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햇볕 쏟아지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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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2-19 18:05 조회 7,675회 댓글 0건본문
학교의 중심에 도서관이
널따란 아파트 단지의 한쪽 모서리에 든든한 축처럼 자리하고 선 부인초등학교. 들어서며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에게 도서관 위치를 물었다. “도서관이요? 2층으로 올라가서 가운데 쪽으로 가시면 돼요.”라는 대답에 물음표를 그렸다. ‘2층’과 ‘가운데 쪽’은 아무래도 도서관과 어울리지 않으니까. 잘못 들었을까 의심하면서도 ‘혹시나 하며 건물의 2층 중앙으로 향했다.
있었다. ‘2층’ 하고도 ‘가운데 쪽’에 도서관이 떡하니. 교무실이 있어야 하는, 아니 대부분의 학교에 교무실이 있는 그 자리에 도서관이 있었다. “예전에는 도서관이 5층에 있었고, 북쪽을 향하고 있어서 많이 추웠어요. 2007년에 이곳으로 옮기면서 리모델링을 했어요.” 허진영 사서선생님에게 도서관의 과거를 들었다. 당시 담당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도서관을 학교의 중심에 둔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그 생각이, 그 생각을 인정해준 생각이, 생각을 펼쳐낸 움직임이 그저 훌륭할 따름이다.
도서관을 옮기고 나서부터 도서관을 찾는 학생과 선생님의 발길이 많아졌다고 한다. 도서관이 더 가까워져서 그런 건 당연하겠고, 도서관을 아늑하고 유익한 공간으로 세심하게 리모델링을 했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따뜻한 봄볕을 한껏 품고 있었고, 아기자기한 도서관의 꾸밈새는 쾌적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선생님이 추천하는 책을 골똘히 읽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냥 즐거워했다. 도서관은 분명 학교의 중심이었다.
선생님,도서관을 비추다
아이들의 꾸준한 발길을 만든 가꿔진 도서관은 누군가의 손길이 닿아 이루어졌을 것이다. 묵묵히 도서관을 지키는, 마땅히 있어야 할 그 자리의… 분명한 건 그 자리는 시작이라는 것이다. “허진영 선생님께서 오시고 많이 달라졌어요. 옛날에는 도서관에 모르는 책이 많았고, 좁고 어둡고, 추웠는데 지금은 따뜻하고, 책을 빨리 찾을 수 있어 좋아요.”라고 말하는 변화를 경험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자리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했다.
하지만 채워진 자리만으로 도서관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가장 자랑할 게 뭐야?”라고 아이들에게 물으면 대부분 도서관이라고 답한다는 한 학부모의 말도 “우리 학교는 내세울 게 도서관 밖에 없다.”라고 말씀하신다는 교장선생님도 흔한 경우는 아니다. 보이지 않는 노력이 도서관을 듬직하게 만드는 것이다.
허진영 선생님은 경기도 DLS 독서 서평단 활동, 지역사회 봉사활동, 타 학교 외부강사로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도서관의 가능성을 넓혀나가고 있다. “도서관활용수업을 더 체계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하고 싶은 수업이 많은데, 수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의 제약이 있어서 못해요. 그래서 선생님들께 부탁을 드려 수업 시간을 빼곤 해요.”라는 허진영 선생님의 말을 통해 그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배려. 도서관 이용자를 향한 푸근한 관심도 사람들을 도서관으로 이끈다. “사서선생님이 이모 같아요. 잘 챙겨주시고, 늘 친절하세요.”라고 말하는 5학년 다은이와 “허진영 선생님은 모나리자 같아요. 보면 항상 웃고 계세요.”라고 말하는 윤은순 영어선생님이 그 증거다.
틈틈이 시나브로 책 읽기
도서관 한 편에서 지금은 중학생이 되었을 당시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만났다. 단 한 번의 도서관 이용도 없이 졸업을 하는 학생들이 흔한 학교도 있지만, 졸업을 앞두고도 혹은 졸업한 후에도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이 있는 학교도서관도 있을 수 있는 거다. “우리 학교를 졸업한 학생의 대부분은 근처의 부인중학교로 가요. 근데 그 학교 사서가 제 친구인데, 그 친구 얘기가 우리 학교 졸업생들이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 다네요. 우리 아이들이 책 읽는 습관을 잘 들여서 갔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어요.”라고 말하는 허진영 선생님에게 그 ‘습관’의 근거에 대해서 물었다.
장서량을 늘리고, 학급문고의 활용을 높이고, 도서관활용수업 활성화 하는 것 등으로 독서 환경을 조성하는 건 몸풀기일 뿐이다. 부인초는 진정 ‘운동’이라 할 수 있는 ‘틈틈이 독서운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다.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에는 학부모 책선생님이 전교생에게 책 읽어주는 ‘이야기 솔솔 책 읽어주기’가, 매주 화요일에는 선생님이 책 읽어주는 ‘사제동행 아침독서 20분’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수요 영화 상영’이, 매주 목요일 아침자습시간에는 학부모가 각 교실에서 책 읽어주는 ‘엄마 책선생님이 함께하는 책 읽어주기’가,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는 교사들이 책을 통해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하는 ‘교사 동아리 문학여행’이, 그리고 방학중에는 책을 읽고 도장을 받는 ‘매일매일 도장 찍는 책달력’이 진행된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여러 대상에 맞춰 시간별 적절한 활동들로 짜여 있다. “처음에 한 가지 활동부터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점차 프로그램이 늘어났어요.”라는 허진영 선생님의 말처럼 천천히 자연스럽게 만들어온 프로그램들의 만듦새가 튼실하다. 분명 아이들은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책 읽기가 체화됐을 것이다.
스스로 손을 보태는 아이들
책마루도서관을 둘러보고 돌아보기를 반복하다보니, 앉은 자리를 꽤 오래 고수하는 아이 몇몇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아이들의 시간은 도서관에 머무는 시간과 그렇지 못한 시간으로 나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런 시계를 켜놓은 아이들이 가까이 있었다.
“대출 반납이 제일 재밌어요. 책을 정리하면서 못 보던 책을 많이 읽게 돼요.”, “책이랑 가까워질 수 있어서 좋아요.” 5학년 지은이와 다은이는 도서위원으로서 도서관에 머무는 것이 일상이다. 책상에 앉아 아이들에게 도서 대출·반납을 해주는 모습이 꽤 능숙하다. 서가 사이에서는 책 정리를 하느라 분주한 아이들도 열심이다. 이용자가 많은 만큼 신경 쓰고 정리해야 할 것도 많을 텐데, 도서위원들은 알아서 척척 도서관 일을 도맡는다. 총 12명의 도서위원들이 일주일에 하루씩 활동일을 정해서 사서선생님을 돕는단다. 물론 활동일이 아닌 날도 수시로 와서 도서관 일을 거든다고 한다. 역시 기특한 도서부원들을 뽑는 것도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도서위원은 4학년부터 뽑는데, 경쟁이 치열해요. 서류와 면접 등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하죠.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활동해요. 저는 그런 도서부원에게 더욱 힘을 실어주려고, 칭찬도 많이 하고 생일파티도 챙겨줘요. 참 고마운 아이들이에요.”라고 말하는 허진영 선생님. 생일파티라… 회비로 500원씩 걷는다는데,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어쨌든 도서위원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나보다. 모두들 생일파티를 기대하니 말이다.
도서관에 들어설 때부터 나갈 때까지 또렷한 빛이, 너무 짙어 얼굴을 찡그리게 하지 않고 너무 어두워 희미하지도 않은 환한 빛이 뭉근하게 도서관을 채웠다. 온전히 책과 친구와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도서관은 아이들이 기대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든든한 마음의 한 축으로 머물 것 같다. 그렇게 책마루도서관에 깃든 밝음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