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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사서샘의 테마수필] 학교도서관에서의 인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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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4-08 23:46 조회 8,048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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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숙 동두천 송내중앙중 사서. 수필가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뒤편」, 천양희
 
 
도서실의 뒤편을 보고 싶다. 모니터 뒤편에서 왕따 아이가 말을 걸고 서가 뒤편에서는 상처받은 아이가 웅크린 채 떨고 있다. 아이들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보인다. 보여주기 싫은 뒷면과의 대화에 응해야 한다. 눈 마주치기를 피하는 아이들 마음에 고인 말을 듣는다. 사서선생님도 상담선생님 역할을 반은 하고 있는 셈이다.
사서선생님의 인성은 도서실 살림 밑천이다. 책이라는 기본 자본이 있지만 살아있는 책으로서의 사람책이 사서선생님이다. 모성애로부터 흘러나오는 포근함이 아이들 인성을 일깨우고 회복시킨다. 창의적인 공간에테마수필서 따뜻한 인성을 융합하면 도서실 문턱이 닳도록 아이들이 온다. 쉬는 시간마다 와서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인사를 하는 아이도 있다.
 
사서샘의 도서관일기
2010년 5월 1일부터 쓰기 시작한 ‘사서샘의 도서관일기’가 제법 두터워졌다. 도서실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삶 자체를 아우르는 일기가 됐다. 누가 쓰라 해서 마지못해 쓰는 일기와는 다르다. 귀농의 즐거움을 귀농일기로 풀어내는 농부의 일상이 여느 농부와의 차별화를 만들듯이 일기는 생각과 마음근육을 강화시킨다.
‘사서샘의 도서관일기’는 습작노트이기도 하다. 뭘 쓸까 생각하다 보면 어떻게 살까로 질문은 깊어진다. 거리감을 조절하면서 밀착될 때 대상에 대한 발견이 있다. 인정받거나 사랑받기 위해 다가오는 욕구들을 모성애로 감싼다.
 
독서교육 포럼에 가는 길
7월 율곡연수원 집합연수에서 같은 모둠으로 만났던 사서선생님이 있다. 춘천교대에서 독서교육 포럼이 있다고 하며 동행하길 바랐다. 언니처럼 챙기는 그 마음에 이끌렸다. 춘천이라는 지명이 주는 낭만과 춘천교대 캠퍼스에 대한 동경도 한몫 했다.
토요일 이른 아침을 깨우고 청량리에서 ITX청춘열차를 탔다. 세 명의 사서 선생님은 삼인삼색토크를 진행하며 열차의 속도감마저 즐긴다. 세 명만 모이면 그 안에 스승이 있다는데 수다의 깊이가 다르다. 각자의 도서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안개가 걷히듯 드러났다. 따뜻하게 도서실을 품고 사는 그 마음결이 와 닿는다.
도서실에 오는 아이들은 학교마다 비슷하다. 그 아이들을 어떻게 품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마당을 나온 암탉처럼 내가 낳은 알이 아닐지라도 일정 기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처우개선에 민감해지다가도 폐계 취급을 당할 나이에 일한다는 게 어딘가 싶다. 그것도 학교 도서실에서 말이다. 양계장이 아닌 독서마당에서 방목되는 아이들을 지켜본다.
두 노교수의 강의
박목월 시인의 아들 박동규 교수님이 기조강연을 한다.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지나 살면서 아버지를 추억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내복을 태우면서 발견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드러난다. 시인으로서 시만 쓰다 보니 상의 오른쪽 팔꿈치만 해져서 깁고 기운 흔적이라니. 불에 태운다 해서 소멸될까. 따뜻한 마음이 불쏘시개로 타올라 강의실을 데운다. 아버지의 내복은 시인이 된 아들의 글쏘시개가 되고 인상 좋게 늙어가도록 이끌었을 것이다.
‘도덕적 역량과 인성을 기르는 독서지도’가 포럼의 주제다. 시(詩) 중심이라서 시인의 기조강연을 듣게 한 모양이다. 서정적인 강연 뒤로 주제 강연이 이어진다. 이지적인 외모의 김경집 교수는 강의로 사고(思考)친다. 뭔가를 기르기 위한 독서를 내세우기보다는 그냥 재미있게 살자고 한다.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인성이 길러지기에 목적지향적인 독서는 아니란다.

책 읽기와 베껴 쓰기를 통한 인성교육
타율적인 고립이 아닌 자율적 고독이 그리워 갑자기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혼자 있으면 불안하다는 심리를 버리고 기꺼이 고독한 시간을 가져볼 일이다. 자기성찰의 시간을 통해 인성은 저절로 완성되는 것인데 억지로 인성을 교육하려드니 삐거덕거린다.
학교 안에 민들레 홀씨처럼 책을 퍼트렸다. 다목적실과 정진반이다.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들이 정진반으로 보내진다. 정진반에서 책을 읽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들이 많아질까 싶다. 벌을 받는 게 아니라 편하게 책을 읽는다니, 책 읽는 게 벌이라니. 책은 학교 안에서 인성을 건드리는 불쏘시개다.
학생부에서도 남자애들을 내려 보낸다. 도서실에 있어도 이름이 들리는 유명인들이 건들거리며 온다. 시가 내게로 오듯 아이들이 내게로 온다. 덩치 큰 여린 영혼들이다. 강하게 보이려니 사고를 칠 수밖에 없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의 작가의 말을 베껴 쓰라 했다. 쓰다보면 그 아이만의 생각과 말이 생성될 것이다.
시를 베껴 쓰라 했다. 받아쓰거나 베껴 쓰기는 마냥 지루한 작업만은 아니다. 글로 벌 주는 게 글로벌이라는 말도 있는데 반성문도 쓰기 나름이다. 반성문을 쓴 신경숙은 세계적인 소설가로 자리매김했다. 시를 베낀 녀석에게 외워보라 툭 던졌는데 녀석의 입에서 시가 나온다. 욕이 아닌 시가 톡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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