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열두 달 더불어 도서관] 두근두근 설레는 저자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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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2-12-02 10:11 조회 1,907회 댓글 0건본문
두근두근 설레는
저자와의 만남
갑자기 불기 시작한 찬바람에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립니다. 나무는 지난 몇 개월 동안 풍파를 함께한 이 파리와 서서히 헤어질 준비를 합니다. 이별은 항상 서운한 법입니다. 준비된 이별도 마찬가지지요. 12월 호에서는 나를 사랑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언어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저자와의 만남 이야기를 들려드 리겠습니다. 언어 감수성에 관심을 가진 계기부터 저자와 만나기 전 사서교사가 준비하면 좋을 것 등 다 채로운 이야기를 준비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저자와의 만남을 꾸리는 일이 막연한 선생님께 제 글 이 자꾸 따라가고 싶은 낙엽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허민영 전주 우림중 사서교사
학생에게 지금 필요한 만남이란?
“친구가 저한테 ‘느금마’래요.”
“우리 반은 ‘금쪽이’가 금지어예요.”
“쟤 급식충이에요.”
‘느금마’는 ‘너의 엄마’를 낮추어 일컫는 말로 듣는 이에게 모욕을 주는 대표적인 혐오 표현입니다. “급식충”과 같이 벌레 충(蟲)을 붙인 단어는 학생 사이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차별 표현입니다. 학교에 있으면 하루에도 수십 차례 불편한 단어가 귀에 내리꽂힙니다. 최근에는 ‘금쪽이’가 혐오 표현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자신의 반에선 ‘금쪽이’가 금지 단어라는 학생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를 ‘금쪽이’라며 놀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급식충’처럼 흔히 사용하는 표현부터 ‘느금마’, ‘금쪽이’처럼 듣는 이가 기분 나쁠 걸 알면서 사용하는 표현까지 우리 학교에는 차별과 혐오 표현이 난무합니다. 지금 학생들에게 언어 감수성을 길러 주는 저자와의 만남을 주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학교에는 다양한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학생과 학년 분위기, 반 분위기, 동아리 분위기…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분위기라는 것이 형성됩니다. 분위기는 한 번 자리 잡으면 바꾸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제가 우리 학교 분위기 중 가장 바꾸고 싶은 한가지는 언어 분위기입니다. 몇몇 학생은 선생님이 있는 수업 시간에도 차별과 혐오 표현 사용을 망설이지 않습니다. 이런 학생이 소수라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분위기에 휩쓸리는 아이도 있으며 차별과 혐오 표현에 노출되어 피곤함을 느끼는 아이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책을 쓴 저자를 학교에 모셔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
저자를 학교에 섭외해야겠다는 다짐을 한 후에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런 계획을 관리자에게 말해야 합니다. 관리자와 대화를 통해 저자를 모실 수 있는 날짜와 시간이 대략 그려지면 그다음에 저자에게 연락합니다. 저자와 연락할 수 있는 정보를 어떻게 얻으면 좋을까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저는 보통 출판사에 전화해 저자와 연락할 방법을 물어봅니다. 그러면 출판사는 저자가 공개를 허락한 연락처를 알려 줍니다. 대개 저자의 연락처나 이메일을 알려 주는 편입니다.
북크루 홈페이지(www.bookcrew.net)를 통해 작가 강연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북크루는 독자가 작가와 연락할 때 어색함과 불편함 없이 온라인 신청으로 작가를 초청할 수 있는 작가 초청 플랫폼입니다. 회원가입을 한 후 만나고자 하는 저자 초청에 관한 신청을 접수하면 플랫폼 관리자가 작가와의 만남을 주선해 줍니다.
강연 주제와 만날 저자를 정하고 난 다음에는 행사의 규모를 생각해야 합니다(상황에 따라 일의 순서를 반대로 계획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전교생 혹은 특정 학년을 대상으로 규모가 큰 저자 만남 행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만남 행사는 학기 초에 계획한 일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학사일정을 바꾸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도서관이 수용할 수 있는 30명으로 참여 인원을 결정했습니다. 신청은 도서관에 비치된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를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즉 독후감을 제출하면 자동으로 신청이 되도록 했습니다. 3개의 양식(KWL로 표현하기/책 소개서로 표현하기/독후감 쓰기로 표현하기)을 준비해서 학생들이 원하는 양식을 골라 독후감을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제출된 독후감이 서른 편 이상이면 글을 가장 정성스럽게 쓴 학생을 뽑아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고 사전에 알려 주니, 많은 학생이 종이에 글씨를 빼곡하게 채웠습니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쩝쩝충’, ‘노답충’, ‘진지충’ 등 ‘충’을 붙이는 말을 많이 썼었다. 어렸을 때 엄마에게 그 ‘충’이 ‘벌레 충(蟲)’을 의미한다는 말을 듣고 혼났던 적이 있는데 그땐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몰랐다. ‘그냥 재밌어서 쓰는 건데, 왜?’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나의 철없는 생각들을 정리해 주었다. 우리 사회가 이런 차별의 언어를 쓰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냥 남들이 다 쓰니까?’, ‘재밌어서?’, ‘강해 보여서?’ 하지만 그런 단순한 이유로 시작된 차별의 언어가 누군가에겐 평생 안고 갈 상처로 마음속에 박힌다. 우리는 각자만의 개성과 사연이 있는 인격체인데, 그것들을 정상 또는 비정상으로 옳고 그름으로 나누는 게 맞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일상 속 차별의 언어에 대해 이렇게 깊게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말은 언제나 칼로 변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를 찌를 수도 있다.”
- 이믿음 학생이 쓴 독후감 중에서
넷째, 도서부가 준비하는 저자와의 만남
저자와의 만남 행사를 앞둔 도서부는 한 시간 동안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을 읽고 ‘언어 감수성’을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었던 말을 고백하며 책에 등장한 단어에 얽힌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특히 도서부는 단어 뒤에 벌레를 뜻하는 ‘충’을 붙인 것이 차별 표현인 줄 몰랐다며 이제 알았으니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감상 공유를 마친 후 저자에게 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을 고민했습니다. 도서부는 ‘차별 표현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작가님은 차별 표현을 들을 때 어떻게 반응하나요? 작가님의 기준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가장 궁금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만남 행사를 준비하며 매번 학생에게 강조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저자의 책을 미리 읽는 것, 두 번째는 책을 읽은 후 저자에게 궁금한 것을 미리 생각하는 것입니다. 좋은 질문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는데, 그중 저자 강연에 함께하는 학생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저자의 인터뷰 영상이나 기사 등의 링크로 올린 후 그 링크에 접속해 내용을 봐야 맞힐 수 있는 퀴즈를 출제하며 상품을 주는 방식이 인기가 참 좋았습니다. 시간이 충분했다면 단톡방을 활용해 하루에 하나씩 책과 관련한 읽기 자료와 퀴즈를 함께 제시했겠지만, 올해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도서관 칠판을 활용해 메모장으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학생에게 받은 질문을 정리하여 강연 전에 저자에게 미리 전달하면 강연 준비에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언어는 자기 생각을 담는 그릇입니다. 나의 말은 적어도 내가 생각했거나 누군가에 의해 들은 것으로 구성됩니다. 어디에서 들은 말을 무심코 사용하는 습관은 의도하지 않게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 ‘모르고 사용했다.’라며 귀 닫고 눈 감을 수도 없습니다. 저자와의 만남을 기획하며 학생에게 자신의 모든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글을 읽는 선생님께서는 어떤 목적으로 저자와의 만남을 진행해 보셨나요? 혹은 진행할 계획인가요? 제 글이 선생님의 향수를 자극하고 앞으로의 계획에 불을 지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을 위해 저자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일은 참 설레고 기쁜 일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