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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웰컴 투 메타버스 라이브러리] 판도라의 상자, 메타버스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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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3-07-04 15:31 조회 1,27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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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L Zeus는 독서를 중심으로 수업을 연구하는 경남 사서교사 동아리다. 모임에서 작년 연수를 계기로 메타버스를 수업에 적용하는 방법을 나누었다. 메타버스 도구를 익히는 수준이 초보이기에 능숙하게 활용하진 못했지만 이 지면을 빌려 우리가 만든 메타버스 공간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개선해야 할 점도 많지만 없는 길도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된다는 루쉰의 말처럼, 우리의 작은 발걸음을 통해 독서교육을 고민하는 선생님들에게 새로운 길이 되길 바란다. 나희정 마산가포고 사서교사  




좌충우돌 메타버스를 공부했던 날들


필자가 제페토(app.zepeto.me)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여름이었다. 방학에 앞서 좋은 연수가 없을까 고민하던 중 “2022 중등 주제별 메타버스 적용 수업 연수”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여기저기 들려오던 때였고, 당시 연수가 온라인으로 진행됐기에 신청에 부담이 적었던 것 같다.

연수 확정이라는 ‘문자’를 보고 나니 기뻤다. 그것도 잠시, 연수를 받기 전에 유튜브를 통해 사전 연수를 이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된 걸 확인했다. 그것도 무려 다섯 가지의 영상을 보고 숙지하라는 내용이었다. 아, 조금씩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송출 되는’ 영상 내용은 왜 이리 재미없을까? 특히나 영상을 보고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니 점점 부담이 더해졌다. 미루고 미루다 연수 직전에야 유튜브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영상을 제작해 주신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첫 영상만 주의 깊게 보았고 두 번째 영상부터는 그냥 흘려들은 것 같다(이 지면을 빌려 연수 선생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 제가 그때는 피곤이 몰려와 잠이 많았습니다.)

D-Day. 드디어 온라인 연수가 실시간으로 시작되었다. 연수를 담당하신 선생님께서 만드신 메타버스 공간을 흥미롭게 살펴보았다. 그중에서도 구글 지도를 활용한 사례와 만다라트 형식을 빌려 맵을 제작한 사례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연수가 끝나면 바로 실습해 보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하는 마음을 갖고 연수에 집중했다. 그러나 게으른 나는 연수 종료 후 노트북을 그대로 덮어 두고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연수를 들은 지 3주 정도 지났을까? 개학 후 학교에서 제페토를 활용해 보려는데 도무지 배운 내용이 기억 나지 않았다. 분명 맵을 복사해서 쓰시라고 하셨는데, 복사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메타버스의 기초조차 몰라 헤매고 속상했다. 마음만 급한 나는 연수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요청하며 하나씩 배워 나갔다(유튜브 사전 연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인데, 영상은 보지 않고 매번 물어 보았으니 그 선생님의 속마음이 어떠하셨을까? 부끄럽고 죄송스럽다. 그럼에도 친절히 답해 주셔서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궁금한 점을 해결해 나가다 보니 몇 개의 맵을 만들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든 맵을 자랑하고 싶어 내가 속한 모임에 소개를 하고 공유했다. 동아리 선생님들은 나를 적극 지지해 주셨고 우리들이 연구하는 수업에 적용해 보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때마침 전국도서관대회를 앞두고 『삼국지』를 활용한 수업 기획을 하던 중이었기에 메타버스를 이 수업에 적용해 보기로 하였다. 우리는 한 달 동안 여러 가지 맵을 만들어 보고 검토했다. 그때 법을 만들어 본 경험이 쌓여 지금은 동아리, 수업, 행사에 메타버스를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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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L Zeus, 『삼국지』 공부 시작!


2020년 당시 우리 모임에서는 독서 수업의 주제도서로 『삼국지』를 선택했다. 새로운 책으로 수업 방향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라면 모두 공감해 주시리라. 그럼에도 우리 모임에서는 사서교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좌절이 따라올지언정 독서교육을 위해 수업에서 독서를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연구하고 있다. 그해에도 책 선정에 많은 고민이 따랐다. 우리는 논의 끝에 학생들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으면서도 수업의 재미를 줄 수 있는 책으로 『삼국지』를 꼽았다. 고전이라는 점과 장편소설이라는 점이 ‘넘사벽’으로 느껴지긴 했지만 오히려 그런 이유 때문에 사서교사가 수업에서 깊이 있게 다뤄야겠다는 자각이 들었다. 여러 권으로 이뤄진 『삼국지』를 읽고 토론해 가며 수업의 방향을 찾아갔다. 공부하면 할수록 다양한 주제를 세분화했고, 이는 우리가 지향하는 융합 수업에도 딱 들어맞았다. 책을 읽어 가며 내용을 이해함과 동시에, 우리의 삶과 연관하여 각 교과와 연계했다. 덕분에 독서를 중심으로 하는 교과 융합 수업의 표준 모델이 완성되었다. 우리의 마음을 담아 출간한 『2020 학교도서관 활용 프로그램 개발 자료』는 교육 현장에 소개되어 우리 모임의 자랑으로 떠올랐다.



독서 수업, 제페토에 어떻게 적용할까?


전국도서관대회 발표 의뢰가 들어왔을 당시, 모임의 대표였던 나는 자료들을 모아 정리한 후 소개할 부분만 간추리고 있었다. 30분 분량의 발표였기에 어느 정도 발표 자료를 모았다고 생각하던 무렵, 모임에서 『삼국지』를 활용한 독서교육을 메타버스 공간에 담아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필자 역시 ‘판도라의 상자’ 같은 메타버스가 수업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메타버스 교육으로 하여금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올지 궁금했다. 우리는 우선 메타버스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해 보았다. 메타버스의 장점은 비대면으로 수업이 가능하다는 점과 가상 현실 속 또 다른 나인 아바타가 있어 흥미롭다는 점이었다. 단점으로는 인터넷 연결과 모바일 기기가 필요하다는 점과 맵 하나를 만드는 데 노력이 많이 필요하며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의문이 든다는 점이었다. 메타버스가 오히려 수업에 해로운 효과를 내진 않을지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판도라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상자를 연 것처럼, 인간인 이상 새로운 호기심을 그냥 닫아 둘 수만은 없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알고 싶었다. 그 과정이 힘들고 후회를 하게 될지언정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페토를 우리 수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바로 적용 가능한 부분은 『삼국지』 수업 중 제시했던 퀴즈를 맵에서 구현해 보는 것이었다. 기존의 무료로 배포된 맵을 바탕 맵으로 구성했다. 오브젝트를 하나하나 놓고 꾸미기에는 우리의 역량이나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학생들에게 독후활동으로 퀴즈를 제시했던 내용을 하나씩 메타버스에 담다 보니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계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전체 구상을 그려 보게 되었다(전체적인 구상이 나오기까지가 정말 힘들었음을 밝힌다).

전체 구상 과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메인 맵을 크게 놓고, 아바타가 움직이는 중간 지점마다 집을 만들어 그곳에 방문하면 ‘퀴즈 방(맵)’으로 연결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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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L Zeus가 구축한 메타버스의 일부 공간 캡처(https://zep.us/play/ydb4Bo)



그리고 집 이외에 장소에는 다른 오브젝트를 넣어 『삼국지』 관련 정보를 실어 두었다. 퀴즈 방(맵)으로 간 아바타는 힌트를 모아 퀴즈의 정답을 풀고 퀴즈 방을 탈출할 수 있게 했다. 메타버스 학습공간이 제법 갖추어지자 새로운 힘이 생겨났다. 우리는 매일매일 새로운 맵을 만들고 꾸미며 게임을 하는 것처럼 신나고 즐거워했다. 


온라인에서도 가능한 '협력형 문제해결'


그날도 동 시간대에 접속해 맵을 검토하고 있는데, 갑자기 같은 공간에서 우리가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아! 각자 다른 곳에서 인터넷 접속을 통해 메타버스 공간에 들어오지만 함께 모여 있을 수 있구나! 그렇다면 이곳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협업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의 생각은 점점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각 오브젝트의 기능 중에 아바타가 퀴즈의 정답을 맞히면 새로운 화면으로 대체되는 기능이 있었다. 바로 이 부분을 활용하면 협업이 가능할 것 같았다. 이전에 교실 수업에서 『삼국지』의 내용으로 학생들에게 십자낱말퍼즐을 풀게 했던 적이 있었다. 이때 각 모둠에서 퍼즐을 풀게 하고 빨리 정답을 맞히는 팀을 우승팀으로 선정했는데, 가상공간에서도 헙업 퀴즈풀이가 가능해 보였던 것이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기본 틀을 만들었고 이후 두 개의 모둠 퍼즐을 구현해 냈다. 즉 수업에서 A 모둠, B 모둠을 나누어 동시에 메타버스 A, 메타버스 B로 접속하게 한다. 그런 뒤 각 메타버스 공간에서 팀원끼리 협력해서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팀을 우승 팀으로 선정하는 방법이다. 추가 설명을 하자면 모둠 구성원 중 한 명이라도 1번 문제를 풀게 되면 십자낱말퍼즐의 1번 미션은 사라지게 되어 다른 구성원들은 다른 문제를 풀면 된다. 그렇기에 모둠에서 협의하여 문제를 나누어 미션을 해결하거나 옆 사람이 모르는 문제를 같이 풀어 줄 수 있다(참고로 경남 지역 학교에서는 전 학생이 노트북을 소지하고 와이파이가 교실에 구축되어 있기에 수업 중 언제든지 메타버스로 접속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환경임을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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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 내 필자가 구축한 ‘퍼즐 퀴즈’ 공간.

학생들은 『삼국지』를 읽고 협업을 통해

각 퍼즐에 해당하는 문제를 맞혀 ‘탈출’할 수 있다.



메타버스로 교육적 가치 찾기, 충분히 가능하다


『삼국지』 중심의 수업을 진행했던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의 등교가 제한적이었다. 교실 수업과 더불어 원격 수업이 진행된 해였고 원격 수업이라는 새로움은 학생보다 교사들에게 더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일면식도 없는 학생들을 모니터로 마주하기란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이었달까? 그래도 나름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고자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부끄러움을 같이 공유하고자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녹음했고(후반부에는 동영상 촬영까지 했다!) 수업 내용을 퀴즈로 제시해 이메일로 정답을 받는 등 노력은 부단히 했지만 극소수의 학생들만 참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메타버스의 게임적인 요소는 학생들을 확 끌어당길 수 있는 장치로써의 기능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모둠으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볼 수 있었다. 우리 모임에서는 매년 독서 중심 수업의 주제(도서)를 꾸리는 바, 이후로 필자가 『삼국지』로 수업할 기회는 낮아 보이지만 메타버스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협력 가능성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다른 주제의 독서 수업에도 적용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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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읽고 퍼즐 퀴즈를 풀 수 있도록 구성한 메타버스 공간 캡처 


스스로 깨우치며 협력한 공부의 경험이 오래 남듯, 우리가 수업에서 적용 방안을 고민하며 만들었던 『삼국지』 퍼즐 게임은 오히려 누구보다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우리의 영역이 된 것 같다. 당시 진행하던 진로 수업에 바로 적용하여 수업의 효과를 극대화했음을 밝힌다. 다음 호에서는 진로 수업에 적용한 제페토 활용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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