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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평생독자 기르는 법] 멘토·멘티 그림책 읽기로 도서관 첫 문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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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4-09-02 14:08 조회 27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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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멘티 그림책 읽기로

도서부 첫 문 열기


어느 학교나 사서는 1명이고 학생은 수십·수백 명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지원군이 학생 도서부다. 도서부는 각 반에 모세혈관을 연결하듯 독서문화를 교실 곳곳으로 실어 나른다. 올해는 5~6학년 중 반별로 골고루 15명의 도서부원을 선발했다. 봄에는 들풀 같은 녀석들일지 몰라도 한두 달 뒤면 너끈히 제 몫을 해낼 아이들임을 알기에, 선발 직후 모내기를 끝낸 농부처럼 든든했다. 한 해 독서교육 농사의 성패는 그해 도서부 수준을 보면 가늠된다. 그러니 도서부원들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을 따로 마련하는 건 결코 손해 볼 리 없는 업무 계획. 한 학기 동안 도서부와 매주 방과 후 실시했던‘ 그림책 질문 독서동아리 활동’을 정리하고, 1~3차시에 진행한 멘토·멘티 그림책 읽어 주기 활동을 소개한다.


김규미 진주 남강초 사서




왜 ‘그림책 질문’ 독서동아리인가? 


사서는 독서 전문가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책을 엄선해서 도서관에 구비하고 관리하며 독서를 독려하는 일을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독서교육을 실시하는데, 성공적인 독서교육의 핵심은 ‘쉬운 접근’과 ‘능동적 독서습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책 질문 독서동아리는 책을 읽어 오는 숙제 없이 현장에서 함께 책을 읽으며 서로 질문을 주고받는 참여를 통해 독서교육을 진행한다. 무엇보다 질문하기 위해 집중하고, 대답하기 위해 생각하는 활동을 반복하면서 학생은 주도적으로 독서를 즐기고, 의미 있는 성장을 경험하게 된다.

그림책은 초등학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함께 모여 그림책을 읽으면, 듣고, 질문하고, 답하고, 깊이 생각하고, 그것을 정리해서 쓰는 것까지 독서교육 전반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두루 경험하게 된다. 더불어 그림책 읽어 주는 법, 적절한 그림책 고르는 안목 키우는 법도 함양할 수 있다. 그림책 질문 독서동아리의 또 다른 장점은 나눔을 실천하기 좋다는 점이다. 그림책 읽기를 배운 도서부원들은 점심시간에 잠깐씩 모여서 읽을 책을 선정하고, 그림책 읽기를 연습하는 정도로도 충분히 후배들을 위해 그림책 읽어 주기 봉사를 능숙하게 할 수 있다. 동아리 운영을 시작한 1학기가 지나면 아이들이 어느 정도 능동적인 독서 습관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한 연간 세부 활동 내용은 아래 표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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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질문 독서동아리 연간 활동 



나의 취향을 꿈으로 키우기 활동 : 좋은상상카드’ 교구를 활용해 ‘과거에 내가 가장 빛났던 순간’과

‘미래에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 카드를 찾아 설명하기.

미래의 원하는 모습이 되기 위해 지금 현재 내가 실천할 수 있는 항목을 구체적으로 적기.

이를 발표하며 서로의 꿈을 구체화하고 응원하기.



멘토·멘티로 그림책 읽어 주기


1학기에 가장 먼저 공을 들이는 프로그램은 도서부와 함께하는 시간이다. 가능하면 정규동아리 시간에 도서부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전원 참여가 가능하므로 안정적으로 운영하기에 가장 좋다. 학교 사정에 따라 여의찮은 경우에는 방과후에 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 대부분이 방과후에는 학원 수업 등으로 바쁘다 보니 참여할 수 있는 학생이 적을 수 있다.

올해는 도서부를 정규동아리로 꾸리지 못하는 바람에 방과후에 독서동아리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15명의 도서부 중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단 6명이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찾아낸 방법이 ‘멘토·멘티 제도’였다. 사서가 독서동아리 시간에 먼저 그림책을 읽어 주며 도서부원들에게 그림책 읽어 주는 법을 지도한다. 그 뒤, 이 지도를 들었던 6명의 도서부원이 멘토가 되어 방과후 동아리 시간에 참석하지 못한 나머지 9명의 도서부원(멘티)을 다음 날 도서관에서 만난다. 그리고 이때 사서선생님에게 배웠던 그림책 읽어 주는 법을 멘토들이 다시 멘티에게 알려 주는 방식이다. 멘토·멘티 학생은 학년별로 나누어 짝지어 주었다.



사서의 그림책 읽어 주기 

그림책 읽기를 재미있게 만드는 첫 번째 방법은 ‘표지 읽기’와 ‘질문하기’ 활동이다. 다짜고짜 그림책 속 활자를 그대로 읽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림책을 읽기 전, 다 함께 표지를 유심히 관찰하며 청자에게 다양한 질문을 유도하거나, 화자가 청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충분히 가짐으로써 청자로 하여금 책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반드시 넣도록 했다. 이때 정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을 하지 않도록 지도했다. “표지에 사과가 몇 개 있나요?” 같은 질문보다 “어떤 사과가 맛있어 보이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라는 식으로 정답 없이 상상력과 사고력, 추리력이 필요한 질문들을 끌어내도록 했다.

도서부원들은 이러한 질문을 끌어내기 위해 멘토와 멘티가 함께 선정한 책을 각자 읽고, 다시 소리 내어 읽고, 또 함께 읽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생각을 다듬었다. 멘토·멘티는 그림책을 앞에 두고 서로에게 질문하고 대답하면서 질문의 방향을 잡아 나었다. 물론 완벽하지 않았고 부족함도 있었지만 봉사라는 계기를 통해 독서 시간을 꾸준히 이어가며 성장한다는 데 의미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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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기 전, 다 함께 표지를 유심히 관찰하며 청자에게 다양한 질문을 유도하거나,

화자가 청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충분히 가짐으로써 청자로 하여금 책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반드시 넣도록 했다.”



최종 목적지, 전교 후배들에게 그림책 읽어 주기 

그림책 읽어 주기를 배운 모든 도서부원들은 매주 수요일 아침마다 후배들 교실에 들어가 그림책 읽어 주기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덕분에 서로 열심히 가르쳐 주고 배우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아이들은 의외로 가르치는 데 진심으로 임했다. 내일 점심시간에 그림책 읽는 방법을 짝에게 가르쳐 줘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열심히 필기하고 꼼꼼히 다시 연습하는 등 멘토들의 눈빛이 진지했다. 그리고 멘티들은 멘토에게 배우지 않고는 후배들에게 그림책 읽어 주기 봉사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마치 선생님에게 배우듯 진지하게 멘토로부터 그림책 읽어 주는 법을 배우고 연습했다. 덕분에 후배들에게 그림책 읽어 주기 봉사는 문제 없이 잘 진행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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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 후배들에게 그림책 읽어 주기 봉사 중인 고학년 도서부원의 모습 



교내 독서 유행을 만드는 그림책 읽어 주기 


봉사할 책을 내가 대신 선정해 주지 않았지만 도서부원들은 대체로 그림책 동아리 시간에 함께 읽었던 책을 많이 활용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면 틈틈이 도서관에 들러서 꾸준히 그림책을 읽으며 적절한 책을 찾기도 했다. 때로는 도서부끼리 봉사시간에 반응이 좋았던 그림책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그림책 『내 빤쓰』(박종채)는 3학년 아침봉사활동 이후 재미있는 책이라고 소문이 나면서 3학년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으로 와 경쟁적으로 대출해 간 책이다. 이를 본 다른 도서부원들이 2학년 교실에 가서 같은 책을 읽어 주었고 이 책은 그달 학교도서관 대출 1위 도서가 되면서 유행을 선도했다. 유행을 이끌어가는 도서부의 위상이 나날이 올라가는 것은 덤으로 따라오는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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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하브루타 독서코칭 가이드』

서상훈, 유현심 지음│마이웹│2023



독서교육 첫걸음, 질문의 두려움 없애기 

지난 학교에서는 정규동아리 시간에 도서부를 운영했었고, 이번 학교에서는 방과후 시간에 자율 동아리 형태로 운영하게 되었다. 비교하자면 정규동아리 운영은 학생들의 안정적인 참여가 확보 되어 좋았고, 방과후 자율동아리는 멘토·멘티 활동이 겸해져 활동이 풍성했다. 다만 모두가 그림책 읽어 주는 법을 다 배운 후에는 멘토·멘티 활동이 좀 흐지부지되었다. 그리하여 책을 읽고 질문하는 법까지는 서로 잘 배웠지만 이를 글쓰기까지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아쉬움과는 별개로 참여한 학생들은 국어 시간에 질문을 만드는 수업이 쉬워졌고, 발표할 때 자신감이 생겼으며, 정보를 습득할 때 항상 “왜?”라는 질문을 떠올리는 습관이 생겼다는 긍정적인 후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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