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뚝딱! 업사이클링 팝업북] 처음 만난 사람과 함께라면: 팡팡 팝콘책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04-04 13:32 조회 3,245회 댓글 0건본문
처음 만난 사람과 함께라면
팡팡 팝콘책
버려진 그림책으로 나만의 팝업북을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 어났습니다. 어느 책 축제 담당자는 제가 블로그에 올린 팝업북 사진을 봤다며 2년 여 동안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선생 님의 그림책 팝업북을 소개해 달라고 말이죠. 그렇게 제가 만든 팝업북은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2015년에 열린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난생처음 체험 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되었거든요. 축제에서 어떤 팝업북을 소개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화 려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평범하면 반응이 별로일지도 몰라.’ 싶다가 ‘아니야, 어렵지 않으면서도 풍성하고 멋진 팝업북 을 만들어야 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다가 초심자도 쉽고 즐겁게 만들 수 있는 팝콘 팝업북을 만들기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안선화 정크 아티스트
부부와 아기를 위한 첫 선물
종이접기용 종이 두 장으로 만드는 팝콘책은 360도 작품을 돌려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한 팝업북입니다. 표지를 펼치면 팝콘처럼 팡 튀어 오르는 듯한 오브제들을 신나게 만나 볼 수 있는 책이지요. 팝콘책은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숨은그림찾기 하듯이 여러 캐릭터를 찾아볼 수 있 는 매력을 품고 있습니다. 저는 당시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제가 만든 팝콘책을 펼쳐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멀뚱하게 쳐다만 보고 있었습니다. 쑥스럽기도 하고 먼저 다가가면 한마디도 못 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돌쟁이 무렵으로 보이는 아기를 안은 한 젊은 부부가 부스 안에 들어왔습니다. 부부는 아기를 위한 팝업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
|
아기 아빠는 지금보다 능숙하지 않았을 저의 팝콘책 만드는 방법을 찬찬히 듣고서 팝업북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기 엄마는 그런 남편을 칭찬하며 곁에서 즐거워했지요. 만들기 활동을 마치고 난 뒤 저는 처음으로 제가 만든 팝업북을 그 자리에서 부부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렇게 부부와 아기는 제가 만든 팝업북을 처음으로 선물 받은 저의 ‘첫 손 님’이 되었어요. 이후 점점 많은 사람들이 팝업북 만들기 활동에 참여하려고 축제 부스에 몰려들었습니다. 덕분에 축제를 하는 내내 긴장감을 떨치고 많은 사람들과 호흡하며 다양한 팝업북을 만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어른부터 팝업북의 세계를 안다면
만들기 행사를 통해 이렇듯 보람찬 경험을 많이 쌓곤 하지만 때때로 난처한 상황에 빠진 사람들과 만날 때도 있습니다. 또 다른 행사에서 한 아이와 엄마가 부스에 들어왔습니다. 다소 막무가내였던 엄마는 다른 곳을 다녀오겠다며 아이를 두고 자리를 떠나 버렸습니다. 부스에 덩그러니 남겨진 아이는 심통이 잔 뜩 나 있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에게 그림책 한 권과 가위를 주고 마음이 가는 대로 오려 보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싫다고 했지만 이내 그림책을 한 장 두 장 넘기더니 진짜 오려도 되냐고 묻고는 책을 오리기 시작했습니다. 코팅된 종이는 다른 종이에 비해 사각대는 소리가 많이 나고, 그런 소리는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아이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책에서 여러 이미지들을 자유로이 오려 냈습니다. 그러고 오린 것들을 제가 만들어 준 팝콘 모양에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오린 이미지를 팝업북 에 붙이는 아이의 얼굴은 조금 상기되어 갔고, 아이는 재미를 느끼는 듯했습니다. 다 만들고 난 다음에 는 환하게 웃어 주었습니다. 잠시 뒤 엄마가 돌아왔습니다. 제 뒤편으로 들려 오는 엄마의 말은 충격이었습니다.
“아니, 책을 찢는 체험활동이었어? 이 멀쩡한 책을… 아휴, 책 찢으면 못써. 가자~”
아마도 아이는 자신이 만든 팝콘책을 엄마에게 보여 주며 칭찬을 받고 싶었을 것입니다. 아이는 엄마 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다시 울상이 되어 저에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는 많은 생각 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아이의 칭찬받고 싶은 마음을 읽어 주지 못하는 엄마가 미운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놓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만약 만들기를 시작하기 전에, 아이의 엄마에게 버려진 그림책을 다시 새롭게 변신시키는 활동을 할 거라고 일러 줄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요? 버려진 그림책은 대부분 코팅되어 있기에 재활용이 어려워 그대로 소각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제가 멋지게 말할 수 있 었다면 어땠을까요? 그 전에 엄마에게 팝업 그림책을 만들어 보는 기회를 줬더라면 아이의 상황이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 경험 이후로 저는 어른들에게 저의 팝업북 세계를 더 많이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