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드로잉] 그리 잘 그린 것이 아니어서 편안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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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학교도서관저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14-06-29 17:21 조회 8,204회 댓글 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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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노래할 줄 알고 그릴 줄 안다. 요리할 줄도 알고 무언가를 만들 줄도 안다. 물론 노래하는 모든 사람을 가수라 할 수 없고 요리하는 모든 사람 을 요리사라 부를 순 없다. 그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 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분야에 비해 사람들이 유 독 자신 없어 하는 분야가 바로 그리기이다. 친구들 끼리 모여서 노래를 부르거나 라면을 끓여 먹은 적 은 있어도 그림을 그렸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일반인들이 그리는 그림이 음악이나 요리에 비해 흥미롭거나 감정을 크게 자극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음악이나 요리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그림은 계속 남아있어서 그런 것일까?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미술 수업에서 기성세대들 은 극소수의 잘 그리는 사람과 그저 그렇거나 ‘못 그 리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가 그 림을 잘 그리는지 미술에 흥미가 있는지 확인해 볼 기회도 없이 소극적인 태도로 미술시간을 다른 시간 과 별 차이 없이 흘려보낸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사 물을 사진처럼 똑같이 그린 그림은 분명 특별하고 훌륭한 것이지만 그런 작품만을 선별하여 그림의 모 범적인 전형인 양 떠받드는 풍토는 선택받지 못한 학 생들에게 보이지 않는 상처를 안겼을 것이다. 그 후 유증으로 우리나라 대다수의 어른들은 ‘나는 미술 은 못해’라고 당연한 듯 대답한다.
우리는 다른 것으로는 잘 노는데 아직도 미술로 노는 방법을 잘 모른다. 맨발로 시냇물에 들어가면 들어가 있는 것 자체가 노는 것이듯 그림도 스트레 스 없이 그걸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노는 것인데……
놀이하듯 일상적으로 거리에 낙서를 하고 친구 들과 낙서그룹까지 만들었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나 키스 해링(Keith Haring) 같은 작가들은 이 제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올랐다. 그들은 진정으로 원 하는 것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은 너무 시시해서 남이 보면 웃음이 나올 그 림을 한 장 그려보자. 교실에서 도서관에서 사무실 에서 일터에서 점심을 먹고 무료한 시간에 책상 위 에 굴러다니는 볼펜으로, 하얀 얼굴로 나를 빤히 쳐 다보고 있는 이면지 위에 뭔가 ‘흔적’을 남겨 보자.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그림이고 당신의 그것도 그림 이다.
모든 사람이 화가다!
서산여고 학생들의 드로잉 작품
<촛농벌레> 유치원 때 했던 촛농으로 그림 그리기가 생각나서 종이에 촛농을 떨어뜨리는데 무당벌레처럼 보여서 그 위에 그림을 그리게 됐다.
<철새> 길을 걷다가 철새들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V자로 날아가는 새를 자세히 보니 하트 모양으로 보여 서 인상적이었다. 갈대는 철새의 느낌, 계절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그렸다.
<볼펜똥별> 볼펜으로 낙서를 하다가 번진 모습이 별똥별을 연상시켜서 볼펜똥별을 그리게 되었다. 별똥별과 볼펜똥 이 이상하게 연결되는 느낌도 든다. 별똥별만으로는 너무 허전해 보여서 예쁘고 의미 있게 하려고 고민하다가 벤치 에 앉아 별을 바라보는 커플을 그렸다.
<물에 비친 달> 뭘 할까 고민하다가 주변에 있는 필기도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매직펜으로 이면지에 낙서처 럼 그리다 보니 흥미가 생겨 이것저것 그리다가 이런 작품이 나왔다. 물에 비친 달처럼 보이기도 하고 밤하늘의 달 같기도 하다.
<오리> 어릴 때 양손을 써서 독수리를 만들고 그랬는데 다른 새를 표현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손바닥을 보면서 엄 지손가락을 움직였는데 오리가 딱! 떠올라서 그렸다. 그림자놀이를 할 때처럼 손의 모양을 이렇게 저렇게 바꿔 보면 재미있는 모양이 떠오를 때가 많다.
<생일> 내 생일은 9월 5일이다. 내 생일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달 모양과 해 모양으로 9월 5일을 나타냈다. 나 스스로 창의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아이들 반응이 굉장히 좋아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선이 손을 타고> 드로잉 수행평가를 하던 중 마감에 임박해서 부랴부랴 하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 다. 아무 생각 없이 책상에 손을 얹고 볼펜을 끼적이다가 펜이 손을 타고 넘어가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손을 그리 고 그 느낌을 그리니 맘에 들었다.
<손가락 산> 원래 손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손 그림을 좋아해서 손을 그리려고 보다가 손가락들이 산같이 생겨서 손 가락을 대고 손가락산을 그렸다.
(제목 미정) 작년에 누구 그림인지는 모르지만 동양화로 그린 이 그림이 보이 길래 이면지에 사인펜으로 그냥 따라 그려봤는데 선생님께서 느낌이 편안하고 좋다고 하셨다. 나는 못 그린 것 같은데… 오른쪽 나무 밑이 허전해 보여서 일부러 학번과 이름을 거기 적었다