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북미도서관 탐방]도서관에서 뒹굴고 영글어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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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2-03-17 15:22 조회 11,407회 댓글 0건본문
도 서관을 중심으로 평생학습자를 교육하는 챈틀리 고등학교
챈틀리 고등학교 사서교사 Robyn Singletary의 안내를 받아 도서관에 들어서자 학교의 마스코트인 중세기사 스티븐경의 동상과 도서관 중간 중간의 서가 표시를 중세 깃발로 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 도서관은 3개 수업이 진행될 수 있을 정도의 넓은 공간으로 총 52대의 컴퓨터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을 뿐 아니라 리서치를 할 수 있는 리서치 랩까지 마련되어 있다. 특히 40개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와 800권 이상의 전자책, 27000권 이상의 단행본을 소장하고 있고, 2명의 사서교사(Robyn 수석 사서교사, Lynette 사서교사)와 1명의 비서(Lauren 교생)가 근무하고 있었다.
도 서관은 사회로 나아가는 학생들을 돕는 정보 집합소
‘평생학습자로 교육한다’는 학교의 교육철학은 도서관 운영에도 드러났다. 도서관은 사회로 나아가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준비를 할 수 있는 정보의 집합소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듯했다. 학생들은 이미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사서교사로부터 배운 정보활용교육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받기 위해서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활용하고 있었다. 리서치 프로젝트 중 하나인 ‘미국 대법원 판례’는 만약 자신에게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과연 어떻게 정보를 찾을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협력수업이다.
이런 과제를 경험한 학생들은 실제로 자신들에게 이런 문제가 생긴다면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서교사는 학교 내의 참고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어떻게 자료에 접근해야 하는지 자세한 길잡이를 제공한다. 다양한 자료 중에서 대법원 판례를 찾을 수 있는 정보원을 소개하고, 학생들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검색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알려준다. 사서교사는 학생들에게 ‘정보 컨설턴트’로 통한다. 학생들은 사서교사에게 리서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조언을 얻는다.
자신이 정한 프로젝트의 주제를 정하거나 에세이를 쓸 때, 개인적인 리서치 상담이나 검색 방법을 알고 싶을 때 도움을 주는 것도 사서교사의 몫이다. 도 서관 협력수업과 평생교육, 그리고 사서교사의 역할챈틀리 고등학교 도서관에서 하고 있는 협력수업은 중학교의 협력수업이 바탕이 되어 심화된 내용을 웹사이트와 전문화된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여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단계를 보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달 동안 도서관 이용교육을 하며, 10~12학년에게는 교과별로 정해진 프로젝트에 맞게 자료를 제공한다.
도서관과 협력하여 진행되는 리서치 프로젝트는 주로 사회, 영어, 과학 과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보통 프로젝트 과제 시 교과교사는 수업 전에 프로젝트의 방향을 사서교사와 의논하고, 사서교사는 학생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사서교사가 제공한 자료를 분석해보니 데이터베이스와 웹 자료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셰익스피어 리서치 프로젝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사서교사가 학생들에게 제공한 자료의 일부를 소개한다. 리서치 프로젝트에서 사서교사는 주제 분야와 관련된 도서를 미리 북카트에 넣어두어 학생들이 접근하기 편하게 하고, 과제를 해결할 때 이용하면 좋은 데이터베이스와 웹사이트를 미리 선정하여 학생들이 쉽고 정확한 정보를 얻게 도와주고 있다.
셰익스피어 리서치 프로젝트 과제 수행 웹 자료
1. 학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라.
- Gale ebook: 셰익스피어, glove theatre로 검색어 넣어보기(검색 힌트: Elizabethan World Reference library의 기사를 찾아볼 것. 정말 좋음)
- 셰익스피어 연극의 줄거리를 원한다면 Shakespeare for Student에서 연극명으로 검색 후 내용을 검색해보기
- ABC-Clio 데이터베이스: 세계사- 현대시대를 선택한 후 검색해보기
- World Book Encyclopedia(World Book Advanced 선택)- 셰익스피어에 대한 글, 연극의 요약(제목으로 검색해보기)
- 특정한 연극의 문학적 비판을 원하면 Literature Resource Center를 보라.
2.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지 못한 경우 아래의 웹사이트를 활용하라.
- 셰익스피어의 전기 http://www.bardweb.net/man.html
- 셰익스피어 온라인- ‘전기’와 ‘연극’을 검색
-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하는 모든 정보가 있음! 전기, 배경, 연극 등등
-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연극- 셰익스피어 시대의 영국 연극에 대한 많은 링크를 제공
다 양한 정보 요구를 뒷받침하는 풍부한 데이터베이스
학생들의 세분화되고 깊이 있는 정보 요구에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한 것은 그것을 뒷받침할 풍부한 데이터베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탐방 기간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는 ‘Sharing(공유)’이다. 미국 내 위치한 대부분의 카운티에서는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 협력하며 정보를 공유한다. 페어팩스 카운티 내의 공립학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학교시스템이 있어 기본적인 데이터베이스는 구(district)에서 제공한다. 학교도서관은 이 시스템을 통해 무료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같은 페어팩스 카운티 내의 학교도서관끼리는 상호대차서비스(우리 도서관이 소장하지 않은 도서를 타도서관이 소장한 경우 대출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기본적인 데이터베이스는 카운티에서 제공하지만 개별 학교에서 별도로 필요한 데이터베이스는 학교도서관의 예산으로 구입한다. 특히 챈틀리 고등학교 사서교사에 따르면 단행본으로 발행되는 참고도서(사전, 도감)
는 거의 구입을 하지 않고 데이터베이스로 이루어진 정보원으로 대체한다고 한다. 데이터베이스로 구입하는 이유는 단행본으로 된 참고도서보다 다양한 주제를 포함하고, 업데이트가 자주 이루어지며, 적은 돈으로 많은 자료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또한 학생들이 집에서도 학교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접근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사서교사는 데이터베이스 접근량을 보고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파악하여 구입에 참고한다고 한다. 개개인이 요구하는 정보의 내용이 심화되면서 단순한 인터넷 자료보다 권위 있고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데이터베이스의 이용이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학교도서관을 탐방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카운티 내의 학교도서관이 모두 연결되어 있어 자료의 공유가 가능하고, 기본적인 데이터베이스는 카운티에서 보조하기 때문에 개별 학교가 구입하지 않더라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도서관에서는 학교 간 연계를 통해 데이터베이스 이용이 가능한 반면에 초중고 학교도서관은 아직까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학교도서관에서는 도서관 협력수업이나 요구가 있을 경우에 개별 학교도서관의 예산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입한다. 보통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기 위해 지불하는 돈이 1년에 100~150만원인 것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공공도서관이나 국립도서관의 연계를 통한 지원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휴 식이 있는 편안한 공간, 드와잇 고등학교 도서관
드와잇 고등학교는 드와잇 초등학교를 나온 아이들이 대부분 진급하여 다니는 교육환경이 좋은 사립학교로, 학교도서관 역시 미국 고등학교의 보편적인 모습은 아니다. 챈틀리 고등학교에서는 구축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의 양과 체계적인 협력수업에 부러움을 느꼈다면, 자료의 디지털화를 넘어선 디지털 도서관의 모습을 갖추어 가려는 드와잇 고등학교는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이제까지 보아온 학습지원센터로서의 학교도서관 기능은 예상이 가능한 모습이었지만 책이 중심이 아닌, 정보전달 매체의 변화를 학교 현장에서 적용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삼 삼오오 수다 떠는 카페 분위기… 신선한 충격
공식 인터뷰는 아니었지만 휴식이 있고 편안한 도서관을 위해 공간 구성에 공을 많이 들이고 담당자의 그러한 마인드를 지원하고 인정하는 학교 분위기는 충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도서관은 몇 개의 탁자가 뻥 뚫린 공간에 덩그러니, 라고 느낄 정도로 놓여 있을 뿐이었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나누어주고 관리해주는 랩탑을 올려 놓고 자유로운 모습으로 독서 아닌 컴퓨팅을 하고 있었다. 왜 이리 공간을 낭비했을까? 생각이 드는 우리에게 담당자는 “도서관은 편안한 곳, 모여 있는 곳, 아이들을 끌어안는 곳이어야 하고 그런 차원에서 최대한 공간을 확보해서 트인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미니 2층을 만들어 책들을 올리고 공간을 확보하여, 확보된 공간을 작은 공간으로 나누어 놓았다. 아이들은 각각의 공간에서 아주 자유롭게 친구들끼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고, 우리를 보고 거침없이 환영 인사를 했다. 언뜻 보면 카페 같은 곳에서 삼삼오오 수다를 떨고 있는 듯한 분위기로, 조용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방음 시설이 되어 있는 공간이 한쪽에 따로 있었다. 담당자는 2층과 연결되는 도서관 중앙계단을 가리키며 이곳에 큰 모니터를 설치하고 랩탑과 연결해서 단어를 넣으면 그 정보는 물론이고 연관어 검색까지 가능하게 하려는 구상을 들려주었다. 아주 많은 도서관을 보고 이 도서관의 공간을 구성했지만 기존 선생님들의 반발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보편적인 학교도서관의 모습은 아니라고 해도 우리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책 을 통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중시하는 도서관
드와잇 고등학교에서 인터뷰 한 기술담당 교사 Trabis는 도서관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실천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도서관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도서관은 책이 쌓여 있는 공간이 아니라 정보를 찾아가는, 무언가를 알아가는 키워드가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스마트폰 세대인 아이들에게 정보를 책을 통해서만 얻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공간 구성에서도 보이는 그의 도서관에 대한 생각은 조금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디지털 도서관에 대한 고민은 없느냐는 질문에 활자가 발명되고 책이 생기면서 인류는 많은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느냐며, 이제는 컴퓨터의 기술로 공유의 차원을 넘어 정보가 확장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전달 매체, 방법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고, 꼭 책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고민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이티 지진으로 대법전이 분실되자 보스턴 공공도서관 컴퓨터 자료를 빌려줄 것을 요구한 사례를 들어 정보가 컴퓨터로 모이면 지적유산이 보존되고 공유되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며 디지털 도서관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보였다. 그는 아이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느끼게 하고, 무언가를 찾아가는 곳으로 도서관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 매체와 방법에 있어서는 기술과목 교사답게 책을 벗어나 있었다. 이미 책 구입보다 웹 구입비가 더 많고, 학생 모두가 가지고 있는 랩탑을 관리하는 책임자가 도서관 총괄자인 그였다.
도서관 한쪽엔 고장난 캄퓨터가 쌓여 있었고 그 양이 서가에 꽂혀 있는 책 만큼이나 많아 보인 것은 책이 우선시되지 않는 도서관에 대한 낯설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개념의 도서관을 만들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젊은 사서교사들도 그와 생각이 일치하지 않았고, 기존 선생님들 중 많은 분이 아직도 책이 중심이 되는 도서관을 고집한다고 한다. 하지만 드와잇 고등학교 도서관은 이런 저항에도 새로운 개념의 도서관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학습지원센터로서의 학교도서관 역할을 강화하고 싶어 고민하고 있는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거리를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