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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사서샘의 테마수필] 아침 독서! 모닝 프라이즈 M–pr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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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9-01 07:06 조회 9,205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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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숙 동두천 송내중앙중 사서. 수필가

책 읽지 말고 공부하라는 말을 하면서 아이러니를 느낀다. 이게 아닌데 싶다가도 습관처럼 내뱉을 때가 있다. 독서가 곧 공부이기 때문이다. 책 읽기를 통한 배경지식이 공부여서 독서와 공부 개념의 상관관계를 그리면 뭔가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교과를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배경지식이 사서 샘에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편독 또한 전문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나쁘다고 말할 수 없겠다. 이런저런 생각의 여지를 주는 도서실 넘나들기다. 창의적 공간으로서의 도서실이 창의적 시간으로서의 아침 시간과 접목된다.


3월부터 시작한 아침 독서에 고정 인원이 생겼다. 3월과 4월 우수 참여 학생 그래프가 변화 양상을 보여준다. 지적인 충족과 정서적인 만족이 학습 의욕을 낳아 아침잠을 깨우고 몽롱한 시선마저 거둬낸다. 교과서 밖 공부와 학교 밖 세상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해 주는 시간이다.

확인 도장을 받아 상점과 학교장상을 받겠다던 아이들 생각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나만의 청사진을 그리는 분위기다. 책 추천을 해달라던 아이들이 사서 샘도 이 책 한번 읽어보라고 권한다. 독서마라톤 독서기록장을 펼쳐놓고 생각하는 표정을 짓는다. 소란스러운 교실과 다른 도서실만의 수런거림이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지만 깊은 심연의 소리가 도서실에 있다.

중간고사 기간에도 도서실 아침 독서는 계속된다. 항상 열려 있는 도서실로 인식시키기 위해 아침마다 부지런을 떤다. 도서실 앞에서 기다리는 아이들 생각에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진다. 부지런한 아침 풍경을 보면서 나 또한 풍경이 된다.


지속가능한 아침 독서를 위해



학년별로 엠 프라이즈(M–prize) 카드가 있다. 학년별로 나뉘고 반별로 구분 지어 두면 스스로 도서실에 들어서면서 자기 카드부터 찾아 간다. 3월에는 얼굴과 이름을 연결시켜야 했기에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도장을 찍어 줬다. 아침 7시 40분부터 8시 15분까지 운영되는데 여덟시 무렵부터 찍어줬다.

4월부터는 여덟 시 무렵에 카드를 회수하는 방법을 썼다. 형평성을 두기 위해 8시 이후에 오는 아이들에겐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다. 교장 선생님이 교실에서 딴짓하는 아이들을 도서실로 이끈다. 교장 선생님이나 학생부 선생님들이 도서실로 가라 해서 왔다고 머쓱하게 얼굴을 내미는 아이를 웃으며 끌어안는다. 8시 15분, 아침 팝송이 교내에 울려 퍼질 때까지 흐트러짐이 없다.

창가 의자들까지 최대 수용인원이 54석인데 평균 40명 안팎을 오간다. 8시 이후에 오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앞당겨 보라고 권면하면서 밥은 먹고 오는지 몇 시에 일어나는지 등을 묻기도 한다. 공감하고 소통하며 또 다른 도장을 찍는다. 나를 알아주는 도장이다. 그야말로 다양한 도장 꽃이 피어난다.

관리자들께 매일 아침 참여자 명단을 쿨메신저로 보내고 나면 1교시 시작종이 울린다. 아침 독서에 뿌리가 내리고 자라남이 보여 보고하는 맛이 난다. 의무방어적인 보고이기보다는 도서실과 관리자 간의 소통 창구로서의 기능을 한다. 자원해서 엠 프라이즈 카드 정리를 도와주는 아이를 소개하며 칭찬하기도 한다. 그 아이들에겐 별도의 상점을 주기도 하고 담임 샘들과 공유하면서 선순환을 일으킨다.

인문사회부에 소속된 도서실은 인문사회부장과 도서관담당교사 사서가 의견을 모아 운영한다. 매월 취합된 도장 개수에 따라 1점에서 5점까지 상점을 주는데 학생부와 상점부여에 대한 논의단계를 거쳤다. 학기별로 학교장상이 나갈 예정이다. 일거양득이라는 생각에 아침 독서는 입소문을 탄다. 한눈에 결과물이 보이도록 도표화해서 도서실에 게시했더니 떼를 지어 바라본다.

도서실에 드나들면 뭔가 영양가가 있고 남는 게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서실 아침 독서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 내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하듯 도서실 바라보기를 할 때가 있다. 주말에도 주변 공공도서관을 찾아가는 내 자신을 보면서 못 말린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내겐 라이브러리(library)에 라이브(live)가 있다.


아이들에게 아침 찾아주기



책 읽기를 통해 자기주도학습의 기본기가 터득된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가속도가 생긴다. 아침 독서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겐 성실함이 있다. 물론 얌체처럼 도장을 목표로 얼굴 도장을 찍는 아이들도 있지만 밉지는 않다.

층별로 설치해둔 탁구대에서 몸 풀기를 하고 들어서는 남학생 둘이 있다. 엠 프라이즈를 하면서 생긴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둘 중 하나는 지각을 밥 먹듯이 했고 벌점도 쌓여 있었다. 벌점이 아닌 상점으로 어제와 다른 오늘을 누리니 해맑을 수밖에 없다. 가만히 뭘 읽나 들여다보면 축구 잡지이다. 축구하면 박지성보다 그 녀석들이 떠오른다. 신문에 축구 소식이 있으면 녀석들에게 주려고 스크랩을 하게 된다. 아침마다 스크랩한것을 줬더니 백만 불짜리 미소를 날려준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 브로마이드를 붙이고 그 옆에 축구공 이야기를 곁들였다. 32조각의 가죽을 1,620회의 바느질을 통해 축구공을 만드는 인도와 파키스탄 아이들 이야기다. 다섯 살 어린 아이들이 노동자가 되어 하루 12시간 이상 축구공을 만드는 데 투입되지만 죽을 때까지 자신의 공을 소유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드는 과정에서 유독물질로 인해 시력을 잃기도 한다. 모닝 프라이즈를 통해 어제와 다른 오늘 아침을 경험하 듯이 축구공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럴 것이다.

가만히 지켜만 봐도 제 갈 길 찾아가는 아이들이다. 아침 독서를 하면서 묵직한 침묵을 경험한다. 그림책 읽어주기 등의 활동도 생각했지만 너무 프로그램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방치가 아닌 방목의 장소로 도서실과 아침 독서는 그야말로 매일 거듭난다. 아침 시간의 생얼을 보면서다.

누군가 아버지들에게 저녁을 찾아 주겠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웠는데, 나는 미래지향적인 공약으로서 아이들에게 아침을 찾아주고 싶다. 아침 독서! 모닝 프라이즈(M–prize)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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