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책 도서관 이야기]파티의 즐거움은 공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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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8-10-11 10:12 조회 3,753회 댓글 0건본문
영양 가득 비빔밥 같은 프로그램
지난 호에 연재한 「스마일맨」 꿈책 파티의 경우 인간과 권력의 속성을 생각해 보기 위해 책을 선정했다면, 「안녕, 베타」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 사회를 성찰하길 바라며 선정한 작품이다.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을 모은『안녕, 베타』의 첫 번째 작품인 「안녕, 베타」는 ‘원인간’ 진아, 똑같은 외양을 지닌 로봇 베타의 이야기다. 베타는 진아 대신 봉사활동, 사교, 체험학습 등의 허드렛일을 하고 진아는 ‘시민 등급 테스트’에 전념한다. 문제는 로봇인 베타가 리뉴얼 이전의 자신의 삶을 기억하고, 바이오칩 제거와 새로운 삶을 원한다는 것이다. 진아는 베타와 이별하고 낮은 등급의 인간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날 둘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재회한다.
지난 호에 연재한 「스마일맨」 꿈책 파티의 경우 인간과 권력의 속성을 생각해 보기 위해 책을 선정했다면, 「안녕, 베타」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 사회를 성찰하길 바라며 선정한 작품이다. 다섯 편의 단편 소설을 모은『안녕, 베타』의 첫 번째 작품인 「안녕, 베타」는 ‘원인간’ 진아, 똑같은 외양을 지닌 로봇 베타의 이야기다. 베타는 진아 대신 봉사활동, 사교, 체험학습 등의 허드렛일을 하고 진아는 ‘시민 등급 테스트’에 전념한다. 문제는 로봇인 베타가 리뉴얼 이전의 자신의 삶을 기억하고, 바이오칩 제거와 새로운 삶을 원한다는 것이다. 진아는 베타와 이별하고 낮은 등급의 인간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어느 날 둘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재회한다.
이 단편 소설로 어떻게 2시간 반 프로그램을 만들까? 진로교육원 도서관 프로그램은 전체적인 체계에서 지속성을 가진 배움이 아니라는 점에서 학교 수업과 다르다. 학교의 독서동아리 활동이나 독서토론 프로그램과도 다르다. 흥미와 자발성, 사전 독서를 바탕으로 진행하기 힘든 특수성을 지녔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꿈책 도서관에서 실컷 놀면서 함께 읽기의 즐거움을 공기처럼 자연스레 느끼게 할 수는 없을까? 나는 이따금 어릴 적 아빠가 가끔 사주셨던 종합과자 선물 세트와 같은 프로그램을 꿈꾼다. 우선 프로그램에 시각·청각·촉각 등의 구체적인 감각을 담고 싶다. 생생한 감각으로 풀어낸 독후활동에 자신이 주인공으로 참여할 때 지루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한 언어 능력(말하기·읽기·듣기·쓰기)이 따로 놀지 않고 비빔밥처럼 또는 곰탕처럼 하나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면 좋겠다. 아이들 입장에선 책으로 재밌게 놀았을 뿐인데, 그 안에 여러 의미도 발견할 수 있게해 주고 싶다.
나는 7개의 미션을 ‘종합 선물 7종 세트’1)라고 부르고 싶다. 전체적으로 지난 파티에 비해서 교사가 말로 설명하고 안내하는 부분이 전폭적으로 줄었다. 교사는 파티의 전체 순서와 지도를 글자로 마련하고 배치한 후 최소한의 안내자 역할만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 춘천 담작은도서관 특별 프로그램‘ 나니아 나라 이야기’ 미션 활동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단계별 미션 함께 풀기
첫째, 미션 수첩 만들기와 파티 준비
이번 파티의 특징은 학생들이 작품, 활동 미션, 힌트, 안내문 등 모든 문자를 주체적으로 읽어야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선 아이들은 땅콩 테이블에 모여 수첩 접기 안내문을 보면서 미션 수첩을 만든다. 완성하면 스탬프를 찍고 모둠별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출발한다. 꿈책 도서관에는 주요 수업을 여는 곳으로, 아이들이 자연스레 얼굴을 마주 보게 되는 공간이 있다. 삼삼오오 눕기도 좋은 이곳의 이름은 ‘목욕탕’. 아이들은 이 목욕탕 뒤편 창가 테이블로 모인다. 아직 아이들이 소설과 만나기 전인데, 마음에 드는 드레스코드 용품을 골라서 착용하고 친구와 사진을 찍는다. 그런 후 작고 예쁘게 프린트해서 미션 수첩에 붙인다. 무슨 일이든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미션 수첩 만들기와 파티 준비
이번 파티의 특징은 학생들이 작품, 활동 미션, 힌트, 안내문 등 모든 문자를 주체적으로 읽어야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선 아이들은 땅콩 테이블에 모여 수첩 접기 안내문을 보면서 미션 수첩을 만든다. 완성하면 스탬프를 찍고 모둠별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출발한다. 꿈책 도서관에는 주요 수업을 여는 곳으로, 아이들이 자연스레 얼굴을 마주 보게 되는 공간이 있다. 삼삼오오 눕기도 좋은 이곳의 이름은 ‘목욕탕’. 아이들은 이 목욕탕 뒤편 창가 테이블로 모인다. 아직 아이들이 소설과 만나기 전인데, 마음에 드는 드레스코드 용품을 골라서 착용하고 친구와 사진을 찍는다. 그런 후 작고 예쁘게 프린트해서 미션 수첩에 붙인다. 무슨 일이든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안녕? 베타
아이들은 이제 목욕탕 옆 긴 의자가 있는 곳으로 모인다. 베타를 만날 시간이다. 아이들은 미션 내용을 읽고 친구들과 소설 작품을 찾으러 떠난다. 도서관 1층과 2층을 돌아다니며 목욕탕을 찾고, 소설 빅북을 찾는다. 나는 해당 작품을 A3 크기로 만들어서 나눠 주었을 때 학생들이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매번 느꼈다. 또한 두 명당 한 권의 책을 주니, 끝까지 읽도록 서로 돌봐 주는 효과가 있었다. 정 읽기 싫으면 친구가 옆에서 읽는 소리라도 듣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 친구와 소리 내어 번갈아 가면서 소설을 읽는다.
아이들은 이제 목욕탕 옆 긴 의자가 있는 곳으로 모인다. 베타를 만날 시간이다. 아이들은 미션 내용을 읽고 친구들과 소설 작품을 찾으러 떠난다. 도서관 1층과 2층을 돌아다니며 목욕탕을 찾고, 소설 빅북을 찾는다. 나는 해당 작품을 A3 크기로 만들어서 나눠 주었을 때 학생들이 독서에 대한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매번 느꼈다. 또한 두 명당 한 권의 책을 주니, 끝까지 읽도록 서로 돌봐 주는 효과가 있었다. 정 읽기 싫으면 친구가 옆에서 읽는 소리라도 듣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 친구와 소리 내어 번갈아 가면서 소설을 읽는다.
셋째, 진아와 베타
이제 도서관 아래층으로! 소설에서 진아와 베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소설에서 두 인물의 외양을 묘사한 부분을 찾아 미션 수첩에 펜으로 그려 보는 활동이다. 묘사 부분을 찾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서 해당 부분을 크게 프린트해서 힌트로 제시했다.
이제 도서관 아래층으로! 소설에서 진아와 베타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소설에서 두 인물의 외양을 묘사한 부분을 찾아 미션 수첩에 펜으로 그려 보는 활동이다. 묘사 부분을 찾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서 해당 부분을 크게 프린트해서 힌트로 제시했다.
넷째, 친구와 함께
소설을 읽으면 알 수 있는 어휘로 만든 가로세로 낱말 퍼즐을 풀어 보는 활동이다. 아이들은 친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소설을 뒤적이며 답을 찾는다. 정답을 확인하고 친구와 사탕을 먹는 것까지가 미션의 내용이다. 소설을 정확하게 읽지 않은 학생들은 사탕 먹기를 놓친다는 안타까운 사실!
소설을 읽으면 알 수 있는 어휘로 만든 가로세로 낱말 퍼즐을 풀어 보는 활동이다. 아이들은 친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소설을 뒤적이며 답을 찾는다. 정답을 확인하고 친구와 사탕을 먹는 것까지가 미션의 내용이다. 소설을 정확하게 읽지 않은 학생들은 사탕 먹기를 놓친다는 안타까운 사실!
다섯째, 질문을 던져다오
다시 2층 땅콩 테이블로 모인다. 아이들은 「안녕, 베타」를 읽으면서 로봇이 도래하는 세상을 걱정하기도 하고 기대하기도 한다. 또 인간과 로봇은 어떤 관계로 살아가야 할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이때 아이들은 친구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질문으로 만들어 본다. 본격적인 토론이 되기는 어렵지만, 토론 주제를 정하기 위해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생각이 오간다. 아이들은 “진아와 베타의 사랑이 이루어질까?”, “로봇과 감정을 나눌 수 있을까?”, “로봇이 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까?”와 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로봇은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까?”와 같은 예리한 질문을 만들기도 한다.
다시 2층 땅콩 테이블로 모인다. 아이들은 「안녕, 베타」를 읽으면서 로봇이 도래하는 세상을 걱정하기도 하고 기대하기도 한다. 또 인간과 로봇은 어떤 관계로 살아가야 할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이때 아이들은 친구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질문으로 만들어 본다. 본격적인 토론이 되기는 어렵지만, 토론 주제를 정하기 위해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생각이 오간다. 아이들은 “진아와 베타의 사랑이 이루어질까?”, “로봇과 감정을 나눌 수 있을까?”, “로봇이 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들까?”와 같은 다양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로봇은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까?”와 같은 예리한 질문을 만들기도 한다.
여섯째, 어떤 만남
다음 행선지는 1층 컴퓨터가 있는 곳이다. 소설 속에서 진아는 베타가 떠날 수 있도록 허락해 준다. 둘은 다시 만나는데, 아이들의 표현에 의하면 ‘오글거림’이 터지는 장면이다. 이 부분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선정해 활동을 한다. 음악을 반드시 들어보면서 정해야 한다는 귀여운 조건이 붙어 있다. 아이들은 어떤 음악을 선정할까? 주로 <See you again>, <오늘이 지나면>, <너의 이름은>과 같은 감미로운 사랑에 대한 음악을 선택했다. 친구들이 애써 고른 음악을 들으며 발표하는 시간은 저절로 훈훈하다.
다음 행선지는 1층 컴퓨터가 있는 곳이다. 소설 속에서 진아는 베타가 떠날 수 있도록 허락해 준다. 둘은 다시 만나는데, 아이들의 표현에 의하면 ‘오글거림’이 터지는 장면이다. 이 부분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을 선정해 활동을 한다. 음악을 반드시 들어보면서 정해야 한다는 귀여운 조건이 붙어 있다. 아이들은 어떤 음악을 선정할까? 주로 <See you again>, <오늘이 지나면>, <너의 이름은>과 같은 감미로운 사랑에 대한 음악을 선택했다. 친구들이 애써 고른 음악을 들으며 발표하는 시간은 저절로 훈훈하다.
일곱째, 당신의 소원
진아가 바라는 삶의 모습, 베타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나의 소원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모여서 이야기하고 이 내용을 발표한다. 아이들은 돈과 관련된 소원도 많이 말하지만 친구와 잘 어울리기, 세계 여행, 행복하게 살기, 세븐틴과 결혼하기와 같은 다양한 소원을 발표한다. 그러면서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이제 이 소원을 담아서 소원 팔찌를 만든다.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색의 실을 고르고,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고 친구와 수다를 떨며 만든 팔찌를 서로의 팔에 묶어 주는 이 시간을 참 즐거워한다.
진아가 바라는 삶의 모습, 베타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나의 소원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모여서 이야기하고 이 내용을 발표한다. 아이들은 돈과 관련된 소원도 많이 말하지만 친구와 잘 어울리기, 세계 여행, 행복하게 살기, 세븐틴과 결혼하기와 같은 다양한 소원을 발표한다. 그러면서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이제 이 소원을 담아서 소원 팔찌를 만든다. 아이들은 마음에 드는 색의 실을 고르고,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고 친구와 수다를 떨며 만든 팔찌를 서로의 팔에 묶어 주는 이 시간을 참 즐거워한다.
파티가 끝나고 난 뒤
지속적인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독서 프로그램 운영이 항상 뿌듯할 수는 없다. 마음 헛헛한 시간이 종종 있다. 그래서 새삼 깨닫는다. 학교 독서교육에서 관계가 얼마나 큰 바탕이고 동력인지 말이다. 또한 오늘 활동에 시큰둥한 아이 한 명을 꼬드겨서 조금씩 읽는 재미를 알게 만들고,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나 큰 교사의 보람인지 말이다. 그리고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이다. 다음은 꿈책 파티 손님들의 소감이다.
지속적인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독서 프로그램 운영이 항상 뿌듯할 수는 없다. 마음 헛헛한 시간이 종종 있다. 그래서 새삼 깨닫는다. 학교 독서교육에서 관계가 얼마나 큰 바탕이고 동력인지 말이다. 또한 오늘 활동에 시큰둥한 아이 한 명을 꼬드겨서 조금씩 읽는 재미를 알게 만들고,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얼마나 큰 교사의 보람인지 말이다. 그리고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이다. 다음은 꿈책 파티 손님들의 소감이다.
“책을 읽어서 좋기도 했지만, 친구와 활동해서 재미있었어요. 돌아다니면서 찾기도 하고, 맛있는 사탕도 먹고, 팔찌 만들기를 하다 보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도서관이랑 책과 친해진 것같아요. 기분이 좋아요.”
-김○○ 춘천 유봉여중 3학년
“너무 너무 재밌었어요! 진짜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이 프로그램을 이제야 접하게 되어서 아쉬워요. 아, 도서관이 다락방 같아서 제 마음에 쏙 들어요∼ 도서관이 제 방이었다면 매일 책 읽었을 거예요.”
-정○○ 평창 진부중 3학년
아이들의 “기분이 좋다.”라는 말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꿈책 파티에 참여한 아이들은 이 외에도 “친구와 함께해서 재밌었다.”, “관계가 가까워졌다.”라는 말을 많이 남겼다. 사람이란 존재는 그런가 보다.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함께할 때 재밌고 즐거운가 보다.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때마다 파티 손님들의 말 선물을 받는 재미, 놀고 나면 내 마음을 알아주는 귀여운 중학생들을 만나는 재미에 나는 자꾸 궁리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정신 못 차리게 2시간 30분을 훌쩍 가게 할까?’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교사의 의도가 뻔히 보이면 하수다. 아이들이 정신없이 재미있게 놀다가 슬며시 느끼게 하면 고수다. 이 놀이의 세계에서 고수가 되는 그 날까지 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