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도서관 리모델링 분투기] 학교도서관 감성화, 공간이 학교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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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9-11-05 16:42 조회 6,637회 댓글 0건본문
아무도 모르는 학교도서관
대한민국 우수시설학교 대상을 받고 전국에서 일 년 내내 학교 구경을 오는, 대단한 신설학교에서 개교 때부터 4년간 근무하다가 올해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인 2월, 교육과정 함께 만들기 주간에 학교에 갔는데 만나는 교사마다 도서관에 대해 한마디씩 전해 준다. “아휴, 거기 난방기도 없고 사람이 있을 수가 없는데.”, “난 학교 온 지 2년 차인데 도서관에 가본 적이 없어요, 도서관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
대한민국 우수시설학교 대상을 받고 전국에서 일 년 내내 학교 구경을 오는, 대단한 신설학교에서 개교 때부터 4년간 근무하다가 올해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인 2월, 교육과정 함께 만들기 주간에 학교에 갔는데 만나는 교사마다 도서관에 대해 한마디씩 전해 준다. “아휴, 거기 난방기도 없고 사람이 있을 수가 없는데.”, “난 학교 온 지 2년 차인데 도서관에 가본 적이 없어요, 도서관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
아주 오래된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는 물론, 학교도서관 실무사도 배치되지 않았던, 학교도서관 담당교사와 도서부 아이들이 하루 30분 정도 점심시간에 잠깐 개방했던 학교도서관은 시설뿐만 아니라 모든 게 멈춰 있었다. 마치 영화 <여고괴담>의 도서관을 재현한 느낌이라고 해도 전혀 과장되지 않을 만큼 휑뎅그렁했다. 교사들의 신랄한 말을 들으면서 아무 기대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대로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도서관을 둘러보면서 굳은 다짐을했다. ‘올해 학교도서관 환경 개선 사업이 오면 무조건 신청해서 도서관을 좀 바꿔봐야겠다!’라고. 그런데 3월초면 시행된다고 했던 학교도서관 환경개선 사업 신청 공문이 오지 않았다. 알아보니 올해는 추경에 반영하여 사업 확장을 해서 5월말에나 공문 시행이 된다고 한다. ‘이럴 수가… 올해는 거의 여기서 살아야 하는구나. 그렇다면 이렇게 해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작년 대출 통계를 보니 하루 대출권수가 평균 1.06권이었다. 거의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이었다는 뜻이다. 팔을 걷어 부치고 도서관 정리를 시작했다. 도서관 뒤쪽에 어떤 기준으로 서가에서 빼서 쌓아놓은 건지 알 수 없는 책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지역교육지원청에서 장서 점검기를 대여해 장서점검을 했다. 버려야 할 책들이 전체 장서수의 7%를 훌쩍 넘어 올해 폐기할 수 있는 최대 권수의 책만 폐기하고, 서가 정리를 다시 했다. 그 와중에 학교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던 책들이 도서관으로 넘어왔다. 300여 권의 책들을 분류하고 목록과 장비 작업을 해야 했다. 이런 것들보다 더욱 견딜 수 없는 것은 추위였다. 원래 학교에는 가장 늦게 봄이 온다. 밖은 따뜻한 봄 햇살이 내리쬐어도 교실 안은 차디찬 콘크리트 벽으로 인해 썰렁함이 오래간다. 제대로 된 난방기구 하나없는 널따란 도서관에서 먼지 쌓인 책들과 씨름하면서 오로지 책하고만 대화하는 시간은 나의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3월 내내 서가를 뒤집어 책들을 정리하고, 버려야 할 책들을 버리고, 쓰지 않고 방치되었던 가구들을 이리저리 옮겨서 처음과 다른 분위기의 도서관을 만들었다. 가끔 도서관 정리를 할 때면, 내 힘을 넘어서는 힘을 저절로 쓰게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한다. 5단 양면 서가를 밀고 다니고, 원목으로 된 커다란 잡지 서가도 밀고 다니고, 일만 오천여 권의 책들을 단지 두 손으로 뺐다 꼈다 하면서도 버틸 수 있다. 이렇게 얼추 도서관 정리가 끝나갈 즈음, 미술 선생님이 도서관에 들르셨다. “어머머, 책들이 다 세수했네, 반짝반짝 세수했다고 이제 봐달라고 얼굴을 내밀고 있어.”라고 하신다. 선생님의 이 말을 듣는 순간 그 동안의 피로가 다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다. 그 먼지가 다 내 몸 속에 쌓였을지라도. 얼른 교사, 학생에게 도서 구입 신청서를 배부하고, 4·16 세월호 도서 전시회를 하면서 “도서관에 사람 있어요. 도서관에 책 있어요.”를 외쳤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5월, 학교도서관 환경개선 사업 신청 공문이 왔다. 예년에는 학교당 2,000원∼3,000만원 정도 예산을 줬고, 대상 학교 수도 그리 많지 않았는데, 올해는 ‘학교도서관 감성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사업비가 5,000만 원부터 2억 3,000만 원까지 어마어마하게 상향되었고, 대상 학교 수는 무려 100개 학교에 달했다.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게다가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도서관 위치가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과 뚝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무척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교육감의 학교 방문이 있었다. 평소 학교도서관에 관심과 애정이 많았던 교장선생님께서 교육감께 학교도서관을 옮기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처음 학교도서관을 국어선생님으로부터 안내 받았을 때, ‘여기가 도서관이면 참 좋을 텐데.’라고 하시며 보여 주셨던 2학년 학생들의 홈베이스 공간이 있었는데 홈베이스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이곳에 학교도서관을 하면 어떻겠냐고 교장선생님께서 제안하셨고, 교육감께서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그날 밤부터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머릿속에 온갖 도서관을 그리고, 만들고, 다시 허물기를 반복했다.
사업 신청 계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14년 전 여고에서 3,000만 원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했었다. 도서관 리모델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바닥 장판 가격까지 알아내서 계획서를 써야했던 악몽이 되살아났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홀로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접근성이 좋은 장소로 옮기게 되었다는 것, 시설비는 물론 비품 구입비까지 넉넉하게 신청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는 것, 강원도교육청에서 컨설팅까지 해준다는 것이다.
짝이 맞지 않는 네 종류의 서가, 정보 검색은 꿈도 꿀 수 없는 본체 없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니터, 과학실 현대화 사업으로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책상을 대신하는 실험대, 교사용 책상을 대신하는 17년 된 대출반납대, 다른 교사가 용도 폐기한 프린터, 석유를 길어 와야만 쓸 수 있는, 그러나 그마저 석유 냄새가 너무 심해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화레이 난로와 이제 안녕을 고하고 싶었다. 열심히 학교도서관 감성화 사업 계획서의 빈칸들을 채워 나갔다.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을 쥐어 짜내서 총 8,000만 원 사업비의 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시설비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난감했다. 다행히 사업 계획 타당성 심사를 위해 실사를 하러 지역교육청 장학사와 담당 주무관이 오셨다. 현재 도서관 공간과 이전할 공간을 비교하며 설명을 하면서 예산을 너무 적게 신청한 것 같다고, 비품도 하나도 없어서 모두 새로 구입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산이 모자것 같다고, 상향 조정해 주십사 부탁드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학교도서관 감성화 사업 선정학교 명단 공문이 도착했다. “야호∼!” 사업비가 9,8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되어 내려왔다. 이때 나는 울컥을 넘어선 말랑말랑 폭신폭신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아니 솜사탕을 머금은 듯 달콤하고 그 달콤함에 저릿저릿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설렘 가득한 환희를 느꼈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였다. 계획서를 쓰는 동안 ‘여기는 이렇게 하고, 저기는 이렇게 하고, 여기는 어떤 가구를 넣고, 조명은 무엇을 쓰고…’ 이렇게 설레었고, 계획서를 보낸 다음에는 ‘선정이 될까? 예산은 얼마나 책정이 되어서 올까?’ 설레었고, 선정이 되었다는걸 보는 순간엔 온 몸이 녹아내리는 듯 설렜다. 학교도서관이 이전하고, 그 이전한 자리에 예술문화복합공간이 들어오게 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면서 얽히게 되었다. 두 곳을 한꺼번에 공사하려면 입찰을 해야 하며, 입찰을 하려면 설계 용역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설계는 아예 계획에 없었기에 설계비를 반영하지 않고 예산을 받은 것이라서 첫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도서관 만들기를 할 때 누구나 힘들어서 ‘눈물의 도서관 만들기’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바로 그런 ‘눈물의 도서관 만들기’가시작되었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그래, 해야 하면 하는 거지. 두려움 없이 현실을 헤쳐 나가자.’ 마음먹었다.
5월, 학교도서관 환경개선 사업 신청 공문이 왔다. 예년에는 학교당 2,000원∼3,000만원 정도 예산을 줬고, 대상 학교 수도 그리 많지 않았는데, 올해는 ‘학교도서관 감성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사업비가 5,000만 원부터 2억 3,000만 원까지 어마어마하게 상향되었고, 대상 학교 수는 무려 100개 학교에 달했다.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게다가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도서관 위치가 학생들이 생활하는 공간과 뚝 떨어져 있어 접근성이 무척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교육감의 학교 방문이 있었다. 평소 학교도서관에 관심과 애정이 많았던 교장선생님께서 교육감께 학교도서관을 옮기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처음 학교도서관을 국어선생님으로부터 안내 받았을 때, ‘여기가 도서관이면 참 좋을 텐데.’라고 하시며 보여 주셨던 2학년 학생들의 홈베이스 공간이 있었는데 홈베이스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이곳에 학교도서관을 하면 어떻겠냐고 교장선생님께서 제안하셨고, 교육감께서 흔쾌히 동의해 주셨다. 그날 밤부터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머릿속에 온갖 도서관을 그리고, 만들고, 다시 허물기를 반복했다.
사업 신청 계획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14년 전 여고에서 3,000만 원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했었다. 도서관 리모델링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바닥 장판 가격까지 알아내서 계획서를 써야했던 악몽이 되살아났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홀로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접근성이 좋은 장소로 옮기게 되었다는 것, 시설비는 물론 비품 구입비까지 넉넉하게 신청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는 것, 강원도교육청에서 컨설팅까지 해준다는 것이다.
짝이 맞지 않는 네 종류의 서가, 정보 검색은 꿈도 꿀 수 없는 본체 없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니터, 과학실 현대화 사업으로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책상을 대신하는 실험대, 교사용 책상을 대신하는 17년 된 대출반납대, 다른 교사가 용도 폐기한 프린터, 석유를 길어 와야만 쓸 수 있는, 그러나 그마저 석유 냄새가 너무 심해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화레이 난로와 이제 안녕을 고하고 싶었다. 열심히 학교도서관 감성화 사업 계획서의 빈칸들을 채워 나갔다. 내가 아는 모든 것들을 쥐어 짜내서 총 8,000만 원 사업비의 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고 좀 더 구체적으로 시설비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난감했다. 다행히 사업 계획 타당성 심사를 위해 실사를 하러 지역교육청 장학사와 담당 주무관이 오셨다. 현재 도서관 공간과 이전할 공간을 비교하며 설명을 하면서 예산을 너무 적게 신청한 것 같다고, 비품도 하나도 없어서 모두 새로 구입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산이 모자것 같다고, 상향 조정해 주십사 부탁드렸다. 드디어 기다리던 학교도서관 감성화 사업 선정학교 명단 공문이 도착했다. “야호∼!” 사업비가 9,800만 원으로 상향 조정되어 내려왔다. 이때 나는 울컥을 넘어선 말랑말랑 폭신폭신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아니 솜사탕을 머금은 듯 달콤하고 그 달콤함에 저릿저릿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설렘 가득한 환희를 느꼈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였다. 계획서를 쓰는 동안 ‘여기는 이렇게 하고, 저기는 이렇게 하고, 여기는 어떤 가구를 넣고, 조명은 무엇을 쓰고…’ 이렇게 설레었고, 계획서를 보낸 다음에는 ‘선정이 될까? 예산은 얼마나 책정이 되어서 올까?’ 설레었고, 선정이 되었다는걸 보는 순간엔 온 몸이 녹아내리는 듯 설렜다. 학교도서관이 이전하고, 그 이전한 자리에 예술문화복합공간이 들어오게 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면서 얽히게 되었다. 두 곳을 한꺼번에 공사하려면 입찰을 해야 하며, 입찰을 하려면 설계 용역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설계는 아예 계획에 없었기에 설계비를 반영하지 않고 예산을 받은 것이라서 첫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도서관 만들기를 할 때 누구나 힘들어서 ‘눈물의 도서관 만들기’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바로 그런 ‘눈물의 도서관 만들기’가시작되었다. 그렇다고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그래, 해야 하면 하는 거지. 두려움 없이 현실을 헤쳐 나가자.’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