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사서샘의 테마수필] 학부모, 학생 독서치료
페이지 정보
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07-19 07:34 조회 9,434회 댓글 0건본문
양효숙 동두천 송내중앙중 사서. 수필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 지는 일
주변 사서 샘들이 학부모 독서치료를 어떻게 하게 됐고,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묻는다. 방과 후 독서치료에 참가하는 아이들도 궁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때부터 할 말이 많아진다. 학부모 평생교육으로 함께 선정되었던 컴퓨터 자격증반은 사라졌는데 독서치료는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명맥을 이을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내리 3학기를 진행할 줄 몰랐다. 학부모 독서치료는 학생 독서치료로도 이어졌다.
처음엔 전임 교장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됐다. 마음의 부담을 느꼈고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듯이 독서치료사 공부를 해놓았기에 그나마 도전도 가능했다.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두려움의 실체를 파고드는 것도 독서치료의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기존의 독서지도나 독서토론과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독서치료에 대한 개념 정리가 돼 있지 않으면 독서치료가 독서지도로 변할 수 있다. 실제 독서지도를 하다보면 독서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때는 독서치료사 과정을 공부하며 깊이 있게 들어가면 된다.
사람의 정서를 만지는 일이다. 상처와 결핍이 드러난다. 치료사와 구성원들이 서로 역동을 일으키는 가운데 회기를 거듭한다. 독서 치료 계획안은 그야말로 계획안일 뿐 실제 현장에서는 계획안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분위기를 읽고 감지하는 가운데 적절한 대처를 한다.
치료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환자 취급 받는 기분이 들 수도 있어 오해의 여지가 있다. 치료라는 말 대신 힐링이라는 말로 다가서기도 한다. 치료와 치유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시(詩)치료와 문학치료로서의 독서치료다. 공공도서관이나 평생교육원에서 독서치료 강좌가 개설돼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사서 선생님들 연수에도 독서치료가 들어간다. 별도의 경험과 공부를 통해서도 독서치료가 이런 것이구나 알 수 있다.
책을 통한 소통과 관계 맺기
독서라는 말엔 여러 읽기 자료가 폭넓게 포함된다. 신문이나 활자로 된 모든 것이라고 봐도 된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쓰인 짧은 시 한 편을 보고도 힐링이 된다. 바다가 바다인 이유는 모든 걸 다 받아 주기 때문이고, 괜찮다는 말로 어머니는 바다가 되었다는 내용의 시가 떠오른다. 무한정 받아 주는 바다 같은 엄마와 그렇지 않은 내가 겹쳐진다. 그 시가 하루 종일 따라 다닌다. 엄마와의 화해는 골 깊은 아버지와의 화해작업으로 이어졌다.
단행본을 다 읽지 않고도 독서치료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내 얘기가 아닌 책 얘기만 실컷 해도 된다. 울고 싶을 때 울고, 소리 지르고 싶을 때 지르고, 가만히 있고 싶으면 아무 말 없이 있어도 되는 시간이다. 책 속 인물 중에서도 유난히 애착이 가고 마음 쓰이는 대상이 있으면 왜 그런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된다.
감정이입 된 채 실컷 울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리고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다가 아무도 없는 도서실에서 가슴 먹먹하게 울었다. 학부모 독서치료 때 그 뻐근한 통증을 더불어 느끼며 사형제도를 돌아봤다.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법이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건지. 억울한 사형수도 많겠다는 생각으로 연민이 솟구쳤다. 위안과 위로, 연민이 치료약처럼 작용한다. 사형제도에 대한 독서토론이 아닌 독서치료이기에 그런 면에서의 접근이 달랐다.
어느 곳에서나 매개체인 책을 읽을 수 있다. 굳이 치료 장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가능하지만 집단 역동은 치료 장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나와 같이 느끼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또 다른 치유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도서실에서 책 대출·반납을 할 때도 이뤄진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반납하는 여학생에게 “나도 이 책 읽었는데, 어땠어?”라고 한 마디 했더니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고요. 너무 슬퍼서 많이 울었어요. 너무 안 된 거 있죠. 억울해요. 그렇게 죽으면 안 되잖아요.” 길게 나누진 못했지만 그 이후로 우리 둘의 관계가 친밀해졌다. 독서치료를 통해 나와의 화해, 너와의 화해, 세상과의 화해가 이뤄지고 또 다른 관계 맺기로 나아갈 수 있다.
독서치료의 진행
학생 독서치료를 이끌 때에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게 있다. 의학적 치료와는 무관하며 학생들의 독서의욕 고취 및 학습능력 향상에 기본 취지가 있음을 밝혀두기도 한다. 그런 저런 이유로 치료현장에서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제목을 잡고 편하게 접근한다. 일정 주제를 잡아 이끌면 된다. ‘청소년의 진로탐색을 위한 독서치료 프로그램’, ‘청소년의 성취동기 및 자아존중감 향상을 위한 독서치료 프로그램’ 등이다. 매회기 두 시간으로 잡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것을 기본으로 상황을 고려하여 운영하면 된다.
첫 회기 오리엔테이션을 가지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별칭 짓기와 그림책으로 애착이 형성된 다음, 활동지 ‘아름다운 나’를 완성한다. 자연스럽게 흐름을 연결시키되 방해 요소를 제거할 줄 알아야 한다. 회기를 거듭하다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온다.
독서치료 현장에서 그림책은 입체적인 접근이 가능하여 두루 활용가치가 높다. 처음부터 글과 그림을 동시에 보여준 채 읽어도 좋지만, 그림책의 그림을 보여주지 않고 글만 읽은 다음에 상상했던 그림을 따라가 보는 재미가 있다. 책 이야기를 실컷 하는 가운데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아간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고 어떤 내가 진짜인지 모르겠다는 자기 고백이 나온다.
매주 월요일 열 시면 ‘학부모 독서치료 중입니다’ 알림 문구를 문 밖에 내다 건다. 주변 방해를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학교 안에서의 장소를 찾는 게 중요하다. 45분마다 시종을 알리는 소리로부터 자유로운 곳과 사방이 투명한 곳은 제외 대상이다. 그런 면에서 투명한 도서실은 적합하지 않다. 밀폐된 학부모운영위원실이 제격이었다. 도서실 옆에 있어서 무엇보다 동선이 짧고 필요한 도서 조달도 가능했다.
학부모들 중에는 학교운영위원장과 학부모회장도 있다. 별칭 짓기를 통해 서로 직책이 아닌 별칭으로 부르다 보니 부담감은 오간 데 없다. 거리에서 별칭을 부르다 주변을 의식하며 서로 웃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 지는 일
주변 사서 샘들이 학부모 독서치료를 어떻게 하게 됐고,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묻는다. 방과 후 독서치료에 참가하는 아이들도 궁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때부터 할 말이 많아진다. 학부모 평생교육으로 함께 선정되었던 컴퓨터 자격증반은 사라졌는데 독서치료는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명맥을 이을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내리 3학기를 진행할 줄 몰랐다. 학부모 독서치료는 학생 독서치료로도 이어졌다.
처음엔 전임 교장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됐다. 마음의 부담을 느꼈고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듯이 독서치료사 공부를 해놓았기에 그나마 도전도 가능했다. 내 안에서 꿈틀거리는 두려움의 실체를 파고드는 것도 독서치료의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기존의 독서지도나 독서토론과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독서치료에 대한 개념 정리가 돼 있지 않으면 독서치료가 독서지도로 변할 수 있다. 실제 독서지도를 하다보면 독서치료의 필요성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때는 독서치료사 과정을 공부하며 깊이 있게 들어가면 된다.
사람의 정서를 만지는 일이다. 상처와 결핍이 드러난다. 치료사와 구성원들이 서로 역동을 일으키는 가운데 회기를 거듭한다. 독서 치료 계획안은 그야말로 계획안일 뿐 실제 현장에서는 계획안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분위기를 읽고 감지하는 가운데 적절한 대처를 한다.
치료라는 말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 환자 취급 받는 기분이 들 수도 있어 오해의 여지가 있다. 치료라는 말 대신 힐링이라는 말로 다가서기도 한다. 치료와 치유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시(詩)치료와 문학치료로서의 독서치료다. 공공도서관이나 평생교육원에서 독서치료 강좌가 개설돼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사서 선생님들 연수에도 독서치료가 들어간다. 별도의 경험과 공부를 통해서도 독서치료가 이런 것이구나 알 수 있다.
책을 통한 소통과 관계 맺기
독서라는 말엔 여러 읽기 자료가 폭넓게 포함된다. 신문이나 활자로 된 모든 것이라고 봐도 된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쓰인 짧은 시 한 편을 보고도 힐링이 된다. 바다가 바다인 이유는 모든 걸 다 받아 주기 때문이고, 괜찮다는 말로 어머니는 바다가 되었다는 내용의 시가 떠오른다. 무한정 받아 주는 바다 같은 엄마와 그렇지 않은 내가 겹쳐진다. 그 시가 하루 종일 따라 다닌다. 엄마와의 화해는 골 깊은 아버지와의 화해작업으로 이어졌다.
단행본을 다 읽지 않고도 독서치료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내 얘기가 아닌 책 얘기만 실컷 해도 된다. 울고 싶을 때 울고, 소리 지르고 싶을 때 지르고, 가만히 있고 싶으면 아무 말 없이 있어도 되는 시간이다. 책 속 인물 중에서도 유난히 애착이 가고 마음 쓰이는 대상이 있으면 왜 그런지 가만히 들여다보면 된다.
감정이입 된 채 실컷 울고 나면 가슴이 뻥 뚫리고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공지영의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다가 아무도 없는 도서실에서 가슴 먹먹하게 울었다. 학부모 독서치료 때 그 뻐근한 통증을 더불어 느끼며 사형제도를 돌아봤다.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 법이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건지. 억울한 사형수도 많겠다는 생각으로 연민이 솟구쳤다. 위안과 위로, 연민이 치료약처럼 작용한다. 사형제도에 대한 독서토론이 아닌 독서치료이기에 그런 면에서의 접근이 달랐다.
어느 곳에서나 매개체인 책을 읽을 수 있다. 굳이 치료 장을 고집하지 않더라도 가능하지만 집단 역동은 치료 장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나와 같이 느끼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또 다른 치유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도서실에서 책 대출·반납을 할 때도 이뤄진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반납하는 여학생에게 “나도 이 책 읽었는데, 어땠어?”라고 한 마디 했더니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고요. 너무 슬퍼서 많이 울었어요. 너무 안 된 거 있죠. 억울해요. 그렇게 죽으면 안 되잖아요.” 길게 나누진 못했지만 그 이후로 우리 둘의 관계가 친밀해졌다. 독서치료를 통해 나와의 화해, 너와의 화해, 세상과의 화해가 이뤄지고 또 다른 관계 맺기로 나아갈 수 있다.
독서치료의 진행
학생 독서치료를 이끌 때에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게 있다. 의학적 치료와는 무관하며 학생들의 독서의욕 고취 및 학습능력 향상에 기본 취지가 있음을 밝혀두기도 한다. 그런 저런 이유로 치료현장에서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제목을 잡고 편하게 접근한다. 일정 주제를 잡아 이끌면 된다. ‘청소년의 진로탐색을 위한 독서치료 프로그램’, ‘청소년의 성취동기 및 자아존중감 향상을 위한 독서치료 프로그램’ 등이다. 매회기 두 시간으로 잡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것을 기본으로 상황을 고려하여 운영하면 된다.
첫 회기 오리엔테이션을 가지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별칭 짓기와 그림책으로 애착이 형성된 다음, 활동지 ‘아름다운 나’를 완성한다. 자연스럽게 흐름을 연결시키되 방해 요소를 제거할 줄 알아야 한다. 회기를 거듭하다보면 어느 정도 감이 온다.
독서치료 현장에서 그림책은 입체적인 접근이 가능하여 두루 활용가치가 높다. 처음부터 글과 그림을 동시에 보여준 채 읽어도 좋지만, 그림책의 그림을 보여주지 않고 글만 읽은 다음에 상상했던 그림을 따라가 보는 재미가 있다. 책 이야기를 실컷 하는 가운데 내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아간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고 어떤 내가 진짜인지 모르겠다는 자기 고백이 나온다.
매주 월요일 열 시면 ‘학부모 독서치료 중입니다’ 알림 문구를 문 밖에 내다 건다. 주변 방해를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학교 안에서의 장소를 찾는 게 중요하다. 45분마다 시종을 알리는 소리로부터 자유로운 곳과 사방이 투명한 곳은 제외 대상이다. 그런 면에서 투명한 도서실은 적합하지 않다. 밀폐된 학부모운영위원실이 제격이었다. 도서실 옆에 있어서 무엇보다 동선이 짧고 필요한 도서 조달도 가능했다.
학부모들 중에는 학교운영위원장과 학부모회장도 있다. 별칭 짓기를 통해 서로 직책이 아닌 별칭으로 부르다 보니 부담감은 오간 데 없다. 거리에서 별칭을 부르다 주변을 의식하며 서로 웃었다는 얘기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