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우리는 함께 성장한다 - 봉원중학교 22개 독서동아리 발표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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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1 15:45 조회 8,473회 댓글 0건본문
22개 독서동아리가 끓는 시간
9월 17일 토요일, 14시! 봉원중학교 개나리관에서는 뜨거운 열기와 함께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 열기 속에 우리 팀 ‘책이 끓는 시간’은 발표에 앞서 <심장은 두근>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었던 것 같다. 시작하기 전에는 너도 나도 “긴장 되지 않는다.”라며 서로 농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우리는 심장 박동 소리와 함께 손에 진동을 감아쥔 채 서 있었다. 마치 로봇처럼. 하지만 발표가 시작되고 그 떨리는 와중에도 각자 자신의 파트를 맡아 최선을 다해 마무리를 했다. 조금의 실수들과 컴퓨터 프로그램 오작동으로 인한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마지막에 서로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기에 만족하며 무대를 내려왔다.
이 발표는 봉원중학교에서 주관한 독서동아리 발표회이다. 우리 학교에는 학생들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특별한 독서 동아리들이 있다. 3월 처음 시작할 때는 17개 동아리였는데 점점 늘어 현재는 총 22개의 독서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각 독서동아리들은 학교에서 3월에 1주일에 한두 번씩 방과 후에 친구 3명~7명이 함께 모여 독서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 신청을 받아 시작된 것이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독서동아리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씨가 되었던 특별활동이 있었다. ‘명작읽기 반’이라고 해서 세계명작을 읽고 글도 쓰고 토론을 하는 모임이었다. 우리 학교 독서교육을 담당하고 계신 독서활동의 대표 백화현 선생님의 지도 아래, 뛰어난 말 재주와 글 솜씨로 후배들의 기를 죽이시던 선배님들 그리고 현재 ‘책이 끓는 시간’에서 함께 활동 중인 김도영 친구와 유보경 친구를 비롯한 몇 명의 친구들이 약 1년간 명작읽기 반을 통해 책과 함께 값진 시간을 보냈었다. 그런데 백화현 선생님께서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그 반을 운영하지 않고 ‘자발적 독서동아리’로 전환을 하시는 바람에 명작읽기 반 친구들이 흩어져 다른 친구들과 동아리를 하게 된 것이다. ‘명작 읽기반’이라는 민들레 꽃 씨앗이 현재 우리학교 22개의 독서동아리로 퍼져나간 것이다.
우리 팀 ‘책이 끓는 시간’이 활동을 해온 지 벌써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책이 끓는 시간’이 처음 결성될 때 우린 모임 이름 속에 우리의 다짐을 담았다. 딱딱한 쌀은 바로 먹을 수 없지만 그 쌀에 물도 주고 압력도 넣어서 잘 끓이면 먹을 수 있는 밥이 된다. 쌀이 밥이 되는 과정처럼 우리도 동아리 활동을 통해 밥처럼 잘 성장해보자고 만든 이름이었다. 아직 우리 동아리가 완전한 밥으로 성장하진 못했지만 점점 부드럽고 따뜻한 밥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우리는 책을 읽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이야기 나누며 서로 평가해주는 이런 과정을 거쳐, 독서에 재미를 붙이고 친구들과 함께 사고의 깊이와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 가는 친구들을 보며 “독서가 사람을 바꿀 수 있고, 그것이 더 확대되고 커지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말의 실현 가능성을 느끼기도 했다.
스스로 그리고 함께 느끼고 생각하기
봉원중학교 독서동아리 모임의 형식은 매우 자유로워서, 팀마다 독후감을 써서 서로 나누어 보기도 하고 신문스크랩 혹은 책을 시사와 연관시켜 토론을 하기도 하고 그냥 책만 읽기도 한다. 사실 독후감 쓰기나 신문스크랩 모두 혼자서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그것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게서 알게 모르게 많은 것들을 얻고 있음을 종종 느끼곤 한다. 독후감도 친구들과 나누는 것이다 보니 사전조사를 더 많이 하며 쓰게 되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자신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또 때로는 책이 아닌 영화를 토대로 사회에 대한 얘기를 해보기도 한다. ‘책이 끓는 시간’ 친구들이 함께 외국인 노동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 영화 <방가방가>를 보기도 했다. 동아리 활동 초반에 『빵과 장미』라는 책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힘겨운 노동환경에 놀란 적이 있었다. <방가방가>를 보면서 그때 그 기억이 되살아났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열악한 사회 환경에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그 밖에도 일본이 교과서에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기록했다는 사실로 한참 떠들썩했을 때에는 신문스크랩을 통해 함께 분노했고, 독도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진지하게 논의해 보기도 했다. 이렇게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평소에 잘 읽지도 않던 신문도 접하고, 멀쩡하게 생긴 책을 사회로까지 연장시켜 생각해 보기도 하는 등 사고력과 논리력이 부쩍 는 것 같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시사문제에 대해 서로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그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즐거웠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엄마나 선생님께서 아무리 신문 좀 읽으라고 해도 괜히 더 하기 싫어지는 게 태반이었는데, 독서동아리를 통해서 이렇게 즐겁게, 좋은 습관을 들여갈 수 있다는 것이 스스로도 너무나 기쁘고 신기할 따름이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팀끼리 문학기행을 가보기도 하였다. 각 팀마다 책 속의 인물을 찾아 어린왕자 전시회를 가기도 하고, 우리나라 전통을 몸소 체험해보고자 한옥마을을 방문하기도 했다. 보통 얘들끼리 모이면 가는 곳이 노래방, PC방 정도인데, 독서동아리를 통해 만난 친구들과는 이렇게 뜻 깊은 여행도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너무 기뻤다. 게다가 아무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아닌, 오직 우리들의 주도로 가는 것이다 보니 더욱 열정적으로 임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도 도서실 안에서만 하던 모임을 벗어나 밖에서 만나니까 훨씬 활기차고 신나는 모임을 가질 수 있었고, 친구들에게서 알게 모르게 신선한 자극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특히 더욱 뜻 깊은 시간들이었다.
모두 하나가 되어 무대에 오르다
8월에 개학하자마자 백화현 선생님으로부터 9월 17일 독서동아리 발표회가 있을 거라는 안내를 받은 뒤에 우리 독서동아리 팀들은 다들 서둘러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평소에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았던 모임들도 많은 관객들(?) 앞에서 해야 하는 발표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열정에 불타올랐다. 발표회 준비 기간 동안 22개의 독서동아리들이 우리학교 도서관을 장악했고 도서관은 뜨거운 열기에 식을 줄 몰랐다. 우리 동아리 ‘책이 끓는 시간’도 여러 발표물을 준비했다. 며칠에 걸쳐 “책이 끓는 시간” 소개 PPT와 북촌 한옥마을 견학 동영상을 만들었다. 또 우리 팀이 준비한 야심작인 책 만들기가 성공리에 완성되었다. ‘승자’를 주제로 하여 팀원 모두가 시, 소설, 수필을 썼고 이를 하나로 묶어 책을 만든 것이었다. 우리 네 명 모두 아직은 미숙한 글쓰기 솜씨였지만 그동안 써온 그 어느 때의 글보다도 정성껏 썼기에 더없이 소중한 책이었다. 다른 동아리 친구들은 그간 읽어왔던 책을 토대로 독서 나무를 만들기도 하고,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드디어 9월 17일 오후 2시. 우리학교 강당은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우리들의 부모님과 친구들은 물론, 우리 독서동아리 활동을 후원하고 있는 관악구청에서 유종필 구청장님과 여러 직원 분들이 오셨고, 신문과 잡지사 기자 분들도 오시고 다른 학교 도서반 친구들도 왔다. 아아, 정말 이렇게 엄청난 일일 줄은 몰랐다. 백화현 선생님이 “이런 발표회는 아마도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일 거야. 그만큼 의미가 있는 행사지.”할 때만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구청장님에 신문사 기자들까지 오는 걸 보고 진짜 놀랍고 흥분되었다.
우리들은 요일별로 한 팀 한 팀 발표를 했고 우리 팀 순서가 가까워지자 우리는 입이 바짝 마르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래서 무대에 오르기 전 모두 ‘파이팅’을 외쳤고 드디어 우리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발표물들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팀 소개가 끝나고 우리들만의 책인 ‘승자’가 소개되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다녀왔던 북촌 한옥마을 견학 영상을 틀었다. 영상을 배경으로 동아리원들의 내레이션이 진행되었다. 유보경, 김도영, 이혜림, 나공민, 우리가 하나가 된지도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처음 하나로 모인 날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온 ‘책이 끓는 시간’의 값진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책이 끓는 시간’의 발표가 끝난 후 무대를 내려왔을 때의 그 홀가분함과 뿌듯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책이 끓는 시간’ 말고도 여러 팀들의 발표가 계속되었고 매 발표가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 팀뿐만이 아니라 모든 팀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한 발표회였던 만큼 모두에게 뜻 깊은 시간이었다.
학부모님과 여러 선생님들도 우리들의 발표를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밤새워 책읽기 시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열기로 뜨거웠던 발표회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두 번째 밤 마당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렇게 긴장되는 발표를 마치고 우리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마치 우리 집처럼 편안한 도서관에 각 동아리가 도란도란 모여 앉아 저녁을 먹고, 독서 동아리 활동이 1학기에 계획했던 대로 잘 되고 있나 확인도 해보고 2학기 계획도 발표했다. 중간 중간 쏟아져 내리는 졸음에 못 이겨 꾸벅꾸벅 졸기도 했지만, 어느새 옆의 친구들 존재를 잊을 정도로 책의 진정한 묘미에 빠져들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서로가 나란히 앉아 책을 붙들고 읽었던 그 경험은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성장하는 우리
이 발표회 후, 우리는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있고, 이 같은 모임을 널리 전파시켜 우리 또래 청소년들이 이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10월 8일 ‘관악 북 페스티벌’이 개최되었을 때, 우리 22개 독서동아리는 관악구 일대에서 동시에 전개된 ‘책읽기 플래시몹’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책 읽는 관악구 내가 만든다.”, “책 읽는 대한민국 우리가 만든다.”라고 외치기도 했고, ‘관악 책모임 공모전’에 응모해 발표도 하고 상도 받았다.
우리의 시작은 아주 작은 쌀들이 모여 있는 벼였다. 하지만 백화현 선생님의 도움으로 끓을 수 있는 점에 도달했고 그 후에 우리가 주체적으로 도와가며 밥이 되어 지식의 허기를 채워 줄 수 있는 그런 점에 도달했다. 즉 한 학교의 작은 동아리 하나가 독서를 통해, 처음에는 우리들만의 발전 그 후에는 동아리들끼리의 생각교류와 활동을 통한 동아리의 발전, 그리고 그런 우리들을 통한 전교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통한 학교의 발전, 그리고 이제 관악구라는 지역에까지…… 우리는 알게 되었다. 비록 우리는 아직 어리고 내딛는 걸음도 아주 작지만,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우리 자신들뿐 아니라 세상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언제까지나 이렇게 함께 성장하고 싶다
9월 17일 토요일, 14시! 봉원중학교 개나리관에서는 뜨거운 열기와 함께 함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 열기 속에 우리 팀 ‘책이 끓는 시간’은 발표에 앞서 <심장은 두근>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었던 것 같다. 시작하기 전에는 너도 나도 “긴장 되지 않는다.”라며 서로 농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우리는 심장 박동 소리와 함께 손에 진동을 감아쥔 채 서 있었다. 마치 로봇처럼. 하지만 발표가 시작되고 그 떨리는 와중에도 각자 자신의 파트를 맡아 최선을 다해 마무리를 했다. 조금의 실수들과 컴퓨터 프로그램 오작동으로 인한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마지막에 서로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었기에 만족하며 무대를 내려왔다.
이 발표는 봉원중학교에서 주관한 독서동아리 발표회이다. 우리 학교에는 학생들 자신들이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특별한 독서 동아리들이 있다. 3월 처음 시작할 때는 17개 동아리였는데 점점 늘어 현재는 총 22개의 독서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각 독서동아리들은 학교에서 3월에 1주일에 한두 번씩 방과 후에 친구 3명~7명이 함께 모여 독서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들 신청을 받아 시작된 것이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독서동아리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씨가 되었던 특별활동이 있었다. ‘명작읽기 반’이라고 해서 세계명작을 읽고 글도 쓰고 토론을 하는 모임이었다. 우리 학교 독서교육을 담당하고 계신 독서활동의 대표 백화현 선생님의 지도 아래, 뛰어난 말 재주와 글 솜씨로 후배들의 기를 죽이시던 선배님들 그리고 현재 ‘책이 끓는 시간’에서 함께 활동 중인 김도영 친구와 유보경 친구를 비롯한 몇 명의 친구들이 약 1년간 명작읽기 반을 통해 책과 함께 값진 시간을 보냈었다. 그런데 백화현 선생님께서 더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그 반을 운영하지 않고 ‘자발적 독서동아리’로 전환을 하시는 바람에 명작읽기 반 친구들이 흩어져 다른 친구들과 동아리를 하게 된 것이다. ‘명작 읽기반’이라는 민들레 꽃 씨앗이 현재 우리학교 22개의 독서동아리로 퍼져나간 것이다.
우리 팀 ‘책이 끓는 시간’이 활동을 해온 지 벌써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책이 끓는 시간’이 처음 결성될 때 우린 모임 이름 속에 우리의 다짐을 담았다. 딱딱한 쌀은 바로 먹을 수 없지만 그 쌀에 물도 주고 압력도 넣어서 잘 끓이면 먹을 수 있는 밥이 된다. 쌀이 밥이 되는 과정처럼 우리도 동아리 활동을 통해 밥처럼 잘 성장해보자고 만든 이름이었다. 아직 우리 동아리가 완전한 밥으로 성장하진 못했지만 점점 부드럽고 따뜻한 밥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우리는 책을 읽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이야기 나누며 서로 평가해주는 이런 과정을 거쳐, 독서에 재미를 붙이고 친구들과 함께 사고의 깊이와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 가는 친구들을 보며 “독서가 사람을 바꿀 수 있고, 그것이 더 확대되고 커지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말의 실현 가능성을 느끼기도 했다.
스스로 그리고 함께 느끼고 생각하기
봉원중학교 독서동아리 모임의 형식은 매우 자유로워서, 팀마다 독후감을 써서 서로 나누어 보기도 하고 신문스크랩 혹은 책을 시사와 연관시켜 토론을 하기도 하고 그냥 책만 읽기도 한다. 사실 독후감 쓰기나 신문스크랩 모두 혼자서라도 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그것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게서 알게 모르게 많은 것들을 얻고 있음을 종종 느끼곤 한다. 독후감도 친구들과 나누는 것이다 보니 사전조사를 더 많이 하며 쓰게 되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자신이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또 때로는 책이 아닌 영화를 토대로 사회에 대한 얘기를 해보기도 한다. ‘책이 끓는 시간’ 친구들이 함께 외국인 노동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 영화 <방가방가>를 보기도 했다. 동아리 활동 초반에 『빵과 장미』라는 책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힘겨운 노동환경에 놀란 적이 있었다. <방가방가>를 보면서 그때 그 기억이 되살아났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열악한 사회 환경에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그 밖에도 일본이 교과서에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기록했다는 사실로 한참 떠들썩했을 때에는 신문스크랩을 통해 함께 분노했고, 독도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진지하게 논의해 보기도 했다. 이렇게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평소에 잘 읽지도 않던 신문도 접하고, 멀쩡하게 생긴 책을 사회로까지 연장시켜 생각해 보기도 하는 등 사고력과 논리력이 부쩍 는 것 같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시사문제에 대해 서로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그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즐거웠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엄마나 선생님께서 아무리 신문 좀 읽으라고 해도 괜히 더 하기 싫어지는 게 태반이었는데, 독서동아리를 통해서 이렇게 즐겁게, 좋은 습관을 들여갈 수 있다는 것이 스스로도 너무나 기쁘고 신기할 따름이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팀끼리 문학기행을 가보기도 하였다. 각 팀마다 책 속의 인물을 찾아 어린왕자 전시회를 가기도 하고, 우리나라 전통을 몸소 체험해보고자 한옥마을을 방문하기도 했다. 보통 얘들끼리 모이면 가는 곳이 노래방, PC방 정도인데, 독서동아리를 통해 만난 친구들과는 이렇게 뜻 깊은 여행도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너무 기뻤다. 게다가 아무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아닌, 오직 우리들의 주도로 가는 것이다 보니 더욱 열정적으로 임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도 도서실 안에서만 하던 모임을 벗어나 밖에서 만나니까 훨씬 활기차고 신나는 모임을 가질 수 있었고, 친구들에게서 알게 모르게 신선한 자극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특히 더욱 뜻 깊은 시간들이었다.
모두 하나가 되어 무대에 오르다
8월에 개학하자마자 백화현 선생님으로부터 9월 17일 독서동아리 발표회가 있을 거라는 안내를 받은 뒤에 우리 독서동아리 팀들은 다들 서둘러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평소에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았던 모임들도 많은 관객들(?) 앞에서 해야 하는 발표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열정에 불타올랐다. 발표회 준비 기간 동안 22개의 독서동아리들이 우리학교 도서관을 장악했고 도서관은 뜨거운 열기에 식을 줄 몰랐다. 우리 동아리 ‘책이 끓는 시간’도 여러 발표물을 준비했다. 며칠에 걸쳐 “책이 끓는 시간” 소개 PPT와 북촌 한옥마을 견학 동영상을 만들었다. 또 우리 팀이 준비한 야심작인 책 만들기가 성공리에 완성되었다. ‘승자’를 주제로 하여 팀원 모두가 시, 소설, 수필을 썼고 이를 하나로 묶어 책을 만든 것이었다. 우리 네 명 모두 아직은 미숙한 글쓰기 솜씨였지만 그동안 써온 그 어느 때의 글보다도 정성껏 썼기에 더없이 소중한 책이었다. 다른 동아리 친구들은 그간 읽어왔던 책을 토대로 독서 나무를 만들기도 하고,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드디어 9월 17일 오후 2시. 우리학교 강당은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우리들의 부모님과 친구들은 물론, 우리 독서동아리 활동을 후원하고 있는 관악구청에서 유종필 구청장님과 여러 직원 분들이 오셨고, 신문과 잡지사 기자 분들도 오시고 다른 학교 도서반 친구들도 왔다. 아아, 정말 이렇게 엄청난 일일 줄은 몰랐다. 백화현 선생님이 “이런 발표회는 아마도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일 거야. 그만큼 의미가 있는 행사지.”할 때만 해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구청장님에 신문사 기자들까지 오는 걸 보고 진짜 놀랍고 흥분되었다.
우리들은 요일별로 한 팀 한 팀 발표를 했고 우리 팀 순서가 가까워지자 우리는 입이 바짝 마르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래서 무대에 오르기 전 모두 ‘파이팅’을 외쳤고 드디어 우리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발표물들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팀 소개가 끝나고 우리들만의 책인 ‘승자’가 소개되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다녀왔던 북촌 한옥마을 견학 영상을 틀었다. 영상을 배경으로 동아리원들의 내레이션이 진행되었다. 유보경, 김도영, 이혜림, 나공민, 우리가 하나가 된지도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처음 하나로 모인 날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온 ‘책이 끓는 시간’의 값진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책이 끓는 시간’의 발표가 끝난 후 무대를 내려왔을 때의 그 홀가분함과 뿌듯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책이 끓는 시간’ 말고도 여러 팀들의 발표가 계속되었고 매 발표가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 팀뿐만이 아니라 모든 팀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한 발표회였던 만큼 모두에게 뜻 깊은 시간이었다.
학부모님과 여러 선생님들도 우리들의 발표를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밤새워 책읽기 시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열기로 뜨거웠던 발표회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두 번째 밤 마당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렇게 긴장되는 발표를 마치고 우리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마치 우리 집처럼 편안한 도서관에 각 동아리가 도란도란 모여 앉아 저녁을 먹고, 독서 동아리 활동이 1학기에 계획했던 대로 잘 되고 있나 확인도 해보고 2학기 계획도 발표했다. 중간 중간 쏟아져 내리는 졸음에 못 이겨 꾸벅꾸벅 졸기도 했지만, 어느새 옆의 친구들 존재를 잊을 정도로 책의 진정한 묘미에 빠져들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서로가 나란히 앉아 책을 붙들고 읽었던 그 경험은 모두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성장하는 우리
이 발표회 후, 우리는 좀 더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있고, 이 같은 모임을 널리 전파시켜 우리 또래 청소년들이 이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10월 8일 ‘관악 북 페스티벌’이 개최되었을 때, 우리 22개 독서동아리는 관악구 일대에서 동시에 전개된 ‘책읽기 플래시몹’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책 읽는 관악구 내가 만든다.”, “책 읽는 대한민국 우리가 만든다.”라고 외치기도 했고, ‘관악 책모임 공모전’에 응모해 발표도 하고 상도 받았다.
우리의 시작은 아주 작은 쌀들이 모여 있는 벼였다. 하지만 백화현 선생님의 도움으로 끓을 수 있는 점에 도달했고 그 후에 우리가 주체적으로 도와가며 밥이 되어 지식의 허기를 채워 줄 수 있는 그런 점에 도달했다. 즉 한 학교의 작은 동아리 하나가 독서를 통해, 처음에는 우리들만의 발전 그 후에는 동아리들끼리의 생각교류와 활동을 통한 동아리의 발전, 그리고 그런 우리들을 통한 전교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통한 학교의 발전, 그리고 이제 관악구라는 지역에까지…… 우리는 알게 되었다. 비록 우리는 아직 어리고 내딛는 걸음도 아주 작지만,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우리 자신들뿐 아니라 세상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언제까지나 이렇게 함께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