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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분투기] 계획과 설계 : 리모델링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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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9-01 11:27 조회 1,413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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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서관 리모델링의

표준을 만들기 위하여


유순봉 서울 당곡고 사서교사  




전국의 학교들은 공사가 한창이다. 천장 석면 제거, LED 조명 교체, 화장실, 교과교실, 고교학점제 관련 교실 확보, 교실 현대화, 자투리 공간 활용, 문화카페와 조경 공사 등 정말 많은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면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외면받았던 도서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공간혁신을 이루기 위해 많은 학교들이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학교에서 도서관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필자도 2020년도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여의도여고에서 도서관 공사를 진행했다. 도서관 공사를 진행하면서 두 번의 골절과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그동안 겪었던 일들과 얻었던 노하우를 독자 선생님들과 나누고자 ‘여의도여고 리모델링 분투기’를 차근차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예산 확보, 그 험난했던 과정


교과교실, 고교학점제, 교실 현대화, 자투리 공간 활용, 문화카페 등의 공사 예산은 도서관 리모델링과 관련이 있다. 지역자치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지자체에서도 교실 현대화 사업에 대한 요구가 타당하면 예산 배정을 하고 있다. 도서관 시설이 낙후되어 리모델링을 하고자 계획이 있다면 앞서 언급한 공사들의 예산을 적절히 확보하여 진행하면 된다. 여의도여고는 예산을 확보하는 데 2년이 걸렸고, 네 가지 공사의 예산을 합해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거쳤던 험난한 과정은 이랬다.

어느 날 교장선생님이 “도서관 리모델링을 하려면 예산이 얼마가 있으면 될까요?” 물어 오셨다. 나는 교장선생님이 생각하는 예산이 얼마 정도인지 몰라서 “글쎄요?”라고 답했고, 교장선생님은 “1억 정도면 공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셨다. 나는 “교장선생님, 1억 원으로는 리모델링을 계획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씀드렸다. 1억 원이면 이삿짐만 싸서 나갔다가 바닥과 천장 정도만 공사하고 끝나게 된다. 리모델링을 했다는 최소한의 표시만 내는 거다. 기본적으로 3억 원 정도는 예산을 구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나는 이왕 리모델링을 할 거라면 제대로 하고 싶었다. 새내기 선생님이라면 일을 진행하는 데 외부의 간섭과 제약이 있을 수 있지만(이미 그런 학교들을 목격했다) 정년을 얼마 앞두지 않은 필자는 경력이 좀 있는지라 내가 원하는 도서관을 만들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후배들에게 본보기로 보여 줄 수 있는 ‘학교도서관 리모델링의 표준’을 만들고 싶은 생각에 욕심을 부리고 싶었다.

부푼 꿈을 가지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예산확보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지역 교육청의 교실 현대화 사업에 지원하는 것이었다. 2019년에 1억 2천만 원을 확보했다. 1억 2천만 원이라는 예산은 교장선생님이 리모델링을 진행해 보자고 처음 제안할 때 필자가 적다고 한 금액이었기에 교장선생님은 추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셨다. 

당시 여의도여고 학교도서관에서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구청 예산으로 진행하는 캘리그라피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열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있던 회원들은 여의도여고 졸업생의 부모님이거나 재학생들의 양육자들이었다. 도서관에서 몇 년에 걸쳐 이어진 활동을 통해 필자와 상당히 친해진 분들이었고, 리모델링을 위한 예산 확보 전쟁에 발 벗고 나서 주셨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을 찾아다니면서 여의도여고 학교도서관 현장을 확인시키고 언제 예산을 줄 수 있냐며 시간이 나는 대로 면담을 요청하면서 뛰어다니셨다. 그렇게 해서 연말에 구청의 남은 예산에서 6천만 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 2019년에 총 1억 8천만 원을 확보하게 되었는데, 이 예산으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기에 교장선생님께 예산을 내년으로 이월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처음에는 교장선생님께서도 많은 고심을 하셨는데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나의 의지가 너무 확고한 것을 아시고, 다행히 나의 의견에 동의해 주셨다. 예산을 더 확보해 보겠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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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여고 도서관 리모델링 전(위)·후(아래) 모습 


그렇게 2020년에 구청에서 새로 예산을 편성하면서 여의도여고에 1억 2천만 원을 더 배정해 주었다. 드디어 공사비 3억 원이 모두 채워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구현하고 싶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예산이 좀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다행히 행정실장님께서 여러 경로로 알아보겠다고 하셨다. 정보관 4층에 있는 도서실, 진로진학부실, 컴퓨터실 등의 비품을 구입하기 위한 예산으로 서울시에서 1억 원을 더 지원해 주었는데, 이 예산을 포함하여 총 4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게 되었다. 2019년 12월에 교육청에서 내려온 문화카페 예산을 신청하라는 공문을 보았고, 신청 마지막 날 지원서를 작성했다. 이 사업을 통해 문화카페 예산으로 2천만 원을 더 받았다.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는 과정은 거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당시에 여의도여고에서 근무하고 계셨던 교장선생님, 행정실장님 등 도움을 주셨던 많은 분들의 노고와 고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학교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함께 노력하신 모든 분들 덕분에 2020년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공사를 진행했다. 



선진도서관을 탐방하다
 
공사 일자가 정해지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행정실 주무관, 교장선생님과 함께 리모델링을 끝낸 선진 도서관을 방문하는 거였다. 필자는 연수나 ‘지인 찬스’를 이용해 이미 리모델링을 훌륭하게 끝마친 도서관을 많이 다녀 봤기 때문에 방문할 도서관을 선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방문할 도서관을 선정하고, 교장선생님의 일정이 비는 날을 이용해서 함께 견학을 다녔다. 특히 리모델링이 잘 되었다고 소문이 난 도서관에는 반드시 교장선생님을 모시고 갔다. 나의 안목도 중요하지만 관리자의 안목이 높아야 내가 구현하고 싶은 도서관을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실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도서관 견학을 많이 한 덕분에 당시 여의도여고 교장선생님의 안목이 실제로 많이 높아지셨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예산을 확보할 때만 하더라도 도서관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면서 열심히 참여하셨는데, 공사 시작 단계에서부터는 나의 정보력을 믿어서인지 묵묵히 믿고 맡겨 주셨다. 내가 원하는 도서관을 구현하는 과정에 간섭하지 않으셔서 정말 마음 편하게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리모델링 전의 여의도여고 도서관은 본관과 정보관을 잇는 구름다리(실제로는 철제 난간)를 지나서 어두컴컴한 복도를 통과해야지만 들어올 수 있었다.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구조였다. 도서관이 어두침침했고, 진한 색깔의 딱딱한 나무 서가는 고전적인 도서관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음 호에서는 이런 낡은 구조를 모두 바꾸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웠고, 설계에 어떻게 반영하였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여의도여고 도서관 리모델링 분투기를 많이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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