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사서의 소리]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회운동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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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3-11-25 16:26 조회 7,661회 댓글 0건본문
김은선 경기 과천초 사서
몇 달 전 종영된 인기 드라마 <직장의 신>에는 이름도 없이 그냥 ‘미스김’으로 불리는 비정규 직원이 나온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 처한 비정규 직원은 조직 속에서 존재감을 가질 수 없음을 보여주는 상황 설정이었다. 남들은 웃으며 그 드라마를 보겠지만 같은 상황으로 10여 년을 보낸 나는 그 상황을 단순히 드라마로 즐길 수가 없었다. 매사에 건조하고 냉담한 미스김의 모습이 왜 그럴 수밖에 없고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변해가게 하는지 너무도 잘 알겠기에 웃어야 할 대목에서도 가슴 깊이 싸하게 아렸다.
내가 학교도서관에 몸담은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무엇이든 10년을 하면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학교도서관과 함께 지내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정신적 방전 상태로 힘겹게 한해살이를 거듭해 왔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장기적으로 도서관 운영 계획을 세워서 일을 해나갈 수가 없었고 도서관전문가로서 다양한 실력과 경험을 쌓을 수도 없었다.
학교에서 모든 직원들은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고 일한다. 그렇지만 학교는 교사가 중심이라는 의식이 강한 조직이다. 그래서 도서관 사서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학교 관리자의 필요에 따라 소외와 의무 요구 상황이 불규칙하게 반복되어 정서적으로 불안정했고 학교 내에서 비정규 직원으로의 분수를 넘지 않으려고 눈치를 이리저리 살피다 보니 점점 위축되고 주눅이 들어갔다.
그러니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오래 일해 온 학교 사서들의 모습은 늘 지쳐 보였다. 지역 학교 사서들 모임에 참석하면 늘 억울한 이야기들, 부당한 처우 문제를 겪는 사서 선생님들의 우울한 소식이 있었다. 함께 우울해지는 상황이 반복되어 어느 순간은 모임을 피하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한탄은 하는데 대안은 없고 당신의 상황이 내일 나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위로도 할 수 없었고 그냥 헛헛한 기분만 감돌아 한동안 일이 손에 안 잡히기도 했다.
진짜 우리가 사서로서 능력과 노력이 부족하여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생기는 것인가 하여 슈퍼사서가 아닌 나의 나태함을 탓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학교도서관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평범한 내가 학교도서관에 대한 낮은 인식 문제를 넘어서기에는 그 벽이 크고 높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세상만 탓하기에는 스스로 무능함을 인정하는 것 같아 초라하다는 생각에 또 슬펐다.
우리 사서들은 분명 바쁘다. 매일 들이닥치는 이용자들에 응대해야 하고 학교도서관 행사를 준비, 진행하고 자칫하면 책창고 같아 보일 수 있는 그 많은 도서관 책들도 잘 관리해서 좋은 이용 환경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이 매일매일 반복된다. 분명 몸은 고단하고 분주한데 그에 비해 평가는 늘 최하점으로 받는다.
그리고 학교에서 도서관은 아직 학교의 필수적인 학습공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건지, 관리자가 바뀌거나 학교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생기면 늘 도서관 인건비가 운운되었다. 다른 비정규 직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를 내지 않는데 우리 사서들은 그때마다 좌불안석인 상황을 겪어야 했다.
도서관 사서들은 대부분 정직하고 성실한 성향을 가졌다. 그런데 묵묵히 일하는 성실파 사서들이 왜 관리자의 눈에는 있어도 없어도 무관한 존재로 여겨지는 걸까? 분명 우리는 힘들고 바쁘게 일하고 있지만 학교의 주 역할인 교육활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 사서들은 학교도서관이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교교육을 위해 필수적인 교수학습정보센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도서관 활용수업을 통해 학습정보센터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에서 수업과 연계하지 못하고 있는 도서관 운영자는 저평가 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도서관일은 혼자 하기에 너무 벅차고 또 그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 없어 이래저래 힘들다고 푸념하기도 했지만 학교 내에서 도서관 덕분에 혜택을 보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렇다면 만약 ‘남는 수업시간에 도서관 연계수업이나 독서지도를 해준다면 반응이 어땠을까?’ ‘내가 만약 그동안 교과연계 수업활동이 주가 되도록 도서관을 운영해왔다면 지금 나의 입지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에게 주는 선물은 주는 자가 아니라 받는 자 입장에서 가치가 정해진다고 한다. 십여 년을 일해 온 학교도서관 사서로서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내기에 앞서 이제는 학교가 원하는 것을 내가 주었는가를 따져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대학시절, 그러니까 20여년 전에도 우리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은 처우개선을 외치는 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치며 보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상황에 있는 우리 사서들의 모습을 보면 세상이란 참 느리게 변하는구나 싶다. 나는 ‘도서관쟁이로 산다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회운동가로 사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십여 년 넘게 학교도서관운동 관계자들이 학교에 도서관 시설이 자리 잡도록 애써 온 덕에 이제 학교마다 도서관 시설이 잘 갖춰지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도서관의 인적 자원인 사서의 능력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사서의 역할을 잘 해나가려면 지금껏 시설 운영에 쏟았던 노력을 잘 분배, 전환하여 정보학습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를 배우고 익혀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먼저 바쁘다.
학교사서가 적절한 대접을 받는 자리가 되는 것은 사서들의 노력에 더해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는 먼 날의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 서운하다. 하지만 내 한 발 한 발이 한국학교도서관 발전역사와 함께 하고 있으며 앞으로 학교도서관 문화가 바르게 정착되는 데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생각으로 좀 더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가 보고자 한다.
몇 달 전 종영된 인기 드라마 <직장의 신>에는 이름도 없이 그냥 ‘미스김’으로 불리는 비정규 직원이 나온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 처한 비정규 직원은 조직 속에서 존재감을 가질 수 없음을 보여주는 상황 설정이었다. 남들은 웃으며 그 드라마를 보겠지만 같은 상황으로 10여 년을 보낸 나는 그 상황을 단순히 드라마로 즐길 수가 없었다. 매사에 건조하고 냉담한 미스김의 모습이 왜 그럴 수밖에 없고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변해가게 하는지 너무도 잘 알겠기에 웃어야 할 대목에서도 가슴 깊이 싸하게 아렸다.
내가 학교도서관에 몸담은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무엇이든 10년을 하면 ‘전문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학교도서관과 함께 지내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정신적 방전 상태로 힘겹게 한해살이를 거듭해 왔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장기적으로 도서관 운영 계획을 세워서 일을 해나갈 수가 없었고 도서관전문가로서 다양한 실력과 경험을 쌓을 수도 없었다.
학교에서 모든 직원들은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고 일한다. 그렇지만 학교는 교사가 중심이라는 의식이 강한 조직이다. 그래서 도서관 사서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학교 관리자의 필요에 따라 소외와 의무 요구 상황이 불규칙하게 반복되어 정서적으로 불안정했고 학교 내에서 비정규 직원으로의 분수를 넘지 않으려고 눈치를 이리저리 살피다 보니 점점 위축되고 주눅이 들어갔다.
그러니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오래 일해 온 학교 사서들의 모습은 늘 지쳐 보였다. 지역 학교 사서들 모임에 참석하면 늘 억울한 이야기들, 부당한 처우 문제를 겪는 사서 선생님들의 우울한 소식이 있었다. 함께 우울해지는 상황이 반복되어 어느 순간은 모임을 피하고 싶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한탄은 하는데 대안은 없고 당신의 상황이 내일 나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위로도 할 수 없었고 그냥 헛헛한 기분만 감돌아 한동안 일이 손에 안 잡히기도 했다.
진짜 우리가 사서로서 능력과 노력이 부족하여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생기는 것인가 하여 슈퍼사서가 아닌 나의 나태함을 탓해 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학교도서관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니 평범한 내가 학교도서관에 대한 낮은 인식 문제를 넘어서기에는 그 벽이 크고 높다는 것을 차츰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세상만 탓하기에는 스스로 무능함을 인정하는 것 같아 초라하다는 생각에 또 슬펐다.
우리 사서들은 분명 바쁘다. 매일 들이닥치는 이용자들에 응대해야 하고 학교도서관 행사를 준비, 진행하고 자칫하면 책창고 같아 보일 수 있는 그 많은 도서관 책들도 잘 관리해서 좋은 이용 환경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리고 그 상황이 매일매일 반복된다. 분명 몸은 고단하고 분주한데 그에 비해 평가는 늘 최하점으로 받는다.
그리고 학교에서 도서관은 아직 학교의 필수적인 학습공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건지, 관리자가 바뀌거나 학교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생기면 늘 도서관 인건비가 운운되었다. 다른 비정규 직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를 내지 않는데 우리 사서들은 그때마다 좌불안석인 상황을 겪어야 했다.
도서관 사서들은 대부분 정직하고 성실한 성향을 가졌다. 그런데 묵묵히 일하는 성실파 사서들이 왜 관리자의 눈에는 있어도 없어도 무관한 존재로 여겨지는 걸까? 분명 우리는 힘들고 바쁘게 일하고 있지만 학교의 주 역할인 교육활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 사서들은 학교도서관이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교교육을 위해 필수적인 교수학습정보센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도서관 활용수업을 통해 학습정보센터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는 곳은 전국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에서 수업과 연계하지 못하고 있는 도서관 운영자는 저평가 되는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도서관일은 혼자 하기에 너무 벅차고 또 그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 없어 이래저래 힘들다고 푸념하기도 했지만 학교 내에서 도서관 덕분에 혜택을 보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렇다면 만약 ‘남는 수업시간에 도서관 연계수업이나 독서지도를 해준다면 반응이 어땠을까?’ ‘내가 만약 그동안 교과연계 수업활동이 주가 되도록 도서관을 운영해왔다면 지금 나의 입지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에게 주는 선물은 주는 자가 아니라 받는 자 입장에서 가치가 정해진다고 한다. 십여 년을 일해 온 학교도서관 사서로서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내기에 앞서 이제는 학교가 원하는 것을 내가 주었는가를 따져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대학시절, 그러니까 20여년 전에도 우리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은 처우개선을 외치는 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치며 보냈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같은 상황에 있는 우리 사서들의 모습을 보면 세상이란 참 느리게 변하는구나 싶다. 나는 ‘도서관쟁이로 산다는 것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회운동가로 사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십여 년 넘게 학교도서관운동 관계자들이 학교에 도서관 시설이 자리 잡도록 애써 온 덕에 이제 학교마다 도서관 시설이 잘 갖춰지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도서관의 인적 자원인 사서의 능력에 대한 기대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사서의 역할을 잘 해나가려면 지금껏 시설 운영에 쏟았던 노력을 잘 분배, 전환하여 정보학습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를 배우고 익혀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먼저 바쁘다.
학교사서가 적절한 대접을 받는 자리가 되는 것은 사서들의 노력에 더해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는 먼 날의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 서운하다. 하지만 내 한 발 한 발이 한국학교도서관 발전역사와 함께 하고 있으며 앞으로 학교도서관 문화가 바르게 정착되는 데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생각으로 좀 더 힘을 내서 앞으로 나아가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