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도서관 리모델링 분투기] 눈과 귀를 열고 두드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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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05-23 10:15 조회 5,603회 댓글 0건본문
도서관 공간을 구성할 때 기존의 도서관을 견학해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좋은 점을 반영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된다. 방문하고 싶은 도서관 가운데 비교적 거리가 먼 지평선학교 도서관과 국립세종도서관은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 선생님께서 찍어 오신 사진들을 받아 참고했고, 주로 서울 지역과 강원 지역에 위치한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들을 견학해 눈여겨볼 점들을 참고했다. 임영옥 춘천여고 국어교사
견학 전 준비하면 좋은 체크리스트
먼 곳을 다녀오기가 여의치 않아 춘천과 가까운 편인 서울에 위치한 송곡여고, 숙명여고, 중대부고 도서관과 구산동도서관마을을 견학했다. 강원 지역에서는 타 도서관에 비해 최근에 지어진 가정중 도서관과 강원진로교육원 도서관을 견학했다. 이후 춘천 지역에서 최근에 리모델링한 춘천교육문화관 도서관과 신사우도서관을 다녀온 뒤 파주출판문화단지 지혜의숲과 서울의 퍼시스 쇼룸 전시장을 다녀오는 것으로 선진 도서관 견학을 마무리했다.
도서관을 견학할 때 체크리스트를 미리 준비해 가면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사항을 점검할 수 있고 돌아와서도 기억을 되살리기가 수월하다. 나는 우리 학교도서관에서 구현하고 싶은 공간 구성의 주안점을 염두에 두고 이점을 중심으로 체크할 내용을 살펴봤고,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으나 인상적으로 다가온 특징들을 메모하고 사진을 찍었다.
도서관 공간 구성의 아이디어 얻기
내가 방문한 도서관의 사서선생님들 모두 친절히 맞이해 주시고 설명을 잘해 주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견학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도서관마다 적용하고 싶은 요소들을 발견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던 점이 큰 소득이었다.
첫째, 공간 분할이 효율적인 송곡여고 도서관
송곡여고 도서관에서는 바닥 면에 홈을 파서 도르래 문을 달았는데 평소에는 문을 열어 두어 도서관 공간을 확장하고, 도서관 수업이 이뤄질 땐 문을 닫아 공간을 분리하는 구조가 인상적이었다. 이 점은 우리 학교도서관에서 모둠학습실과 ‘오디토리움’ 두 곳에 적용하여 넓게도 쓰고 여러 공간으로 분리해 쓰기도 하는 효과를 얻었다. 출입문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위치한 북 카페 겸용 탕비 시설도 눈에 띄었다. 도서관 행사를 할 때나 평상시에, 운영의 묘를 잘 살리면 아이들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이벤트를 하기에 유용한 시설이란 생각이 들어 우리 학교도서관에도 꼭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도서관 위치에서 하수 처리 배관까지의 거리가 멀어 바닥 아래를 파서 공사를 하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하고 복잡한 공사가 되는 상황이라, 아쉽지만 탕비 시설은 못 하고 정수기만 설치했다. 도서관 입구에 놓인 무인 복사기도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이 교통카드를 이용해 인쇄나 복사를 할 수 있고, 기기에 이상이 생길 경우 업체에서 관리하므로 학교에서도 부담될 일이 없었다. 우리 학교도 무인 복사기를 설치해 아이들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둘째, 원목 서가를 보유한 숙명여고 도서관
숙명여고는 교정에 들어서자 눈에 보이는 붉은 벽돌의 중후한 건물이 전통과 역사를 말해 주는 듯했다. 도서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철재와 목재를 결합해서 만든 책장이 아닌, 원목 통판 서가를 많이 사용했다는 점이다. 우리 학교에도 20년 이상 된 원목 서가가 있는데, 손으로 흔들면 흔들거리고 어두운 갈색이라 구식의 느낌이 나서 이 서가를 모두 신형으로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숙명여고 사서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요즘은 이런 원목 서가를 제작하는 곳이 없어서 어렵사리 한 업체를 찾아 주문 제작했으며 심지어 신형 서가보다 값도 더 비싸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의 원목 서가는 몇 십 년이 되었는데도 나무가 틀어지지 않고 그 오랜 세월 책의 무게를 받쳐준 걸 생각하니 내가 보배를 몰라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우리 학교도서관 설계사도 지금은 이런 원목 서가가 너무도 귀하거니와 몇 십 년 동안 사용한 거라 환경호르몬도 나오지 않아 아이들 건강에도 좋으니 이 서가를 살짝만 리폼해서 사용하면 좋을 거라고 귀띔을 해 줬다. 기존의 원목 서가 12개를 리폼하는 데 든 비용은 신형 서가 1개를 구입하면 조금 남는 정도의 금액인지라 서가 구입 비용을 1,500만 원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셋째, 아늑한 카페 같은 중대부고 도서관
중대부고 도서관은 복도의 벽면에 조명과 사인물로 도서관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도록 디자인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에 아치형 구조로 공간을 분리해 Library book cafe를 만들어 앉아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예쁜 패브릭 소파와 테이블을 구비해 놓은 점이 마음에 들었다. 책도 읽고 대화도 하고 편안히 쉬고 싶을 때 이용하는 공간으로 우리 학교도서관의 햇살 카페를 만들 때 이 공간을 참고했다. 대출대 옆에 마련된 아담한 교사 근무 공간도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 커다란 원형 유리를 배치해 근무 공간에서도 도서관 내부를 볼 수 있도록 개방성과 분리성을 조화롭게 이룬 구조가 눈에 띄었다. 창가 쪽으로 좁다란 책상을 부착해 열람 공간을 아늑하게 만들어 놓은 것도 좋았다. 이 점은 우리 학교도서관에 2명씩 들어가 책도 읽고 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인 ‘듀엣’을 만드는 데 참고가 되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예쁘며,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을 짜임새 있고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공간마다 세심하게 내실을 기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넷째, 지역 주민 간 소통이 돋보이는 구산동도서관마을
구산동도서관마을은 기존의 주택 몇 채를 연결해 리모델링한 도서관이다. 높은 천장 아래 계단이 층에서 층으로 이어져 있고 서가를 한곳에 모아 놓지 않고 층별로 분산 배치했으며, 서가 앞에는 편안한 의자를 배치하여 어느 곳에서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 점, 기존의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어 방 크기의 열람 공간과 특색 있는 공간들이 구석구석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는 점, 지역 주민들의 활발한 소통 공간이 되고 있어 말 그대로 ‘도서관마을’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도서관을 만드는 일에 처음부터 관여해 오신 선생님에게 이렇게 아름다운 도서관을 만들기까지 우여곡절이 컸다는 얘기를 들었다. 인터뷰 내내 그 분의 눈에도 내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그 밖에 파주출판문화단지 지혜의숲에서는 사인물과 글씨 디자인 등을 유심히 살펴봤고, 퍼시스 쇼룸 전시장에서는 디자인이 유려하면서도 기능성이 가미된 도서관 가구들을 즐겁게 관람했다. 학교도서관 가구는 주로 조달청에서 구입해야 하지만 이때 봐둔 가구들을 통해 안목을 높일 수 있었고, 포인트 가구를 구입하는 데 참고할 수 있었다. 가정중 도서관과 강원진로교육원 도서관, 춘천교육문화관 도서관 등 최근에 지었거나 리모델링한 도서관에서도 자재와 도서관 가구는 어떤 것을 썼는지, 특이사항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 우리 학교도서관 리모델링에 참고했다. 선진 도서관을 둘러보는 경험은 도서관 리모델링을 구체화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므로 가능하다면 견학은 많이 할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