점에서 가장 감탄한 것은 몇 권 안 되는 책을 분류하여 연노란 종이에 펜으로 적어 붙여 놓은 분류명(?)이다. 예를 들면 수필, 전기, 쿠바의 역사, 기독교, 어린이, 정치, 예술과 문학 연구, 문법책, 극장, 심리학, 서사시, 철학, 세계사, 서정시, 스파이, 애정소설, 탐정물, 역사소설 등 세세하게 구분해 놓았다. 주인이 자기가 팔 책을 분야별로 나
누고, 나름의 분류 이름을 적은 것이다. 책 한 권 한 권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호세 마르티, 체 게바라, 가르시아 마르케스, 애거서 크리스티 등 몇몇의 소설가 역시 몇 권의 책아래 어김없이 이름을 적어 붙여 놓았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은 2권뿐이었지만 밑에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좋은 작품’이란 분류는 아마도 주인의 추천도서인 것 같다. 다른 책에 비해 시집이 많은 것이 의외였다. ‘쿠바 시’는 또 따로 분류했다.
 그리고 서점에 들어서면 ‘책에 대해 문의하세요’, ‘음식물 반입금지’라고 제일 크게 적어 천정에 매달아 놓았다. 주인의 책에 대한 자부심, 자기 서점에 대한 자부심이 그대로 묻어 있다. 서점 주인은 이 정도는 돼야지 싶다. 헌책이라서 이미 음식물이 묻어있을지도 모르는데 주인장은 ‘음식물 반입금지’라고 적어놓았다. ‘내가 음식물 흔적을 깨끗이 지웠으니 앞으로 묻히면 안 돼’ 하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 같다. 서점 안에 음식물 찌꺼기는 허용하지 않는 깔끔함이 책을 당장 사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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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나도 그 책은 아주 고이고이 간직할 것이다. 이런 공간과 촘촘한 책의 행간 속에서 주인장의 삶을 상상해 본다. 주인은 한시도 앉아있지 않고 부지런히 책 사이를 움직이며 삐뚤어진 책을 바로놓고, 책을 이렇게 놓아 보고 저렇게 놓아 보고, 부서진 서가를 고치고, 책의 먼지를 떨고……. 그리고 해가 지면 문에 걸어 놓은 서가를 안쪽으로 옮
기고, 문을 닫고 하루를 행복하게 마감할 것 같다. 주인은 책을 팔 때면 곱게 기른 자식을 파는 기분이 들 것 같다. 책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서점안의 책에서, 주인장의 바지런한 모습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어느 곳에 이처럼 주인의 애정이 듬뿍 담긴 서점이 있을까? 처음의 경계와는 다르게 나중에서 환한 미소로 배웅해 주고, 이런 멋진 책방을 볼 수 있는 행운을 안겨 준 주인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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