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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파리 ‘보그르넬’시립도서관을 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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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1 10:29 조회 8,376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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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세 나라(독일, 프랑스, 영국) 방문을 마치고 느낀 게 너무 많다.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졌다고 해야 할지. 여행 내내 나름대로 서유럽 세 나라와 우리가 다른 점을 찾아보고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사람 사는 모습이 비슷하면서도 확실히 달랐다. 바로 동·서양 문화의 차이임을 깨달았다. 서양 개인주의 문화의 바탕에 ‘나’에 대한 존엄성과 주체성이 분명히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존엄성과 주체성이 어떻게 길러지는지를 곰곰이 들여다보니 바로, 어려서부터 인류 문화유산의 보고인 책을 가까이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프랑크푸르트를 출발, 3시간 가까이 TGV를 타고 이동하면서 국경 없는 거대 유럽 국가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번째 방문 국가인 프랑스. 그 파리 땅을 직접 밟으며 알 수 없는 분위기에 감싸였다. 역사驛舍에서 가이드를 만나 대기 중인 버스까지 걸어서 이동하면서, 얼핏 바라본 파리의 첫 모습은 상상했던 파리가 아니었다. 여기저기 지저분한 도시의 뒷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생각과 현실의 차이라고 해야 할 것인지. 하지만 그 첫 인상이 서서히 변해갔으니……

도서관에 친근함이
8월 7일 오전, 파리의 ‘보그르넬’ 시립도서관을 공식 방문했다. 현관에서 만난 남자 직원에게 우리의 방문 목적을 말하고 별 어려움 없이 안내 승낙을 받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다른 여직원의 소개를 받았고 그녀의 당당한 안내를 받으며, 프랑스 문화의 축인 도서관의 이모저모를 가까이서 접하게 되었다. 통역에 의한 소통이 많이 불편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파리시는 행정구역상 모두 20개의 구로 나뉘어 있는데 한 구당 시립도서관이 보통 두 개 내지 세 개씩 있다고 했다. 파리에는 현재 역사도서관, 교육도서관 등 전문도서관을 제외한 일반 시민을 위한 도서관이 60개 정도라고. 나중에 알아보니 파리는 행정상 ‘구’ 외에 8개의 ‘존’으로 나뉘어 있으며, 우리가 방문한 곳은 15구로 ‘보그르넬’은 구의 공식 이름이었다.

각 구의 사정에 따라 시설도 우수하고 규모도 큰 도서관이 있는가 하면, 소규모의 아담한 도서관도 있다고 했다. 프랑스에는 아동전문도서관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프랑스의 모든 시립도서관은 성인도서관과 아동도서관의 이원체제로 운영되며, 구마다 있는 시립 도서관 내에 이미 아동도서관이 있기 때문이다.

‘보그르넬’ 시립도서관은 꽤 넓은 4, 5층 건물로 보였는데, 아마 가이드가 우리를 한국에서 온 교사 방문단으로 소개했기 때문인지 아동도서관을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분위기부터 달랐다. 바닥에 깔린 카펫뿐만이 아니라 공간의 짜임들이 서로 어울려 아늑하고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처음과는 달리 내부 구조가 차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찾아오는 사람의 나이에 따른 배려였다. 이곳이 누구를 위한 공간이며 시설인가를 한 눈에 보고 알 수 있게 했다. 특히 유치원과 초등 저학년들을 위한 공간이 너무 정겹고 편하게 보였다. 어른 시설과는 분명히 다른 원색의 은은한 책장들이 아이들 눈높이에 따라 배치되어 있었으며, 편하게 바닥에 앉거나 엎드려서 책도 보고, 그룹을 지어 놀이나 표현활동을 할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도 있었다. 벽면의 그림과 장식들을 보니 저절로 아이들이 놀고 싶은 충동을 갖게 만드는 공간이라고 생각되었다.

또 하나는 책장에 꽂힌 책들이었다. 아이들이 부담없이 볼 수 있도록 두께가 얇은 그림책들이 매우 많았다. 만화책 류가 아닌 책들이 종류별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대부분 책들에서 딱딱한 이미지의 책 냄새를 전혀 맡을 수가 없었다.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어렵고 딱딱한 우리나라 어린이책 이미지를 떠올리며 비교하지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도 내용도 좋고 그림도 있어 아이들이 읽기 쉽도록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다른 한 쪽의 60~70평 되어 보이는 공간에는 비도서자료인 각종 CD자료와 테이프, 영상자료가 진열되어 있었으며 전담 직원 한 명이 관리를 하고 있었다. 청소년을 위한 공간들로는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정독 열람실이 마련돼 있었으며, 책을 좀 더 자유스럽게 볼 수 있도록 바닥에 넓은 마루를 놓고 카펫을 덮은 다음, 그 위에 책장을 눕혀 놓고 그 옆에 편하게 걸터앉도록 만든 공간이 이색적이었다.

가이드의 통역을 듣고 일행 중 누군가가 질문을 했다.
“시립도서관과 현지 초등학교가 상호 연계하여 운영하는 프로그램 같은 것이 있습니까?”
“직접 함께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없지만, 학교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도서관 시설을이용하기 위해 신청하면 언제든지 문을 열고 받아들이며 자주 도서관 시설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의 여러기능
영국 가이드도 영국의 어린이들을 위한 복지를 설명하며 그랬는데, 파리 ‘보그르넬’ 시립도서관 안내인도 그랬다. 프랑스는 사회 전체가 어린이에게 기울이는 관심이 대단해서 365일이 늘 어린이날이며 아이들 천국이라고 했다. 도심 곳곳에 마련돼 있는 놀이터는 말할 것도 없고, 관공서에 가더라도 곳곳에 아이들 공간이 있다고 했다.

이 도서관이 하는 일이 많았다. 대출이 불가능한 사전류를 제외하고는 도서관 내의 책들을 무료로 빌려주었다. 물론 대여료는 없으며 도서관 카드를 만들게 되면 이 카드하나로 파리시에 있는 모든 시립 도서관에서 누구나 책을 대여할 수 있다고 한다. 16세를 기준으로 성인 도서관 아니면 아동도서관에서 카드를 만들 수 있다. 도서관 내의 필요한 자료나 책은 복사도 가능하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검색도 했다. 또한 도서관에 소장하고 있는 수많은 CD(오디오, 비디오)와 영상자료도 대여해 주고 있었다. 아이들 동화책, 그림책은 물론이고 음악테이프, 아동용 비디오 등을 모두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으니 부모의 입장에서 지역 도서관을 잘 활용하면 교육비가 따로 들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했던 ‘보그르넬’ 도서관 한 쪽에서 아빠가 유치원 아이쯤으로 보이는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독서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시간이 꽤 흘렀다. 안내인을 통해 도서관 하루 평균이용객 수가 1,000여 명에 달하며, 파리에서는 책 사업이 제일 잘 된다는 말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문화강대국의 힘을 느끼며
서유럽 3개국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어느 날, 중앙 일간지에서 본 기사가 생각난다. ‘빼앗긴 우리 문화재 찾으려 50년간 프랑스 도서관 뒤져’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병인양요 때(1866년) 도서관 내 비도서자료실 프랑스 군인들이 약탈해 간 문화재가 있으니, 사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자기더러 그걸 꼭 찾아보기 바란다는 스승의 당부를 듣고, 결국 그 꿈을 이룬 ‘박병선’ 박사의 이야기이다. 병인양요 때 약탈당한 ‘외규장각 의궤’ 도서 192권을 프랑스국립도서관(BNF)에서 임시직으로 일하면서 찾아낸 것이다.

145년 전, 구한말 사건을 통해 한 번쯤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원인이야 어떻든 자국의 문화재를 외국에 빼앗겼는데, 그게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조차 확실히 모르고 있다고 했다. 거꾸로 생각하면 그들은 왜 왕궁의 귀중한 서적들을 그렇게 많이 빼앗아 간 것일까? 문화는 그 나라 국민의 정신적 활동의 산물이요, 그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타국에서 빼앗아 온 서적이건만 그 무한한 가치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물로 여기고 자국의 국립박물관에 지금까지 고이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기사가 지금 생각나는 까닭이 있다. 짧은 날수였지만 직접 찾아가서 보니 프랑스를 포함한 세 나라(독일, 프랑스, 영국)는 확실히 달랐다. 힘으로 느껴지는 게 분명히 있었으니, 바로 그들의 문화였다. 그들은 사회 도처에 서두르지 않는 여유와 질서, 남을 배려하는 정신, 자기에 대한 존엄성과 주체성을 발휘하며 살고 있었다.

서유럽 세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있다. 바로 생활 속에서 책을 가까이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가까운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직접 책을 보여 주고 읽어 주는 부모님 모습뿐만 아니라 공원 벤치에서, 전철 안에서, 광장 잔디에서 자연스레신문과 책을 보고 있는 어른들 모습이다. 독서하는 분위기가 가정적으로 사회적으로 잘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이것은 바로 어른의 몫이요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선진 유럽 문화의 바탕에는 바로 독서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나름대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일찍부터 책을 가까이 하며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아이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도서관 곳곳에서, 서점에서, 생활속에서 볼 수 있었다. 공통된 핵심은 책을 결코 억지로 읽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려운 책을 흥미를 잃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했다. “이 책을 읽어라, 넌 몇 권을 읽어라.” 등 강제성을 띠지 않고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하며, 그 아이에게 맞는 방법과 동기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빠른 경제성장과 정보·통신 기술의 영향으로 점점 책과 멀어져 가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가장 빠르게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아이들이 미래의 주인공으로서 균형 잡힌 정신생활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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