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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필리핀에서 미래를 보다 Brent International School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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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8-04 15:59 조회 9,49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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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일본 등 이른바 선진국들의 학교도서관을 탐방한 사례는 많지만 필리핀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도서관을 보고 배우는 사례는 드물기 때문에, 필리핀의 학교도서관을 탐방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필리핀에 학교도서관을 보러간다고 하자 사람들은 “아니 왜 좋은 곳 놔두고 다른 사람들이 놀러가는 곳에 가서 학교도서관을 보고와?”,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놀러가지?”라고 물었다. 사실 관광 천국인 필리핀에 가면서 즐기고만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는 했다. 그러나 학교도서관 탐방을 위해 썼던 그 동안의 해외 전화비가 아까워서라도 꼭 필리핀의 학교도서관을 열심히 살펴보고 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런 내 아둔한 생각을 훈계라도 하듯 우리보다 후진국이라 여기던 필리핀의 학교도서관에서 필리핀의 미래와 우리의 학교도서관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볼 수 있었다.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 위치해 있으며 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국가이다. 인구도 우리나라보다 많고 땅덩어리도 우리보다 큰 나라이다. 아시아 최초의 민주주의 국가로 1960년대까지는 일본 다음가는 아시아권의 경제대국이었다. 1960년대 필리핀의 부유함을 보여주는 한 예로, 박정희 대통령이 필리핀에 방문할 당시 우리나라에 없던 필리핀의 고속도로를 보고 나서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었다는 후일담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현재는 정치경제적인 사정으로 1인당 GDP가 2000달러 정도 되는 경제적인 약소국으로 변모했다.

작년 겨울, 대학원 학생들과 교수님들을 모시고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를 다녀왔다. 필리핀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는 무공해 나라인 필리핀에서 세계적인 맥주 ‘산 미구엘’과 맛있는 열대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겠다는 즐거운 생각에 빠져있었지만, 그와는 달리 비행기를 내리자마자 콧속을 파고드는 매캐한 매연과 뜨거운 햇볕을 경험하고선 ‘제발 숨만 쉬게 해다오.’라는 말만 연발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다음날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Brent International School’에 도착했다.

Brent International School 도서관장 Mr. Kurt Lamb과의 만남 세 개의 도서관이 한 학교에
Brent International School은 1909년에 개교한 사립학교로 유치원 및 초・중・고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필리핀의 명실상부한 명문학교이다. 학교 앞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탐방 처음부터 바짝 긴장하게 되었다. 경비아저씨들이 삼엄한(?) 눈초리로 일일이 신분증 검사를 했던 것이다. 죄가 없더라도 왠지 경찰만 보면 초조한 것과 같이, 우리 일행도 처음부터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잠시 후 학교도서관 관장인 Kurt Lamb씨가 옆집 아저씨와 같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반겨 주었다. 학교 입구에서 간단한 인사와 소개를 마치고 우리는 바로 ‘Library and Media Center’로 이동했다. 도서관장인 Mr. Kurt Lamb은 미국인으로 대학에서 문헌정보를 전공하고 부인과 함께 필리핀으로 왔다고 한다.

학교도서관에 도착한 우리는 입을 떡하고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학교의 큰 규모만큼 학교도서관 역시 큰 규모였고 매우 훌륭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중・고등학생을 위한 도서관 1개, 초등학교 중・고학년을 위한 도서관 1개, 초등 저학년을 위한 도서관 1개 등 총 3개의 도서관이 있었으며 사서교사 2명, 사서 2명, 사서보조 2명, 장비기술자 2명 총 8명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초등 저학년을 위한 ‘ELC(Early Learning Center) Library’
제일 먼저 저학년을 위한 ‘ELC(Early Learning Center) Library’를 둘러보았다. 사전에 Mr. Kurt Lamb에게 양해를 구해 수업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요청을 한 덕분에 ELC Library 사서인 Ms. Azalea Salva가 동화구연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담임선생님의 손을 잡고 즐겁게 도서관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조용히 사서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에 집중하여 이야기를 듣고 질문도 열심히 했다. 동화구연이 끝나자 학생들은 읽고 싶은 책을 찾아 도서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특이한 점은 책을 고를 때 학생들이 책갈피 같은 종이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짧은 영어로 학생에게 물어봤더니 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한 짧은 법칙(?)을 적어 두고 학생들이 쉽게 책을 찾아 볼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그 책갈피에는 다음과 같은 책 고르기 법칙이 쓰여 있었다.

첫 번째, 표지를 보고, 그림, 단어, 페이지수를 확인해 봅시다.
두 번째, 손가락 법칙을 이용합시다. 한 페이지를 보고 모르는 단어가 5개 이상일 경우에 다른 책을 찾거나 다시 읽어봅니다. 5개 이하일 때는 세 번째 단계로 넘어 갑니다.
세 번째, 내가 책속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있는지, 재미있는지, 책은 쉽게 읽히는지 자신에게 물어봅시다.
네 번째, 만약에 세 번째의 질문에 ‘예’라고 대답할 경우 책을 읽습니다. ‘아니오’라면 다른 책을 골라 다시 처음 단계부터 시작해 봅시다.

이처럼 저학년의 경우 읽을 책을 선정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을 대비하여 학교도서관에 쉽게 자신이 읽어 볼 수 있는 책을 찾을 수 있게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었다.
도서관에서의 교육뿐만 아니라 저학년을 위한 교수・학습지원 서비스 또한 잘 시행되고 있었다. 유치원과 저학년을 위한 수업 도구들이 잘 정리되어 교수학습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모든 도서자료가 학생들의 독서 수준에 따라 제공될 수 있도록 ‘독서 수준 지수(Lexile score)’를 이용한다는 점이었다. 학생 자신에게 맞는 수준의 책을 적절하게 제공하기 위하여 구입하는 모든 책을 조사한다고 했다.



초등 중・고학년을 위한 ‘Lower School Library’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초등학교 중・고학년 학생을 위한 ‘Lower School Library’를 방문했다. Lower School Library는 Mr. Kurt Lamb씨의 부인인 Mrs. Patricia Lamb이 운영하고 있었다. 부부가 한 학교에 함께 사서교사로서 근무하는 것이 얼마나 부럽던지.(아직 결혼하기 전이라… 여보 미안^^)
Mrs. Patricia Lamb은 우리에게 Brent International School의 목록시스템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DLS와 같은 것인데 학교만의 검색시스템을 구축하여 학생들이 편하게 도서관의 도서를 찾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곳의 목록시스템은 도서명이나 저자로 검색하는 우리의 DLS 시스템과는 다르게 초등학교 저학년이 자신이 원하는 책을 쉽고 빠르게 찾는 것을 돕기 위하여 자신의 독서수준(Lexile score)과 흥미분야에 따라 검색할 수 있게 지원한다. 사실 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초등학교 학생들은 DLS의 학교 자관 자료 검색보다는 둘러보며 표지가 예쁜 책, 얇은 책을 고르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적극적인 활용을 위하여 온라인에서 조차도 쉽게 책을 찾아볼 수 있게 끊임없이 투자를 한다는 점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아쉽게도 이곳은 방학 독서 캠프가 끝나서 학생들이 없었다. 대신 Mrs. Patricia Lamb은 우리에게 독서 캠프 동안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 독서 여권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독서 여권(Reading Passport)은 독서 캠프 기간 동안에 학생들이 읽은 책을 기록하는 일종의 독서 통장이었는데, 손바닥만한 크기로 여권과 비슷하게 만들어 학생들이 가지고 다니면서 쉽게 기록할 수 있게 했다. 부부가 함께 열정을 갖고 학교도서관을 꾸려가서인지 우리에게 자신감 있게 프로그램과 도서관을 소개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대학도서관 같은 중・고등학교 도서관, Upper School Library
마지막으로 고학년을 위한 ‘Upper School Library(중・고등학교 도서관)’로 향했다. 학교가 커서 그런지 Upper School Library로 가는 동안 미로와 같은 길이 계속해서 연결되어 있었다. 열대 지방이라 그런지 학교에도 많은 나무들과 꽃이 있었고 나무그늘 아래 의자와 테이블도 많이 있었다. 미로와 같은 학교에 시원한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여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니 땀이 흐르던 제 몸도 갑자기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규모에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대학 도서관에 온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잘 정리된 2층 구조의 도서관, 다양한 장서, 학습실. 시청각실 등 꿈에나 그리던 도서관을 여기 필리핀에서 보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심지어 한국어 책도 있었다. 역시 방학기간이라 학생들이 많지 않았지만 넓은 도서관을 둘러보며 혼자 신나서 사진을 찍는 나를 이상하게 보던 학생들의 무서운(?)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중・고등학교 도서관에 위치한 Mr. Kurt Lamb의 사무실로 들어가 전체 학교도서관의 장서규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전체 학교도서관의 장서 5만3천 권, 교과서 5만 권, 도서관 내 컴퓨터 200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엄청난 크기와 규모를 듣고 놀란 우리는 다시 중・고등학교도서관인 Upper School Library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다른 교내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주제를 잡고 일정 기간 동안 연구를 진행하는 프로젝트 학습을 지원하기 위하여 다양한 시청각자료, 온라인자료, 인쇄자료를 지원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진행한 프로젝트는 도서관장실과 학습실에 차곡차곡 정리되어 진학에 도움을 줄 수 있게 한다고 했다. 또한 학생들이 언제든지 전자책 이용과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학교 도서관 내에서는 무선인터넷 연결이 가능하였으며, 당시는 아이패드 출시 초창기임에도 불구하고 2012년부터는 아이패드도 학생들에게 빌려준다고 하니 이런 천국이 또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시청각실(A/V Room)에는 12000점 이상의 자료가 구비되어 학생들이 교사의 허락을 득하면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인자한 Mr. Kurt Lamb 도서관장은 언제든지 이메일로 문의하면 다양한 자료를 제공해 준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학교 방문은 환영한다면서 흐뭇한 웃음을 지어주었다. 학교 도서관의 방문을 허락해 주고 땀을 뻘뻘 흘리며 설명해 주던 Mr. Kurt Lamb에게 기념으로 한국의 전통 하회탈을 선물한 후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사서교사를 양성하는 필리핀의 제 1대학 필리핀 딜리만 대학 문헌정보학과로 발걸음을 돌렸다.

우리 학교도서관이 나아갈 방향을 얻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융합된 Brent International School의 도서관을 보며 우리의 상황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학교 한구석에 위치한 도서관, 리모델링을 해도 변하지 않는 어수선함과 씁쓸함, 다양한 프로그램의 부족함 등 산적해 있는 여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해결책은 바로 인적자원이 아닐까 한다. 학교도서관에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필요하다. 장비 전문가, 프로그램 전문가, 경영전문가 등이 함께 어우러지면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도 훌륭한 도서관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하지만 사서교사 한 사람이 운영하는 우리나라 학교도서관, 아니 사서교사조차 없는 우리 학교도서관이 다른 나라의 훌륭한 운영 시스템을 따라가기에는 벅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모든 필리핀의 학교가 이 학교와 같지는 않다. 유일하게 Brent International School이 다른 학교보다 특별한 학교이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다른 학교도서관의 인테리어와 프로그램을 보고 배워 학교도서관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꿔가는 것처럼 이런 학교들이 주변의 다른 학교에 커다란 파급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언젠가 필리핀도 이렇게 좋은 학교도서관이 많아지겠지? 필리핀 사립 명문학교 Brent International School, 이곳에서 우리는 필리핀의 미래를 보았고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 학교도서관이 나아갈 방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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